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이상저온현상을 보이면서 강원도 동쪽산간지역은 냉해 피해까지 입고 있다하고,

제주도로 떠야 하는 출장 비행기는 해무와 기상악화로 인해 수십분씩 딜레이되고 심지어는

캔슬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우울해하면서도. 지난 주말 부평문화거리에서 만났던 꼬맹이들의

물장난은 그저 시원해보이기만 하는 거다.

한걸음씩 멈칫거리며 내뿜는 물길로 다가서더니 어느순간 흠뻑 젖어버리고는 까르르 웃으며

이내 텀벙, 쏘아올려지는 물줄기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던 꼬마 아가씨가 너무 이뻤다.

한참을 바라보던 나도 나지만, 저렇게나 젖고도 한참을 질리지도 않고 뛰놀던 꼬마 아가씨도

대단하달까. 그러던 와중에 가장 인상적이던 포즈는, 저 물줄기를 막고 잡고 꺽고 희롱하던

그녀가 불쑥 물줄기와 껴안으려 시도하던 순간.

물줄기는 (당연히도) 그녀의 가느다란 두 팔을 휘감아 넘고는 산산이 부서진 채 지상으로

낙하하고 말았지만, 그녀는 그런 허망한 허깅이 꽤나 맘에 들었던 모양인 듯 몇 번이고

거푸 시도하며 가망없는 구애를 하고 있었다.


@ 부평, 문화의 거리.

작년 이맘때 갔던 제주도,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성인용 조각공원에서 발견했던 조각들은 온통

남자와 여자의 몸 일부만을 소재로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반짝거렸었다. 꼭 그만큼

그 공원 내의 화장실도 재기발랄함이 가득했는데, 남자용 화장실 유리문에 그려진 남자가

여느 파란색 인물이 다소곳하고 밋밋하게 선 것과는 달리 실감나는 포즈와 물줄기를 그리고

서있던 거다. 그리고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뽀인트는 바로 저 손잡이.

여자쪽은 어떠냐 하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실 빨간색 여자가 남자와 똑같이

두발 쩍 벌리고 선 채 '여기가 여자화장실이에요' 하는 건 좀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거다.

저렇게 실제 포즈를 잡고 물줄기까지 고래처럼 뿜어줘야, 아 여기가 여자화장실이구나

하지 않을까. 남자화장실보다 재미있는 모양, 훨씬 공들여 만든 게 분명한 손잡이는

역시나. 대박 센스.



* 참고 : (19금) 제주의 미성년자 관람불가 조각공원.




* Mother nature is calling me, 직역하면 '자연이 나를 부르고 있어' 정도가 되겠지만 보통

이 문장은 허물없는 사이에서 화장실 다녀오겠다는 의미로 새겨지게 됩니다.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이 폴더 'Number one or number two?'에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 표현 역시 우리말로 치자면

'큰 거야 아님 작은 거야?' 정도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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