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 페이버 파크(Mount Faber Park)에서 텔록 블랑가 힐 파크(Telok Blangah Hill Park)로 넘어오려고 


헨더슨 웨이브(Henderson Waves) 다리를 건넜다. 길게 동서로 이어지는 짙은 녹색의 벨트를 따라 트레킹코스를


걷는 건 헤이즈로 시계가 불량하기 짝이 없는 싱가폴에서도 꽤나 매력적인 일이다.




텔록 블랑가 힐 공원(Telok Blangah Hill Park)을 가로지르는 길은 포레스트 워크와 힐탑 워크. 그끝에서 또다시


다른 공원과 이어지는 알렉산드리아 아치까지 걸을 참이다.


공원 중간에 있는 커다란 저택. 1900년대 초에 싱가폴에서 상업 활동을 했던 부유한 상인의 저택이라던가, 지금은


화려한 레스토랑 겸 바로 싱가포리안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듯.



트레일 코스는 종종 이렇게 잘 포장된 길이어서 걷기가 수월하다. 흙길이나 험한 길은 거의 없으니 편한 코스.


공원 중간에 있는 아름다운 정원. 테라스 가든이라는 이름이었던 거 같은데, 


이렇게 겹겹이 테라스가 쳐진 것처럼 공간을 나눠놓고 꽃들로 그득하게 채워놨다.



제법 높이도 이 텔록 블랑가 힐 공원에서 가장 높을 듯, 시야가 탁 트인다.



그리고 계속 걸어 알렉산드리아 아치로 조금씩 전진하다 만난 이끼로 된 초록띠. 길을 따라 이어지는 초록색이 너무


이뻐서 한참을 바닥에 쭈그려 앉아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포레스트 워크로 접어들고 나니 왠지 가든스바이더베이의 온실관 내부를 떠올리게 하는 캐노피들이 이어진다.


지그재그로 배치된 길을 따라 조금씩 땅으로 내려가는 느낌.




이렇게 중간중간 본격 운동하는 사람들을 빼놓고는 거의 마주치는 사람도 없는데, 극성인 헤이즈 때문이려나


아니면 워낙 덥고 습한 날씨 때문이려나.




캐노피 아래로는 earth walk였던가 숲 사이로 난 한줄기 얄포름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길도 있던데 나중엔 저 길도


한번 걸어봐야겠다.



그렇게 포레스트 워크는 막바지에 이르고.



도착한 알렉산드리아 아치. 헨더슨 웨이브에 비해 짧고 작아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는데, 야경 역시도 헨더슨 웨이브가


더 멋질 거 같은 거다. 해가 슬슬 저무는 시간대가 되다보니 얼른 헨더슨 웨이브로 가서 야경을 보기로.


가장 빠른 길을 통해 헨더슨 웨이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브리치 넣은 야자나무. 잎사귀 하나만 갈색으로 물들였다.



설렁설렁 걸으면서 맥주도 마시고 앉아서 쉬고 그럴 때는 세네시간 걸리더니-뭐 맘만 먹으면 1km 가는데도 두세시간


걸릴 수도 있겠지만-작정하고 빠르게 돌아오니 삼사십분 걸렸지 싶다. 다시 돌아온 헨더슨 웨이브는 (실망스럽게도)


아직 점등하기 전.



거리에는 어느새 가로등도 들어오고 하루종일 히끄무레하던 하늘도 조금씩 거뭇거뭇해지는데.


문득 출몰한 고양이 한마리랑 조금 놀면서 기다리다가 결국 헨더슨 웨이브에 불밝혀진 야경은 못보고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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