#1. 난, 이 세상 바깥에 있다 : 블로그와 삶, 본말전도의 경계.

인터넷과 SNS가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다는 듯이 떠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 공간으로 피와 땀이 흐르는 실재의 공간을

대체하기라도 할 듯, 왕성한 의욕으로 사진과 글을 찍어올리고 현실을 재구성하는 사람들은 더 많다. 우수블로거란 칭호도

'파워블로거'란 완장도 사실 그런 터무니없는 환상을 키우는데 일조한 공으로 얻어진 것인지 모른다.


현실 세계와는 다른 0과 1로 이루어진 가상공간, 이 곳에서 씌여지고 보여지는 모습들은 본인이 취사선택하여 정제한

본인 자신과 세계의 그림자일 뿐이다. 파워가 나가는 순간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는 하나의 가면, 그 가면을 가능한 섬세하게

꾸미고 세련되게 가꾸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꾸민다며 거울에다 공들여 화장하는 건 조금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말할 만큼 쓰잘데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조금 이 공간에 열의가 떨어지고 있는 걸 스스로 감지하며, 이 공간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국 나 자신을

일정 시점에 기록하고 남기는 정도로 족할 뿐인데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되었던 건 아닌가 경계한다. 블로깅이란 건

삶을 기록하고 추억하는 숱한 방식 중의 하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난, 이 세상 바깥에 있다.


#2. 난, 블로그로 밥먹고 살 거 아니다 : '싼값에 빨아주는' 블로거 취급하지 말길.

계기도 있었다. 최근 참가했던 '원자력문화재단'의 블로그기자단 이야기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그들이 말하는 알량한

'블로그 기자단'이란 건 내겐 싼값에 자기들을 '빨아줄 수 있는' 전단지 알바생들을 쓰고 있단 이미지만 남겼다. 블로거를

그저 자신들 입맛에 맞는 글을 써내고 인터넷 공간에 뿌려대는 싸구려 광고쟁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실 많다.


그건 화내야 할 일이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최소한의 애정이나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블로그생태계가

온통 찌라시와 내용없고 주관없는 펌글로 넘쳐난다는데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블로그 공간, 아니 자신의 사적인

블로그를 그렇게 돈 몇 푼에 혹은 밥 한끼에 광고판으로 오염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분노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렇게 밥과 돈으로 글과 '여론'을 사겠다는 사람들을 천박하다 욕하기 전에, 그런 시장이 활짝 열려버린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파워블로거'니 어쩌니 명함 파고 어깨 힘주며 '대접'을 요구하는 또라이들도 많이

봤고, 블로그로 돈버는 법 어쩌구 따위 팁이랍시고 책까지 내는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진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살기도 한다. 그렇게 누군가 소수는 블로그로 밥먹고 살지 모른다. 그렇지만 난 아니다.



#3. 난, 타인에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내 스타일대로 간다 : 댓글/추천 품앗이 '미풍양속'에 대한 생각.

물론 백인백색, 블로그라는 공간에 대한 의미라거나 블로깅의 목적은 제각기일 거다. 누군가는 전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누군가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그들의 목적이 뭐던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한

그대로 존중하려 한다. 다만 그들도 모두 제각기 블로그를 하는 목적이나 의미가 다르다는 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파워블로거'가 되려면, 블로그를 잘 운영하려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수많은 팁중에 그런 게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댓글을 달고 매일매일 출석체크하듯 인사를 해라. 그런 강박증을 사람들에게 심어줘서도 안된다고 생각할 뿐더러, 그런게

블로그 세계의 미풍양속이라는 식으로 미화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일 뿐, 그들의 방식일 뿐이다.


서로 댓글과 추천을 남기며 알음알음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으로 품앗이하는 게, 진짜 예의이고 도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게 해서 포털 상단이나 인기글 상위에 랭크된 글들이 정말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고 알찬 글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아닌 경우가 더욱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블로그 세계가 왜곡되고 몇몇의 영향력있는 블로거 위주로 돌아가며 좋은

컨텐츠의 좋은 블로거들이 가려지는 건 알고 보면 그런 댓글/추천 품앗이를 예의라고 강변하는 분위기 탓이 크지 않을까 싶다.



#4. 파워(우수)블로거, 그게 뭐라고.

블로거를 시작한 사람들이 전부 '파워블로거', '우수블로거'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다. 삶의 중심은 다른 곳에

둔 채 하나의 가벼운 취미활동처럼 운용할 수도 있겠고, 책이니 여행이니 특정 부문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적는 공간으로

쓸 수도 있겠으며, 자신만을 위한 아카이브, 창고공간처럼 쓰는지도 모른다. 파워블로거, 그게 뭐라고.


나도 그렇다. 딱히 우수블로거를 염두에 두지도 않았고, 일반적으로 다른 분들이 그러듯 댓글을 많이 달거나 이웃분들에

많이 놀러다니지도 않는다. 작년이나 재작년에 비해 여행을 많이 다니지도 못했던 거 같다. 그랬는데도 어찌 운좋게 3년째

우수블로거로 뽑힌 셈인데, 괜히 잡생각만 많아졌다. 블로그는 내게 어떤 공간인지, 블로그 세계가 내가 처음 들어온 이래

2, 3년만에 얼마나 다르게 바뀌었고 걱정스러워졌는지 따위의.


늘 그렇듯 기본은 명확하다. 나 자신을 위한, 나부터 만족시키며 놀기. 내게 블로그는 '놀이'일 뿐이다.




* 2011,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 2010,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 2009,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KBS를 두고 김비서니, 정권의 나팔수니 말이 많지만 결국 최근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2000년 이후

입사자들이 실명으로 연서를 작성하며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단다. 아무리 그래도 젊은 직원들은

여전히 강건하구나, 싶기도 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찔끔하기도 한다.


입사한지 10년이 채 안 된, 적게는 입사 1,2년차일 그들이 나서서 회사의 최고경영층에 집단으로

반발하며 할 말을 하는 상황이란 건,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다. 인사상 불이익은 물론이고

집단해고사태가 또 오지 말란 법도 없는 너절한 상황이고 보면 그들이 더욱 돋보이는 거다.



문제는, 이런 이들의 행동이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고 묻혀버린다고 할 때. 그렇게 각개격파되고


숨통이 조여져 KBS가 정권의 나팔수로 고착되는 게 최악의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응원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게 그 젊고 싱싱한 분노와 의지를 꽃피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                                                           *                                                   *


박대기 기자등 "영혼없는…굴욕 못참겠다" 폭발(미디어오늘)


2000년~입사 KBS 기자 166명 "사장·본부장 모든걸 걸고 도청의혹 답하라"

[0호] 2011년 07월 21일 (목)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민주당 당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에 자사 기자가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KBS의 젊은 기자들이 집단 연서명으로 작금의 굴욕적인 현실에 개탄하며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 등 KBS 수뇌부를 상대로 명쾌한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강규엽, 고진현, 김경진, 김명주, 류석민, 박대기, 박효인, 범기영, 유동엽, 이하늬, 조정인, 허솔지 등 2000년 이후 KBS에 입사한 기자 256명 가운데 166명은 21일 오후 각각의 실명을 밝힌 성명을 내어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심을 받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쏟아냈다. 이들은 “도청 의혹 사건이 터져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돼 가는 동안 KBS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며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고 탄식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의 도청은 없었다’, ‘제3자의 도움이 있었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겠다’는 KBS의 해명에 대해 이들은 “참으로 옹색함을 넘어 어처구니 없을 정도”라며 “취재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를 읽어내는 훈련을 받은 우리가 봤을 때 이건 정말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해명이 되레 불신만 키운다는 것.

이들은 그간 취재현장에서 조롱과 비아냥을 받아야 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이들은 “KBS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며 “공영방송 KBS는 처절하게 무너졌고,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취재 기자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취재현장에서는 “KBS 너희들이 그렇지 뭐, 영혼 없는 기자들아 딴 데 가서 취재하라”는 조롱 뿐 아니라, 심지어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지난 2008년 9월3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KBS 입사 1~9년차 기자들이 방송장악 규탄과
이병순 사장 반대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던 모습. ⓒ프레시안 자료사진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KBS에 대해 이들은 “첨예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팩트 확인 없이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는 후배가 있을때, 제대로 된 선배라면 ‘네가 기자냐? 팩트 확인해!’라며 일갈을 했을 것이며, 그게 정도(正道)”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파헤쳐 고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언론사가 정작 자신의 문제는 수사기관의 입에만 의존하겠다는 굴욕적인 작태를 지금 KBS 수뇌부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며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더 이상 이런 불편한 침묵과 굴욕을 참지 못하겠다”며 김인규 사장과 기자 조직을 책임지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에게 다음의 질문에 떳떳하게 답하라고 촉구했다.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한 사람이 있는가?”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 회의녹취 내용을 한나라당에 건네준 사람이 있는가?”
“민주당 대표실 회의 녹취록 작성에 결정적 도움을 준 제3자가 있다면 누구인지 명백하게 밝혀라”

이들은 이 질문에 대해 없으면 ‘없다’, 있으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즉시 책임지겠다’는 분명한 답변을 원한다며 이 답변에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걸라, 그래야만 KBS가 살 수 있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2000년 이후 입사한 기자 166명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김인규 사장-고대영 보도본부장, 모든 것을 걸어라!>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이 터져나온 지 벌써 한 달이 돼 간다. 그동안 KBS에는 긴 침묵만이 흘렀다.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 김인규 사장을 비롯한 KBS 수뇌부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KBS가 내 놓은 해명은 참으로 옹색함을 넘어 어처구니 없을 정도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식의 도청은 없었다” “제3자의 도움이 있었음을 부득 불 확인하지만 취재원 보호를 위해 밝히지는 않겠다” 또한 애매모호한 해명의 주체 역시 경영진은 보도본부로, 보도본부는 정치외교부로 떠넘기고 있다. 취재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의 의미를 읽어내는 훈련을 받은 우리가 봤을 때 이건 정말 말장난에 불과하다. 정녕 KBS 수뇌부는 세상 속 여론을 모른단 말인가? 이런 해명으론 의혹 해소는커녕 불신만 키울 뿐이다. 언제까지 ‘언론자유나 취재원 보호’ 운운하며 사무실 뒤에 숨어 있을 셈인가?

지금 KBS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한달 가까운 침묵과 애매모호한 해명으로 일관하는 사이, 공영방송 KBS는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취재 기자들의 몫이다. 당장 취재현장에서 “KBS 너희들이 그렇지 뭐, 영혼 없는 기자들아 딴 데 가서 취재하라” 이런 식의 조롱과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다. 심지어 취재현장에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회사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만약 첨예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팩트 확인 없이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제대로 된 선배라면 “네가 기자냐? 팩트 확인해!”라며 일갈을 했을 것이다. 그게 정도(正道)다.

더구나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파헤쳐 고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언론사가 정작 자신의 문제는 수사기관의 입에만 의존하겠다는 굴욕적인 작태를 지금 KBS 수뇌부들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소인배들이나 할 짓이다.

우리 기자들은 더 이상 이런 불편한 침묵과 굴욕을 참지 못하겠다. 김인규 사장, 그리고 KBS 기자 조직을 책임지는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자신들의 직책을 걸고 다음 물음에 떳떳이 답하기를 요구한다.

1.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한 사람이 있는가?
2. KBS 구성원 중 민주당 대표실 회의녹취 내용을 한나라당에 건네준 사람이 있는가?
3. 또 민주당 대표실 회의 녹취록 작성에 결정적 도움을 준 제3자가 있다면 누구인지 명백하게 밝혀라.

우리 기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없으면 “없다”, 있으면 “조직의 수장으로서 즉시 책임지겠다”라는 분명한 답변을 원한다. 다시 한번 요구한다. 이 3가지 답변에 김인규 사장과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걸어라! 그래야만 KBS가 살 수 있다.

2011년 7월 21일 2000년 이후 KBS 입사 기자들 (가나다순)

강규엽, 강수헌, 강재훈, 강정훈, 고순정, 고은희, 고진현, 공웅조, 곽선정, 구경하, 국현호, 권태일, 기현정, 김가림, 김경래, 김경진, 김기중, 김기현, 김나나, 김대원, 김도영, 김동욱, 김명주, 김문영, 김민경, 김민아, 김민철, 김상민, 김석, 김선영, 김성주, 김성현, 김승조, 김시원, 김연주, 김영은, 김영인, 김용덕, 김웅, 김재노, 김정은, 김종수, 김준범, 김지선, 김진화, 김진희, 김태석, 김태현, 김해정, 김현태, 노윤정, 류란, 류석민, 류성호, 박경호, 박대기, 박미영, 박상현, 박상훈, 박선우, 박수현, 박예원, 박장훈, 박중석, 박현, 박효인, 박희봉, 백미선, 범기영, 변성준, 변진석, 서재희, 손은혜, 송명훈, 송명희, 송민석, 송수진, 송현준, 송형국, 신봉승, 신지원, 심각현, 심인보, 안다영, 양민효, 양성모, 엄기숙, 연봉석, 오광택, 오수호, 우동윤, 유동엽, 유승용, 유용두, 유지향, 윤나경, 윤영란, 윤지연, 윤진, 은준수, 이경진, 이광열, 이만영, 이소정, 이수정, 이수진, 이승준, 이승준, 이이슬, 이재교, 이재석, 이재섭, 이정민, 이정은, 이정화, 이종영, 이종완, 이중근, 이진석, 이진성, 이진연, 이철호, 이하늬, 이호을, 이효연, 임명규, 임재성, 임종빈, 임주영, 임태호, 임현식, 장성길, 정성호, 정수영, 정아연, 정연욱, 정영훈, 정윤섭, 정창화, 정현숙, 정홍규, 조경모, 조승연, 조정인, 조지현, 조태흠, 지형철, 진정은, 차정인, 천춘환, 최경원, 최광호, 최대수, 최만용, 최세진, 최지영, 최형원, 최혜진, 한규석, 한승연, 한주연, 허솔지, 홍석우, 황재락, 황현규, 황현택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에서 만든 UCC([Korean MBC] Message to the world, "fight against Control of Speech")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공정하지 않고 비난과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는 비판도 있고,

해외에 이런 식으로 광고를 해대다니 부끄럽다는 이야기도 있고,

결국 자신들 밥그릇 싸움인데 지들만 잘난 척 한다는 빈정거림도 있고,

이넘이나 저넘이나 똑같은데 나는 알 바 아니라는 '쿨한' 냉소도 있고,

(진부하게도) 김대중/노무현 때는 가만있다가 왜 지금은 이러냐는, 뭘 알고나 떠드냐는 고상한 뇌까림도 있다.


#1. 이 UCC는 trigger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다.

싸움에 신물나서 관심을 끊거나, 양비론을 취하며 고상한 척 하거나, 정말 사건의 진행을 못 따라와서 논점을

모르거나, 그런 사람들이 내국인이던 외국인이던 이번 동영상을 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된 거라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이로써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하며 언론노조 편이 되어주면(동시에 이번 사태에 한정해서라도

한나라당과 MB의 반대편에 서주면) 좋겠지만 말이다. 이미 한국의 여론은 그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되고 있으니 악법이니, 날치기니, 민주주의의 후퇴니, 라는 표현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설혹

이런 동영상을 보고 반대 입장에 서도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번쯤 생각해보고 찬/반의 입장을 정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한 훈련이 될 테니.

이미 이렇게 여기저기서 논쟁이 벌어지는 것만 봐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거 아닌가.


#2. 이 UCC는 당연히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담고 있다.

동영상 하나로 이번 사태의 전말, 배경과 대치한 양 진영의 논리를 모두 담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너무 욕심이 많다.

이 동영상은 아나운서가 멘트를 한다는 형식을 띄고는 있지만 객관적 보도를 하는 '뉴스'가 아니라 말그대로

'선전전', 혹은 '홍보'를 위한 것이다. '균형'이나 '공정성'이란 개념이 어떻게 구현되어야 할지에 대한 고담준론은

차치하고라도, 이 동영상은 '반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려 있는, 몇 안 되는 이야기할 공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미 거대 언론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고 있는 한나라당은 그에 더해 지하철공간 등에서 자신들의 입장(만)을

선전하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이나 주류 입장에 선 사람들에게는 반대 입장도 소개하고 사건의 배경을 모두

설명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지 않나? 그들을 탓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여론을 형성하고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두

진영이 각자의 목소리를 키우고 공감을 얻기 위해 싸우는 건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균형잡힌 자세를 유지하는 것,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가독성과 간결성을 생명으로 하는 이런 UCC에 대고

균형잡힌 시각을 요구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싶다. 그런 가혹한 기준을 조금 큰 차원에서 구현하려면, 언론에서

각 진영의 입장을 보도하는 칸과 글자수도 균형을 잡아야 할 테고, 언론 매체가 지향하는 논조와 입장도 잘

균형잡아 동수에 가깝게 배치되어야 할 테고, 여야 정치인 수도 동수에 가깝게 되어야 할 테고..전혀 우습지 않다.

이 UCC는 '균형'과 '조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당 정치인들의 폭거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3. 이 UCC의 내용은 부끄럽지도, 천박하지도 않다.

국내용인지 해외용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내용이라고 생각한다. 6개국어를 사용해 한나라당과 MB에

대해 직접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좀 들어라 하는 식으로. 실제로 외국에 대해 어떻게 구체적인 조치를 해달라,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는 건 없다. 어떤 분은 중국어 파트에서 항의전화를 하라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UCC 제작자들은 항의전화를 위한 전화번호 공개도 없고 아무런 '행동 지시'를 내리지도 않는다.

오히려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그리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허튼 짓 하지 마라."란 말이 중국어 파트의

핵심이 아닐까.


해외용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날치기를 시도한다', '악법', '대형극우신문 조중동', '독재정권의 부활', '언론법

개정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말이 거짓말이다', 이런 표현들이 눈먼 비난인가? 물론 제각기의 가치관과 시각에 따라

판단할 부분이겠지만, 아무래도 이건 비난으로 점철되었다고 읽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언론악법 저지,

민주주의수호라는 이번 파업의 명분과 기치를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끄럽다고 해서 다 덮을 건가. 미국의 민주주의가 부러운 것은, 설사 잠시 부끄럽고 치욕적일지라도

자신들의 환부에 대해 공개적인 논의와 유연한 방향수정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논의 자체를 거부하지

말라고도 이야기하지만, 논의에 끌려들어가는 순간 그대로 졸속입법되고 졸속시행될 것이 뻔한 상황이다.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는 갖춰지지도 않았다. 형식상으로나마 보장된 통로도 모두 막힌 상황이다. 별다른

방법이 있다면 총파업을 두 차례나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을 거다.


#4. 이 UCC를 만든 사람은 노빠도, 명빠도 아니다.

밥그릇 싸움 맞다. MBC에, CBS에, YTN과 기타 언론 매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 피해가 올 거고, 그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선 것 맞다. 그리고 그 이상이기도 하다. 편향된 언론, 언론이 정부에 먹히든 정부가 언론에 먹히든,

그 피해는 상식을 믿고 상식에 따라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온다. 그건 우리의 밥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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