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채 형체도 못 이룬 꽃잎들이 때깔부터 욕심을 냈는지 벤치 지붕위 또아리를 튼 등나무 덩쿨에 보랏빛 커튼이 치렁치렁. 

 

바람이 슬쩍 불 때면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껏 뒹굴면서도 그게 또 재미있다고 때이른 꽃향기를 퍼올리는 중이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햇살에 반짝거리는 때는 바야흐로 3월말. 무슨 벌레의 딱딱하고 안전한 고치처럼 섬세하고

보드라운 꽃잎을 단단히 품었던 꽃망울이 쭉, 봄볕에 잡아째지기 직전이다.

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단 말이 내 입안에서 뒹군지는 고작 몇 년, 이 녀석들은 수백수천년 전부터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인 인간들의 말따위와는 상관없이 때가 되면 피고 지고. 또 피고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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