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인공섬 팜 쥬메이라, 두바이 시내 어디서든 그 야자수 모양의 이미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섬의

형태는 갖춰졌지만 아직 애초 구상한 시설들이 들어서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여전히 많은 부분 미완성으로 남겨두고 있지만 일단 섬 모양은 그럴듯한 야자수 모양으로 완성된 상태, 그리고

그 위에는 '아틀란티스 호텔'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인공섬 팜 쥬메이라로 들어서는 지하도로. 저 너머에 보이는 분홍색 건물이 아틀란티스 호텔이다. 두바이의

다른 호텔들이 그렇듯 이곳의 외양도 나름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려고 노력한 흔적이 십분 엿보이는 건물이다.

내부에도 꽤나 볼 만한 게 많다고 해서, 바다 밑 지하도로 진입.

왕복 6차선의 지하도로.

창밖으로 언뜻 비치는 아틀란티스 호텔의 꼭대기층 모습. 저런 특이한 형태의 꼭대기층을 실제 객실로 쓴다면

꽤나 독특한 경험이지 않을까. 실제 객실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틀란티스 호텔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그 '아쿠아벤처' 공간이라고 한다. 해저로 가라앉아 잃어버린 사원

분위기가 물씬한 수족관 내에 온갖 물고기들을 우글우글 모아놓은 곳.

그곳까지 가는 길도 컨셉 자체가 바다를 형상화했다. 마치 디즈니의 '언더더씨' 기념관이라고 해도 믿으려나.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웅성 동굴같은 복도 안을 울리고 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푸르스름한 불빛.

물고기떼들이 겁도 없는 듯 상어의 지느러미를 건드리며 유유히 지나고, 배부른 상어는 고양이처럼 미묘하게

물살을 가르며 몸을 놀리고 있었다.  

거대 가오리가 진동안마기처럼 쉼없이 바닥을 두들두들 두드리고 지나가고, 이끼낀 오랜(듯한) 돌조각들은 

폐허로 변해버린 고대의 신전을 재현해 놓은 듯 디테일이 충실하다. 

자꾸 '생선'들의 사진에 액자처럼 건물벽면이 들어선다. 아님 이렇게 시선이 천장까지 가닿거나.

한면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며 원통처럼 생긴 커다란 수족관을 요모조모 구경할 수 있었다. 그새

수족관 안에 들어가 먹이도 주고, 유리창도 닦는 부지런한 다이버.

비단 우리 일행만이 아니라, 여기를 '버즈 알 아랍', '버즈 두바이(이제 버즈 칼리파로 이름이 바뀐)'과 함께

투어로 돌아보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다. 어느샌가 사람이 바글바글 수족관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런 관광객들을 후덕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호텔 직원 한 분. 분명 아랍 인구의 1/3 상당을 차지한다는 인도나

파키스탄인임에 틀림없다. 여기서부터 이 계단을 올라가는 건 호텔 투숙객만 가능하다는 안내판.

일종의 테마 파크같다. 여긴 '언더더씨'에서 인어왕이 앉았던 옥좌 같기도 하고, 그 궁궐 자체를 본딴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계속 든다. 사실은 '테마 파크'의 이미지 차용과 약간의 키치스러움, 그런 것들은 두바이

여기저기서 쉽게 느낄 수 있지 싶다. 뭔가 불모의 사막 땅에 억지로 접붙인 듯한 묘한 느낌.

팜 쥬메이라에서 돌아 나오는 길, 두바이가 품고 있는 바다는 굉장히 황량해 보였다. 우리 나라 서해도 수심이

얕고 황하로부터 토사가 유입되어 꽤나 흐린 물색을 띄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긴 더욱 심한 거다. 가뜩이나

사막인데다가 억지로 '관광 자원' 만들겠다고 바다에 무한정 토사를 부어넣어 '야자수 모양' 섬을 만들어 버린
 
거니까 주변이 온전할지 모르겠다. 아마 이런 것도 이른바 '두바이 성공신화'의 이면 아닐까.






만일 내가 홀로 존재할 수 없다면 내가 맺은 모든 관계는 거짓이다.

그것은 외로움을 달래려는 방편일 뿐, 아무 것도 아니다.





@ 알제리, 알제.
앙코르 톰 내부를 비롯, 앙코르왓 유적군 모두에 화장실은 이런 식으로 안내되어 있다. 허름한 안내판만큼 화장실도

허술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글쎄. 화장실은 꽤나 깔끔한 편이다.

앞에 관리인이 목욕탕 티켓파는 곳처럼 앉아 있고, 여자가 다가오면 왼쪽, 남자가 다가오면 오른쪽을 손짓한다.

앙코르톰 사원이란 사실 가로 3킬로, 세로 3킬로의 거대한 성곽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쪽 중심부에 늘어선

바이욘, 바푸온 등과 같은 사원과 궁전터 등이 실제 앙코르톰이 품고 있는 유적들인 거다. 마치 크메르 왕의

집약된 중앙집권 권력을 반영하듯 하나로 응축된 사원들과 궁전들, 그런 유적들이 뭔가 하나로 눈이 모이는

집약식 볼거리라면, 뗍 쁘라남이나 쁘리아 빨리라이는 슬슬 산책하며 이리저리 휘휘 둘러보기 좋은 그런

분산식 볼거리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뗍 쁘라남, 이라는 이곳은 돌로 잘 포석이 깔아진 이 길이 인상적이었다. 잔뜩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한 줄기

잘 다듬어진 돌길을 걷노라면, 가뜩이나 여행객도 드물어 호젓한 이곳은 고요한 산책로처럼 느껴진다.

물론 그 뒤편으로는 이렇게 야자수를 큰 칼로 썰어 빨대를 꼽아주는 자그마한 행상도 있다. 물이 꽉 들어찬 살풋

덜 익은 코코넛은 칼이 닿자마자 찍, 하고 물을 내뿜고 만다.

대불좌상이 놓여있는 산책로의 끝. 그 오른쪽으로는 스님들이 묵고 있는 요사채..가 있다고 한다. 불상도 최근의

것인지 색깔이 아직 싱싱한 돌멩이다.

실제로 지금 꾸려지고 있는 사원인지 감색 옷을 입은 스님이 앞에 앉은 두 사람 등목을 시켜주고 있다. 시원하게

물을 뿌려준 스님, 그리고 시원하게 사방으로 튀기는 물방울. 아니 근데 오른쪽 사람은 여자였었나...?

사람이 살고 있음이 틀림없는 집. 우리네 시골 집 툇마루와 비슷하면서도 살짝 다른 분위기.

앙코르왓 내부에서 기거하고, 수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다. 이렇게 펌프질을 해야 물이 나오는 수돗가도 있고.

거대하고 묵직하고 '케케묵은' 사원들이 가득해 보이기만 하던 앙코르왓 내부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저 봉곳한 궁둥이와 허리라인이 예술이다. 도무지 저 엉덩이로부터 흘러넘치는 마력같은 매력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함께. 무릎을 굽히고 두 팔을 쭉 펴고 엉덩이를 있는 힘껏 뒤로 빼고 경계에 들어갔다.





밤에 몇 번씩 깨어서 남은 포도 마저 먹고, 모기향도 다시 갈아줄 정도로 잠을 뒤척였다. 5시반쯤에 인나서 6시에 떠나는

투어를 준비하고 보니 일행 두 명이 슬며시 로비로 나온다. 체코인 파블로와 마르코, 처음엔 걍 몇 마디 주고받는 선에서

그치고, 이제 드디어 직접 밟을 수 있었던 사막에서의 일출을 감상하는데 집중..

사막은 생각했던만큼이나 굉장했는데 그 깨끗함이나 우아함, 그리고 순수함이랄까. 오로지 모래만으로 언덕을 이루고,

골짜기를 이루고 벌판이 되고. 게다가 그 고아하고 부드러운, 때로는 비현실적일만큼 아름답고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실루엣이라니. 아무리 보아도 성에 차지 않아, 결국 신발도 벗고 언덕에서 구르기도 하고, 전력으로 달리기도 해보고,

여태 바닷가에서도 제대로 해본 기억이 없는 모래찜질을 순식간에 해치우기도 하고. 그렇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조금씩 사막을 '익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샌드보드. 사막에서 타는 보드는 정말 그럴 듯했다. 어찌나 재미나던지, 점점 경사가 급한 곳을 찾아서는

거침없이 내달려주고, 다시 헉헉거리며 보드를 들고 올라서는 또 순식간에 훅~ 달려주고. 휘영청 만곡한 듄을

타고 달리는데 몇 번을 타도 질리지가 않을 정도..결국 내가 급경사를 타고 내려오던 중 쫄아서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보드 발걸이를 뿌셔먹고서야 어쩔 수 없이 보드에서 내렸다.

그렇게 사막과의 첫대면을 질펀하게 해주시고, 핫스프링이랑 콜드스프링, 솔트레이크-온천, 냉천, 그리고 소금호수..

라고 바꿔 말하면 되려나-를 향했다. 내가 생각했던 그런 이상적인 오아시스, 뭐랄까 손바닥만한 맑은 호수 주위를

추욱추욱 늘어진 초록빛 싱그런 야자수들이 뺑글하게 둘러싸고 있고, 야자가 툭툭 떨어지는 짙은 그늘 아래엔 왠지

파라솔이나 해먹이 매어져 있을 법한 그림과는 영 달랐다. 내가 그리던 맑고 깨끗하기 짝이 없는 그림이 워낙

만화적이란 건 알고 있었는데도 깜짝 놀랐다.


이미 넓게 펼쳐진 야자수숲 가운데쯤 엉성한 풀장 같은 게 있다. 이끼가 잔뜩 끼고 물고기도 잔뜩 사는..깊이도

무지하게 깊어 보이는 짙은 푸른색의 물. 여행을 떠나기 전 '물가를 멀리 하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다는

엄마의 얘기를 되새기며 혹시 어젯밤 꿈이 더러웠던가 잠시 상기했다. 겨우 물에 들어갈 엄두를 냈던 건, 간밤에
 
꿈을 꾼 기억이 없었던 데다가, 이미 들어가서 유유히 놀고 있는 체코 친구들한테 꿀려보이기도 싫었고, 워낙

덥기도 했으며(이미 난 피부 때깔이 달라져 있었다..8월의 이집트란..), 그렇게 깊은 데를 여태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는 자각도 한 몫했다.

다이빙, 발이 닿지 않는다. 허부적대다가 오아시스의 가장자리를 테두리지어둔 바위에 겨우 의지하고, 다시 다이빙.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물에 대한 공포가 많이 사그라들었다. 도무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시퍼런 물의

심연이나 문득문득 팔다리에 스치는 이끼의 매끈하고 섬뜩한 느낌도 조금은 익숙해졌다 싶어서, 살짝살짝 수영해

나가는 거리를 높여가다가 결국 오아시스 횡단 성공. 힘이 빠져 중간에 퍼뜩 죽음을 떠올리기도 하였으나, 그래도

신났다. 파블로와 마르코가 사륜구동 차위에 올라 오아시스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보고 불끈, 나도 버둥버둥 차에

기어오르긴 했으나...차마 뛸 용기는 안 생겨서 패스. 사진만 찍어달라고 하고는 쪼르르 내려와버렸다.

그렇게 두어시간 놀다가 점심먹고 걸어간 곳이 소금호수. 팬티를 콜드스프링에서 벗어놓고 말린 참이라 바지를

입고 들어갈 수 밖에 없었지만, 바닥에 잔뜩 형성된 소금결정들이 가시처럼 온통 꽂히고 박히는 통에 차라리 

바지차림이 나았던 듯 하다. 절로 몸이 둥둥 뜨는 게 물장구치려는 몸짓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곳의

물이 피부에 좋다는 이야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세수도 하고 몸도 여러차례 앞뒤로 뒤집어 주고. 

핫스프링은 그냥, 온천물같았다. 거기서조차 이끼가 잔뜩 끼고 하도 더러워보여서 발만 좀 담가보고 세수 한번

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콜드스프링에 가서, 소금 가시들이 잔뜩 박혀있는 바지도 빨 겸 열심히 놀다가

호텔로 돌아와 휴식. 밤에는 사막에서 자며 별을 보기로 했는지라, 좀 자두는 만치 오늘밤 사막에서 별을 더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다시 출발해서 템플 오브 오라클, 아문,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의 연못까지. 생각보다 좀 다 별로였다. 아무래도

문명 세계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인지라 붕괴되기 전의 유적들도 좀 급이 낮은 것들 아니었을까. 클레오파트라의

연못은 잠깐 클레오파트라가 쉬었다 갔다던가...뭐 그래서 붙은 이름이라니 말 다했다. 그치만 역시 사막에서 

듄에 올라 바라본 석양이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다.  

사막에서 언덕을 오르내리고 초승달처럼 잔뜩 휘어진 언덕 아래 자리를 깔고 생선이랑 빵, 밥이랑 해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하늘, 그리고 그보다 빠르게 날아와 박히는 별, 별, 별들. 그렇게

많은 별들은 여태 본 적이 없었다. 은하수란 게 저토록 선명하리라곤. 우윳길, 혹은 젖길이라고 불리웠다던

과거의 이름이 왜 붙게 되었는지 실감했을 정도로, 그렇게 이쁜 줄은 몰랐다. 안내인 알리와 압둘라를 비롯한

우리 일행들은 한국어, 체코어와 아랍어 등 저마다의 언어로 말하다가 영어로 말하다가.

별구경하며 사막의 밤을 보내면 은근히 엄습하리라 예상했던 괜시리 센치한 고민 따위로 다운될 여지조차 없었다.

완벽한 항복. 완전한 충일감. 쉼없이 떨어져내리는 별똥별 역시, 넌 떨어져라 난 즐길란다. 딱히 빌 소원조차 없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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