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설록 녹차박물관, 아침부터 대형관광버스로 꾸역꾸역 관광객들을 토해내는 걸 보니 확실히 여긴 뜬 곳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녹차를 사업적으로 재배해 보겠다고 나선 한 기업 오너의 열정과 의지로 나름의 성공을 구가하고

있는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이다. 녹차라는 아이템을 세련되게 다듬고 새로운 상품을 고안해 내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녹차 문화도 좀더 본격화되었지 않나 싶다. 사실상 곡물차로 분류되어야 할 '현미녹차'가

고소해서 좋다던 입맛을 나름 다양하게 변화시켜 주었으니 말이다.

이 분이 바로 녹차 쪽으로 사업을 추진하라 명령을 내리신 분, 넓은 잔디밭에 서서 흡족하게 바라보는 쪽에는

꾸불꾸불 녹차밭이 웅숭그리고 있었다. 녹차밭 사진 한장 찍어줬어야 하는데, 아침부터 운전하느라 정신없어서 패스.

참...녹차박물관이라고 가서, 녹차밭도 아니고 풀떼기 잔디밭에 누군가 벗어놓고 간 꼬맹이 신발을 좋다고

찍고 있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살짝 신벗어놓고 맨발로 살금살금

나들이갔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꼬까신 하~ 나아아~ 고무줄 하던 기억을 뻐끔 퍼올려준 신발.

고무줄 놀이 나름 적잖이 했었던가, 나..?

아침에 비가 살짝 와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는 그쳤고, 운좋게도 공기 중의 O2가 물방울에 실컷 두들겨맞고선

훨씬 청량해졌다. 현미녹차 티백을 어느순간부터 안 먹게 된 입맛으로, 박물관 내에서 무료로 시음시켜주는

초록빛 일렁이는 세작 녹차 한잔 마시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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