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부터 뭔가 화사하다. 잘 가꿔진 녹색식물들이 엉겨붙은 담벼락과 대문, 그리고 이쁜 꽃바구니가 그려진 채

무겁고 두툼해보이는 문짝하며. '타샤의 정원'이란 이름의 퓨전 한정식집.

정원이다 정말. 다소 정신없어 보일 정도로 잔뜩 늘어세운 화분들과 '풀떼기'들로 건물은 입구만 겨우 남고

전부 가리워지고 말았다.

약간의 산만함, 혹은 빼곡한 치장은 이 곳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듯. 내부에 들어가도 진열되다 못해 바닥을 온통

잠식해 들어온 소품들과 장식품들이 은근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비가 오리라던 기상청 예보 따위, 지들 운동회날 비나 맞으라지. 온통 번쩍번쩍 양광에 휘감겼던 날.

따스하게 햇볕에 바래가는 체크무늬 쿠션, 고소하고 살짝 시큼한 커피 향기, 그리고 저만치 떨어진 좌석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발랄한 목소리. 나른하고 느긋한 여름날 휴가의 모양새.

창밖에서 까페 내부를 들여다보던 네 명의 흑인 인형. 왠지 뉴올리언즈 쯤에서 막 재즈 공연을 마치고 상경한

포스가 느껴지는 그들.

심지어 건물 앞, 주차 안내원을 위한 공간조차 허투루 냅두지 않았다. 거대한 허브 화분 두개가 보초처럼 서있고,

문틀 위엔 수탉 두마리가 올라앉아 눈빛 겨루기 중.

사진이 좀 애매하게 찍혀서, 마치 저 나무통 똥꾸멍 쯤에서부터 저 붉은 꽃화분이 뿅, 하고 튀어나온 느낌으로

찍혀버렸지만, 그런 건 아니다. 괜한 해명인 건가.;

조금 어둡게 나왔지만 그래서 더욱 선연하게 떠올라버린 다섯장 꽃잎을 가진 이름 모를 꽃. 확 도드라져 보이는

색감이 눈을 어질어질하게 한다. 아놔. 좀 더 잘 찍어볼 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