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난지도 벌써 한달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엉망이다.

 

역사에 죄를 지은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자중지란 중이고,

 

제버릇 개 못주는 통합진보당의 당권파들은 '진보/좌파'에 '종북'의 똥물을 뒤집어 씌우고 있으며,

 

여전히 '쫄지마씨바'를 되뇌이며 모 아니면 도, 우리편 아니면 남의편, 이란 이야기중인 나꼼수도 곁다리다.

 

 

애초 거리의 만담꾼인 그의 인기를 제도정치권에서 어찌해보려 한 민주통합당의 꼼수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고,

 

나꼼수 자체는 애초 그랬듯 그저 듣고 즐기는, '정신승리'를 위한 자위 같은 거였다고 생각해서 이야기할 깜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꼼수 자체가 불러들인 역기능과 폐해도 적지 않은 데다가

 

총선 패배의 일정 기능을 담당한 그의 패거리와 일종의 자극적인 인트로덕션 이상의 기능은 불가능한 그들의 수준을

 

감안하면. 오마이의 이 글이 다소 공격적이다 싶긴 하지만 그다지 틀린 말은 없어 보인다.

 

 

 

 

 

이번에는 나꼼수와 김어준이 틀렸다
[정치 톺아보기] 반MB와 '쫄지마 씨바'는 약발 끝?

 

 

 

서울 대학로 <나는꼼수다>(나꼼수) 카페 '벙커'에 마련된 녹음실.
ⓒ 권우성
나꼼수

 

나는 600만 명이 다운로드 받았다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나는 꼼수다)를 딱 한 번 들었다. 그 뒤로는 한 번도 듣지 않았다. 끊임없이 '사실'에 천착해야 하는 기자로서는 설(說)을 전파하는 공간에서 웃고 즐기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나꼼수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도 나는 논평할 가치를 못 느꼈다. 왜? '개그'니까. 전직 국회의원이든, 정치평론가이든, PD든, 기자든 개그 프로그램에 나온 이상은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 그것은 개그일 뿐이다. 개그에 정색을 하고 논평을 하는 것은 모기 잡자고 칼을 빼어든 것만큼이나 우스꽝스런 일이다.

 

개그는 아니지만 증권가 소문을 집대성(?) 해놓은 '찌라시'에도 설이 난무한다. 일부 언론사는 찌라시의 정보를 가공해 돈을 받고 팔기도 한다. 그런데 찌라시 정보의 절반은 나중에 실제 사실로 확인되곤 한다. 찌라시에도 절반의 사실과 절반의 설이 섞여 있는 셈이다. 그 사실과 설을 구별하는 것은 기자의 몫이다.

 

 

'나꼼수'와 '찌라시'의 공통점은 사실과 설의 혼재

 

그런데 나꼼수는 사실과 설이 구별되지 않고 섞여 있다(김어준이 나꼼수에서 전파한 사실 아닌 설들을 여기에 열거하는 것은 지면 낭비다. 설령 그것이 '사실 반, 설 반'이 아니라 '순도 99%의 사실과 1%의 설'을 배합한 것일지라도, 설은 설일 뿐이다. 오히려 99%의 사실 속에 숨긴 1%의 의도된 거짓은 전체를 사실로 믿게 하기 때문에 더 나쁜 거짓말이다).

 

그래서 찌라시에 실린 것에 대해 논평하지 않는 것처럼 나꼼수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치를 못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라는 공론의 장에서 하는 얘기라면 상황이 다르다. 김어준은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나꼼수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비로소 언급할 가치를 느끼게 했다.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어준의 상황 인식과 진단은 틀렸다. 김어준의 <한겨레> 인터뷰(우리가 15석 날렸다는 덧씌우기는 진보·보수의 '국공합작', 4월 28일자)를 보면, 그가 중증의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김용민의 출마와 막말 논란에도 사퇴하지 않은 이유, 그리고 선거 패배의 나꼼수 책임론을 방어하는 김어준의 논거는 ① 가카는 모든 일을 주관한다는 '가카 결정론' ②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진영논리와 승리 이데올로기 ③ 만사형통의 '조중동 프레임'의 세 가지다. 그것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모든 것이 '가카'(MB)와 박근혜 그리고 '조중동 프레임' 탓이라는 피해망상이다.

 

 

[오류 ①] 가카는 모든 일을 주관한다는 '가카 결정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 이정민
나는PD다

우선, 그가 보는 정치-사회 현상의 본질은 일종의 음모론이다. '가카가 매사에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주관한다'는 '가카 결정론'이다. 그는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까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쫄지마 씨바'라는 나꼼수의 구호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명박은 박근혜가 자신을 완전히 털고 갈 수 있도록 검찰을 동원해 자신이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는데, 그 안에는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검찰이 갑자기 엄정해져서 이명박 측근을 우수수 잡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순서와 수사 강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게 바로 이명박이 여전히 갖고 있는 힘이다."

 

나꼼수가 '쫄지마 씨바'라는 애티튜드(태도)를 고수해야 하는 근거로 내세운 것은, 그가 별다른 근거없이 '이명박과 박근혜의 거래' 가운데 하나로 추정한 '가카가 만든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어준은 "그런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고 믿는 근거는 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그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나라면 어땠을까 이렇게 바라본다. 다른 사람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박근혜와 '가카'의 거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방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어준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觀心) 현대판 미륵'?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 어디서 많이 본 '시추에이션'이다. 그렇다. 후삼

국시대 궁예의 '관심법'(觀心法)과 일맥상통한다. 궁예는 자신을 '사람의 마음을 읽는(觀心) 미륵'이라고 칭했다. 중세 암흑시대의 마녀사냥도, 공산주의자를 때려잡던 매카시즘도 같은 이치다. 누구든 낙인이 찍히는 순간, 역도(逆徒)가, 마녀가, 공산주의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곧, 죽음이다.

 

그는 심지어 김용민의 총선 출마 배후가 누구냐는 질문에도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가카다"고 단정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정봉주가 빠진 뒤~'라고 하는데, 그는 빠진 게 아니라 계속 까부니까 잡혀간 거다"면서 "우리는 그런 가카의 결정을 그냥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MB가 정봉주를 잡아가두는 바람에 '제2의 정봉주'(김용민)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계속 까부니까 잡혀간 거"라는 출마의 전제부터가 틀렸다. '가카'는 그의 주장처럼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에 입각해 죽은 척하는 게 아니고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한 '식물인간'이다. 국정 운영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레임덕 대통령'의 힘이 빠진 근거는 차고 넘친다.

 

이번 선거는 철저히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선거였다. MB는 이번 총선 비례대표 공천에 단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이봉화 전 차관은 공천위에서 공천이 취소되는 바람에 청와대 몫은 단 한 명이었다(지난 2008년 총선 공천 때는 이정현 의원과 임두성 전 의원 등 2명이 비주류였던 친박계 몫이었다).

 

역대 총선에서 MB처럼 '배제'된 대통령은 없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MB처럼 총선에서 '배제'된 대통령은 없었다. MB가 건국 이래 치러진 11번의 직선제 대선에서 가장 큰 530여만 표(22.6%P) 차이로 2위를 따돌린 대승을 거둘 때만 해도 임기말 총선 공천에서 청와대 몫이 '단 한 명'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누구를 탓하랴? 다 '가카'가 자초한 것인데.

 

지난 2010년 8월 MB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현오 경찰청장을 임명했을 때 이미 후임 경찰청장은 이강덕 당시 부산경찰청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경찰대 1기 출신으로 '영포 라인'인 이 청장은 실제로 서울경찰청장에 기용됨으로써 차기 경찰청장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MB는 임기말에 쓰려고 아껴놓은 '이강덕 카드'를 쓰지 못했다. 사실상 박근혜측의 '비토'로 인사청문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통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한 명 공천하지 못하고, 임기말 경찰청장도 '자기 사람'을 임명하지 못할 만큼 힘이 빠져 있는데도 '가카가 설정한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 운운하는 것은 나꼼수에서나 통용될 법한 '개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선거는 철저히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의 선거였다.

 

그런데도 나꼼수에 대한 탄압을 견뎌내고 고급정보를 얻기 위해 국회의원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했다는 출마 논리는 구차하기 짝이 없다. 김용민은 자신의 출마 배경을 "'나꼼수' 안했으면 정봉주는 감옥갈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또한 가카가 질서정연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만사를 주관한다는 '가카 결정론'과 맥이 닿아 있다. 자신이 싸우는 상대방에 대한 조작된 공포의 극대화를 통해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특히 김용민이 출마를 결심한 이유를 "국회의원이 되면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나꼼수가 제기해온 여러 의혹들을 좀더 자유롭게 파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데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회 본회의장을 '개그 콘서트' 장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오류 ②] 남이 하면 불륜, 나꼼수가 하면 로맨스?

 

지난 4월 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삼두노출' 번개모임에서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 김용민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가 팬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나꼼수

 

김어준의 두 번째 오류는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진영논리와 승리 이데올로기다. 김어준은 막말 파문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김용민에 대한 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극단적 대결 국면에서의 사퇴는 지지층의 정서적 전선을 무너뜨리고 상실감과 열패감을 부른다"면서 "이건 논리적 설득으로 단기간에 만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금품수수 논란 때 진영논리로 그를 감싼 것에 대해서도 김어준은 "곽 교육감이 저들의 공격을 받아 사퇴했다면 지지층은 정서적으로 무너졌다"면서 "곽 교육감이 사퇴했으면 박원순 후보는 졌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가설'을 합리화했다. 그의 단언과 자기 합리화의 근거는 이번에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관심법'인 것이다(그런 논리라면, 그가 사퇴를 안하고 버티는 바람에 향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오는 대선에서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도 함께 실시하기 때문에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도 성립한다).

 

김어준은 조작된 공포의 극대화와 나꼼수의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나꼼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사건의 형평성과 사찰 및 도청 의혹을 연관지어 제기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그는 선관위 고발을 탄압으로 받아들이냐는 질문에 "나꼼수 진행자는 민간인 사찰의 직접적 대상이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또 "우리의 전화가 도청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나꼼수에서 뱉은 '이바구'처럼 의혹일 뿐, 확인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서울시 선관위는 4·11 총선기간인 4월 1일부터 10일까지 8차례에 걸쳐 민주당 정동영 후보와 김용민 후보 등 특정 후보를 대중 앞에서 공개 지지하고, 대규모 집회를 연 혐의로 김어준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의 고발 취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언론인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김어준은 인터넷신문 <딴지일보> 발행인이고 주진우는 현역 기자 신분이므로 형식논리로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언론인'이 분명하다.

 

그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가 해야만 한다고 믿은 일을 했지만 선관위는 당연히 했어야만 하는 일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선관위가 공정했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손수조 후보의 카퍼레이드나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해 놓고 마지막 순간까지 박근혜 위원장을 편드는 논설을 내놓았던 (이상일)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문제를 지적했어야 한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는 정당의 대표자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언론인'인 자신의 행위를 동등 비교한 것은, 이른바 '나꼼수 삼두노출' 카퍼레이드에서 짐작할 수 있듯, 박근혜와 자신을 '동급'으로 보는 착각이다. 또 그의 지적처럼 '친박' 성향인 이상일 논설위원이 박근혜를 편드는 논설을 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해 놓고 그런 논설을 쓴 것과, 그런 논설을 쓴 뒤에 비례대표 제의가 들어와 응한 것은 차이가 크다. 내가 아는 바로는 이상일은 후자다.

 

정봉주 수감이 MB 뜻이라면 곽노현과 한명숙은 어찌 설명하나?

 

'개그'의 장에서는 사실이 아닌 설과 거짓을 전파해도 명예훼손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 강용석이 '개그 콘서트'에서 자신을 풍자한 개그맨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은 '초절정 코미디'였다. 그런데 설과 거짓이 '개콘'이 아닌 언론이라는 공론의 장으로 나오는 순간 달라진다. 물론 나꼼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자신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언론인' 신분임을 알면서도 광장과 공론의 장으로 나와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데 실정법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선관위 고발을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김 총수는 차라리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악법'과 싸우기 위해, 다른 언론인들처럼 숨어서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내놓고 했다고 떳떳하게 주장했어야 했다.

 

지난 2002년 <오마이뉴스> 사례를 소개하면, 오마이뉴스는 당시 대통령 후보경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선관위는 인터넷신문은 정기간행물법상의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후보들의 토론회 참석을 선거법 위반이라며 막았다. 이 때문에 토론회에 참석하려던 노무현 후보가 두 번이나 발길을 돌리는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오마이뉴스는 <주간 오마이뉴스>를 창간해 정간물로 등록함으로써 <주간 오마이뉴스> 주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편법으로 선거법 장벽을 돌파했다.

 

'@bbk_sniper'라는 트위터 계정처럼 지난 대선 당시 'BBK 저격수'로 맹활약한 정봉주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당시 한나라당측은 BBK 의혹 사건과 관련, 정봉주 의원과 박영선 의원 그리고 정동영 대선후보 등 6명을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고소했다. 그중에서 정봉주만 기소되어 유죄가 확정된 데는 가장 앞장서 정권에 밉보인 탓도 있지만, 그만 혼자 앞장서 검찰에 출두해 진술조서를 받은 탓도 있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은 고소-고발을 취하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이뤄져 명예훼손 부분은 빠졌지만, 1, 2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유포(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상고심도 결론은 같았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3년 6개월 만에 판결한 것은,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은 다른 BBK 피고소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로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꼼수는 이런 과정과 사정을 생략한 채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른 수감을 MB가 마치 사법부까지 장악해 나꼼수를 탄압한 것으로 호도했다. 그것은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진영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사법부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곽노현 교육감을 법정구속하지 않은 것이나, 검찰이 두 번이나 기소한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두 번 모두 무죄를 선고한 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오류 ③] 나꼼수 책임론은 '조중동 프레임'?

 

제19대 총선을 하루앞둔 지난 4월 1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역 부근에서 열린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 출신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 유세에서 김 후보가 'V'를 만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권우성
김용민

 

김어준의 세 번째 오류는 나꼼수를 비롯한 진영 논리론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조중동 프레임'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어준도 김용민의 막말 논란과 나꼼수 책임론을 '조중동 프레임' 탓으로 돌렸다.

 

김용민 막말 논란이 선거에 미친 영향이 가장 컸다는 지적을 반박하는 근거로 그가 내세운 것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D-6) 중에 매일 전국 유권자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결과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막말 파문'이 김용민 지역구(서울 노원갑)와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 다소 영향을 미쳤지만 전국 지역구 후보의 지지율에는 변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김용민 막말 논란이) 1~2위에 등장하는 사후 여론조사는 많이 봤지만 그건 결과에 맞춰 거꾸로 원인을 추론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렇게 반박했다.

 

"리얼미터처럼 최종 1주일치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는 것도 없이 '나꼼수 때문에 15석 날아갔다'는 식의 주장은 조중동 프레임이다. 이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먹은 결과 야권 패배의 책임을 나꼼수에 덧씌우기 위한 일종의 국공합작이 이뤄졌다."

 

요컨대, 선거일 사후 여론조사는 믿을 수 없고 사전(D-6~D-1) 여론조사에 근거하지 않은 '나꼼수 책임론'은 '조중동 프레임'을 그대로 수용한 보수와 진보세력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전국 단위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조사 대상 750명을 전국 246개 선거구로 나누면 지역구마다 평균 3명꼴로 설문에 참여한 셈)를 근거로 개별 선거구에 영향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가설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그게 왜 가설인가. 데이터인데"라고 반박했다. "나꼼수의 총선 책임론을 인정하지 않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인정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그건 사실이 아니고 틀린 거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번엔 김어준이 틀렸다. 그가 잊고 있는 중요한 전제는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라는 민주주의 선거의 4대원칙이다. 이를테면 공개투표가 아닌 이상, 세대별 투표율은 알 수 있지만 세대별 지지율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다만, 현장 출구조사나 사후 여론조사로 근사치를 추정할 뿐이다. 그런데도 사전 여론조사(리얼미터)는 '데이터'이고 사후 여론조사는 '가설'이라는 주장은 궤변이다.

 

게다가 한겨레의 지적처럼, 김용민 막말 논란이 선거에 미친 영향을 직접적으로 물어본 사전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선거학회-YTN이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D-4~3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 대상)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6.7%가 김용만 막말이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고연령층(44%)과 보수층(43.5%)에서 더 많았다. 김용민 변수가 새누리당 지지층의 결집을 가져왔다는 뜻이다. 이는 '조중동 프레임'이 아니고 '민심의 프레임'이다.

 

▲ 총선에 영향 미친 이슈 리얼미터의 사후 여론조사(D+1, 전국 성인남녀 750명)에서도 4.11 총선에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는 '막말 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 리얼미터
4.11총선

 

심지어 리얼미터의 사후 여론조사(D+1, 전국 성인남녀 750명)에서도 4·11 총선에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는 '막말 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선거 다음날 총선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이슈에 대해 물어본 결과, '막말 파문'(22.3%)이 1위였고, 그 다음은 경제 민주화 공약(16.1%), 민간인 불법사찰(14.9%), 한미FTA 폐기논란(10.7%), 야권 여론조사 조작파문(9.7%), 북한 로켓 발사준비(5.1%),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3.7%) 순으로 나타났다. '가설'이 아니고 '데이터'다.

 

응답자 특성을 보면, 이 조사에서도 일관된 여론의 흐름이 엿보이는데, '막말 파문'의 영향은 연령별로는 40대 이상 중장년층, 지역별로는 서울(30.1%)과 대전/충청(30.3%), 지지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과 중도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민간인 불법사찰' 이슈의 영향은 30대, 호남, 민주당 지지층, 진보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막말'은 새누리당 지지성향 유권자를 결집시켰고, '불법사찰'은 민주당 지지성향 유권자를 결집시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자기 진영에 유리한 데이터만 인정하고 불리한 데이터는 배제하는 것은 전형적인 진영 논리다. 김어준과 나꼼수는 범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정치에 무관심한 20대의 눈길을 정치에 돌리게 한 '치어리더'로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어준이 틀렸다. 방송 1주년을 맞이한 나꼼수의 '반MB'와 '쫄지마 씨바'는 약발이 많이 떨어졌다. 김어준과 나꼼수가 또 다른 기발한 '개그'로 대중을 즐거운 정치참여의 길로 유혹하는 '삐끼'가 되길 바란다.

 

 

 

 

#1. 은근과 끈기가 미덕인 나라라서 그런가. 새누리당의 선전과 낮은 투표율은, 민통당의 삽질과 기타등등에도 비롯하고

 

결국 이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 그래도 진보신당은 살아남길 바랬는데.

 

 

#2. 가장 큰 승리자는 MB, 그리고 박근혜. '이명박근혜'란 단어가 승인받은 셈이니까. 박근혜 대통령여왕폐하가 강림하시겠구나.

 

 

#3. MB 4년차에 이런 결과라는 건, 지금이야말로 절망할 때라는 거다. 애써 괜찮은 척 '새누리당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패배'

 

라느니 따위 말장난하지 말고. 승리한 새누리당과 죄씻김받은 MB의 강고한 지지층에 절망하고, 또 반대편의 오합지졸 세력들과

 

여러모로 제한적인 그 지지층에 절망하고.

 

 

#4. 패배에 대한 귀책사유를 여기저기서 찾나본데, 아직 그 '패배'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의 공약수조차 찾지 못하겠다.

 

선거가 끝나도록 '반MB' 이외의 공약수를 키워내는데 실패한 야권의 무능은, 사실 그 역사가 길고 오래다.

 

 

#5. 말뿐인 '반MB' 구호의 거품이 걷혔다. 누구나 씹고 다니는 게 유행이던 껌조각이 공급과잉에 이르자 일부는 그에

 

음모론과 집단주의를 짬뽕시켜 더욱 자극적인 껌이나 팔고 다니다가 금배지 줏어먹을 뻔하고.

 

 

#6. 분명한 사실 하나, 연초만 해도 새누리당은 굉장한 위기감에 휩싸였었다는 거. 뭐 하나 제대로 해명하고 책임진 것도 없이

 

4/11이 왔는데, 심지어 계속 악재가 있었음에도, 그들이 과반수를 넘보는 제1당으로 건재하다는 건..지금은 절망할 때란 거다

 

 

#7. 김용민 패배와 기타 이슈에 대해 언론의 노골적 편향을 문제삼기도 하지만, 애초 그가 세습받은 공천이 원죄.

 

거리의 재담꾼이 얻은 인기를 선거에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겠다 여겼던 얄팍한 계산 혹은 무개념 역시.

 

 

#8. 나꼼수가 스마트폰처럼 사람들을 감각적이고 '스마트'하게 만들어 성찰하고 숙고하는 힘들고 난망한 정공법을 기피하게

 

만들었다면, 민통당과 통진당은 스마트하지도 못한데 각자의 정공법을 대중에게 한목소리로 전달하는데 철저히 실패했다.

 

각자의 정공법이 애초 있는지도 의문.

 

 

#9. 이토록 대안없는 민통-통진당 연대에나마 표를 준 사람들의 갑갑함과 열망을 봐서는 그들 지도층에 분노가 치밀고,

 

이토록 대안없는 정당만 짝사랑하며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이 표를 주지않은 그들 '보수적인' '진보'지지층에 분노가 치미는 거다.

 

 

#10. 박근혜 대통령여왕폐하가 납실 거 같다. 빨간당과 '이명박근혜'의 견고한 지지층에, 무능하고 무기력하며 배부른

 

민통당-통진당 지도층에, 대안도 못내놓는 그들만을 짝사랑하는 민통당 지지층에, 그리고 투표조차 나서지 않게 되어버린

 

뿌리깊은 무기력과 냉소에 절망해버렸다.

 

 

#11. 더 짜증나는 건, 박그네가 우야튼 현 정치인들 중 대중에 소구하는 정치적 감각이 돋보이고 있다는 점. 단순히 애비의

 

후광만은 아니란 거다. 그 와중에 투표율도, 투표결과도 모든 게 이지랄인데다가, 대안이 될 진보신당이나 녹색당은 해체..

 

 

#12. 투표결과가 51:49던 99:1이던 이긴 자가 국회에 입성한다. 이제 4년간은 이 결과로 만들어진 국회가 굴러갈 텐데,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대통령을 만들어낸들 얼마나 뭘 할 수 있을까. 만들어내봐야 노무현의 내외적 한계가 그대로, 혹은 그이상일 텐데.

 

 

#13. 4년간 누적된 MB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심을 날려버릴 정도로 무능력하고 무기력했던 야권.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건

 

아마도 이런 걸 말하는 거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환영하고 나섰다.

 

 

 

 

 

 

 

“거시기 달 자격없는 놈” 새누리 의원들 막말 (경향, 2012. 4. 9)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에 이어 옛 한나라당 의원들이 8년 전 연극 <환생경제>를 공연하면서 한 ‘막말’ 논란이 8일 인터넷상에서 불거졌다.

 

<환생경제>는 심재철·정두언·이혜훈·나경원·정병국·주성영·송영선 등 한나라당 의원 24명으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2004년 8월28일 전남 곡성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 올린 작품이다.


무능한 가장 ‘노가리’는 아들 ‘경제’가 영양결핍으로 죽는데도 술주정만 해댄다. ‘노가리’ 역 주호영 의원은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 발언을 흉내 내면서 “늙은이 말을 뭘 들을 게 있어. 김홍신이 말처럼 재봉틀로 입을 쫙 박아버려야 해”라고 말했다. “남북대화만 성사시키면 모든 것을 깽판 쳐도 돼”(정병국 의원), “난 전두환 때 술 취해서 선거 벽보에 오줌 싸다가 민주투사가 됐다”(정두언 의원), “경제 죽고 나서 정신없는데 수도 이사나 가자고 한다”(심재철 의원) 등 노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욕설과 성적 비하 발언도 튀어나왔다. 박근혜 당시 당 대표를 상징하는 ‘근애’(이혜훈 의원)의 친구 ‘부녀회장’(박순자 의원)은 “뭐 이런 개×놈이 다 있어”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 값을 해야지. 육×× 놈. 죽일 놈” “이혼하고 위자료로 그거나 떼달라 그래”라고 말했다. ‘번영회장’(송영선 의원)도 “그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가세했다.
 
연극은 ‘저승사자’(주성영 의원)가 “죽은 경제를 살려주고 대신 남편(노가리)을 데려가되 그 집행을 3년 연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저승사자’는 “지 새끼 죽은지 모르고 상갓집에서 춤을 추는 등신 같은 놈아. 앞으로 3년간 어떤 짓 하지 말고 제발 입조심하고 똑바로 하거라”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는 “프로를 방불케 하는 연기”라고 호평했다고 한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8일 국회 브리핑에서 “8년 전 인터넷 방송의 한 젊은이 막말에는 나라가 망할 것처럼 난리법석을 피운 새누리당은 8년 전 공중파 방송을 통해 중계된 <환생경제> 막말에 한마디라도 사과했는가”라고 말했다.
 

 

 

 

 

 

 

"김용민, 문대성 뒤에 숨지 말라"

 

[데스크 칼럼]<13> 김용민 후보가 사퇴해야 하는 이유

 

기사입력 2012-04-06 오후 12:50:07

 

 

지난 3월 초 '김용민 공천설'이 나왔을 때,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는 말했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인생 경로에는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대의제 민주주의 사회에서 '피선거권'은 만 25세 이상인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권리이기도 하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의원' 자리는 '공인'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갖는다. 무려 7-8년 전 한 인터넷 방송에서 쏟아낸 '성적 발언'으로 보수세력으로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는 김용민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가 된 김 후보의 발언이 정말 본인이 선거에 나설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던 시절에, 그것도 '성인방송'을 표방하고 대놓고 성적 농담을 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또 '라이스를 강간해 죽이자'는 발언이 당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 수감돼 이라크 여성들이 미군들에 의해 강간당한 사건을 얘기하다 나온 것이라는 맥락도 안다.(관련 기사 보기 :"이라크 여성포로, 하루에 17차례나 강간 당해") 논란이 되자마자 김용민 후보가 트위터와 동영상을 통해 바로 사과한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민 후보는 원칙적으로 사퇴하는 게 맞다고 본다.

왜?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으로 자리가 빈 노원을 지역구를 당 안팎의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용민 후보를 전략공천하는 과정에서부터 잘못됐다. 물론 <나는 꼼수다>가 20-30대 젊은이들이 정치 참여에 지대한 공을 세웠고, 이런 열기를 4.11 총선에서 민주당이 흡수할 전략적 필요가 있었다는 배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후보에 대한 검증은 생략됐다.

더 본질적인 이유는 김용민 후보가 국회의원이 돼야 할 근거가 이젠 실종됐다는 점이다. 김용민 후보는 지난달 14일 공천이 확정됨과 동시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나쁜 정권에 너무 화가 난다"며 'MB정권 심판'을 출마 이유로 밝혔었다. 최근 드러난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 문제 등을 밑에 깔고 "공포 속에 가둬질 우리 권리를 지켜내는 일이 더 절박하다"고도 했다.

 

▲ 공천 사실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김용민 후보(오른쪽)ⓒ연합


 

지난 3일 오후 김용민 후보의 '저질 발언'이 처음 공개된 이후 보수세력은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5일 김구라 씨와 같이 한 방송에서 나온 '성적 발언'과 '노인 폄훼 발언'을 추가로 공개했고, 6일엔 '기독교 폄훼 발언'을 문제 삼았다. 대변인, 여성 비례대표 후보 등이 나서서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일 하고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 보수적 기독교단체, 어버이연합 등 보수적 시민단체 등도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아마 총선이 끝날 때까지 보수세력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오히려 이런 보수세력의 공세가 "쫄지 마!"를 외치며 버틸 수 있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선이 되더라도 보수세력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 싸움에서 보수세력의 문제제기는 '트집잡기'가 아니다. 누가 봐도 김 후보의 발언은 '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의원 김용민'의 정치적 앞날은 매우 험난할 뿐 아니라 정치적 입지도 매우 좁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 김용민'이 'MB 심판'의 최전선에 설 수 있을까? '의원 김용민'의 발언에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정치적 무게'를 실어줄 수 있을까?

박사학위 논문 표절이 사실상 드러난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도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방패'로 삼는 것은 비겁하다. 새누리당에도 '불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재중 후보(부산 수영), '성상납 의혹'이 불거진 정우택 후보(청주 상당) 등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후보보다 더 죄질(?)이 나빠 보이는 후보들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자를 성추행한 뒤 "식당 여주인인 줄 알았다"는 명언을 남긴 무소속 최연희 후보(강원 동해삼척), 여대생 성희롱 발언을 한 무소속 강용석 후보(서울 마포을)도 출마했다.

이들을 방패로 삼는다면 김 후보도 같은 수준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원직을 고집하는 게 김 후보 본인에게도, 또 그가 그토록 바라는 'MB 심판'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MB심판'이 꼭 의원이 돼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진영논리'를 내세울지도 모른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으로 총선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 후보가 사퇴하면 한 석을 새누리당에 거저 주는 셈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진보의 가치 중에 어떤 것도 다른 무엇에 앞서는 것은 없다. 더 이상 성평등이나 인권이 '진영논리' 속에서 때로는 과도하게 이용당하거나, 때로는 침묵해야할 가치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

신생 진보정당인 녹색당은 5일 논평을 내고 "야권이 한 석을 얻는 것보다, 성평등과 인권이 정치의 잣대로 자리잡는 일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며 "(김용민 후보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성평등과 인권이 정치의 중요한 잣대임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김용민 씨가 지금 우리 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깊이 공감한다.

 

/전홍기혜 정치팀장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방송에 나왔다는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는 발언 부분만 보자.


나꼼수를 소비하는 개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던, 그리고 이에 반응해 비키니 사진을 올리던 뭘 하던 개인의 자유다.

그걸 두고 개인의 진심인지 얼굴 한번 팔아보려는 장삿속인지 따지는 것 자체는 의미도 없고 결론도 없다.


문제는 나꼼수다. 더이상 비주류도 아니고 약자도 아니다. 비주류이기에는 일반 대중의 정서와 너무 영합하고 있고,

약자이기에는 말 한마디한마디의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이제 나꼼수는 MB집권 5년차 시대의 주류이자 강자다.


애초 씨바,씨바 거리며 육두문자와 마초스러운 모습을 드러내던 건 그들 스스로 비주류이자 약자를 자처하였기에

희석되었거나 용인되었는지 모른다. 불만과 불쾌함을 꾹꾹 눌러참는 것이 아니라 터뜨려 표현하는 게 통쾌해서.


그때나 지금이나 '나꼼수'가 설정한 '선/악'의 닫힌 구도에 희망버스니, 비정규직 문제니, 양성문제니, 체제 문제같은

심각하고 복잡한 문제는 들어설 곳이 없었다. 나꼼수가 권력화되기 전엔 괜찮았다. 수많은 목소리 중 하나였을 뿐.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이제 주류화되어 대중의 등에 올라탄, 권력화된 '나꼼수'를 듣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자체의 문제의식 내에서 닫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세적으로 닫힌 이야기가 아닌 공세적으로 닫힌.


그 와중에 여성은 자위를 위한 '도색잡지' 수준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그들의 높이에서 그것은, '하대'에 가깝다.

이거 괜찮은 건가. 다른 이슈들이 전부 희화화되고 상처받고 대상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그 조짐은 아닐까.


나꼼수 팀이 이전처럼 자유롭고 분방한 방송을 원한다면, 그리고 권력화와 주류 감성을 경계하고 싶다면, 이번 문제는

분명히 털고 가야 할 일이다. 그들이 사회적 약자와 조직되지 않은 비주류를 보는 시선이 어떠한지에 대한 바로미터다.




* 프레시안 만평, 손문상 화백의 그림 "씨바, 거기 조용 좀 합시다"



'나꼼수'를 조금 듣다가 말았다. 재미없었다. 정치 이야기를 예능처럼, 헐리웃 영화처럼 풀어놓고 있었다. MB만 없어지면

새로운 세상이 옵니다, 믿습니까! 라는 식으로. 게다가 자신들의 이야기가 반MB의 전부인 양 구는 것도 맘에 안 들었다.

멤버들의 당차고 도발적인 말투는 '비주류'였을 땐 멋졌지만, 그들이 대중을 등에 업고 말한다고 느껴지니 역겹기 시작했다.


"정치라는 게 단순한 게 아니고 민주당과 한나라당만의 싸움도 아닌데 <나꼼수>는 정치를 마치 종교처럼 선악구도화하고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풍자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사람들에게 예능적이고 말초적인 즐거움을 준다"

"정권말기에 (현 정권의) 독이 빠진 상태에서 이명박을 겨냥하고 두들겨 패는 쾌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명박하고만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재능교육이라든지 더 들여다봐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이명박이 BBK로 처벌을 받으면 우리 사회의 진보가 이뤄질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문제라든지, 관료의 문제라든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나꼼수>는 MB만 없어지면 천국이 올 것처럼, 야권이 집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기사 중에 나와있는 말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낡은 구조가 복잡하고 건재하게 살아있는 현실을 풀어내는 하나의 방식으로

나꼼수식 이야기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스스로가 MB 반대진영을 전부 아우르는 양, 혹은 대중의 환호성과 지지에

우쭐해져서 완장이라도 찬 양 구는 건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다.


둘다 불편하다. 나꼼수에 열광하는 대중, 그리고 나꼼수 멤버들.

대중은 몇년전 '질서유지선 안의 촛불'로 정치를 소비하던 트렌드를 '인터넷방송 안의 씨바, 쫄지마'로 정치를 소비하는 걸로

유행을 좇는 건 아닐까. 진지하게 분노하고 현실에 몸을 던지기보다 적당히 도발적이고 일탈적인 순간의 카타르시스만을

탐닉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진지함과 분노가 '올드한 입진보'나 '운동권'처럼 간주되고 있어서야 답이 없다.


나꼼수 멤버들 역시. 애초부터 그들에게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저 정치에 좀더 관심을 끌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정도였는데 뭔가 반MB 교주를 자처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들끼리 즐겁고 유쾌하고 가볍게 가는 건 뭐라 할 수 없지만,

그 파급효과를 감안하건대 방식과 이야기 모두를 정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들이 만들어낸 '나꼼수' 신도들이 보이는

-일부의 행태일지언정-배타적이고 MB스러운 행태는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배태된 거라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나꼼수'를 건드리면 입진보라며 낙인찍고 이죽거리는 것, 나꼼수가 MB와 기득권을 까는 방식이 딱 그거다.

양날의 칼. '나꼼수'가 지금까지의 열풍을 몰고 삽시간에 영향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풍자나 시니컬함이

가진 강력한 산화력은 좌와 우를 막론하고 '진지함'과 '정당한 분노'를 희석시켜 버린다. 그리고도 기껏 그리는

세상이 MB없는 세상, 노무현 만세라고?




아래는 '오마이뉴스' 관련기사.


건드리면 '폭풍까임' '입진보' 낙인
<나꼼수> 편가르기, 빨간불 들어왔다
[신년기획] 진보논객 3인에게 <나꼼수> 현상을 묻다
홍현진 (hong698) 기자
트위터에 <나는 꼼수다> '찬양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꼼수>와 그 지지자들이 '우리편'이라고 생각하는 진보진영에서도 '<나꼼수> 현상'을 불편해하는 의견이 존재한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12월 28일~30일 '진보논객'으로 불리는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전공 교수, <88만원 세대> 공저자 박권일씨, <안티조선 운동사>를 쓴 자유기고가 한윤형씨에게 <나꼼수> 현상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나꼼수> 현상을 "소중한 현상"이라면서도 <나꼼수>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편집자말>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배웅을 받으며 자진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정봉주

그야말로 '핵폭탄'이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4인이 지난해 4월 시작한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는 '회당 600만 명 청취'라는 영향력을 과시하며 '대안미디어'로 자리잡았다. 기성 언론에서 <나꼼수>를 벤치마킹한 프로그램이 속속 만들어졌고, 제도권 정치인들은 <나꼼수>에 출연하기 위해 줄을 섰다.


지난해 11월 30일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나꼼수 특별공연'에서 만난 김경래(30)씨는 "<나꼼수>를 들으면서 뉴스를 안 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존의 언론들이 다뤄주지 않는 내용을 <나꼼수>에서 들으면 속이 시원해진다"면서 "주로 <나꼼수>와 트위터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는 2008년 '촛불' 이후 집회 참여 인원으로서는 최대인 5만여 명의 인파가 모였다.


<나꼼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의 공격도 거세졌다. 이들 언론은 <나꼼수>의 '음모론'과 '편파성'을 문제 삼으면서 <나꼼수>를 '선동매체'로 규정했다.


<나꼼수>를 향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수구보수 진영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진보논객들 역시 개인 트위터와 지면을 통해 <나꼼수>에 '쓴소리'를 해왔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가 대표적인 예다. 진씨는 지난해 10월 <나꼼수> 콘서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불륜과 사생아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unheim)를 통해 "한껏 들떠서 정신줄 놓고 막장까지 간 거다. 포르노라는 게 원래 노출 수위를 계속 높여야 한다"면서 "제발 경쾌하고 유쾌하게 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 예능화' 통해 정치 관심 없었던 사람들 유입"


'국내 유일의 가카(각하) 헌정방송'을 표방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나꼼수>의 주요 흥행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학전공 교수(@worldless)는 "이명박 대통령이 표상하는 '꼰대스러운 가치'가 있다. 권력은 가졌지만 남들은 다 욕하는데 자기만 모르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느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만 하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사람 같고. <나꼼수>는 그것을 조롱하는 본격적인 프로그램"이라면서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일종의 '교양'처럼 된 사회에서 <나꼼수>는 정치풍자 코미디로서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88만원 세대> 공저자 박권일(@fatboyredux)씨는 이를 '정치의 예능화'라고 표현했다. 박씨는 "정치라는 게 단순한 게 아니고 민주당과 한나라당만의 싸움도 아닌데 <나꼼수>는 정치를 마치 종교처럼 선악구도화하고 대통령에 대한 조롱을 풍자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사람들에게 예능적이고 말초적인 즐거움을 준다"면서 "정치를 단순화시키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유입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음모론'이 더해진다. <안티조선 운동사>를 쓴 자유기고가 한윤형(@a_hriman)씨는 "이명박 정부라든지, 검찰이 왜 나쁜지, 정치에 새로 유입된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가장 쉬운 방법이 '어떤 사건이 있는데 배후에는 일을 꾸미는 누군가가 있고 은폐공작이 일어난다는 것'"이라면서 "음모론은 정치에 막 관심을 처음 가졌을 때 가장 쉽게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권일씨는 "주류 미디어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음모론이라는 형식이 대중들에게 각광을 받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보았다. 박씨는 "잡을 수 있는 완벽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꼼수>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항하기 위해 몇 가지 정보를 엮어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음모론으로 간 것은 필연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MB VS 반 MB' 선악구도화... "MB만 없어지면 천국 오나?"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2011년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특별 야외공연에서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나는꼼수다

이들 진보논객들은 한 목소리로 <나꼼수>가 '가카'를 모든 사태의 중심에 두고 'MB 대 반 MB'를 선악구도로 설정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나꼼수>식 조롱과 풍자를 "축제 중에서도 힘 빠진 짐승을 칼질하는 쾌락을 제공하는 사육제"라고 표현한 박권일씨는 "정권말기에 (현 정권의) 독이 빠진 상태에서 이명박을 겨냥하고 두들겨 패는 쾌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이명박하고만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재능교육이라든지 더 들여다봐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이명박이 BBK로 처벌을 받으면 우리 사회의 진보가 이뤄질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회 비준 과정에서 지난해 말 또 다시 논란이 되었던 '한미FTA'는 '반 MB' 구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대표적인 사례다. 박씨는 "<나꼼수>는 현 정부가 추진한 한미FTA와 '노무현FTA'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는데도 마치 다른 것처럼 여론몰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반MB 전선에만 매몰될 경우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택광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문제라든지, 관료의 문제라든지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나꼼수>는 MB만 없어지면 천국이 올 것처럼, 야권이 집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우석훈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정봉주는 살아서 신이 된 사나이'라고 썼던데 정봉주씨가 감옥에 들어가면서 마치 순교자처럼 되어 버렸다"며 "정봉주씨가 억울하게 형이 집행된 측면도 지적을 해야겠지만 본질은 불합리한 선거법"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선거법 문제가 집중적으로 이야기됐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 울고불고 신파로 끝나버렸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 MB 전선'만 절대화... 비판하면 '입진보'


한윤형씨는 "MB를 축으로 보는 시선 역시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전제한 뒤, "MB를 축으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고 신자유주의가 문제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시각들이 공존을 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반 MB 도식을 처음으로 배우고 이 도식 이외에 다른 것들을 상상할 수 없는 경우, 반 MB 도식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다 적으로 돌리는 경향이 <나꼼수> 팬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나꼼수>에 쓴소리를 하는 진보논객들은 '입진보'라는 비아냥과 함께 트위터 등을 통해 '폭풍까임'을 당하게 된다.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목숨 걸지 않으면 나꼼수 못 까요", "꼼진리교 신자들은 워낙 닥치고 찬양이 아니면 다 나꼼수에 대한 질투로 읽더라구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씨는 "'입진보'가 원래는 입으로만 진보를 말하고 실천을 안 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갖다 붙이는 말이 됐다"면서 "반 MB 전선을 절대화하다 보니까 나머지 전선은 폄하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택광 교수는 "<나꼼수> 팬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 중 하나가 '진보'를 현실적인 힘이 없는, 쓸모없는 세력으로 본다는 것인데 이는 신보수주의적인 논리"라면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나꼼수>가 표현의 자유를 용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박씨는 "기본적으로 선거구도를 반한나라당 전선을 세워놓고 거기에 복종하지 않는다고 해서 '입진보'라고 하는 것은 주객전도"라고 말했다.


'민주화 투사'된 4인방... <나꼼수>의 딜레마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검찰에 자진 출두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이 정 전 의원을 떠나보내며 빨간 장미와 응원하는 손피켓을 놓고 있다.
ⓒ 유성호
정봉주

이러한 현상은 정봉주 전 의원의 징역형이 확정되면서 더욱 과열되고 있다. '<나꼼수> 멤버들이 목숨을 걸고 현 정권과 싸울 때 '입진보'들은 뭐했느냐'는 것이 요지다.


<나꼼수> 멤버들이 마치 '민주화 투사'처럼 영웅화되는 분위기와 관련해, 이택광 교수는 "지나친 오버"라면서 "<나꼼수>가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초기에 멍청한 위정자를 놀리는 역할을 하면서 기존의 언론이 건드리지 못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정치풍자 코미디였던 <나꼼수>가 점점 심각한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친노세력'으로 대표되는 <나꼼수> 지지자들은 결집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바깥의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꼼수>가 소수정파(친노세력)의 선동방송이 될 경우, <나꼼수>가 설득해야 하는 40%의 부동층에 대한 외연을 확대하기 곤란해진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한윤형씨 역시 "내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중간파 유권자를 공략해야 하는데 <나꼼수> 팬들 가운데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쇄신을 엄중하게 봐야 한다'고 하면 '우리에게는 <나꼼수>를 듣는 청년층 지지자가 있다'는 식으로 답변을 하는 등 사태를 안일하게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우리 편'끼리 모여서 놀다보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못 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권일씨는 "<나꼼수>가 지지자들만을 결집시키는지, 외연을 확대하는지에 대해서는 관련된 통계가 없기 때문에 지금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나꼼수> 팬들의 과잉된 행동이나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둘 다 지지하지 않는 중간자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더 냉소적으로 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충고했다. 진보논객들의 '쓴소리'를 단순히 "<나꼼수>를 도발해서 덩달아 뜨고 싶은 것"(정봉주 전 의원)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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