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요, 축하 한번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저도 자칫 잊고 지나칠 뻔 했는데 문득 '개설일자'가 눈에 들어왔지 뭡니까. 2008년 6월 5일. 바로 1년 전의 오늘.

사실 개설일은 제게 큰 의미를 갖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글을 썼던 것은 2008년 6월 26일.

예전부터 미니홈피가 아닌 블로그를 제대로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우선 어떤 블로그를 만들고 싶은지
 
그다지 명료한 그림이 없는 상태였다죠. 일기쓰듯 나 자신을 위한 공간을 지향할지 아니면 무언가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공간을 지향할지, '나'는 얼마나 공개할 건지, 그리고 세세하게는 카테고리를 어떻게 잡을지.

첫 공지를 충동적으로 올린 건 개설하고 난 지 삼주 정도나 지나서였지만, 여전히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다만 뭔가 사고가 멈춰간다는 느낌, 일상에 묻혀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같을' 둔감함과 나태함의 더께가

어깨 위로 내려앉는 느낌을 피하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네요.



#2. 이제 블로그는 저 자신만큼이나 정신사납고 복작복작해져버렸습니다.

카테고리는 잔뜩 늘어졌고, 나를 위해 쓰는지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쓰는지도 잘 구분하기 쉽지 않으며,

게다가 이 블로그의 주된 테마가 뭐다, 라고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울 만큼 잡다구레해진 것 같아요. 아무리 제가

바라는 저의 모습이란 게, 가능한 많은 커팅면을 품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같은 거라지만, 이건 너무 지저분하다

싶을 때도 있습니다.


뭐, 그런 게 오히려 저 자신을 가능한 풍요롭게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겠지만, 일단 조금은 풀이

죽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떻게 정돈을 해야 조금은 더 깔끔해질지, 좀더 접근하기 편해질지.

이런 와중에도 저랑 잘 놀아주시는 이웃분들에게 땡큐베리감사할 따름이에요..여러분 덕분에 따뜻해요T^T



#3. 조언을 구합니닷~* (굽신굽신~ㅎㅎ)

말씀드린 대로 '일단 살짝 풀이 죽어 있는 상태'니까, 우선 힘내라 이자식아, 같은 '돌맞이 축하메시지'로 기름칠 좀

해주신 후에 이 블로그를 좀더 어케 해야 보기 좋고 멋진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쓰디쓴 고언들 부탁드립니다^^


가장 와닿는 조언을 해 주신 분께는 마침 제가 알제리 출장에서 사들고 온 대추야자 선물박스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축하해 주시고 조언을 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선물을 드리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정상

그런 빅 규모의 행사는 나중을 기약하고 이번엔 두 분께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이 두 개는 달리겠지 설마..

그렇다고 이 공간에 들러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제 마음마저 박한 건 아니니 넘 섭섭해 하진 마시길..ㅜ


정리하자면, 지금 현재부터 적당한 시기-아마도 6월 8일 12시?-까지 돌맞이 축하 및 조언을 해주시는 분 중

두 분을 선정하여 소정의 대추야자 선물박스
를 보내드리도록 할께요. 미리 감사해요~!


* 대추야자란? (네이뇬이 말하길..)



#4.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열어주신 '승주나무'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이 공간에 초대해 주신 분, 어쩌다 보니 정작 한 번도 고맙다는 말씀도 제대로 못 드린 거 같은데, 이제라도

감사하단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승주나무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종종 찾아뵙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ㅎㅎ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블로그와 나눔]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온통 공사중 표지판으로 도로가 성치 않은 도하의 중심가에는 '시티 센터'라는 쇼핑센터가 있었다. 3-4층쯤 되는

건물은 얼핏 보기엔 한국의 쇼핑몰과 비슷해 보였지만, 가만..비슷한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 싶다.

반짝이는 두 눈만 가린 채 온몸을 까만 천으로 둘둘 감은 여자들이 대체 언제 어디서 저런 야시시한 옷들을 입는단

얘길까.

듣자 하니,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던 친족간의 결혼이 심심치 않은 카타르에서는, 결혼식 날의 몸치장을 위해 정말

돈을 아끼지 않고 값비싼 명품들을 몸에 휘감는다고 했다. 향수, 란제리, 악세사리, 옷까지. 그렇다면 이 발랄하고

깜찍한 옷들의 수요가 어느정도 설명이...될 리 없단 말이다.

대체 누가, 언제 입는 걸까. 혹시 까만 두루마리 옷 아래엔 저런 밝고 화려한 옷차림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차마

찍지는 못했지만 란제리류도 정말 화려한 것들이 잔뜩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는데..어쩜 생각보다 카타르나 아랍권

국가들의 여성들은 히잡과 긴 검정장옷으로 외부의 시선을 가리고는 '은밀한 사생활'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런 도발적인 표정을 한 여성의 포스터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이것도 서양이나 우리나라, 그니까 비 아랍권세계와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살짝 다르다. 뭐냐면, 저 두드러지게 강조된 눈화장. 아무리 살짝살짝 드러나는 손과 팔목에

타투를 한다거나 해도 역시 상대의 이목을 끄는 데는 반짝이는 보석같은 눈만한 게 없는 게다. 다들 어찌나 눈이

이뿌던지.

스타벅스는 사우디, 카타르, 그리고 쿠웨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그래서 빅맥지수 대신에 스타벅스지수같은

거 발표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커피빈은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던 거 같다. 저 꼬불꼬불한 글자가

머, 대충 커피빈이란 뜻이겠거니.

약간 한국의 커피빈과 메뉴판이 달랐다. 굵직한 초코칩이 씹히는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시켰는데, 휘핑크림맛이

뭐랄까, 좀더 느끼하면서 뭉글거린다. 음식류가 세계화되려면 무엇보다 어느 곳에서나 균일한 맛을 낼 수 있어야

함이 기본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 음식에 자신이 없는 미국인들이 맥도널드로 쉽게 발걸음을 옮긴다는

얘기인데, 적어도 그런 균질한 맛을 낸다는 측면에서는 커피빈이나 스타벅스나..좀 모자른 감이 없지않다. 물론

아랍쪽 사람들이 이런 휘핑크림이나 커피맛을 즐기기 때문에 다소 현지화된 거겠지만.

마치 롯데월드처럼 둥그런 아이스링크장을 쇼핑몰 한쪽에 품고 있었다. 쇼핑몰 안은 에어콘이 빵빵해서 더위를

실제로 느끼긴 쉽지 않았지만, 둥그런 유리천장으로 내리쬐는 햇볕만으로도 스케이트 타고 싶은 맘이 불쑥 동해

버렸다. 그야말로 태양이 발광, 작렬하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을 거슬러 고개를 들어보니 유리 돔 너머 건설중인 고층 빌딩 두 채가 나란히 보인다. 쌍둥이 빌딩

같은 건가, 둘이 비슷한 게 마주보고 있는 느낌.

그리고 유리돔 한켠에서 중심부를 향해 쏘아진 화살촉 모양의 저 깃발들...뭘까.

2008년 한국에서 사는 사람에게 노출된 두가지 비상식. 쇼핑몰 곳곳에서 눈에 띄는 저런 금연 경고판.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어여삐 여기사 흡연으로 서로 건강을 해치지 않게 할새', 정부 공보물인 건지 금연 홍보물인지, 아님

협박을 하겠다는 건지 잘 포인트가 안 잡힌다. 또 하나의 비상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에서 거리낌없이

흡연을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곧게 편 두 손가락 끄트머리쯤에 담배

밑둥아리를 조여놓고 살짝 내민 입술에 꼽아놓고는, 라이터불을 들이대며 가볍게 빨아올린다. 치이익. 뻐끔.

맵을 보면 코엑스몰이나 다른 한국의 쇼핑몰에 비해 그렇게 커보이지는 않는데 실제론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내가 갔을 때에는 이미 세계적으로 'R'의 공포가 닥쳐들고 있었을 때였는데도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쇼핑을

나온 사람들도 많았고, 뭔가 북적북적한 느낌이었던 게다. 뭐..현찰을 그득 쥐고 있는 오일머니라는 이미지가 

일종의 선입견으로 작용해서 무조건 좋게 해석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바틸..이라고 읽어야 할까. 아랍권에서 아주아주 유명한 대추야자 전문샵이라고 한다. 그저 길가 대추야자나무에서

농익은 채 뚝뚝 떨어지던 대추야자를 가지고, 마치 고급 초콜렛들을 치장하는 듯한 방식으로 한단계 가공을 더

한 셈이다. 내가 대추야자를 처음 접한 건 이집트 시와 오아시스마을에서 길가 대추야자를 마음껏 따먹은 때였고,

룩소 등지에서도 그냥 따먹고 다녔던 거 같다. 그 이후에는 돈주고 사먹는다는 게 영 어색했었지만 결국 얼마전

파리에 갔을 때는 술안주 삼아 사먹고 말았었는데, 이제 자연의 선물인 달고단 대추야자를 그냥 따먹던 단계에서

돈주고 사먹는 단계로, 그리고 보다 고급화된 치장을 거친 차별화된 상품을 접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내가 산 건 아니고, 현지에서 선물로 받은 거다. 잘 익은 대추야자는 정말 혀가 아리도록 달다. 뭐 대추야자를 절반

쪼개서 안에 뭔가를 집어넣기도 하고, 뭔가를 발라놓기도 하고, 그 질리도록 단 맛에 뭔가를 계속 변주해내고

있었지만, 난 그냥 잘 익은 대추야자를 천천히 녹여먹는 게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근데 저렇게 꾸며놓으니 이뿌긴

꽤 이뿐 거 같은 데다가,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포장 박스까지. 바틸..바텔..? 바띨..? 모르겠다.

또다시 화장실 씬. 아랍권 모스크에선 어디나 볼 수 있는 것들인데, 발을 씻으라고 마련된 수도꼭지들이다. 화장실

한 켠에 이렇게 몇개 발씻기 전용 수도꼭지를 마련해 놓았는데, 쓰는 사람이 있나 싶어 기다려본 몇 분동안 아무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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