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무래도 나이트 사파리를 꼽아야 할 것 같다.

 

세계 최초로 야간에 개장하는 동물원으로, 저녁 7시부터 개장해서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돌거나 트레일 코스를 걸어서 구경할 수 있다.

 

싱가포르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도심내 선택 시티나 싱가포르 플라이어에서 티켓을 포함한 왕복 버스편을 사는 게 나은 듯.

 

 

 7시부터 동물원 입구에서는 싱가포르 원주민들의 전통춤과 불쇼를 보여주고 있었다. 관객을 끌어내어 불쇼를 막 시키기도 하고.

 

대략 130여종의 야행성 동물들이 천여마리 득시글거리는 사파리 코스, 트램을 먼저 타고 한바퀴 돌아본 후에 다시 걸어서

 

한바퀴 돌아보는 게 좋은 거 같다. 트램과 도보 코스가 각기 다른 구역을 섭렵하기 때문에, 사자 포효소리를 듣고 싶다거나

 

좀더 가까운 곳에서 치타와 표범, 하이에나들을 보고 싶다면 꼭 다시 한번 걸어볼 가치가 있다.

 

 

 아래 사진들은 대개 굉장히 흔들렸는데, 트램 위에서 찍지 않고 걷다가 멈춰서 찍은 거라 해도 빛이 너무 부족해서

 

눈에 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저 불빛들도 달빛과 같은 성질로 동물들에게 최대한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거라고 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서 카메라는 거의 유명무실한 조건.

 

 

 여느 동물원들의 공간들과는 달리 최대한 날것의 생태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도 좋았고, 동물들이 사람들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안배하고 있는 것이 역력한 모습들도 좋았다.

 

 코뿔소를 밤에 보니까 왜 그렇게 무시무시하던지. 하마도 그렇고.

 

 

 

 트램으로 지나는 코스 바로 옆으로는 커다란 개미핥기라거나 온갖 종류의 사슴들이 어슬렁거리며 지나고 있었다.

 

 

 트레일 코스 중에는 커다란 그물망이 쳐진 공간 내에서 이런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걸 볼 수 있도록 해두기도 했고,

 

날다람쥐들이 날아다니도록 풀어두기도 했고. 신기한 동물들, 밤에 보니 더욱 더 신기했던 모습들.

 

 

 이녀석의 팽팽한 근육질 몸뚱이, 근육과 함께 실룩거리던 얼룩무늬들에 매료되어 한참 보고 있었는데

 

이 꼬맹이 녀석도 나랑 같은 느낌이었는지 꼬리를 말고는 어디선가 슬몃 다가와 엉겨붙었다.

 

 그리고 곰.

 

선택시티나 플라이어에서 바로 사파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

 

 

 

 

 

호스텔에 물었다. 류블랴나 구시가에서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을 가장 제대로 하는 데가 어디니. 그렇게 찾아갔던 곳.

 

그리고 그곳에 찾아가 다시 물었다. 니들이 가장 자신있는 슬로베니아 전통음식은 뭐니. 그렇게 맛보게 된 음식.

 

 

Game Plate, 체리 소스를 얹은 사슴고기, 버섯 소스를 곁들인 숫사슴 스테이크, 그리고 후추를 친 야생돼지고기.(19.5유로)

 

사실 일종의 샘플러 메뉴에 가깝지만, 그래도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는 데서 만족했다. 이전에는 류블랴나 성 근처의

 

숲에서 사슴이니 야생돼지를 잡아서 이렇게 조리해 먹었다는 설명 역시 그럴 듯 했다.

 

그리고 하우스 스페셜티. 크로아티아나 슬로베니아 모두 라키야라는 과실 증류주를 전통적으로 마셨다고 하는데,

 

대략 30도에서 40도를 넘나드는 독주에 향은 그다지 달콤하진 않지만 목넘김이 굉장히 좋은 술이다. 400ml, 4.9유로.

 

 

레스토랑 풍경.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를 떠나기 전에 한번 더 찾아가 음식을 먹겠다고 생각했는데 비를 쫄딱 맞는 바람에

 

이것저것 계획이 많이 틀어져 두번째 방문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아쉽게도.

 

그리고 다른 날 아침 일찍, 피자 전문점 같은 곳에 찾아가 샐러드를 한 접시 주문하고 맥주를 주문했더니 이렇게 푸짐한 샐러드보울이.

 

샐러드를 한참 먹고 또 먹고 배부르도록 먹고 있는데 이제 슬슬 화덕엔 불이 들어가서 달궈지기 시작했다.

 

슬로베니아 어디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던, 슬로베니아에서 제일 대중적이라는 맥주 중 하나.

 

 

10월 8일, 서울 세관본부 건물 앞 대형스크린에 생경한 포스터가 하나 반짝거리고 있었다. "안아주기할까요?" 안아주기는

뭔지. 무슨 행사인지 몰라도 관세청의 마스코트인 '탐마루', '탐아라', 두 마리 탐지견 인형이 입구를 지키고 선 걸로 보아

꽤나 크고 의미있는 행사인 듯 하다.


"안아주기". 더이상 쓰지 않는 경과 시계 등을 모아서 시아, 아프리카에 보내주기 운동의 약자란다. 그 안에 숨겨진

뜻도 뜻이지만, 그걸 저렇게 절묘하게 줄여서 표현했다는 것도 대단하지 싶다. 시력이 맞지 않거나 유행이 지나버리고 조금

낡아서 어딘가에서 하릴없이 뒹굴고 있던 안경과 시계를 모으는 것과 동시에, 상표권 침해로 폐기될 예정이던 '짝퉁 의류'를

모아서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 특히 이번엔 방글라데시 국민들에게 전달하게 된다고 한다.

이번 행사로 수혜를 받게 될 방글라데시가 어떠한 나라인지, 한국과는 어떤 관계인지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수십점

걸려 있었고, 그 한켠으로는 명품 가방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짝퉁 밀수품이 어떻게 제조되어 한국으로 들어오는지

최근에 있었던 밀수 시도 사건들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도 함께였지만 시선은 계속 가방들에 꽂혀 있었다. 얼핏 보기엔

마무리도 깔끔해 보이고 진품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저 상품들이 전부 짝퉁이라니.

 


그리고 그 옆으론 온갖 종류의 밀수품들. 탄피로 만들어진 장난감에 일본도에 총에, 발기부전제니 비만치료제,

마약 같은 온갖 이상한 약품류와 뱀술에 전갈가루, 호랑이가죽 같은 것들까지 신기한 것들이 잔뜩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아이템 두 개. '식품사용불가'란 설명이 붙어있는, 마치 조그만 가죽주머니 두개를

매달고 있는 대나무 꼬챙이처럼 바싹 말라붙은 사슴의 생식기랑 '조선'에서 나온 네오비아그라란 약품. 조선말과

러시아어와 중국어와 영어, 무려 4개국어로 그 효능이 광고되고 있던 이 '네오비아그라'.

세관에서 근무했던 선배들이 사재를 털어 마련했다는 팔각정이 시원하게 앉아잇는 서울세관 청사내 정원 앞에서

기증식이 열렸다. 관세청장과 서울본부세관장,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와 명예세관원으로 위촉된 연예인 정보석이

함께 내빈석이 앉아 진행된 기증식에서 방글라데시 대사는 감사패를 빌어 한국 국민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오늘 방글라데시에 전달될 물품들은 총 3천점에 가까운 안경, 의류, 시계들로써, '짝퉁' 의류들에는 연단 옆에 전시된

옷에 그려져있는 태극무늬가 색칠되어 전달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안경의 경우에는 케이스에 내외빈과 참가한

학생들이 메시지를 적거나 그림을 그려 전달하게 된다고 하니, 그렇게 사람들의 손을 타고 정을 머금은 물품들이

방글라데시에 전달되면 양국의 국민들은 서로를 한층 가깝고 친밀하게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학생들은 인근의 언북중학교나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희망한 학생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봉사란 게

하나의 스펙처럼 여겨지는 시대지만, 그래도 이처럼 봉사의 의미가 뚜렷하고 그 수혜대상이 분명한 봉사라는 건

많이 할수록 좋을 거라는 생각이다. 안경케이스마다 차곡차곡 학생들의 메시지가 담겨가고, 점점 솜씨가 늘어가는

학생들은 급기야 색색깔로 글씨를 꾸미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시계, 국내에 유일하게 있다는 동서울대학교 시계학과에서 봉사하러 온 십여명의 학생들은 중고시계를

수리하고 세척하는 작업을 맡아 정말 쉴 틈없이 일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끔하게 수리되고 깨끗하게 세척된

시계들이 열지어 테이블 위에서 햇볕을 나른하게 쬐게 있노라면 어디선가 중고등학생 동생들이 나타나 이쁜

종이 케이스에 새것처럼 조심스럽게 잘 말아서 포장작업을 하는 거다.

물론 이렇게 바삐 움직이는 봉사학생들의 손놀림이 어느 순간 흔들리거나 멈칫하는 순간이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인기를 몰고 다니던 일일명예세관원 정보석. 그의 등장과 함께 학생들은 주위를 포위한 채 사방에서 카메라폰을

꺼내들었댔다. 그 뒤에서 약간은 섭섭한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관세청장과 서울본부세관장이 보인다.


내빈들도 직접 '짝퉁' 의류에 태극마크를 그려넣는 작업을 해보았다. 실크스크린으로 미리 속이 비어있는 태극무늬를

옷에 그려넣고, 빨간 물감과 파란 물감으로 태극 마크를 그리는 게 정석이다. 팔에 토시를 끼고 관세청장과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는 무척이나 꼼꼼하게 색칠을 해서 이쁜 태극 마크를 완성해 냈다.


자랑스럽게 본인들이 새롭게 만들어낸 '메이드 인 코리아' 의류를 들고 포즈를 취한 내빈, 그리고 마치 자기들의

삼촌이나 좀 나이든 오빠라도 되는 양 스스럼없이 구는 아이들 틈에서 살짝 빠져나온 일일세관원 정보석과 함께

다시 한번 포즈를 취한 내빈들.


그런데, 잘 생기긴 잘 생겼다. 키도 꽤나 크고 피부도 좋고, 뭔가 일반인 틈에 섞여 있어도 역시 연예인이라 다르긴

다르구나, 라는 느낌이랄까. "멋진 생각! 멋진 나눔! 서울세관본부 화이팅!"이라 적힌 사인을 들고 기념촬영중인

정보석, 이번 행사가 자칫하면 쓰레기로 버려질뻔한 천여점의 의류와 천여점의 안경테, 시계를 되살려 좋은 데

쓰인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개념 연예인 맞습니다.

내빈들, 어른들의 작품이 참 모범적이고 단정한 태극 마크였다면 아이들은 조금씩 톡톡 튀는 개성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태극 마크에 더해 주변에 물감으로 풍경이나 사물을 그려넣기도 하고,

조금은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를 더하는가 하면, 마치 현대 미술처럼 난해하기 짝이 없는 물감 떡칠을

통해 본인들의 예술 욕구랄까 표현 욕구를 마음껏 불사르고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이 학생들의 심오하고 깊은

예술 세계를 이해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아주 잠깐 들었다가 사라졌다.

서울본부세관 지하에는 몰수화물들을 보관해두는 압수창고가 있다. 두껍고 단단해 보이는 철문 너머에는 온통,

정말이지 온통 짝퉁 명품 가방과 의류 등속이 가득 보관되어 있었다. 심지어 아무 생각없이 밟고 있던 바닥에 깔린

게 모 명품 브랜드 짝퉁 가방을 만드는 원단 가죽이었다는 걸 나중에 깨닫고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이건 거의,

구찌 벽지를 바르고 루이뷔똥 카펫을 깔고는 샤넬 가방으로 쓰레기봉투를 삼아도 될 수준이었으니.


이런 식이었단 얘기다. 저렇게 우글우글 모여 있으니 아무리 외양이 그럴 듯하고 세련되어 보인다고 해도, 그게

진품이거나 짝퉁이거나 간에, 굉장히 '없.어.보.인.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파는 싸구려 아이템들도 저렇게까지

우글우글 깔려있지는 않은데, 각 종류별로 색깔별로 열맞춰 놓여있는 저것들을 보니깐 참. 허영이었구나 싶다.


이렇게 발가벗겨진 가방도 있었다. 아마도 내장재가 어떻게 쓰였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삼아

분석대상이 된 게 아닐까 싶었는데, 반질하고 잘 여문 가죽으로 휘감겨 있던 외장과는 달리 칼질이 죽죽 그어져 속의

벌건 내피가 드러난 모습을 보니까 왠지 가련해 보이기까지 한다. 저런 것들도 아이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예술혼을

펼치도록 해서 저개발국가나 국내에서라도 쓰임을 찾을 수는 없을까 안타깝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랬다고, 그들이 진품인양 한 것은 미워해도 가방으로서의 쓰임 자체를 미워해선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관세청이 참 좋은 일 하고 있구나 싶다. 저런 밀수품이나 짝퉁 상품들을 많이 잡아내야 또 그것들이 필요한

곳으로 잘 전달되어 좋은 방향으로 쓰일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도 더욱 많이 잡아내고 더욱 많이 좋은 일들을

하는 관세청이 되었으면 좋겠다. 굳이 거창하게 몇백억씩 돈을 내고 '사회환원'이네 '사회적책임'이네 '국격'이네

어려운 단어를 섞을 필요도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시가 일억원 상당의 물품이 쓰레기가 되는 걸 막고 필요한

곳으로 가서 잘 쓰이게 된 셈이다.



* 본 포스팅은 관세청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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