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포스팅의 목적 중 하나, 홍콩 찜사쪼이 해변을 따라 조성된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의 홍콩 영화배우들 중

 

한국인들이 알만한 스타들, 유덕화, 임청하, 홍금보, 성룡, 오우삼, 서극, 주윤발, 장국영, 주성치, 장만옥, 장백지, 양가휘,

 

곽부성, 여명 등의 손도장을 직접 가서 확인하는 수고를 덜 수 있도록 하는 것.

 

 

스타의 거리가 시작되는 즈음, 영화 필름을 옷 대신 걸치고 선 여신의 자태가 당당하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건 홍콩섬 완짜이와 센트럴의 개성있고 거침없는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

 

필름 롤의 형태로 된 금색 조형물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가 하면,

 

큐사인을 위한 보드가 이 거리의 이름을 알려주고 있었다. 스타의 거리, Avenue of Stars.

 

바닥에 돈이라도 떨어뜨린 양 다들 바닥만 굽어보고 걸어가는 사람들, 그 틈에서 아예 철퍽 주저앉아 바닥을 짚은 사람도 많다.

 

어느 영화감독의 모습을 형상화한 듯, 메가폰을 쥐고 생생한 표정으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눈빛에 힘이 실려있다.

 

 

아마도 청동으로 만들어진 듯한 카메라를 쥐고 있는 카메라감독의 손모양이나 표정도 생생한 편이고.

 

그리고 장백지. 그녀의 손은..작고 이쁘기도 하구나.

 

이소룡의 명판은 있지만, 아쉽게도 그의 손도장은 없다. 있을 리가 없나..어디라도 손도장 하나쯤 남아있을 법 한데.

 

성룡. 역시 그는 장난스럽게도 살짝 삐뚜름하게 양손을 짚었나보다.

 

게다가 이렇게 사인을 남겼는데, 마지막에 앙증맞은 하트 그림도 그렇지만 '성룡'이라는 한글도 눈에 들어온다.

 

아침나절이지만 뜨거운 햇살 때문에 사람들이 양산인지 우산인지를 전부 받쳐들고 걷고 있었다.

 

주윤발. 이 아저씨는 왜 손도장을 안 남겼을꼬.

 

유덕화. 꽤나 많은 여성팬들, 특히나 아주머니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쉽게 찾았다.

 

양조위. 그도 역시 양손을 살짝 어긋나게 짚고는 사인을 남겼다.

 

이소룡의 이미지하면 딱 떠오르는 그 포즈. 그대로 멈춰선 이소룡이 홍콩의 해안가를 지키는 중이다.

 

조명기사와 마이크 담당이 위치를 잡고서, 그 가운데쯤엔 의자가 하나 놓여있어서 꼬맹이들이 줄을 섰다.

 

오우삼.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지만, 그의 이름은 헐리우드에서도 명성을 높인지 오래다.

 

곽부성. 다소 후줄근해 보이는 그의 입성은 도무지 왜 그가 인기있는지 알쏭달쏭하게 만들었지만 여하튼.

 

 

 

스테판 초우. Stephen Show. 누구인가 했다. 다름 아닌 주성치. 요조가 좋아하는 주성치, 아쉽게도 손도장이 없다.

 

Jet Li, 영어이름이 좀 만화 캐릭터 같은 게 이연걸의 이미지에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그는 통배권을 시전하듯 손도장을 찍었을까.

 

그리고 여명. 아마도 내가 왔다갔다 스타의 거리를 왕복하는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어간 곳을

 

고르라면 여기가 아닐까. 특히나 아주머니 팬들이 꼭 한번씩은 이렇게 손이라도 맞대어 보고 자리를 뜨셨다.

 

그리고 장국영. 음..여전히 그가 자살한 곳에는 기일에 맞춰 하얀 국화가 소복하게 헌화된다고 한다.

 

그리고 서극. 한때 그의 무협영화를 빠짐없이 챙겨봤었는데.

 

그리고 놓칠 수 없는 배우, 임청하. 아아. 내 어렸을 적 그녀의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뷰잉 데크. 밤에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시작할 즈음인 8시경이면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쉽지 않지만 지금은.

 

 

성룡과 홍금보의 손도장을 보고 환히 웃으며 기념촬영중인 사람들, 사실 저 손도장이 진짜 본인 거인지는 '신뢰'의 영역이다.

 

 

그리고 바닥에 박힌 채 하루하루 마모되어 가는 셀레브리티들의 손도장은 관심없이

 

그저 가족들과의 순간을 기록하고 기억하려는데 더욱 열심인 사람들. 사실 이 편이 훨씬 남는 게 많지 않을까.

 

(특정 스타의 열광적인 팬이 아니라면 말이다. 팬이라고 해도 온기조차 사그라든 손도장이 뭐...별 건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성화를 진짜 봉송하는데 쓰였던 것일까, 아님 그저 기념 조형물일까.

 

건너편 고층빌딩들을 압도하는 높이와 존재감으로 우뚝 섰다.

 

스타의 거리 끝까지 갔다가 다시 설렁설렁 돌아나오는 길, 시시각각 뜨거워지는 햇살에 익어간다는 느낌이 들 무렵

 

다행히도 스타의 거리 끄트머리에 있는 뷰잉 데크, 그리고 시계탑이 나타났다. 버블버블 게임에서 본 듯한 저 투명하고

 

동그란 유리막 안에 들어간 건 야간에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위한 조명 도구들.

 

 

스타의 거리 초입,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뷰잉 데크, 시계탑, 그리고 스타 페리 선착장은 그냥 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이제 스타 페리를 타고 홍콩섬으로 넘어가보려는 참인데, 글쎄, 홍콩 영화배우들에 굉장히 홀릭되어 있다거나 손도장을 꼭

 

맨눈으로 봐야겠다 하는 사람 아니라면 얼추 위의 사진들로 대리만족이 가능하지 않을까. 일정이 바쁘다면 이렇게 스킵하시길.

 

 

 


"누군가에겐 일생을 통틀어 어느 짧은 시기만이, 그때의 감정만이 전부였을지 모른다." ytzsche.


매끄럽고 탄력있던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당돌하고 총명하던 얼굴에는 얼룩지듯 나이가 묻어나는 어느 노인의 독백,

그녀의 회상으로 시작한 영화는 그녀의 '오늘'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맺는다. 첨엔 이게 뭘까, 싶을 정도로 들이댄 렌즈에

잡히는 그녀의 하얗게 서리내린 머리카락과 시들어버린 육체를 두고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는데,

줄곧 끼적이던 그녀의 펜으로 풀려내려간 이야기를 듣고 난 그녀는 문득 아름다웠다.


그녀의 '사랑하는 사람' 이야기다. 영화제목은 영어로 the Lover, 불어로는 L'amant. 프랑스어로 듣는 게 제인 마치와

양가휘의 연기를 오리지널로 맛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삼분지일쯤 영어 버전으로 보던 영화를 다시 프랑스어로 재개했다.

제인 마치가 오물오물 입술을 벌려 내뱉는 짧고 도발적인 말들이라거나, 양가휘가 손을 덜덜 떨며 건네는 담배라거나

몇마디 구애의 언어들이 더욱 달콤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던 건 프랑스어 특유의 멜랑꼴리함 덕분이었을 듯.


쉽지 않은 사랑이다. 프랑스 식민통치하의 베트남, 피식민지에 와서 몰락한 프랑스 가족의 소녀, 그리고 베트남 상권을

장악한 중국인 가족의 남자. 소녀 나이에 두배에 이르는 남자 나이, 그 나이차와 피부색만큼이나 둘의 배경은 판이하다.

서로 교통하지 않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 차이, 유럽이 제패한 시대를 사는 몰락한 유럽인과 피식민지의 유복한 동양인의

아이러니에 더해서 이미 가족이 정한 정혼자까지 있는 남자. 물과 기름처럼 뚜렷하게 갈린 두 사람 사이에 칸막이마저 있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알면서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하게 될까. 상대를 당장 확인하고 갖고 싶다는 열망의 끝은 섹스.

도무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가족에 대한 분노, 주위의 질책 어린 시선과 노골적인 비난에 대한 반감, 첫눈에 끌려버린

상대에 대한 사랑, 젊고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탐미, 이야기의 마지막장을 이미 알고 있다는 좌절감,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기력함과 자기혐오, 자기를 잡아주지 못하는 상대에 대한 원망, 그 모든 감정이 회오리치는 섹스신들.


도대체 이건 어떤 감정인지, 서로는 어떤 의미인지조차 알 수 없어지도록 질펀하고 몽롱한 섹스의 향연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은 아프게 떠올린다. 피하고 싶었던 감각, 통증을 느끼며 상대를 바라보는 순간. 그들이 강철같이 단단하고

엄연한 현실을 피해 숨을 곳은 서로의 품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일종의 마취제나 진통제처럼, 그들은 서로의 현재를

끌어안고 남김없이 탐닉하며 가능한 '살아있는 시간'을 연장하려 발버둥쳤던 건 아닐까.


"널 만나기 전에는 고통이란 걸 몰랐어..널 간절히 원해. 널 내 곁에 두고 싶어..하지만 내겐 힘이 없어. 내겐 힘이라곤

전혀 없어! 난 죽은 거야. 너를 향한 욕망도 없어..내 몸은 사랑하지 않는 이를 원치 않아."라는 남자의 고백.


그리고, 남자를 떠나보내고 프랑스로 돌아가는 배 안에서 처음으로 울었던 그녀 역시. "모래 속의 배설물처럼 뒤섞여버린

현실 속에서, 알 수 없었던 그에 대한 사랑을 찾았다"던 그녀의 고백.


그들은 함께 있던 순간만 존재했다. 그녀의 짧은 이야기 속에, 영화 한 편 분량의 이야기 속에 그녀와 그의 인생이 전부

들어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예전에 그녀를 사랑했던, 그를 사랑했던 힘으로 버텨 살아왔을 그들. 과연 노년에 다시

만난 그는 말한다. "예전에 그녀를 사랑했었다고...그리고 그 사랑은 아직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며,

죽을때까지 그녀를 사랑할 것이라고."



* 사실 그들의 섹스는 굉장히 적극적이고 도발적이긴 하지만, 그보다도 육감적이었던 건, 그리고 그 섹스의 기원이라

여겨지는 풍경은 따로 있었다. 남자의 차를 함께 탄 여자, 그리고 짧고 설레는 문답이 띄엄띄엄 이어진 후에 가만히

접근하며 여자의 새끼손가락부터 촉감하던 남자의 다섯 손가락,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활짝 다섯

손가락을 벌려 그를 받아들이던 여자의 손놀림까지. 자칫 굉장히 유치할 수 있던 순간을 숨까지 몰아쉬며 눈 부릅뜨고

보게 만들었던 건 온전히 두 배우의 연기력이라고 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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