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들렀던 롯지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치장되어있던 곳이어서 눈여겨 보았더니, 자매만 셋인 집이었나보다. 나름 한껏 치장하고

 

포즈를 잡은 사진들을 벽면에 잔뜩 붙여두었는데, 히말라야의 녹색 풍경 속에서 문득 현란한 색감을 마주하니 느낌이 새로웠다.

 

이제는 마차푸챠레 봉우리도 등지고 안나푸르나도 등지고, 정말 산에서 내려간다는 실감이 팡팡 나는 내리막길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일곱시 반부터 출발해서 조금 걷지 않아 무릎이 절룩거리길래, 중간에 어느 마을에서 잠시 쉬려던 참.

 

꼬맹이들 둘이서 끈을 잡고 앞뒤로 살살 흔들어대는 뭔가가 흥미를 잔뜩 돋궜다. 뭘까.

 

따뜻한 담요로 꽁꽁 싸매어진 그것은 바로 갓난아이가 담긴 포대기. 눈까지 푹 내리씌운 자줏빛 모자가 귀엽다.

 

저런 식의 한글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는 건, 요새 히말라야 트레킹을 오는 한국인이 많다는 반증이겠다.

 

이제 햇살도 다시 완연히 뜨거워졌고, 왠지 초록빛들도 훨씬 더 싱싱해진 느낌. 멀리 새하얀 봉우리가 꿈만 같다.

 

 

 

시누와 아랫마을부터는 물소도 보이고, 당나귀도 짐을 싣고 다니고. 시누와가 그 마지노선이라고 했었다.

 

내리막이라고 마냥 내리막길만 있는 건 아니다. 꼬맹이들도 애기를 업고 이렇게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기도 하고.

 

 

그리고 트레킹 길을 관통하며 세워진 '굉장히 큰' 상점. 거의 히말라야 최대의 대형마트 수준인 거다 이정도면.

 

술도 팔고 담배도 팔고 과자와 물과 등산화와 스틱, 수건에 필름, 건전지, 약품류까지. 없는 거 빼놓고 없는 게 없는 상점.

 

 

 

그리고 촘롱에 도착해서 일단 맥주부터 한잔. 아침 6시반부터 열심히 오르내리막, 전반적으로는 내리막길을 걸었더니 몇시간

 

걷지 않아 땀이 흠뻑 나버렸다. 아무래도 아래로 내려올수록 기온이 확 올라가는 게 체감될 정도로, 가파르게 하강 중인 거다.

 

맑은 날에는 촘롱에서 안나푸르나 사우스 봉우리와 마차푸챠레 봉우리가 보인다더니, 정말 선명하게 두개 봉우리가 보인다.

 

새하얗게 반짝이는 만년설로 덮인 날카롭고 위태로와 보이는 두개의 봉우리.

 

다리가 아파 더이상 못걷겠다는 어떤 트레커는 이제부터 말을 타고 내려가기로 하고 백마를 호출했다.

 

 

잠시 쉬고는 다시 출발, 닭들을 쫓으며 노는 아이를 지나기도 하고.

 

노랗고 빨간 무늬의 수건이 높은 바람에 펄럭이는 제법 '대문'이란 것도 갖춰놓은 집을 지나기도 하고.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마차푸차레를 바싹 당겨 관찰해보기도 하고.

 

푼힐 전망대쪽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도착해서는 반대쪽 길로.

 

 

층층이 그 육중한 무게감과 부피감을 과시하는 산의 옆구리들. 그리고 그 모든 굵직한 주름들 너머로

 

짙고 두터운 하얀 구름을 피워올리며 홀로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안나푸르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히말라야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한 일출을 보고, 조금더 안나푸르나 쪽으로 걸어보기도 하면서

 

훌쩍 지나버린 아침시간. 이 풍경들을 이곳에 놓고 와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워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길이다치면 빈틈없이 내 옆에서 길을 안내해주고 여기는 어디, 저기는 어디, 안내해주던 훌륭한 가이드 커멀.

 

그를 먼저 내려보내고는 거의 한걸음에 한 장씩, 이 멋진 광경을 꼭꼭 새겨두리라 다짐하며 셔터를 눌렀다.

 

 

 

 

 

 

같은 듯 다른 사진들. 뭐하나 차마 버릴 수가 없던 디테일들.

 

그렇게 겨우 숙소까지 도착해서는 지난 밤 덜덜 떨며 비몽사몽간에 홀로 지새운 휑뎅그레한 삼인실 방을 정리하고는 하산 시작.

 

그새 구름을 잔뜩 뿜어낸 안나푸르나. 구름이 어디선가 흘러와서 덮는 게 아니라 산 스스로가 만들어내어 덮는 느낌이다.

 

 

어제에 비해 훨씬 맑아진 하산길의 시계.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길 위로 강렬한 햇살이 빗겨들었다.

 

이제는 안나푸르나를 등지고, 마차푸차레를 바라보며 가는 길이다. 물고기 꼬리처럼 생긴 마차푸차레 봉우리가 선연하다.

 

몰랐는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게이트의 뒷면에는 이런 따뜻한 인사말이 적혀있었다.

 

 

 

그새 풍성해진 구름 틈새로 안나푸르나 사우스 봉우리가 손을 흔들어주는 듯 하다. 마치 오랜 친구를 떠나듯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마차푸챠레 베이스캠프로 내려가는 길. 전날 오후에 짙은 안개 혹은 구름 속을 헤치며 왔을 때는 몰랐던 풍경이다.

 

 

회색빛 강을 따라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걸어가기를 두시간이 채 안되었을 즈음, 마차푸챠레 베이스캠프를 지나고 데우랄리를

 

지나고, 어느덧 4,120여미터의 고도에서 3,000미터 어간으로, 다시 2,600미터 어간의 도반까지 내려왔다.

 

달밧으로 점심을 먹고, 따뜻하게 몸을 덥히고 다리를 좀 주물러주다가 다시 출발.

 

사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다리에 문제가 있었다. 두개의 스틱을 잘 써서 거의 네발짐승처럼

 

빠르고 안전하게 산을 오르긴 했지만, 하루 열시간을 넘나드는 오르내리막의 산길을 6일째 쉼없이 걷다보니 아마도 무리했던 거다.

 

왼쪽 무릎과 오른쪽 무릎이 서로 통증을 호소하며 자기가 더 아프다고 경쟁하더니, 왼쪽 무릎으로 모든 통증이 옮겨가는 걸로

 

정리가 되어서는 발을 내리딛을 때 거의 도가니가 찢겨가는 듯한 아픔이 있었다. 절룩거리며 왼발을 제외한 세 다리로 하산 재개.

 

그래서, 해발 4,120미터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해발 2,360미터의 시누와까지 내려오기까지는 카메라도 가방 안에 넣고

 

무사히 내려오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특히 점심 먹고 이후의 코스가 꽤나 가파르고 험한 돌밭이어서 조심조심.

 

그래도 무릎에 맨소래담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네팔 현지 연고를 바르고 손수건을 압박붕대삼아 칭칭 감고 걸으니 좀 괜찮은 듯 하여

 

여지없이 열시간 가까이 걷는 하루를 이어갔다. 저녁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이에 시누와 동네 사진 한장. 트레킹코스를 따라

 

길게 형성된 롯지들의 군집. 그게 시누와를 포함한 다른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마을들이 생겨나고 커지는 방식인 듯 싶다.

 

 

저녁은, 두둥. 어느 롯지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Noodle' 메뉴 중의 하나, 'Korean shin lamen noodle'. 심지어 한글로 '신라면'이라

 

적혀있기도 하길래, 대체 맛이 어떠려나 궁금해서 한번 먹어보았는데, 면발이 꼬들꼬들하고 한국보다 더 매콤하니 맛있었다.

 

다리가 아프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등산길보다 하산길은 훨씬 빠르게 주파하는 중이다.

 

올라올 때는 근 이틀이 소요되었던 구간을 하루만에 내려와버린 셈이니. 다리가 안 아팠다면 훨씬 빨리 내려올 수 있었을 듯.

 

 

 

해발 4,130미터. 이 표지를 보고 나자 생각보다 훨씬 감개무량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를 오려고 여태 걸었구나, 싶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높이까지 걸어올라와 보았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질리도록 걷고 싶었는데 그야말로 5일간 징하게 걸어서 도착한 곳.

 

 

그리고 짙은 안개속에서 헤엄치듯 조금 더 걸어가니 비로소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나타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예기치 않게도 산악인 고 박영석의 기념패. 2011년에 안나푸르나 등정을 왔다가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크고 황량하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시즌이 아니라 더욱 사람이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앞서 걷던 미국 친구 하나는 벌써 다이닝룸에 누워서는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길래, 슬쩍 도촬. 훌륭한 풍경이다.

 

그리고 한쪽에는 새로 롯지를 짓고 있는 공사판이 있고, 그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을 위한 텐트가 짙은 구름 속에 숨어있다.

 

새로 지어지는 롯지에 들어갈 침대들. 그러고 보니 트레킹 중에 내가 누웠던 침대는 모두 저렇게 생겼던 거 같다.

 

멀찍이 흐릿하게 보이는 탑 같은 형체가 삐죽 솟았길래 슬쩍 가봤다.

 

가는 길에는 온통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사진과 글귀가 가득했고.

 

 

탑 역시도 티벳 불교식의 깃발을 온통 휘감고서는 안나푸르나를 바라보고 향했던 사람들을 품었다.

 

 

 

비교적 최근에 늘어뜨린 것처럼 보이는 선명한 빛깔의 깃발은 '부처의 눈' 그림을 새긴 채 산아래를 굽어보는 중.

 

4,130미터 고도의 이곳에서도 공사판은 별다를 거 없다. 물론 건축용 부자재들은 하나씩 전부 사람이 이고지고 날라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면 있겠지만, 그렇게 날라온 문짝과 유리와 나무판넬들을 가지고 건물을 세우는 건 기술자들의 몫.

 

이렇게 촘촘한 발받침을 갖고 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도 할 테고. 저렇게 간격이 좁으면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괜한 걱정.

 

여기까지 무사히 트레커들을 인도해서 끌고 온 가이드와 포터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이야기에 열중이다.

 

모두들 추위를 막기위해 오리털 파카에 네팔 전통의 양털 모자를 썼다.

 

그리고 이미 이 곳 다이닝룸에 자리를 잡은 한 트레커는 침낭 안에 들어간 채 꽁꽁 옷을 싸매고 모자까지 쓴 채 독서삼매경.

 

아침마다 향을 새롭게 갈아 피울 텐데, 저렇게 나무벽에 찰싹 붙여서 태우면 위험하지 않으려나 걱정스럽기도 하고.

 

애초 제대로 씻을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고양이세수라도 하려고 화장실을 찾았더니 주인 아저씨가 양동이를 내준다.

 

여기는 물도 귀하다면서 저 양동이에 달린 수도꼭지를 틀고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하라는 것. 대충 씻고 치웠다.

 

 

그리고, 짙은 안개를 뚫고 불현듯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나타났다. 그야말로 두둥실, 구름 사이에서 삐쭉 고객만 내밀었다.

 

근데 이토록 가까이 다가섰을 줄이야. 거의 코앞이잖아 싶을 정도로 눈앞을 압도하는 위용과 그 디테일.

 

이내 짙은 구름 속으로 다시 숨어버렸고, 한참을 바라보아도 좀체 다시 나타날 기미가 없더니,

 

해가 거의 떨어지기 직전 다시 한번 슬쩍 안부인사를 건넸다. 굳 나잇. 내일 새벽에 봅시다.

 

 

촘롱, 해발 2,170미터까지 내려온 셈이지만 이제부터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는 죽 올라가는 한 길이다.

 

제법 큰 이 마을에서 당분간은 누릴 수 없을 따뜻한 물 샤워를 즐기고 떠나기 전, 새벽 댓바람부터 안나푸르나 봉우리들이 훤히 보인다.

 

안나푸르나 1, 안나푸르나 사우스, 그리고 두 갈래로 갈라진 물고기 꼬리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 마차푸챠레

 

(마차 : 물고기, 푸챠레 : 꼬리)의 봉우리가 아무런 장애물없이 훤하게 보이는 아침이다.

 

 

밤새 묵었던 촘롱의 롯지. 그래도 비에 쫄딱 젖은 옷들과 우비들은 모두 방앞의 빨랫줄에 걸어놨지만, 밤사이에 말랐을리 만무.

 

 

안나푸르나 1과 안나푸르나 사우스.

 

그리고 마차푸챠레. 슬쩍 빗겨올라치는 햇살이 뚜렷한 선을 긋는다.

 

4일차의 아침. 오늘은 촘롱에서 시누와를 거쳐 2,920미터에 있는 히말라야 캠프까지 올라가는 걸로 일정을 잡고.

 

그새 태양은 불쑥 떠올라 산봉우리들과 거의 눈높이를 맞췄다. 여전히 시꺼먼 어둠 속에 잠겨있는 산의 아랫도리.

 

창밖으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봉우리의 저 디테일한 근육들과 하얗게 반짝거리는 만년설이 빚어내는 몽환스러움.

 

 

숙소의 내 방 앞을 장식했던 티벳 불교식의 부적들.

 

 

역시나 2인룸이었지만, 이 롯지의 여남은 개 되는 방이 텅텅 빈 채였으니 혼자 넓찍하게 쓸 수 있었다.

 

 

  출발해서 몇 걸음 옮기기도 전. 아침밥 짓는 연기가 부엌의 문짝 위로 새어오르고 닭들과 염소들이 겁없이 길을 막고 서는.

 

 

온통 산악지대다 보니 바퀴 달린 도구를 쓰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 당나귀를 시키거나 아님 사람이 직접 나른다.

 

 

이렇게 자기 키를 훌쩍 넘는 짐꾸러미도 어떻게든 꾸메꾸메 엮어서 한발한발 조심스레 옮겨다니는.

 

 

커다란 협곡 위를 가로지르는 흔들다리. 굉장히 길고 출렁거리는 게 장난이 아니어서 소름이 슬쩍.

 

그나마 다리 옆 얼마전까지 썼다는 허름하고 다 부서져내린 다리를 보니 이게 훨씬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잠시 쉬어가는 참, 촘롱 위에서부터는 미네랄 워터도 팔지 않고 그냥 히말라야 산에서 내려온 물들을 끓여서 정제해서 판다고 하더니.

 

그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물값과 음식값이 비싸진다. 그래봐야 물 1리터에 400원 어간에서 1000원 어간으로 오른 셈이지만.

 

 

제법 화사하게 꾸민 집 한 채 앞뒤로 층층이 다랭이논이 가꾸어져 있고, 알록달록한 색색의 빨래가 길게 꼬리를 늘어뜨렸다.

 

 

여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저 산등성이들 사이로 요리조리 걸었던 것만 같고.

 

잠시 쉬어가는 참에 벌러덩 누워 하늘을 보니 새파란 게 옆엣 롯지의 새파란 굴뚝과 깔맞춤을 했나 싶다.

 

 

 

어느 집에서는 갓 태어난 듯한 새끼고양이가 베개 위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지만, 이미 내 몸도 힘들어서 쓰다듬어줄 생각도 못하고.

 

 

아침에 출발하고 또 네다섯시간, 점심을 먹기로 한 마을, 시누와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보니 걸음이 다시 빨라진다.

 

 

어제 촘롱까지 오는 길에 워낙 무리를 한 탓인지 오늘은 체코에서 왔다는 70대 노부부와 페이스를 맞춰 걷던 참이었다.

 

78살의 할아버지와 77살의 할머니. 오르막이건 내리막이건 평지건, 한결같은 페이스와 보폭으로 걸어가시는 게 뭔가

 

인생의 연륜이 묻어있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드는 두 분. 그래서 결국 무턱대고 달리는 젊은이들보다 빨리 도착하던.

 

할튼, 해발 2,360미터 시누와에 도착. 점심시간이다.

 

푼힐전망대를 내려와서 다시 고레파니의 롯지로. 어제 저녁 주문해놨던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구릉족 고유의 빵과 감자,

 

그리고 오믈렛까지 든든하게 먹고서 다시 길을 떠날 준비. 이제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코스로 넘어가야 한다.

 

 

짐싸기 전, 밤새 싸늘한 추위에 오리털 침낭안에 들어가고 그 위에 이불을 덮은 채로 머물렀던 내 방에서 보이는 안나푸르나의 설봉.

 

이른 아침의 향내가 은은한 가운데, 입구에는 어김없이 꽃 한송이가 바쳐졌다.

 

롯지의 다이닝룸, 그리고 온갖 기초적인 음료와 간식류들.

 

하트 모양이라 해야하나, 길쭉한 고추 모양이라고 해야 하나, 할튼 숙소방 열쇠들.

 

달밧과 구릉빵과 온갖 메뉴들을 주문받아 만들어내는 주방.

 

어느결엔가 차갑게 식어버린 난로. 그 위의 온갖 세탁물들과 침대 커버들이 무색하다.

 

 

다시 내 방의 창문. 2인실이었지만 아직은 비수기인 덕택에 혼자 널럴하게 다 썼다. 침대 하나는 테이블로 삼고.

 

공용 화장실. 앙상한 세면대와 샤워기, 그리고 그나마 파스텔톤의 색감이 느껴지며 다른 곳의 화장실보다 낫던 곳.

 

출발, 여기도 허수아비를 세워두는구나.

 

 

고레파니에서 동쪽으로 계속 가서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챠레의 두 봉우리 아랫목까지 걸을 생각인데, 제법 이쁜 길이 이어진다.

 

다른 트레커들의 짐을 들어주고 계시던 포터 할아버지, 나이도 꽤 지긋해 보이시는데다 슬리퍼 차림이라니 깜짝 놀랬다.

 

 

그리고 꽃밭. 온통 노랑꽃이 지천으로 피어나선 사방에서 돌비서라운드로 들리는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마구 뒤섞인다.

 

 

 

해발 3천미터 고지대에서 오르내리막하다보니 온통 안개 속이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그 중 하나의 꼭지점에서 잠시 휴식.

 

 

성수기에는 저 집에서 음료도 팔고 물도 팔고 그런다는데 지금은 그저 텅 비어있는 버려진 초막 같은 느낌.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노란 꽃들과 보라색 꽃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풍경, 그 가운데로 뻗어나가는 구불구불한 오솔길까지.

 

 

 

 

 

왜 그 등산화를 포함해서 등산용품들을 선전하는 광고에서 흔히 보이는 '히말라야 트레킹' 장면 같은 멋진 풍경들이다.

 

 

 

나무가 꺽여나간 그루터기 위, 소담한 이끼와 이파리들이 하나의 조그마한 숲을 이루었다.

 

중간에 들른 어느 마을, 하루에 20여킬로씩 걷다 보면 마을을 최소한 세네개는 지나게 되는 것 같다. 여긴 입구부터 버섯을 말리는 중.

 

잠시 차 한잔 마시며 쉬었다 갈까 하다가, 별로 힘들지 않은 길이고 걷기에 참 좋은 길이어서 그냥 계속 가기로.

 

 

 

 

중간에 만난 자그마한 폭포. 히말라야 산맥의 산들은 어찌나 물이 많은지, 사방에서 조그마한 내와 폭포가 흘러넘친다.

 

 

개울을 지나는데 깜짝, 이렇게 돌탑을 쌓아두는 건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건 줄 알았더니 아닌가보다. 납작평평한 이 동네에서

 

자주 보이는 돌들이 이런 돌탑을 쌓는데에는 굉장히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중간중간 개울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 굉장히 엉성하게 나무 두어그루를 묶어둔 것도 있고, 이렇게 제법 꼴을 갖춘 것도 있고.

 

 

 

알게 모르게 설렁설렁 올라가는 길 같기도 하고, 갈수록 점점 산이 깊어진다는 느낌은 짙어진다.

 

그리고 해발 2,870여미터의 고레파니에서 삼백여미터 아랫춤의 타다파니(해발 2,590미터)까지 도착해서 점심시간.

 

 

 

바탄티에서 점심을 먹고 고레파니까지 가는 것이 2일차 오후의 목표. 고레파니는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 중 이름난 전망대인

 

푼힐 전망대와 1시간 이내로 떨어져있는 곳이어서, 내일 아침 해뜨는 것을 푼힐에서 보려면 해발 2,874미터의 고레파니까진 가야한다.

 

으레 그렇듯 점심 메뉴를 고르고 나면 적어도 삼십여분, 노닥거리는 시간이 생기기 마련이어서 롯지 주변을 어슬렁대다가

 

새끼 고양이를 둔 고양이 부부를 발견했다. (주문후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삼십분, 길면 한시간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는)

 

어미인지 애비인지, 제 부모 꼬리가 들썩일 때마다 정신못차리고 덤벼드는 꼬꼬마 새끼 고양이.

 

여긴 그래도 제법 사방에 꽃도 피어있고 나름 정원 비스무레한 느낌을 주는 앞마당이 아늑한 편이다.

 

주인 아저씨가 돌을 일정하게 깔아둔 포석 사이의 잡풀을 뜯고 있는데 고양이 녀석은 안겨들고, 강아지는 뜯긴 풀을 씹고 있다.

 

그야말로 개풀 뜯어먹을 만큼 평화롭다 못해 나른해지는 정경.

 

메뉴는 달밧. 달밧을 시키면 저 콩으로 된 스프인 '달'과 밑반찬들, 그리고 풀풀 날리는 안남미쌀밥을 무제한 리필 요청할 수가 있다.

 

 

 

주인 아저씨가 다른 가이드들과 한담을 나누는 사이 이번엔 주인 아주머니가 풀뜯기에 나섰다. 몇분 지켜보지 못하고 아주머니한테

 

엉겨붙어 놀아달라고 애교부리는 강아지 녀석. 아주머니는 반갑게 덥썩 안아주며 요래조래 놀아주었지만.

 

 

너무 신난 나머지 정신못차리고 엉겨붙던 녀석은 급기야 아주머니한테 한대 씨게 얻어맞을 뻔 하고서는

 

잔뜩 주눅이 들어 저쪽 그늘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 가족들의 단란한 한때. 새끼고양이의 재롱에 부모 모두 차마 눈도 못 뜨고 있다.

 

 

그러다 이내, 이렇게 두 녀석이 휘영청 구부러진 몸뚱이를 찰싹 붙이고는 하트 모양으로, 게다가 제 새끼는 척, 팔로 감싸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건 오래 걸려도 먹고 잠시 쉬다가 출발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통틀어 한시간 내외정도.

 

뭐, 어차피 스케줄이나 움직이는 시간 같은 거야 전적으로 내가 알아서 하는 거니깐 내 맘대로 하면 되지만, 그래도 움직여야 할 때.

 

노랑꽃들이 흐벅지게 길 양옆에 피어났다. 원래는 봄철에 와야 산 전체가 네팔의 국화인 붉은 랄리그라스가 지천에 피어 더 이쁘단다.

 

잠시 쉬어가는 길, 내 짐과 (양 팔을 이어 두발로 기능케해 준) 두 개의 스틱, 그리고 가이드이자 동반자인 친구의 짐을 내렸다.

 

 

우연히 마주친 다른 일행의 포터. 포터는 정해진 루트를 따라 짐을 옮겨주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아무래도 짐이 무겁다.

 

 

얼마동안이고 힘들고 지칠 때까지 걷다가, 잠시 길가에 적당한 돌들을 골라 그 위에 털썩. 이왕임 근처에 물가라도 있음 더욱 좋고.

 

 

그리고 고레파니 도착. 꽤나 큰 마을이어서, 마을 입구에는 이런 환영의 표지물도 다 서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머물 롯지를 찾는 중에 발견한 히말라야 마오이스트들의 표지와 구호. 이제 3천미터에 가까운 고도에 걸맞게

 

슬쩍 서늘한 느낌이 드는 터에, 이 게릴라 집단이 여전히 횡행하는 지역에 있다는 실감에 더욱 소슬해졌다.

 

그랬다가, 요 염소 녀석이 꼬맹이들을 무시하고 사방으로 내달리려 하는 모양새에 이내 웃음이 터져버리고.

 

줄을 꼬옥 움켜쥐고 끌려가지 않으려는 다홍빛 전통의상의 꼬맹이 입매에 서린 긴장과 결의가 대단해 보인다.

 

 

고레파니의 체크포인트. 트레커 카드와 TIMS 카드의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지금 현재의 이곳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무사히 도착했음을 기록으로 남기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만의 하나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한 기록인 셈이다.

 

그리고, 이 고산지대 마을 가운데 조그마한 광장 한가운데서 눈에 띄었던 '부처의 눈'이 그려진 조그마한 탑.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 코스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를 합쳐서 대략 8일쯤의 일정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 중 2일차의 아침이 밝았다. 현재 해발 1,540미터 고지의 티케둥가의 롯지.

 

한국에선 밀크티, 인도에선 짜이, 그리고 네팔에선 찌야. 차 한잔과 Gurung Bread, 말그대로 구릉족의 전통빵 하나를 꿀과 함께

 

먹는 것으로 아침식사를 마쳤다. 조금 양이 모자랄까 싶어 꿀을 듬뿍듬뿍 발라 먹어주는 센스.

 

현재시간 6시, 창밖은 어느새 환하게 날이 밝았고 새소리와 물소리가 쉼없이 쏟아져들어온다. 밤새 짖던 개는 뉘집 개일꼬.

 

엊저녁 가이드에게 배웠던 네팔의 독특한 숫자 체계, 그리고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이 붉게 칠해진 달력.

 

히말라야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티벳 불교도들, 아침마다 향을 피우고 문턱 양쪽을 꽃으로 장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날밤 친해진 스페인에서 온 친구와 그의 가이드. 히말라야 트레킹은 대개 한두명의 소수로 와서 가이드나 포터가 한둘 붙는 형태다.

 

 

고뇌하는 당나귀. 다리를 건널 것인가 말 것인가. 그렇지만 늘 그렇듯 그는 온순하고 순종적이다.

 

 

쉬지 않고 혀를 차고 기합소리를 넣으며 당나귀들을 몰아대는 꼬맹이, 카메라를 보더니 든든하게 포즈를 잡았다.

 

 

다리 저편에서는 어느 부부가 당나귀 등짐으로 닭장 가득 우겨넣어진 닭들을 동여매는 참.

 

 

이른 아침 제법 소슬한 바람에도 슬몃 땀이 배어들 만큼 걸었을 즈음, 어느 집에서는 뒤늦은 밥연기가 피어올랐다.

 

남녀를 불문하고 자식을 갖게 해준다는 '영험'을 가졌다는 비석이 불쑥 눈앞으로.

 

 

꽤나 화려하게 치장을 하려다가 실패한 모양, 남아있는 잔해는 왠지 화투의 6, 매화그림 같기도 하고.

 

 

잠시 쉬어갈 요량으로 들른 롯지, 밀크티 찌야를 시키고 땀을 식히려는데 꼬맹이 동생을 얼르고 달래는 누나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미리 챙겨갔던 볼펜을 두어자루 꺼내들고 누나랑 동생한테 하나씩 쥐어주었더니 '나마스떼'도 두손모아 인사해주고

 

방긋방긋 경계심없이 활짝 웃어주는 거다. 심지어는 꼬맹이를 업었던 숄을 풀어서는 저렇게 해맑해맑한 표정으로 패션쇼까지.

 

그 와중에 깜놀, 이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앵그리버드가 뭔지는 알까. 근데 여하간 옷과 신발에는 저런 캐릭터들이.

 

마시고 난 찻잔, 먹고 난 식판들은 모두 마당 한쪽 구석의 세면대로. 히말라야가 쉼없이 흘려보내는 물이 호스를 타고 콸콸 흐른다.

 

이 집은 그래도 센스있게도, 호스로 물을 사용할 때는 뚜껑을 닫고, 아닐 때는 저렇게 다른 호스로 연결해서 다랭이논으로 직행.

 

 

주인댁이 사는 방문이 열려있길래 슬쩍. 어떤 분위기인지 기웃기웃.

 

 

허름한 삶의 터전, 철사와 전선으로 칭칭 동여맨 슬레이트 지붕엔 녹슬고 날카로운 못이 불쑥 튀어나와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온통 나무와 곡선, 짙푸른 녹색의 향연이다.

 

 

 

 

길 한 복판에 덜컥 서서는 지나는 이를 뒷발로 차겠다고 벼르는 듯한, 결기어린 눈빛의 염소 한 마리.

 

 

 

울레리Ulleri라는 마을에 접어들었지만 신속하게 빠져나가는 참, 점심은 2,210미터 고지에 위치한 반탄티Banthanti라는 곳에서 먹기로.

 

매콤해보이는 새빨간 고추가 야트막한 집 지붕 위에 얹혀 햇볕 아래 반짝반짝.

 

 

 

계속해서 오르막길, 가파른 계단길이 계속되다 보니 체력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는 참에 통닭들이 어른어른거린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어차피 걷는 길은 뻔하다지만 각자의 페이스가 다르고 체력안배를 위해 쉼표를 찍는 지점이 다르다.

 

그러다 보니 앞서거니 뒷서거니, 때로는 몇걸음 차로 붙어다니다가도 훌쩍 멀어져 안보이기도 하고. 만나면 더욱 반가울 수 밖에.

 

 

대나무로 바구니를 엮고 계신 할아버지와 마을 어르신들 옆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서는 천하태평의 기세로 잠든 검둥이.

 

 

 

 

여기도 페인트칠, 다소곳한 손놀림으로 창틀을 갈색으로 칠하고 계신 아저씨. 근데 왜 다들 파란색과 갈색 일색일까.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 세가지 모드로 천변만화하는 트랙의 변화 속에서도 일정한 자신만의 속도와

 

체력안배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정말 중요하다.

 

 

신기한 게 사방에서 봇물터지듯 흘러내리는 냇물, 개울들이 모두 약간씩 회색빛을 띄고 있다는 사실. 빙하가 녹아내려서 그럴까.

 

 

 

이제 점심을 먹기로 스케줄을 짜둔 반탄티Banthanti 어귀로 도착. 돌로 쌓아둔 휴식처에 삼각형 모양 제단이 설치되어선 향내음이 물씬.

 

그리고 그 위로는, 히말라야 지역에 여전히 존재하며 활동중이라는 마오이스트들의 표시. 낫과 망치의 그림이 선명하다.

 

최근에도 트레커나 등산가들을 향한 테러를 저질렀다고 했던가. 여전히 이 깊은 산에 의지해 게릴라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은근히, 의외로 많이 보이는 한글들. 어느 롯지에서고 'Noodle' 메뉴에서는 '신라면'을 찾아볼 수가 있을 정도다.

 

드디어, 바탄티에서 점심을 먹을 롯지에 도착.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아 들어간 주방에 슬쩍 따라들어가 구경을 잠시.

 

 

 

나야풀에서 티케둥가까지.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대충 다섯시간을 걸어 올라와서 쉬엄쉬엄 맞이하는 저녁시간.

 

여력이 충분히 남은 상태인지라 마을을 둘러보고, 산장 겸 식당으로 기능하는 롯지도 요모조모 살펴보고.

 

심심치 않게 지나는 염소떼라거나 당나귀들도 구경하고.

 

웨스턴 스타일의 토일렛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네팔은 물을 사용하는 수식 화장실. 그러니까 휴지 따위 준비되어 있지 않고

 

수도꼭지와 바께쓰 하나만 놓여있을 뿐. 손과 물을 써서 닦아낸 후에 물로 흘려보내란 이야기인데, 자연에 조금 부담을 줄지언정

 

표백물질과 화학물질이 혼합되어 있을 새하얀 크리넥스 티슈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직 우기가 끝나기 직전이라 비수기에 해당하는 9월 초중순, 1인실, 2인실에 따라 방값도 다르지만 넉넉하게 혼자 차지한 독채.

 

게다가 양쪽으로 창이 훤히 뚫려 있어 햇살도 잘 들어오고 모기랑 나방도 잘 들어오고..

 

 

 

숙소 2층에서 내려다본 당나귀들의 행렬. 양쪽으로 균형잡고 실린 짐들은 대개 생필품이라거나 곡물류, 심지어는 가스통까지.

 

 

 

이 곳에는 편마암이랄까, 결을 가지고 일정한 두께로 쪼개지는 돌들이 많이 있나보다. 계단도, 포석도 모두 그런 돌들로 마감되어있다.

 

 

롯지 안의 다이닝룸, 사방에 트레킹족들과 산악회들의 깃발과 명함이 나부끼는 가운데 한글로 된 깃발들도 많이 보인다.

 

그 와중에 머리끄댕이를 못박힌 채 노랗게 잘 말라가고 있는 옥수수 몇 자루.

 

높은 산들로 가로막힌 고산지대의 밤은 꽤나 이르게 내려앉았고, 몇개 되지 않는 알전구들의 밝기란 밤하늘의 별빛보다 못했으니.

 

어디서든 거의 마찬가지였는데, 식사를 주문하고 나면 나오는데 거의 한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 같다. 아무리 간단한 단품이던 달밧이던,

 

조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조차 예외없이 삼십분 이상의 대기 시간이 필요했다는. 역시나 저녁은 달밧, 이었지만

 

이것도 롯지마다 레시피가 다르고 곁들여 나오는 반찬이 달라서 매번 새로운 느낌이다.

 

그렇게, 안나푸르나 트레킹 코스에서의 1일차가 지나고 있었다.

 

 

 

 

나야풀에서 시작한 트레킹, 비레탄티Birhethanti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속행하여 좀더 걷기로 했다.

 

저녁까지 해발 1,540미터의 티케둥가Tikhedhungga까지 가기로 했다.

 

 

길가에서 유유히 노니는 암탉과 병아리들.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도 피하지도 않는 대범함을 소유했다.

 

 

 

특히 이 위풍당당한 녀석은 카메라를 보더니 더욱 당당하게 앞가슴을 내밀고는 지나다니는 암탉들을 노려보느라 여념이 없더라는.

 

 

 

그리고 비레탄티 마을을 벗어나 본격적인 산과 강을 벗삼은 트레킹이 시작됐다.

 

 

 

 

신기하게도 제주도의 전통적인 문살처럼 이 곳에서도 나무기둥 두세개로 문짝을 대신하고는 표지를 정해 의미를 전달한다고.

 

 

 

완만한 오르내리막이 계속되고 층층이 만들어진 다랭이논과 지붕만 겨우 덮은 비닐하우스가 띄엄띄엄 눈에 띈다.

 

상하수도 시설은 이미 포카라를 떠나는 시점에서 포기, 모든 물은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흘러내리는 자연수에 파이프를 대고 얻는다.

 

물소떼가 길을 문득 가로막는 건 흔한 일, 물소떼가 몰고 다니는 거머리에 물리는 것 역시 흔하디 흔한 일.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시루떡처럼 쌓아올려진 다랭이논들.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롯지에서 만난 부녀는 페인트칠로 새단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기가 막 끝나는 9월중순이니

 

이제부터 트레커들이 많이 찾아들 것을 대비하는 타이밍이라는 게 함께 한 가이드 꺼멀의 친절한 설명.

 

 

쌀과 옥수수를 재배해서 주식으로 삼는다더니 온통 집집마다-트레킹 중에 만나는 집은 대부분 롯지를 겸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옥수수를 잔뜩 내걸고 말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티케둥가 마을에 도착. 첫날이라 그런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고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정도랄까.

 

살짝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느낌도 들었고. 여하간 아침 10시쯤부터 오후 3시쯤까지 설렁설렁 걸었다. 이쯤이면 할 만 한데 싶은 정도.

 

 

 

9월 초인 아직은 우기가 끝나기 직전이라더니, 티케둥가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소낙비. 얼른 숙소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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