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이다 보니 아무래도 화장실 표시부터 남다르다. (그리고 화장실 문이 절대 닫혀있지 않도록


쇠사슬로 열어놓은 채 고정해놨다는 건 또다른 포인트) 큐빅인지 뭔지, 그런 소재를 가지고 남자의 몸을 형상화하고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만은 아닙니다'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듯한 남자화장실 표시.


그리고 제법 현실적인 몸매를 갖춘 여성의 닭똥같은 낙루. 여자화장실.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경주 남산에 오르는 길, 삼릉을 거쳐 지나는 골짜기에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건 다소 묘한 손모양의 목잘린 좌불.

 

석조여래좌상, 삼릉어귀의 길로부터 출발해 남산에 오르는 길은 예전부터 절도 많고 불상도 많았다나.

 

무려 11개소의 절터와 15구의 불상이 산재한데다가 금오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라 제일 즐겨찾는 등산로란다.

 

 

어느새 싱그러운 녹빛이 솔잎바늘 끝까지 충만한 소나무들. 남녘에는 봄이 왔다.

 

바위 위에 새겨진 관세음보살상. 천수관음의 자비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은 천년을 이어지고.

 

관세음보살이 굽어보는 경주 남산의 앞마당. 하늘이 좀만 더 파랗게 맑았음 좋았을 텐데 아쉽다.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석가삼존과 아미타삼존이 새겨져 계시다는데, 머리에 둥그렇게 보름달같은 휘광이 비치는

 

부처님 세분이 계시니 뭔가 더욱더 강력해 보인달까. 이렇게 선으로만 새겨진 부처상은 남산에선 드문 거라고 한다.

 

하얗고 검은 바위의 육중한 옆구리에 명료하지만 가느다란 선으로 한붓그리기하듯 그려놓은 부처님들을

 

눈으로 따르다 보면 중간에 살짝 선을 놓치기도 하고 어지러워지기도 하고. 구도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은유일 수도.ㅋ

 

그리고 석가여래좌상. 부분부분 깨어져나간 부분도 보이고 뒤의 휘광도 다시 조각붙이기를 한 거 같지만

 

엄숙하고 우아한 표정이나 진중한 앉은 자세가 여전히 당당하다.

 

 

부처님한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요모조모 얼굴과 몸의 굴곡을 살펴보려는데, 부처님 왠지 우셨던 거 같다.

 

하긴 요새 세상이 위에서 내려다보기에 참 슬픈 일 투성이들일 테니. 놀랄 일은 아니지만 눈물자국이 선연하다.

 

 

남산 정상까지는 안 가고 내려오는 길, 색색의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그다지 좁지 않은 길을 꽉 채워서

 

남산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좌우로 허리를 굽힌 채 소나무 터널을 만들어주고 있던 남산의 노송들.

 

 

그리고 남산 아랫자락에 그리 오래진 않아보이는 망월사라는 절에 잠깐 인사드리러 들어가는 길.

 

나른하고 촉촉한 봄볕이 내리쬐이는 절 앞마당에는 벤치도 늘어서 있고, 가지런히 누워 몸을 달구는 기왓장들도 쪼르르.

 

댓돌 위에는 하얀 고무신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였다.

 

 

대웅전 뒤로 푸릇푸릇한 기운이 마구 돋아나는 남산을 배경으로 크고 작게 솟아오른 불상과 불탑들.

 

 

 

 

청와대와 가까워 가끔 대통령이 출몰하기도 하는 통인시장의 화장실, 여느 전통재래시장에서는 찾기도 힘들고

위생상태나 미관 면에서도 '고향의 운치'를 들먹거려야 하는 화장실이지만 이 곳은 나름대로 깔끔하니 정리된

공간에 표지판도 글로벌하게 일본어까지 병기되어 있다. 통인시장, 통통 튀는 센스를 찾아보기.

여자화장실에는 커다란 연꽃을 타고 나온 심청이가 등장하더니 남자화장실에는 김홍도의 풍속화에 그려졌던

서당 훈장님과 돌아앉아 울먹이는 아이가 등장했다. 왠지 그 카피가 생각나는데,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죠!'란 카피. 저 꼬맹이 녀석이 울먹거리는 바람에 연상이 뻗어나가 검색하게 된 화장실 스티커.





* 여행을 다니며 결코 빠질 수 없는 '답사지' 중 하나가 그곳의 화장실이란 점에서, 또 그곳의

문화와 분위기를 화장실 표시에까지 녹여내는 곳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외의 특징적인

화장실 사진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자신이 본 최고의 화장실 표시를 제보해주실 분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대설경보니 주의보니 오후부터 푸지게 눈이 올거라더니, 눈도 눈이지만 날씨도 참 추웠던 1월의 마지막 날.

잡았던 약속들도 취소하고 모두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바삐 돌아가던 것과는 반대로, 역귀성하듯 텅빈 도심의

한적한 섬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그새 눈은 그치고 눈물은 흘러내려 고드름이 되어버렸다.







#1. 엊그제는 성대에서 진중권의 르네마그리트 강연을 들었다. 진중권이 애초 미학자였단 사실은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왕의남자'나 '타짜'에 나왔던 유해진과 똑같단 생각은 들을 때마다 하게 된다.

개인적으론, 내가 많이 겹친다고 생각하는 인물. 정치적인 입장이나 그걸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말투도 조금.

그는 하이데거의 '존재체험'이라는 단어로, 일상성에 함몰된 사물을 복권시키는 마그리트의 예술을 해명하려

했다. 일상적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고립시키거나, 중첩시키는 잡종화의 기법은 우리가 사물에 부여한 도구적,

실용적 의미를 벗겨내고자 하는 시도라는 해석.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메타적 해석과 비판적 재구성, 그건

내가 마그리트를 예술적 의미의 좌파라 부르고 싶은 이유다.



#2. 그의 그림인 줄 모르고 좋아했던 몇개의 작품들이 있었다. 진중권의 강연회 다음날에는 세시간동안 그의

전시회에서 놀았다. 일단 한번 쭉 돌고, 빽빽한 인파를 피해 다시 한번 거닐면서 맘에 들었던 그림들만 다시 보기.
 
이런저런 작품들이 내 걸음을 잡고서 놔주지 않았지만 그다지 리뷰는 내키지 않으므로 생략. 그저..단지 나뭇잎과

비둘기를 합쳐놓은 그림들보다..'눈물의 맛'이라는 제목의 그림이 훨씬 맘에 들었다. 이런 그림에다가, 송충이

하나가 커다란 나뭇잎-새(?)를 갉아먹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요새 주위에 하도 사랑 문제로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랬는지..와닿았다. 눈물의 맛은 누가 보고 있는 걸까. 새의 가슴을 갉아먹는 송충이? 가슴이 휑하니

갈아먹힌 새? 둘다? 누가 누구를 울게 했고, 누가 누구의 눈물을 맛보고 있는 걸까..라는. the flavour of tears.

오케이, 그림 찾았다.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이레네, 혹은 아이린(Irene)이라는 인물의 발굴.
 
첫째, '이레네 혹은 금지된 책'이란 작품. irene의 철자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계단이 그려져 있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둘째, '대화의 기술'이란 작품. 다소 해석하기 쉬운 듯한 이 그림에는, 그려진 글자가 숨어있다. 내가 보기엔

IRENE정도로 보이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셋째, 마그리트가 찍은 무성영화를 보면 Irene이란 인물이 종종 등장한다. 뭉실대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도슨트에게 질문했더니, 그녀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의 와이프였다나. 음..그래서 저 그림의 밑에는 남자 둘이

서 있는 건가. Irene이 저만큼 커보였을 수도, 그녀를 저 불분명한 글씨만큼밖에 이해하지 못한 걸 수도, 혹은,

위태롭지만 아름답게 쌓아올려진 저 돌들처럼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걸 수도. 어쨌거나, 어쩐지 공식적인

사생활이 깔끔하다했다. 머..말년까지도 마그리트 부부는 무지 행복해 보이긴 했지만. 아, IRENE을 마그리트와

묶어보는 건 어디까지나 내 상상.



#4. 부모되긴 무지 힘들 거 같다. 평일이었고, 오전이었음에도, 인간들이-특히 학부형과 아이들이-파도처럼

철썩댔다. 애들한테 쉼없이 질문하거나 설명하거나..이건 뭘까, 저건 어떻게 생각하니, 이런 열린 질문은 그래도

무언가 귀를 기울일 만한 아이의 대답을 유도하지만, 표현기법이 어떠니 저 사물은 무엇을 의미한다느니 등의

진부하고 꽉 막힌 설명은 참..힘들어 보였다. 열을 올리며 설명하는 어머니나, 지루하고 다리아파하는 아이나

서로 못할 짓 같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이번 전시회 관련해 뭔가 찾아봐도 마찬가지다. '검증받은' 작품들만

그림파일로 쉼없이 전파되고, 그에 대한 '검증받은' 감상 역시..들불처럼 번져나간다. 작년 피카소전때도, "난

뭔지 잘 모르겠고 뭐라 의견을 낼 만한 자신도 없지만, 내가 긁어온 글에 의하면 대단하다더라, 이그림이

대단하다더라"..거개가 이런 '안전한' 태도다. 흠...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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