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을 뜻하는 와불이 있어 열반 사원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는 왓 포. 46미터나 되는 거대한 와불상이 눈을 홉뜨고

사람들을 굽어보고 있는 곳이다. 왓 포는 또한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자 가장 커다란 사원이랜다.

오돌토돌한 머리가 무슨..손에서 갖고 놀며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그런 건강보조기구 닮았다. 온통 금빛으로 찬란한

불상인데, 왜 난 저게 정말 금일까 두께는 얼마나 될까 18K정도는 될까 요런 생각만 나던 걸까. 부처님 죄송염~*

미끈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부처님. 크기는 크지만 사실 디테일은 그닥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다리라고 쭉 뻗은

원통 두개를 붙여놓곤 끝이다. 어찌 보면 하반신 마비인 거 같기도 하고. 부처님 다시 죄송염~*

자개로 삼라만상을 표현했다는 부처님의 발바닥. 무슨 도장같이 파여져 있다. 이렇게 거대한 발바닥, 그리고 이런

그림으로 가득한 발바닥은 아마 이게 세계최고지 싶다. 그림은 하나하나 세밀하게 자개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하나씩 뜯어보아도 참 이뻤다.

거대한 부처님이 누워계신 방안에는 벽을 따라 쭈욱 헌금 항아리가 놓여 있었다. 왠지 저 항아리마다 동전 하나씩

빠짐없이 전부 봉헌하면 뭔가 소원성취 인생역전될 거 같은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가방을 둘러메었던 어깨에는

땀이 흠뻑 젖었던 이 때는 8월..쯤이었던가.

왓 포의 바깥에는 이런 뾰족한 탑들을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었다. 딱히 열을 지어 서있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아무

곳에나 자유롭게 산개해 있다는 느낌. 저 기묘하고 이국적으로 생긴 탑이 하나만 덜렁 떨어져 있었음 얼마나

뻘쭘했을까. 배경처럼 층층이 세워진 왕궁의 지붕과 다른 것들과 맞물려 딱 어울린다.

이런 탑, 그리고 저런 문, 그 앞에서 지키고 선 거대한 석상까지..조영남 식으로 말하자면, 여기는 태국의 방콕,

왓포사원 앞마당입니다~* 타일을 하나하나 붙여서 저런 무늬를 만들고, 규칙과 배열을 만들어낸 것이 신기하다.

품도 엄청 많이 들었을 테고 시간도 그만큼 많이 들었을 거다. 하기야 과거의 사람들에겐 무던하고 참을성있게

몇십년, 한평생, 혹은 몇 세대에 걸쳐 일을 해낸다는 게 그다지 두렵거나 망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던 듯 하다.

요 쬐꼬맣고 귀여운 코끼리 모양의 수호상은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되었달까, 그 코끼리 코로 열린 문짝을 고정하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근데 저렇게 바싹 말아올려진 코 모양이 영락없이 뭔가 힘껏 끌어당기는 모양새지 싶어

가만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났다.

다른 퉁퉁하고 묵직한 느낌의 수호상과는 달리, 상당히 얍씰하게 빠진 보디라인을 가진 이런 청동 수호상도 있다.

여긴 왓 포 사원과 인접한 다른 불당이었는데, 스님이 앉아 있는 자세가 워낙 다소곳하니 이뻤다. 무슨 일을 하던,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의 몸짓, 태, 이런 것들은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오랜 기간 연마한

발레리나의 손짓, 몸짓처럼 더없이 매끄럽고 우아하게 떨어지는 그 흐름과 분위기랄까. 스님은 부처님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 당신의 뒷태로 이야기하고 있는 거 같았다.

금빛찬란한 좌대 위에 올라앉은 부처님 위에는 작은 양산도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보랏빛 꽃으로 온통 장식된

좌대 아래에는 국왕의 사진도 보였고 다른 스님들인 듯한 분들의 사진도 많이 놓여있었다. 조명의 효과랄까,

부처님은 그 모든 걸 지긋이 내려보고 있던 느낌.

쇠파이프로 만들어진 청룡언월도를 꼬나쥐고 있는 걸 보니, 이 수호상들은 좀 최근에 만들어 세워진 것 같다.

저 수염은 왠지 '캐리비안의 해적2'에선가 나왔던 문어 수염 선장을 생각나게 한다.

저토록 정교하고 섬세한 문양들은 거리를 어느 정도 격하고 바라본다고 해서 디테일이 뭉개지지도 않을 뿐더러,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박아넣었을지 절절이 느껴졌다. 돌출된 타일이래봐야 주변 것들에 비해 고작해야

몇 밀리미터 어간이겠지만, 그런 약간의 도드라짐으로 이런 입체감과 깊이를 느끼게 할 수 있다니 감탄했다.

우리 부모님. 뭔가 화보집 촬영이나, 적어도 2009 S/S 의류패션집처럼 나왔지 싶어서 살짝 자랑질.ㅡㅡ;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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