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경복을 지지하는가
[진중권 칼럼] '미친 교육'에 대한 '촛불'의 심판 보여주자
등록일자 : 2008년 07 월 26 일 (토) 15 : 28  
 

  한여름이라 그런가? 납량특집이 유행이다. YTN 낙하산 인사, KBS 사장 퇴진 압력, MBC에 대한 공격. 촛불민심을 만들어낸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대한 온갖 규제들. 노골적으로 정권의 충견으로 나선 경찰과 검찰은 촛불을 물어뜯는 데에 여념이 없다. 임기 초에 지지율 20% 초반이면 사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정권. 무덤에 누워 반성해야 할 이 좀비가 다수의석이라는 형식적 권력에 기대어 도처에서 산 사람들을 공격하며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좀비의 이 주제넘음은 물론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는 앞으로 4~5년이나 남았다는 여유에서 나온다. 한 마디로 '너희들이 아무리 끓어봤자 4~5년 동안은 합법적으로 우리를 몰아낼 방법이 없다'는 자신감이다. 그래선지 최근 촛불에 대한 정권의 전방위적 압력은 실로 극한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 강압적 통치가 그들을 구원해줄 것 같지는 않다. 시대착오적 억압은 시민들 마음속에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쌓여, 또 다른 분출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듣자 하니 싱가포르에서 또 다시 외교적 해프닝을 연출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뺨 맞고, 중국에게 침 맞고, 일본에게 뒤통수 맞다가 이제는 북한에게마저 절절매는 신세가 된 무능한 정권. 이 '글로벌 호구'가 제 국민을 향해서만은 왜 이리 기세등등하게 서슬이 퍼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황당한 상황에 긍정적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반 년 간 이명박 정권은 '선거 잘못 하면 나라가 어떤 꼴이 되고, 시민이 어떤 신세가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계몽적 역할을 충실히 해오지 않았던가.
  

▲ ⓒ프레시안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선거 다시 하려면 4~5년을 기다려야 하는 촛불시민들에게,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돌이켜보건대 촛불과 교육의 문제는 사실 애초부터 서로 맞붙어 있었다. 처음 거리로 나온 촛불소녀들의 피켓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여기서 '밥 좀 먹자'는 구호는 미국산 쇠고기 급식에 대한 두려움을, 그리고 '잠 좀 자자'는 구호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 앞에서 중고생들의 신체가 느낀 위협을 표현한 것일 게다.
 
  "학생들이 공부하다 과로해서 죽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시의회에서 교육문화위원장을 하는 분은 얼마 전 이 가공할 망언으로 MB식 교육철학의 정수를 보여준 바 있다. "저소득층이 늘어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강남에 임대아파트 짓지 말라고 서울시에 공문을 보낸 서울시교육청의 행각은 MB식 교육철학의 또 다른 기둥이다. 이게 과연 제 정신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얘기인가? 이러니 '미친 교육'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촛불은 처음부터 이 병든 교육에 대한 거부이기도 했다.
 
  투표권도 없는 내가 주경복 후보 지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주 후보야말로 이 촛불의 정신을 대변하는 후보라고 믿기 때문이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는 늘 조직력과 동원력을 갖춘 보수층이 쉽게 승리해 왔고, 이번 선거 역시 유감스럽게도 투표율이 그리 높을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촛불후보가 기어이 승리를 한다면, 그것은 '촛불 민심이 이명박 정권의 미친 교육을 심판했다'는 확실한 사인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정권으로부터 공격당하고 모욕당하는 촛불을 지키는 길이라 믿는다.
 
  과거의 경쟁력
 
  하지만 주경복 후보를 지지하는 데에는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위해서다. MB의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이들은 저마다 입으로 교육의 '경쟁력'을 외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경쟁력은 미래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들의 게을러서 굳어버린 돌머리는 경쟁력마저도 70년대식으로 이해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70년대가 아니라 21세기에 살고 있다. 필요한 것은 미련하게 애들 잠 안 재우는 경쟁, 부모들이 벌이는 소모적인 소득수준의 경쟁이 아니다. 미래형 경쟁은 창의성과 상상력의 경쟁이다.
 
  경쟁력을 떠든다고 경쟁력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기억하는가? 대통령 이명박씨는 "국내에 나의 경쟁자는 없다"며, 자기 상대는 미국의 부시, 러시아의 푸틴이라고 얘기했다. 그렇게 말하던 그의 국제경쟁력은 어느 수준이던가. 한 마디로 글로벌 호구가 아니던가. 하루에 네 시간 밖에 안 잔다고 자랑하는 게 MB 정권에서 생각하는 경쟁력이다. 생산력의 발전이 노동력의 단순투입만으로 이루어지던 70년대 초의 마인드. 그런 구식 경쟁력으로 세계로 나갔다가는 외교에 이어 경제에서도 글로벌 호구가 될 뿐이다.
 
  미래의 경쟁력
 
  후진국의 산업화는 대개 선진국에서 기계를 들여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다가 조금 발전하면 기계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다. 그때 쯤 선진국은 기계를 디자인만 하고 있을 게다. 개도국이 기계의 설계에 뛰어들 때쯤이면, 선진국은 원천기술의 개발을 인도나 중국과 같은 개도국에 떠넘긴 채 기술 경영만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창의성 없는 기술은 급속하게 단순한 기능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 경쟁력이란 바로 이런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창의적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MB노믹스의 한계는 곧 MB식 교육의 한계다. MB와 철학을 공유하는 후보들은 저마다 '경쟁력'을 떠든다. 하지만 그 '경쟁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뜯어보면, 산업화 초기 단계의 마인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문제 푸는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다르다. 문제 푸는 능력은 결국 알고리즘에 익숙해지는 문제다. (사교육의 본질은 바로 그 알고리즘을 상품으로 제공해주는 데에 있다.) 반면, 문제 해결 능력은 그것과는 차원이 달라, 무엇보다 학생 스스로 자료를 검색하여 솔루션을 모색하는 주체성을 요구한다.
 
  나아가 문제 해결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게 문제 제기 능력이다. 이미 던져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다. 진정으로 어려운 것은 아직 제기 된 적이 없는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것. 이는 최고의 창의성을 요구한다. 이미 세계 경제는 이런 종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MB주의자들이 떠드는 경쟁력이 어디 이런 것을 말하던가? 하루에 네 시간 밖에 안 자는 대통령. 이게 저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모범이자 이상이다. 하루에 네 시간 밖에 안 자는 것은 부지런한 게 아니라, 그냥 미련한 것이다.
 
  경쟁과 협력
 
  주경복 후보는 공약으로 핀란드식 교육을 얘기한다. 세계 최고의 교육경쟁력을 자랑한다는 핀란드. 이 나라의 운영원리는 거의 모든 면에서 MB이념과는 대극을 이룬다. 노무현 정권마저 '좌파'라 부르는 가재미들의 눈에 핀란드와 같은 북구 사회는 아마 극좌 공산주의 사회처럼 보일 것이다. 핀란드의 고교내신은 달랑 '잘 함', '중간', '못함'의 세 등급으로 이루어졌다고 들었다. 소수점 아랫자리까지 따져가며 학생들 줄 세우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중고등학교까지 성적 별로 서열화하는 게 교육경쟁력의 요체라 믿는 이들은 아마 이게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가장 사회주의적인 나라가 동시에 가장 높은 자본주의적 경쟁력을 갖추었다. 이 사실이 미래를 헤칠 머리가 없어 과거에 집착하는 굳은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상상력의 한계다. 자본주의적 생산도 어차피 사회적 생산, 그것도 거대한 사회적 협업의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한 사회의 경쟁력은 바로 이 협업이 얼마나 효율적이며 창의적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교육의 이념도 바로 이 명백한 사실의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친구를 밟아야 내가 생존하는 소모적 경쟁은 반(反)사회적인 것이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미학에서도 이미 100년 전에 포기한 낭만주의적 천재론이 한국에서는 경제학의 행세를 한다. 대통령이 CEO를 하고, 전 국민이 그의 수족이 되어 움직이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전근대적 미신이 한국에서는 버젓이 경영학의 행세를 한다. 한 사회의 경쟁력은 자신을 천재 혹은 엘리트라 믿는 과대망상증 환자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경제 주체 하나 하나의 능력, 그것들의 효율적 결합, 그 결합이 만들어내는 전체적 창발 효과에 달려 있다. 교육의 이념은 이 상식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내 안의 MB
 
  마지막으로 남을 탓하기 전에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게 있다. MB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것은 사실 우리들 내면의 명박스러움이었다는 점이다. '경제만 성장시켜 준다면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는 게 지난 대선의 표심이 아니었던가.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MB식 교육정책을 낳은 것 역시 우리들 내면의 명박스러움이었다. 요란하게 사교육을 탓하는 학부모들에게 솔직하게 물어 보자.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되든 내 아이만 잘 가르치면 된다.' 아니, '다른 아이들이 못할수록 내 아이에게는 유리하다.' 솔직히 당신들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다른 아이야 어떻게 되든 내 아이의 점수만 높이면 된다.' 이것이 사교육을 성행하게 만드는 우리 내면의 명박스러움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얼마나 효율적일까? 애들은 애들대로 고생하고, 부모는 부모대로 허리가 휘고, 교육은 교육대로 망가질 뿐. 진정으로 공교육을 살리고 싶다면, 우리 내면의 명박스러움부터 척결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 우리가 함께 잘 가르쳐서, 나중에 그 결실을 함께 나누자.' 이것이 바로 우리가 되찾아야 할 공교육의 이념이다. 정의로운 것이야말로 효율적인 것이다.
 
  내가 주경복 후보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와 관련이 있다. 나는 그의 당선이 한국의 교육현실을 일거에 바꾸어 놓을 거라 믿지는 않는다. 다만 그의 당선이 이런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진정한 승리는 그저 특정 후보를 교육감으로 당선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괴물 정권과 괴물 정책을 출산한 우리 내면의 괴물을 반성하고 척결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 내면의 명박스러움을 태워 없애는 또 하나의 촛불집회, 즉 정신적 성숙과 정화의 의식이 되어야 한다.

진중권/중앙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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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

 서울 시민들이 '미친교육' 고칠 때다"
[인터뷰] 서울 교육수장 8년,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의 격정토로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
ⓒ 유성호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이런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5월 2일 청계광장 첫 촛불시위를 시작으로 거리로 뛰어나온 중고등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의 요구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바꾸라"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긍정적인 눈길로 바라보는 한 원로 교육학자가 있다. 바로 1996년부터 2004년까지 8년간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유인종(76) 건국대 석좌교수다.

"'미친교육'. 얼마나 정확한 표현이냐? 촛불을 든 우리 학생들이 핵심을 찌른 것이다. 거리에 직접 나가보기도 하고 인터넷 생중계를 늦게까지 보면서 학생들을 지켜봤다. 잠도 못 자게 하고 밥도 못 먹게 하는 이명박 정부 교육이 바로 미친교육이 아니냐."

촛불시위의 본거지인 서울시청 시민광장 근처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유 교수와 인터뷰를 시작한 시간은 17일 오전 10시 30분. 이날 서울시교육감 후보 6명은 첫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유 교수는 2004년 민선 3기 교육감 임기를 마칠 때까지 8년 동안 서울교육에 큰 족적을 남겼다.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 수행평가 도입, 열린교육, 자립형사립고 설립 반대, 학원 선행학습 반대운동…. 그러나 이같은 그의 교육정책을 놓고 평가가 엇갈렸다. 당시 일부 보수신문들은 유 교수에게 '사이비 평등주의자'란 꼬리표를 붙이기도 했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서울시교육감 직선제를 보는 유 교수의 요즘 심경은 어떨까. 현재 그는 어느 후보 진영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다. 이날 그와 인터뷰는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아래는 유인종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교조·반전교조 싸움' 일부러 부추기고 있다"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
ⓒ 유성호
 

- 오늘이 시민 직선 서울시교육감 선거운동 첫날이다.

"서울시교육감을 8년 한 사람으로서, 경험적으로 말하겠다. 서울시교육감의 위치는 정말 중요하다. 다른 시도교육청들은 교육부 지침보다도 서울시교육청의 정책 결정을 따라하게 된다.
 
또 청와대 같은 곳으로부터 정치적인 압력을 대단히 많이 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학원 그늘에서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것도 중요하다. 확고한 교육철학을 갖고 의연한 자세를 가진 이가 교육감이 되어야 한다."

- 일부 보수신문들이 이번 선거를 전교조와 반 전교조 싸움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한테 맡기면 안 된다고 불안감을 부추기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승계한 이들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이 '전교조 후보'라는 사람은 전교조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4년 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도 지금과 똑같이 전교조 불안감을 부추겼다."


- 이번 선거의 쟁점이 뭐라고 보고 있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승계할 것이냐, 심판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미친교육'을 바로 잡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교육학자 110명이 '교육정책을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는 성명을 내기도 하지 않았나. 교육학자들도 이렇게 나설 정도니 학생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지금과 같은 소수 몇 명을 위한 교육정책이 5년 동안 계속되면 70년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현 정부가 4월에 학교자율화 계획이란 것을 내놨는데, 자율화란 말만 좋지. 0교시, 일제고사 부활, 사설모의고사 같은 것을 보장해 준 것이 아닌가.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생들 10명 가운데 4명이나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한다. 교육의 핵심이 학생 건강과 공공성을 지켜야 하는 것인데 정반대다. 이런 70년대식 시험몰입·입시몰입교육으로 치닫는 게 '미친교육'이다. 요즘 시험 공부 때문에 학생들 책 읽을 시간도 없다.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하는 것이고 국가 장래도 암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서울교육은 4년 동안 완전히 후퇴했다"

- 사교육비 문제도 심각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현 정부 들어와서 줄 세우기 교육, 입시몰입교육 때문에 사교육이 번창하고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절반으로 만들겠다는 두 가지 공약에 '정확히'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 발표를 보니까 사교육비가 작년에 비해 15.7%나 늘어났다. 최대의 증가폭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약속한 것과 정확히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 전직 교육감으로서 최근 서울시교육청 정책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해왔는데….

"서울교육은 4년 동안 완전히 후퇴했다. 바로 전에 교육감을 한 사람으로서 속상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제고사를 부활하면서 시험 몰입이 이루어지고…. 꼭 이명박씨 같다. 초등학생들을 폐쇄적인 운동장에 몰아넣고 소싸움 시키면서 어른들은 즐기는 모습이다. 이것은 어린이 학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만 하면 된다는 출세주의를 교육청이 조장해왔다."

- 서울시교육청은 학력신장만큼은 이뤘다고 자평하고 있다.

"중학교에 갓 입학한 내 손자가 올 3월에 시도일제고사 성적표를 창피하다고 가져오지 않았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다른 사람들은 올백을 맞았는데 나는 1개가 틀려서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 국어시험 25문제 가운데 하나 틀리면 360등이 되는데, 이것이 무슨 학력신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냐? '학력'이란 말도 그렇다. 잠재능력을 중시하는 교육선진국은 학력이란 말을 쓰지도 않는다. 점수 경쟁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능력을 개발해줘야 한다는 뜻으로 '교육력(education power)'이란 말을 쓰고 있다."

-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확대가 이번 선거의 쟁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정책에서도 경쟁과 효율을 내세운다. 이것은 경제학에서 쓰는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2~3% 엘리트 학생들만 따로 가르치는 학교들을 생각한다. 나머지 98%의 학생들은 무시해도 되나? 장애학생들은 또 어떤가. 이런 엘리트 사고방식에 집중하면 학교가 불행해진다. 서울에 기숙형공립학교가 말이 되나. 자율형사립고도 세운다고 하는데 전국이 입시지옥이 될 것이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1등인 핀란드에서 보듯 평준화·보편교육이 오히려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국제중학교 신설은 정말로 넌센스다."

- 그렇다면 왜 4년 전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현 서울시교육감을 도와줬나?

"이렇게 후퇴시킬 줄을 몰랐다. 내가 공 교육감 논문 지도교수이기도 했고, 그 때는 대안도 없다고 생각해서…."

"촛불을 든 학생들한테서 미래를 봤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등록한 후보들. 왼쪽부터 김성동 전 경일대학교총장, 이인규 아름다운학교 운동본부 상임대표,박장옥 전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 교장, 이영만 전 경기고등학교 교장, 주경복 건국대학교 교수,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자료사진)
ⓒ 권우성
서울시 교육감

- 촛불시위 현장에도 나가 봤나?

"일부러 촛불을 든 학생 곁에 서서 지켜보기도 했다. '미친교육'. 얼마나 정확한 표현이냐. 촛불 든 우리 학생들이 핵심을 찌른 것이다. 인터넷 생중계를 늦게까지 보기도 했다. 잠도 못 자게 하고 밥도 못 먹게 하는 이명박 정부 교육이 바로 '미친교육'이다. 이기적인 줄로만 알았던 아이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봤다."

- '미친교육'이란 말이 좀 지나친 표현이란 지적도 있다.

"어른들은 '미친교육'이란 표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학생들을 미치게 만든 이명박 교육이 그만큼 문제가 큰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그 동안 사회적 합의를 본 대입정책, 초중등 정책을 막 뜯어고치고 있으니. 영어몰입교육과 딱 1년 해 보고 고쳐 버린 수능등급제와 같은 대입제도가 그렇지 않은가? 이런 식이라면 아이들 희생은 정말 커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권자인 서울시민에게 한마디 해달라.

"이명박 정부의 교육을 그대로 놔두면 큰 불행과 희생이 온다. 그들은 교육 경쟁력을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교육은 사느냐 죽느냐 기로에 서 있다. 새로 당선된 서울시교육감이 이런 잘못된 교육 물길을 바로 잡아야 한다. 서울 시민들이 미친교육을 고치는 데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2008.07.18 14:49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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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7월30일에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있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그 교육감 선거가 서울시민 모두의 직선으로 선출되는 사실도 알고 계시는지요?
그리고 이 선거에 현재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후보가 나와 2강 구도로 세력대결을 하고 있는 것도 알고 계시는지요?  

현재 약8~9명의 후보가 등록되어 있는데, 대체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양대후보로 2강구도로 갈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진영은 한나라당 중심으로 공정택 현 교육감을 지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와 전교조, 진보단체들은 주경복 후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조차 두 후보를 유력한 후보로 거론하고 있어 투표율과 각 진영의 조직화 정도에 따라 양쪽 모두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현 정부의 광우병 쇠고기 정국과, 영어몰입교육 일제고시 부활, 0교시 실시, 우열반 편성등 교육정책에 관해 심판하는 선거입니다.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관장할 수 있는 한해의 예산이 무려 6조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또한 5만5천여명의 교직원 인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 정부의 교육양극화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됩니다. 교육 공공성을 영원히 포기하느냐 아니면 다시 돌려놓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 있습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개입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스스로의 가치에 맞는 후보를 선택하시어, 7월30일 반드시, 꼭, 투표를 하고, 주변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하도록 홍보해주십시오.

교육감 선거는 정당선거와 달리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낼만큼 밀착된 주제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숨막히는 교육시장에 쏟아버리는 이 미친 교육이 진정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자녀를 가진 분들에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번 투표에 꼭 참여해주세요.

현재 교육감선거가 직선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기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거소투표제(주소지가 아닌 실제거주(직장 등)하는 곳에서 투표하는)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부재자 투표인데,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셔서 투표를 미리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투표 당일날 휴가인 분들은 미리 신고하셔서 꼭 투표에 참여하세요..

그림파일을 참고하시고, 첨부한 파일을 다운받아 거소란에 체크하여 주민등록상 주소지 동장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면 투표용지가 우편으로 옵니다. 그러면 기표하셔서(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우편으로 보내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거소투표 신청서를 7월15일까지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청서는 간단하며, 첨부파일 다운 받아 체크해서 보내시면 됩니다.

여러분의 한표한표가 이명박 정부의 미친교육을 막아낼 것입니다.

교육감 선거에 당선되면 아이들 급식에 미국산 쇠고기가 오르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아낼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로 이명박 정부를 반드시 심판합시다! 7월30일 투표 꼭 참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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