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120미터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그곳에서 올려다본 안나푸르나 산봉우리를 비롯한 히말라야의 산줄기들은,

 

하얀 색과 검은 색이 어우러졌을 때 도달할 수 있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었다.

  

w/ Pentax K-5, 15mm limited lens

 

 

 

 

 

 

안나푸르나 푼힐&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6일차 새벽, 단언컨대 지상 최대의 스펙타클한 장면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절대 뒤쳐지지 않을 안나푸르나의 일출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전날 오후부터 온통 구름밭 속을 거닐던 듯한 베이스캠프 바깥 풍경이 나름 또렷하니 현실감을 얻은 새벽. 

 

밤새 추위에 뒤척거리다가 사람들이 술렁거리는 소리에 문득 창밖을 보니 희뿌연 불빛이 새어나오는 게 새벽인 거다.

 

침낭과 담요를 그대로 뒤집어 쓴 채로 카메라 쥐고 밖으로 뛰쳐나오자마자 맞이한 안나푸르나와의 첫 대면.

 

 

잠깐 사이에도 세상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고 수묵화로 그린 듯한 하얗고 검은 안나푸르나 산등성 아래로도 풍경이 살아나는 중이다.

 

 

 4,200여미터 고지의 베이스캠프에서 올려다보는 7-8천미터 높이의 히말라야 영봉들, 두텁던 구름이 사방으로 찢기고 난리판이다.

 

 산골짜기를 따라 흘러내리던 만년설들, 빙하들, 그것들이 산비탈에 그어낸 깊고 굵은 주름살들. 사실 겨울에는

 

이곳 ABC에서 MBC까지 내려가는 길 한켠으로 온통 빙하가 꽁꽁 얼어붙어있을 정도라고 한다.

 

안나푸르나 쪽으로 좀더 올라가 내려다본 베이스 캠프. 그 너머로 보이는 건 물고기 꼬리모양으로 삐쭉한 마차푸챠레 봉우리.

 

 

 거대한 빙벽이나 댐처럼 버티고 선 히말라야 산맥, 얼룩덜룩한 만년설의 흔적이 흡사 호랑이의 얼룩무늬같기도 하다.

 

 

 이곳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안나푸르나 사우스, 안나푸르나 1 봉우리로 가는 길은 달리 없다고 한다.

 

그저 이 거칠고 황량해 보이는 곳 가운데를 조심스레 즈려밟으며 그나마 길 비슷한 것을 만들며 앞사람을 따르는 것 뿐.

 

그리고, 동쪽 하늘에서 드디어 샛노랗게 불빛이 일기 시작했다. 산봉우리들과 맞붙은 구름들이 조금씩 타오르는 하늘.

 

 안나푸르나 쪽도 마찬가지. 봉우리에 노랗게 불빛이 쟁여지더니 조금씩 형체를 갖추어 맺히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번져오르는 불길을 피해 사방으로 아우성치며 쏟아져나오는 짙고 하얀 구름. 빙하가 흐르던 길을 구름이 흐른다.

 

 그리고, 끝내 안나푸르나 봉우리 위에 맺힌 불길은 구름을 흩어냈다. 화이트 앤 블랙의 투톤에 더해진 황금빛 햇살.

 

 

기를 쓰고 내달린 구름이 다시 밑에서부터 서서히 잠식하며 차오르기 시작했다. 빙하가 긁어낸 흔적이 잠기고, 베이스 캠프

 

아랫동네가 잠겼으며, 이제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의 턱밑까지 다시 차올랐다. 

 

 

 그리고, 어느 새 등뒤의 풍경을 온통 감춰버린 짙은 회색의 장막. 그러고보니 함께 흥분해서 셔터를 누르던 사람들도

 

추위를 못 견뎠는지 대부분 흩어져 사라지고 말았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의 숙소로 돌아가 전날밤 주문해둔 아침부터 든든히 챙겨먹을 시간, 6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해발 2,590미터의 타다파니, 롯지들이 몇채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집집마다 티벳 불교도임을 알리는 깃대가 섰다.

 

 새로운 메뉴에 도전, 치즈를 얹은 볶음면. 고수도 들어가고 몇가지 향신료가 독특했지만 전반적으로 좀 질척하고 양도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오늘 새벽 4시반부터 걸은 코스는, 고레파니에서 왼쪽위의 푼힐, 다시 고레파니로 가서 데우랄리에서 벤탄티, 타다파니까지.

 

점심을 먹고 나면 출레, 구르정을 지나 촘롱까지 가기로 했다. 그러고 나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계속 오르막길.

 

 

 

점심을 먹고 계속 가는 길, 점점 구름이 짙어지는 것이 심상치 않은 날씨다 싶더니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어느 아저씨는 물소고기를 손질하느라 휘어진 모양의 네팔 전통칼을 능란하게 휘두르고 계시고.

 

롯지 앞을 장식한 염소의 뿔.

 

그리고 한사람이 겨우 지나는 오솔길을 턱하니 온몸으로 막고 선 물소 녀석. 네팔을 떠나기 전 네녀석 고기를 맛보고 싶었는데 아쉽.

 

 

잠시 쉬었다 가는 길. 물소가 지났던 길에는 거머리를 조심하라더니, 여기서 잠시 쉬다가 순식간에 거머리의 습격으로 피를 빨리고.

 

 

 

그리고 여기서 쉬던 참에는 우연찮게 며칠째 같이 걷고 있는 스페인 친구가 또 거머리에 당해버렸다. 어찌나 피를 많이 빨던지.

 

 

그리고 촘롱까지 가는 길, 더이상 억수같이 붓는 비를 견디지 못하고 카메라를 가방 속에 넣어버리는 바람에 더이상 사진은 없고,

 

그저 우비를 입고 가방에도 비막이를 씌우고 물을 뚝뚝 흘리며 물에 빠진 생쥐처럼 몇시간을 더 걸었다는 것만.

 

대략 오전 4시반부터 오후 6시까지 걸었으니까..13시간 이상 걸은 셈이다. 그리고 촘롱에서 도착직후 쓰러져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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