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회의원 누군가가 'XX'신문사주가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다고 실명을 거론하고 나니, 조X일보에서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나섰다고 한다. 퇴근 후 동아일보사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바라본 조선일보사옥의 대형TV에서는

'3대 공공 노조 민노총 탈퇴'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민노총 흔들기는 이미 수년째고, 산별 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를 추구하는 '제3의 노총'을 향한 그들의 부추기기 혹은 과장보도는 여전하다. 시간이 남아 광화랑을 한바퀴

돌아보고 동아일보 신문박물관 앞을 얼쩡대다가 알았다. 4월 7일 신문의 날을 맞아 4.1~10 무료입장이랜다.


#2.

정확히는 어제 4월 6일, 독립문역 근처의 시사IN 편집국을 찾아 제1기 시사IN독자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2시간여 쉼없는 리뷰와 비판과 애정어린 질책이 쏟아졌고 뒤이은 술자리는 가벼운 맥주와, 그제서야 늦은 저녁을

먹는 내게 맞춤한 푸짐한 안주가 나왔다. 허름한 건물 6층에 있던 시사IN의 편집국은 과거 우연찮게 경험했던

동X일보의 그럴듯한 사옥과 대비되었고, 가벼운 맥주의 부담없는 술자리는 폭탄주가 처녀비행했던 그때의

술자리와 대비되었다. 심지어 독자위원들을 맞이했던 편집국장님의 '허름한' 머리마저 그쪽의 '번쩍이는' 머리와

각을 이뤘달까.


#3.

광화문에서 만났던 누군가는 저번주 일요일에 죽으려고 했었다. 이만한 일은 견디어야 한다, 남에게 쪽팔리게

말하고 다니지 말라, 라는 부모님의 오랜 교육 탓인지도 모른다. 나처럼 감정을 잘도 흘리고 다니며 최소한 감정을

따라 끝까지 치닫고 싶어하는 맘을 가진 사람도 가끔은 죽으려 하는데, 많이도 힘들었겠다 싶었다. ....때문이었다.

사랑 때문이었다. '중요한 일'때문에 오늘도 늦는다던 것에 대해 궁금해하던 엄마한테 '사랑' 때문이라 했더니,

웃으셨다. 난 그게 웃을 일인지 모르는 나이인 게다. 우연의 연속에 불과하다 하여도, 그걸 인연이라 이름붙이고

싶은 게 욕심인 걸까.


#4.

그와 내가 만나는 장소는 항상 조금 묘했다. 저번에는 남자 둘이 광화문 베니건스를 갔는데, 이번에는 남자 둘이

종로3가 티포투를 갔다. 아마 그 전에도 뭔가 찻집을 갔었던 듯 하다. 나는 등받이 쿠션을 품에 안고 턱을 괸 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추임새를 넣어주었고, 그는 목에 좋다는 루이보스차를 마시며 쉼없이 이야기했다. 우리는

사이가 좋다. 그는 나의 말하고 듣는 방식을 두고 '여성적 말하기, 듣기'라 했지만, 그도 못지 않다. 정 안되면

취향을 살짝 바꿔 우리 서로 기대보자 했다. 사랑 때문에 죽을 생각을 하는 게 웃을 일인지는 모르겠는 나이이되,

틈새시장을 개척, 공략할 나이가 도래하는 건 맞는 게다.



아는 사람은 알 거다.

국방부의 웃기지도 않은 '불온도서' 선정과 그에 대한 몇몇 법무관들의 헌법소원.

그 중 두 명은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당했고, 그 징계를 고스란히 받아낼라치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법조인으로 배겨낼 수 있는 가능성 따위 전혀 없다는 상황이다.


알고 봤더니, 일년 후배, 친한 녀석이다.

뭐...애초 '불온도서' 선정이라는 게 얼마나 웃긴지, 에 대해서는 이미 온갖 온라인 서점들이나 오프라인

서점들이 '불온도서' 특별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 더 말할 나위도 없다고 본다.

그리고 그 '불온도서'에 대해 법무관들이 문제제기를 한 상황에서, 이 자체를 명령계통위반이라거나

품위 훼손 등등의 말도 안되는 사유로 중징계를 내리는 상황이 얼마나 코미디인지도 더 말할 것도 없다.


오늘 저녁때 만나서 술을 마시다 보니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학 다닐 때 운동을 하던 녀석도 아니고, 신자유주의네 뭐니에 대해 문제의식도 투철하던 녀석도 아니고,

그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말이 안 된다 싶은 부분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것 뿐인데. 피해가 막심하다.


지극히 상식적인 부분에 상식적인 차원에서 대응했을 뿐인데, 그 대가가 너무도 크다.

순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그런 상식적 반응에 대해 상식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안이했다. 용산 참사, 전교조 교사들, 언론 노조의 전례가 있는데 미처 살피지 않았다.


순진했고 안이했어서, 그 녀석은 법무관에서 파면, 공직 생활이 5년간 금지되고 변호사 개업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버렸다. 뭐, 특별한 녀석이 아니었다. 그저 남들 살듯이 살고, 남들 생각하듯이

살았던 친구였을 뿐이다. 다만, 헌법소원을 냈을 뿐. 국민으로서의 권리로서. 자신이 잘 아는 분야니까.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란 거,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다.

국민이 아닌 군인의 신분으론 헌법소원도 맘대로 낼 수 없는 사회, 게다가 말도 안되는 '불온도서' 선정에

그에 대한 비판 따위 초장부터 봉쇄해 버리는 사회.


다들 불만은 많지만 자신의 일은 아닐 거라 하는 듯 하다.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니니 아무리 지랄같고

이해불능의 짓거리를 해대도 참겠다 한다. 근데,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그렇게 숨통을 조여오는 손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헌법소원. 그걸 했다고 파면을 당하랜다. 더구나 웃기는 건, 헌법소원의 내용이

그렇게 우스꽝스런 '불온도서'에 대한 거였을 뿐이었다.


입 닫고, 귀 닫고, 눈 닫고. 그렇게 9년쯤 살으란 건가.






저녁때 기자 친구를 만났다.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그리고는 다른 친구들의 근황을 묻고,

레드망고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이러저러한 기사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전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가 파면당한 법무관이 알고 보니 같은 과의 친한

일년 후배였다는 깜놀한 소식에서부터, 누군가는 누구와 사귀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무지 외로워하고

있다는 잡다한 소식까지. 장자연 리스트에서부터 박연차 리스트까지.


난 그에게 모종의 부탁을 했고, 그는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내게 뭔가를 요구했다.

기사거리를 내놓으랬다. 거북아 거북아 기삿거리를 내놓아라 아니 내어놓으면 구워먹으리.

정말 머리를 짜내어 십여가지의 아이템들을 제시했지만, 번번이 '킬'.


요새 고층빌딩을 많이 세운다는데, 실제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겪는 생리적 변화와 어려움을

취재하면 어떨까. 그건 47층에 근무하는 당신의 민원성 아이템이니까 킬.

요새 무급휴가를 많이 내보낸다는데 그들이 휴가기간에 알바를 한다더라. 이미 많이 팔린 소재니까 킬.

어디 보니까 1인시위하고 있던데 그거 취재하면 어떨까. 사안의 중요성이 떨어지니까 킬.

음식점들에 비치된 명함 응모함이 조작되어 단골에게 사은쿠폰이 발급되는 거대한 음모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걸 밀착취재하면..시끄러, 킬.

출근길 지하철이 차간 간격조정으로 멈출 때마다 마이크로 삑삑대며 퉁명스럽고 시끄럽게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그런 건 애초 의도였을 고객 서비스 마인드에도 부합하지 않는 거 같은데..메트로 홈피에 올려, 킬.

인턴을 뽑아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문제라고 하던데 내가 일하는 데서는 아주 잘 관리하고 있어서 어찌

한번 나를 취재하러 오면 어떤지. 그런 청탁성 아이템은 꺼져버려, 킬.

아침에 출근할 때 보면 머리도 안 말리고 물 뚝뚝 흘리면서 서있는 아가씨들 있는데 그건 제2의 개똥녀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귀신녀'정도로 조어해서 취재해봐. (이 대목에서 잠시 무진장 한심하단 눈빛 작렬)

제2롯데월드 올린다던데 그걸 한번 더 파보면...아니다, 이미 그건 나올 얘긴 다 나왔고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야 모..그래서 (용기를 잃고) 스스로 킬.


올킬.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나의 부탁은 소멸되어 버릴 뻔 했으나, 그나마 하나가 그럭저럭 살아남은 덕에

아직 간당간당 목숨은 붙어있는 상태다.

코엑스가 길거리 캐스팅의 명소 중 한 곳이라고 하던데, 한번 하루종일 버티고 서서 그럼직한 아가씨들

취재해 보는 건 어떨까. ...끄적끄적. 그렇게 살아남은 하나.


기자 안 하길 잘했다. 이렇게 아이디어가 빈곤해서야.






대통령님 덕분에 행복합니다. 만수무강하세요~♡




나는 예비군 훈련을 받으며 주위 '전우'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결승전 내용을 드문드문 귀기울였지만, 동생은

마침 로스엔젤레스 비행을 갔던 날이라 결승전을 직접 보고 왔다. 엘에이의 다저스 홈구장 입장권은 19달러부터

조금씩 비싸진다고 하던데, 55달러나 주고야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경기 결과야 익히 알고 있으니 별로 덧붙일 말이야 없지만, 사실 평소 야구에 관심도 없고 이번 WBC도 결승전이

마침 예비군 훈련날이었던 터라 겨우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나로서는 준결승도 잘 한게 아닌가 생각할 뿐이다.

뭐, WBC 자체가 야구를 세계화하려는 미국 중심의 쑈라느니, 한국의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뛰는 이유가 다름아닌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서라느니, 여러 귀기울여 들을 만한 지적들이 있지만, 최소한 내가 예비군 훈련날 점심식사후

두시간여 티비를 강당에 모여 함께 보며 그을 수 있었던 부등호는 이런 거였다.


(여러가지 면에서) 'WBC 결승전 관람' > '예비군 훈련'.


아래는 동생이 경기장에서 사온 2009 World Baseball Classic 기념 타월. 조잡하게 인쇄된 흰색문양이나 재질감,

역시 택을 눈여겨 살피니 Made in China.

결승전 그 현장의 사진...이 수많은 사람 중 어딘가에 동생이 있었을 거라는.
4월 중순에 가기로 했던 인도/파키스탄 출장이 취소되었다.


회장, 부회장이 바뀌고 임원진 전원 사표를 제출하는 등 인사이동의 격변기 속에서도 꿋꿋이 홀로-인턴과 둘이-근 

한 달간 준비했던 출장이었는데, '당장 성과가 나오는 사업'을 하라는 윗선의 말 한마디로 취소되고 말았다. 이제

뉴델리와 카라치 측과 모두 연락이 완료되었고, 인쇄물도 모두 발주했으며, 항공편과 비자도 해결되었고, 거의

출발만 하면 되는 상황까지 이르러서 취소된 거다. 이유는 요새(글로벌 경제침체와 엔고라는 정황상) 중요한

시장은 중국과 일본인데 왠 뜬금없는 인도와 파키스탄이냐는, 그리고 이런 류의 출장을 가봐야 당장 회사에도,

관련 기업들에도, 그리고 '국가경제'에도 도움될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간 내가 혼자 낑낑대며 일했던 게 아까워서가 아니다. 어차피 어렸을 적에는 모래성 쌓았다가 뭉개고 다시 쌓고

그러면서 잘도 놀았댔다. 윗사람의 말 한마디로 올해 전반기 중요사업 하나가 증발해버린 게 참 허무하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이란 게 고작 그렇게 쉽게 없어져도 될 만한 건가 하는 허탈감도 없지 않지만, 그런 건 뭐..괜찮다.

조직의 생리라는 게 으레 그런 거 아니겠는가.


당장 돈이 되는 사업, 당장 성과가 보이는 사업.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그리고 그 '돈이 되는'이라는 표현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어떨 때 쓰여야

하는지조차 불분명한데다가, 더우기 발화자 스스로 일관성을 무너뜨리며 혼란스럽게 그 표현을 여기저기

붙이고 있다. 당장 무역투자사절단을 함께 나갈 사장님 몇분이 계약을 하면? 계약은 안 하지만 평소 거래하는

바이어와 직접 만나서 공장을 둘러보고 관계를 돈독히 하면? 계약은 안 하지만 새로운 바이어를 발굴해 심도있는

대면상담을 할 수 있었다면? 아니면 특히 파키스탄과 같은 '오지'의 시장을 직접 확인하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회가 된다면?


작년 울 회사가 최초로 대학교를 돌며 채용설명회를 했을 때, 나는 '사기업의 다이나믹으로 공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이 곳의 최대 매력으로 꼽았었다. 돈을 버는 조직이 아니라 돈을 쓰는 조직, 그리고 그렇게 돈을 쓰며 중소

업체들의 해외시장 개척을 돕고 재계를 대표해 외국내 한국의 지분을 높이는. 물론 당장의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회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조직의 본령이 아닐까 했다.


게다가 엄연히 그곳을 가고자 하는 기업들이 있고, 이미 이렇게까지 일이 진척되었으며, 우리 회사가 그들의

의지로 지켜지는 조직이 맞다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MB'의 냄새가 난다. 전봇대 몇개 뽑는 것으로 기업의 애로를 해결했다 뿌듯해하는, 당장 몇십억 몇십조의 상상도

못할만큼 거대한 (상상된, 혹은 계산된) 수치를 들이대며 국민들을 위압하는, 그리고 뭐든 당장 성과를 내놓으라며

기존에 합의된 법이고 절차고 무시하는.


아랍어로 부르는 마이웨이. 더구나 가수는 아랍권의 '나훈아'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이라네요.

왠지 항가항가 거리는 듯한 악기 소리가 생경하긴 하지만 듣다보면 은근 귀에 콕콕 와닿는 듯 한건

혼자만의 오해일까요.

클라이막스 부분이 특히 중독성있다는.ㅎ



오...내 블로그가 청와대 블로그와 코레일 블로그 사이에 랭킹되고 있는 현재 시각 PM 11시 49분.

좀더 관심을 갖고 자주 포스팅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다보면 청와대를 훌쩍 제껴버릴 날이 머지 않은 듯.


그러고 보면 오늘에야 도착한-아..아무리 생각해도 배송에 문제가 있긴 하다, 한주를 열어줘야 할 주간지가 한주가

꺽일 때쯤 도착하다니-시사주간지 "시사인" 독자란에 얼마전 올렸던 내 글이 있는 걸 보고 꽤나 기분좋은

하루였다는. 이제야 시사인 독자위원으로 뭐가 한 건 해낸건가 싶기도 하고. 그치만 아직 결혼도 안한 미혼남이

왠지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듯 말한 것처럼 미세조정(fine-tuning)된 거 같아 살짝 아쉽기도 하고.

내가 올렸던 글은 "사교육이 나쁘다는 옹알이보단, '사교육 공포에 맞서기'".

(참고삼아 시사인 홈페이지는 http://www.sisain.co.kr/
)



* 불과 20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청와대를 눌렀다. 크하하. 왠지 속이 후련하다는.

...그러고 보니 요새 혼자 참 잘 놀고 있다. ㅡㅡㆀ


얼마전 티스토리의 공지란에서 서평단 모집 안내문을 얼핏 보았다.

3개월 동안, 격주로 한 권이상 무료로 배송해 준다니 뭐 나쁘지 않다 싶었다. 어떤 책을 보내줄지는 몰라도, 어쨌든

나는 무협지나 삼류만화, 하물며 딱지없는 영화에도 뭔가 남는 게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니까. 그게 비록 보고싶은

대로 보고 읽고 싶은대로 읽은 거라 해도 어쨌든.


네 개로 나뉜 카테고리 중 "문학 및 만화"와 "인문/역사/사회/자연과학"에만 응모를 했다. 나머지 둘, "유아/어린이

/학부모/가정/어린이 외서"와 "경제 경영/외국어/자기계발/실용" 파트는 좀체 관심이 없는데다 종종 읽는 것조차

고역인 책들이 많아서 패스.


통틀어 사백여개의 트랙백의 응모가 있었고, 각 카테고리별 열 명씩 '당첨', 선정도 아니고 '당첨'이다.

나는 "문학 및 만화" 카테고리에 용케도 당첨이 되었다.

어떤 책들이 주어질지 모르겠지만, 억지로 박약한 감상을 침소봉대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겠지만, 그런 식으로

어쨌든 글로 감상을 남기면서 좀더 스스로 정리할 수 있을 테니 잘 됐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써내린 글을 돌아보니, 상당히 유보적이다.

리뷰어로 지명된 후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 얼마전부터 모 사이트에서 솔찮게 영화와 책들의 리뷰어로 선정되어

이것저것 쓰고는 있지만, 가끔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책에 할애하고 싶은 귀한 시간에 지명된 책을 의무처럼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게다가 왠지 그런 식의 리뷰어를 모집하는 책들 중 일부는, 그야말로 '날것의 구린

냄새'가 나는 것들도 없지 않아 보인다.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공짜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

광고를 도모하는-뭐 얼마나 광고 효과가 있겠냐는 건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모습이 너무도 역력하고, 책의

퀄리티는 다소 아쉬운.(책이라도 좀 그럴 듯 해서 기꺼이 넘어가고 싶은 맘이 절로 일게 해 주던가.)


알라딘에서 무슨 책들을 줄지 모르겠다. 가벼운 책과 무거운 책이 적당히 뒤섞인, 그리고 트렌디한 책과 고전이

적당히 뒤섞인, 내 돈주고 꼭 사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서평단이라' 공짜로 받아 감사한 책들을 받았음 좋겠다.

내 돈주고는 그닥 안 사볼 책들 '마침 서평단이라' 공짜로 받아봐야 한번 보고 마는 게 사실이니. 두고두고 뒤척여

볼 만한, 때로는 밑줄 그어가며 좋은 구절 발려낼 만한 책들을 줬음 좋겠다.


여까지. 쓰고 보니 미리부터 투덜대고 있다. 뭐 정리하자면 전체적인 흐름은 알라딘-티스토리에서 '당첨'시켜줘서

감사하다는 고마움의 표시, 다만 (리뷰)쓸만한 책들, (두고두고) 볼만한 책들, 그런 것들 받았으면 좋겠다는 다소

질풍노도 사춘기스럽게 생뚱맞고 거친 소울의 발현.

전역..이란 단어의 의미를 새겨 본 적이 없었다. 역종을 바꾼다..는 의미. 마침표의 뉘앙스는 담겨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교관들의 홈경기였고, 내겐 일종의 어웨이경기였다. 더구나 복장과 말투와 스케줄..같은 것들을 장악당한

채, 스멀대며 돋아나는 이전의 원치않던 습관들과 기억들을 쓰게 바라봐야했다. 여전히 북괴란 단어를 쓰고

정신나간 김일병을 저주하며, 그리고 갈수록 전우애가 상실된 채 '빠져가는' 군대를 한탄하는 교관들이.

전쟁놀이, 병정놀이에 몰입한채 진지하게 계급과 조직을 신봉하는 그들은 너무 많은 고지를 선점하고 있었다.

'이왕 온거 열심히 하다 나가자'라는 맹목적인 성실함의 호명, '누구 한명이 방만하면 나머지 동료들이

힘들어진다'라는 식의 연좌제적인 책임감 부여. 그러한 식의 꼬임은 언제나 말문을 막고 만다.


...대체 왜 하는지도 모르겠는 예비군훈련따위,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 한다고, 원치 않는 공간에 처하진

않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애초에 가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굳이 꾸역꾸역 찾아가서 조국을 위해 총을 쥘

몸뚱이만을 요구하는 곳에서 짐승처럼 '부려질' 필요는 없었던 거다...
(
전역, 轉役)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둔탁하고도 거친 말들과 그 뒤에 버티고 선 사고방식들, 그 모든 걸 비주얼하게

보여주는 얼룩덜룩한 국방무늬가 가시처럼 날 쿡쿡 찔러댔고, 난 처음 입대할 때처럼, 처음 예비군 훈련 받을

때처럼, 그렇게 하나도 익숙해지지도 타협하지도 못한 채 그저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켰다.


사람 죽이는 법을 까먹지 않게 하려고 우르르 불러모았댄다. 북괴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수류탄을 던지랜다.

책임이 있으니 의무도 있는 거랜다.(이게 무슨 말인지..자유가 있으니 책임도 있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자유 운운하기엔 넘 척박하고 열악한 상황이니 병정놀이오타쿠들, 교관들도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나름 변형한

거겠지.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지..'라는 속편하고 살짝 효험도 있다는 체념 역시 무기력해지는 이상한

공간인 게다, 군대란.) 비상식으로 가득차서, 외려 상식을 들고 말하기엔 유치해 보이고 까칠해 보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
예비군훈련..4년차.)


그리고 5년차 예비군. 여전히 속은 편치 않지만, 조금은 익숙해졌다. 그냥 오늘 밤 늦게까지 딴 짓 좀 하고,

엠피쓰리에 노래 좀 넣고 충전하는 거 잊지 말고, 그럴 생각이다. 어차피 내일 가서 어떤 자세로던 어떤 시간에던

잠드는 건 문제도 아닐 테니..괜히 교관들의 이상한 이야기나 멍청한 짓거리들에 울컥하지 않는 한.


날씨가 다시 좀 추워지긴 했지만 뭐, 어차피 군복을 입으면 마음이 서늘해지고 컨디션도 지랄같아지니 상관없다.

아니다, 이명박이 최근에 예비군 훈련도 내실화하라고 했다던가. 무사히 돌아와야겠다. 작년 예비군 훈련 때에는

땅벌을 건드려서 팔다리가 퉁퉁 부은 예비군들을 한시간넘게 미적대며 잡아두다가 항의 끝에 겨우 엠뷸런스 타고

병원으로 후송되었던 일도 있었다. 물론 예비군 훈련시간으로 인정도 못 받았었고.


대체 뭘 어떻게 내실화하려나, 대체 뭘 어떻게 또 괴롭히려나. 개성공단도 말아먹고 남북관계도 말아먹고 또

무슨 말씀을 내려 반공정신을 고취하시려나. 듣고 싶지도 않은 X소리 안 들으려 귀막을 자유도 없는 곳.



'색계'에서 나왔던 양조위의 쓸쓸한 엉덩이, '베티블루'에서 나왔던 그녀의 치명적인 목선.

말이 아니라, 눈빛이 아니라, 몸의 실루엣과 살풋한 움직임만으로 자신의 감정을 뿜어낼 수 있다는 건 종종 대단한

능력으로 찬사받곤 한다. 그들에게는 연기가 무르익었다느니..등골이 오싹했다느니..등의 상찬이 주어진다.


딱 버티고 선 두 다리의 폼새가 예사롭지 않다. 자신의 농장에 울타리를 두르는 심정으로 지면을 딛고 선 두 다리와

그것들이 버텨내는 지상의 몸뚱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노골적이다.


손에 쥔 가방이나 신문뭉치는 종종 상대를 제압하는 효과적인 무기로 기능한다. 옆구리에 박히는 가방 모서리의

선뜻한 느낌은, 이것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상대를 패퇴시키고 자신의 공간을 지키거나 혹은 넓히겠다는 집요한

경고로 읽히곤 한다. 가끔 신문뭉치를 쥔 손으로 머리를 매만지는 척하며 근접해온 상대의 목덜미나 안경, 혹은

얼굴을 가격한 후에는 뻘쭘한 민망함조차 사치라는 양, 모른 척 시치미로 일관하기도 한다.


그들의 어깨는 두 개의 뿔처럼 기능한다. 좌우로 휘저으며 사람들을 밀쳐낸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공간을 베어

들어가는 능력을 갖췄달까. 그냥 어깨일 뿐인데, 어깨가 내 어깨나 가슴 어간을 무지근하게 압박해왔을 뿐인데

기분이 확 상한다. 때론 큰소리로 으르렁대며 협박하는 어깨를 만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정말 불끈 달아오르며

나 역시 어깨에 감정을 싣게 된다. 그에 또다시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대의 어깨.


마치 소싸움하듯 그렇게 어깨를 겨누고 상대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지하철이 덜컹, 하는 그 순간을 잘 잡아채면

아닌 척 꼬투리 안 잡히고도 한번쯤 세게 질러줄 수 있겠다 싶어서. 지하철 문이 여닫히는 순간의 혼란을 잘

이용하면 누가 했는지 모르게 한번쯤 세게 쥐어박아줄 수 있겠다 싶어서.


눈은 절대로 마주치지 말 것.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싸움으로 번질 게다 아마.



* 얼마전 아침엔..마치 바다에서 막 걸어나온 인어아가씨인 양, 긴 머리에서 물방울이 뚝뚝뚝뚝 쉴 새없이

떨어지는 아가씨 뒷통수에다 30분동안 코박고 서있어야 했다. 퇴근하고 싶은 맘 뿐이었다.

우연찮게 초대장 한 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한 장 밖에 안 되니만치 꼭 필요한 분께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신이 어떤 이야기들을 올리고 싶은지 가능한 조곤조곤 말씀해주시기 바라는 이유입니다.

선착순이 아닌 점 양해 바랍니다.



● 일시 : 2009년 3월 15일(일) 01:00부터

장소 : 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장 1장


In Honor of

the hopeful bloggers of the Tistory


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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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Sunday March 15, 2009



R.S.V.P
ytzsche.tistory.com



이런저런 사고로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져있네요. 다음 첫 화면에, 그것도 다른 때와

같이 "카페/블로그" 란에 소개되는 게 아니라 "뉴스 종합" 란에 떴습니다.

"인턴 채용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니."라는 제가 붙인 애초 제목 그대로 살아서 올랐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그만큼 인턴, 채용, 면접, 구직, 이런 키워드들이 잔뜩 민감해져 있다는 반증이라 생각하구요, 답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나름 위로를 얻으시거나 공감하시거나 실제적인 조언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방금 제가 어떤 분한테 답글로 말씀드렸듯, MB도 대통령이 되었잖아요. 다들 잘 되실 겁니다.

꽤나 오랜만에 다음에 오른 듯 싶네요. 실로 두세달 만에 처음 맛본 손맛이랄까요.

아..가장 최근에 있었던 게 그리 멀진 않았네요. 1월 29일, 30일..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 갔던 게 블로거뉴스

포토/동영상 베스트에 잠시 떴었더랬습니다.

우쨌든,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라. MB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입니다요. 대통령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취직하자는

건데, 너무 절망하거나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한놈만 꼭 잡으시길 바랍니다. 설마 MB보다 못하겠습니까.ㅋ

(이거 은근히 사람을 분기탱천시키는 효과가 있는 듯...)


라고 말은 하지만, 저도 학교 도서관에서 모종의 공부를 한답시고 스트레스만 잔뜩 쌓여 있을 때 언젠가, 과방에서

조각칼로 오렌지에 이런 짓을 하고 놀기도 했답니다...


어제는 우리 회사에서 3월에서 6월, 한 학기동안 함께 일할 인턴들을 뽑는 면접을 함께 했다. 학점인정이 되고

노동부에서 지원받는 인턴제도라 그런지 경쟁율이 정식 공채 못지않게 가혹하다고 한다.

이미 치열한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만을 남겨둔 그들은 이미 적어도 한두개의 인턴 경험과 여러 학내외 활동, 또한

컴퓨터 관련 자격증에 제2외국어 자격증까지, 취업준비생으로서 구비해야 한다는 여러 아이템들을 획득한

'준비된 취업준비생'인 셈이었지만, 다들 까만 정장을 어색하게 차려입곤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내가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생각나는 질문은 사실 그다지 신선하진 않았던 거 같다.


우선 암만해도 인적사항을 한번 일별하며 눈에 띄는 특이사항에 대한 질문을 하며 시작하게 되었다.

"경력사항 중에 이건 무슨 내용이었는지?"

"이 전공은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건지?"

그리고 그래도 나름 신선하다 싶었던 건 각자의 이메일 아이디에 대한 의미를 물었던 질문이었다. 이건 사실

내가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 아이디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다음 질문할 만한 건 아무래도, 그런 거다.

"꼭 이 팀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 팀이 어떠한 일을 하는 팀이라고 알고 지원하게 된 건지?"

이러한 질문들은, 사실 의외로 많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팀에 1지망으로 지원했다는 사실에서 비롯한

건지도 모른다. 지원자들이 팀들의 소개를 전부 듣고 그 중 1, 2지망을 선택해서 각 팀 담당자들과 면접을

보는 방식이었는데, 인사담당자가 우리 팀 경쟁율이 높을 거라고 지레 겁을 줘서 그런 것 같았다.

어쨌든, 아까 내가 설명했던 우리 팀의 일하는 방식과 내용을 제대로 들었는지, 그리고 그걸 자신의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다들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었다. 단답식으로 뚝뚝 끊기는 대답을 하지도 않았고, 자신감있는 태도로

자신을 잘 어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몇 가지 거슬렸던 점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질 만큼 자신있게 치고 나오는

그(녀)의 반응속도라던가, 말할 때 고개를 흔들거나 입술을 삐쭉이는 태도 정도?

내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내 호흡을 채고 나와 대답하는 건 글쎄, 여러모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생각을

조금 하고 대답하는 게 더 나아 보일 것 같고, 상대가 질문을 주면 그 호흡에 맞춰서 대답을 건네는 게 편안한

분위기로 가도록 도울 거 같고. 자칫 너무 도전적이라거나 비우호적이라고 느끼기 쉬운 듯 하다.

말할 때 고개를 흔들거나 입술을 비대칭으로 삐쭉이는 것 역시 상당히 신경쓰였다. 뭔가 안정되고 차분한

태도로 말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입술을 씰룩이거나 고개를 흔드는 등의 산만한 제스쳐는 괜시리 내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상대에 대한 호감도를 저하시키는 것 같다.



몇가지 질문을 더했다.

"친구들이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성격은?"

"이 인턴 경험이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는지?"


사실 인턴이란 게..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 거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전화기만 붙잡고 RSVP를 확인받는다거나, 등록데스크에서 내빈들을 상대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센스라거나

발랄함 같은 것이 굳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리 팀 같은 경우에..팀워크를 중시하며 하나의 행사를 같이
 
준비하기 때문에, 말하자면 인턴은 그 중 자그마한 하나의 부분을 준비하는 걸로 끝나버리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게다가 전체 그림을 보면서

자신의 맡은 부분이 뭔지 계속 위치를 잡아가지 못한다면 붕뜨고 의미없는, 재미도 없는 고역이 될 수 있을 거라서

염려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뻔하지만 중요한 질문.

"무엇이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상대가 얼마나 이 인턴에 열의가 있고 관심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인턴을 하는 자신을 상상해 본 듯한 지원자는 좀더 구체적이고 한단계 깊이있는 질문을 했고, 그렇지

않은 듯한 지원자는 좀 뜬금없다거나 문득 떠오른 듯한 질문을 했다.


면접을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하는 입장이 되니까,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 하나는 대체로

사람들이 보는 눈은 비슷하다..란 점이었다. 각 팀들마다 눈독 들이는 지원자는 대개 중첩되어 있었고, 그건

어느 정도 첫인상에서 가름나는 거 같기도 하다. 면접이란 것도 어쨌든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 자신의 얼굴과

자신의 분위기에 책임을 져야지 몇 개의 스킬이나 번지르르 외운 말과 단어로 커버될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가혹한 걸까.


그나저나 정부는 인턴을 늘리고 신입 정규직 초봉을 줄이니 어쩌니...말이 많다. 20대(혹은 30대 초반)를 희생시켜

기성세대의 기득권을 사수하겠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다. 그렇지만 마치 '학생'이나 '아이'같은 집단이란

게 늘 물흐르듯 흘러가며 집단 구성원들이 바뀌기 때문에 자신들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처럼, '구직자' 혹은 '졸업예정자'라는 타이틀 역시 하나의 잠정적이고 금세 거쳐갈 임시적인 표식이라

이런 미친 소리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취직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단물 쓴물 가릴 처지가 아니란 걸

아니까 더욱 답답할 뿐이다.





*                                   *                                   *

덧댐. 혹시 구직 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예전에 포스팅해 둔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한 몇가지 팁을

같이 덧붙여 둡니다.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한 몇가지 팁. 





요즘 은행 현금인출기에 사기를 칠 목적으로 지갑을 두고 가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인출기 앞에 덩그러니 지갑이 놓여 있으니, 솔직히 살짝 유혹에 흔들릴 수도 있고 혹은 정말 굳건한 마음으로

주인을 찾아 주겠다고 들고 나와 경찰서에 맡기거나 우체통에 넣거나 하기 쉽겠지만!!!


이 지갑을 그냥 가지고 나오면 절도죄가 성립된다고 한다.

성능 좋은 CCTV에 촬영된 사진으로 추적이 가능해서 일주일 안으로 경찰이 자택에 내방하는 결과를 빚는다는 것.


구분동작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사기꾼이 현금인출기 앞에 지갑을 두고 나간다.

2) 피해자가 좋은 일 하겠다고 지갑을 들고 나온다.

3) 사기꾼이 신고를 하되, 지갑에 돈이 무지 많이 들었다고 주장한다.

4) 경찰이 CCTV를 이용해서 집까지 추적에 성공한다.

5) 사기꾼은 돈 내놓으라며 큰소리치고, 합의금으로 거액을 요구한다.



좋은 일 하려다가 실제로 어이없이 합의금 몇 백을 쥐어주고야 풀려날 수 있던 사례도 있었다고 하니...

실제 지갑에는 달랑 만원 한 장 들어있었다고 해도 이거 뭐, 증명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경찰과 CCTV를 활용한 사기 범죄라니, 현금인출기던 길가던 떨어진 지갑을 보면 경계부터 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슬프지만, 좋은 일을 하려도 스마트하게 법적 대비를 철저히 한 후에야 가능하려나 싶다.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걸까, 혹은 내가 어디 잘못되고 삐뚤어진 생각을 갖고 있는 걸까, 문득 불안해질 때가 있다.

뭔가 꼬인 거 같고, 괜히 불만 투성이인 거 같고, 또 일상을 못 견뎌하며, 아닌 척 하지만 상처투성이에 피가 철철

흐르는 심장이 느껴지는 듯 하고.


물론 밥을 한끼 이상 안 먹었다거나, 전날 밤 잠을 설쳐서 수면이 부족하다거나, 원치않는 약속들이 괴롭히거나,

진눈깨비맞고 비맞고 그렇게 몸을 괴롭혔다거나 하는 육체적인 문제가 연동되어 마음이 심란한 거겠지만, 그래도

영문모를 짜증과 불안감이 공존하는 타이밍. 나는 왜 이럴까.


또라이끼가 드러나지야 않겠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거울이 필요할 때다

싶어서, 군대 가서 한번 해봤던 MBTI가 눈에 띄길래 해 봤다. 무기력한 웹서핑중 발견한 MBTI, 피자씨에게

감사드리며 순식간에 해치웠다. 벌써 5, 6년 전에 했던 거라 어떤 문제들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이건 아무래도

많이 약식인 거 같다. 불과 40문제로 내 성격을 16가지 중 하나로 범주화해준다니.



뭐, 그때도 ENFP형으로 나왔던 거 같으니 딱히 야매라고까지 야박하게 몰 수야 있겠냐만은. 어쨌든 난 ENFP형.

와닿는 구절에 줄쳐가며 ENFP형의 특징을 읊어보자.



1. 종합 (ENFP)

 따뜻하고 정열적이고 활기에 넘치며 재능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다.

2. 풀이

 온정적이고 창의적이며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시도한 형이다.
 문제 해결에 재빠르고 관심이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수행해내는 능력과 열성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사람들을 잘 다루고 뛰어난 통찰력으로 도움을 준다.
 상담, 교육, 과학, 저널리스트, 광고, 판매, 성직, 작가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을 참지 못하고 열성이 나지 않는다.
 또한 한가지 일을 끝내기도 전에 몇 가지 다른 일을 또 벌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통찰력과 창의력이 요구되지 않는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열성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3. 일반적인 특성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난다
 새로운 시도를 좋아한다
 계획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좋아한다 
 감동을 잘하고 눈물도 잘 흘린다 
 돈 개념이 희박하다. 돈을 모으기 힘들 수 있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경쟁의식이 없다
 
상대방의 말에 민감하나 기분이 나쁘지 않은 척 한다
 내면에 열정을 지녔다
 위기 대처능력이 뛰어난다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
 행사나 일을 잘 주선한다
 놀다가도 몰입이 안되고 지금 무엇하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멋 내는 것을 좋아한다
 양보를 잘하고 싸움을 할려면 심장부터 뛴다 
 단순암기에 약하다
 인생을 즐겁게 살려고 한다 
 선생님이 마음에 들면 하기 싫은 과목도 잘한다
 하기 싫은 것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구별이 심하다
 반복적인 일상을 힘들어 한다
 분위기를 잘 띄운 후에 자기는 빠진다 

4. 개발해야할 점
 
 감정의 기복을 이겨내기 위해서 꾸준한 운동이 필요
 좋아하는 일만 하기보다 우선순위에 맞추어서 하는 것이 필요
 상대방의 말에 대해서 객관화 작업이 필요
 규칙적이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글쎄, 좀 아니다 싶은 것들도 있다.

또한 한가지 일을 끝내기도 전에 몇 가지 다른 일을 또 벌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돈 개념이 희박하다. 돈을 모으기 힘들 수 있다
경쟁의식이 없다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
멋 내는 것을 좋아한다
하기 싫은 것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구별이 심하다

요런 것들. 난 별로 사람 가리지 않는 데다가, 나름 하기 싫은 것들도 무던히 할 때도 많단 말이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 마지막 "4. 개발해야할 점"은 좀 고리타분한 조언들인 거 같다.

현실에 충실하라고? 흥. 인내심을 기르라고? 흥흥. 규칙적이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다고? 흥흥흥.

생긴 대로 살련다. 이미 충분히 현실에 순응하고 있고, 이미 충분히 인내하고 있으며, 이미 충분히 앞뒤재가며

규칙적이고 체계적으로 살려고 변신해 왔으니.



참고, MBTI 유형간의 상성이랄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한국MBTI연구소의 표와 간략한 해설.

한국MBTI연구소 http://www.mbti.co.kr/










#1.

얼마전 생일선물로 커피빈 무료쿠폰을 몇장 받아서 언제 쓸까 고민고민하다가, 마침 활력도 떨어지고 몸도

찌뿌드드한 오늘 아침 사무실 올라가기 전 덜컥 써버렸다. 블랙 포레스트 아이스 블렌디드 레귤러 사이즈.

무려 6,300원짜리. 평소엔 보통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좋아라 마시고 있지만, 왠지 그런 걸로 사이즈 제한도

없는 무료쿠폰을 쓰긴 아쉬워서.


휘핑크림이 잔뜩 얹힌 그 큰 컵을 들고 내가 택한 건 화물용 엘레베이터. 벽면이 온통 카페트 재질의 천으로 덮여

있는 커다란 궤짝같은 느낌의 화물용 엘레베이터는, 대리석 무늬가 조금씩 들어있는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외려

인간적인 상태로 나를 들어올린다. 47층까지 올라오는데 사람이 꽉꽉 들이차서 버글버글대는 데다가, 멀뚱하니

서로 눈길을 안 마주치려 애쓰며 괴괴한 침묵 속에 올라오는 '인간용' 엘레베이터보다 고즈넉한 속도로, 아무

다른 타인들의 느낌없이 편안히 올라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거 같다. 요새같은 불황에도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커피빈 커피와

짐짝을 운송하는 화물용 엘레베이터.




#2.

엊그제부터 네이트온 대화명을 "왜 사냐고 묻지요"로 바꿨더니 다들 무슨 일 있냐고 걱정해준다. 걱정해 주는

거야 감사할 일이지만, 사실 그 대화명은 "왜 사냐건 웃지요"의 나름 패러디랄까. 그다지 우울하거나 염세적인

내용을 담고 싶던 건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왜 사는지' 따위 질문들에 맞닥뜨리는 걸 으레 두려워

하는 거 같기도 하고. 나 역시 어느 순간 그 질문의 무게 때문인지 살풋 우울해졌다.



#3.

어제 올렸던 퐁피두센터 특별전 "화가들의 천국" 할인권 배포 이벤트(랄까)에 별로 호응이 없길래 덜컥 글을

삭제해놓고 후회 중이다. 그냥 냅둘 걸 그랬다고, 누군가 필요할지 어찌 알고..그래서 간단히 다시 공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퐁피두센터 특별전(~2009. 3. 22) 특별할인권 3장,
 
꼭 가고 싶었던 분들은 이왕이면 이천원 싸게 가면 좋을 듯. (12,000원 -> 10,000원)

발송은 무료로 해드릴 터이니 필요하신 분은 주소만 적어서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ㅎ

강호순이라는 연쇄살인범 개인의 인권에 대한 지지 활동을 마치 스타에 대한 팬들의 그것과 같이 해보고자 했다는

'팬까페'가 급작스레 폐쇄되었습니다.

네이버를 통해서도 쪽지가 두 건 왔습니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백기를 드는 대신 바톤을 넘기겠다는 글이 올랐었는데, 아무런 전후 사정 설명도 없이

급작스럽게 까페 폐쇄를 결정한 것 같습니다.


대체 이건 무슨 의미일까요...가뜩이나 우울한 밤에 더욱 우울한 소식이라 여겨질 뿐입니다. 아마도 이분은,

더이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의 가능성을 낙관할 수 없으셨던 듯 하네요. 그리고 그렇게 시니컬하게 공지에

올리셨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의 '인권'이란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결론 지어버리신 듯 합니다.

관련 포스팅 : I 'love' Hosun..강호순 팬까페에 가입하다., 강호순의 목청큰 갤러리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 까페는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성숙도를 시험에 들게 했고, 결과적으로 그 시험에서 우리는

아마도 언젠가 재수강을 해야하는 수준의 점수를 받은 것 같달까요...


우울한 밤이네요.



엊그제인가, 인터넷 포털이나 각 페이퍼 신문들에도 빠짐없이 떴던 기사가 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 인권 팬카페’ 등장...네티즌 "기절초풍",

강호순팬카페 개설? 연쇄살인보다 더 큰 충격

강호순팬카페 개설, 소식 접한 네티즌 '충격, 경악'

살인에 충격·살인 찬양에 ‘또’ 충격…강호순 팬까페

강호순팬카페 개설 소식에 "개념없다" 비난폭주

강호순 ' 카페' 등장…"할 말을 잃었다"

"강호순은 영웅" "살인자 찬양하냐"…'강호순 팬카페' 네티즌 논란 확산

강호순 신드롬?…팬카페 개설에 네티즌 북적

강호순 팬카페에 네티즌 경악

네이버에 강호순 팬카페…네티즌 "황당하고 어이없다" 비난


전부다 비슷한 식으로 제목을 달고는 "네티즌"을 동원해서 강호순 팬카페가 엽기적이고, 반사회적 신드롬이며,

세상에 어떤 또라이가 저런 짓을 했나 싶도록 생각하게 만든다. 내용도 그런 식이다. '충격과 공포'랄까.

치사하게 따옴표를 동원하거나 네티즌의 입을 빌려 선정성을 극대화하는 대부분의 언론들에 비하자면,

그나마 덜 자극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쓰려 했던 신문 두 개의 제목은 차분한 편이다.

‘인권’ vs ‘살인예찬’…강호순 팬카페 논란 (경향)

강의 팬카페 “범죄자 인권도 보호돼야” (서울)


궁금해서 가입했다. http://cafe.naver.com/ilovehosun.cafe



등업인사방에 보니까,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는, 그야말로 쓰레기통이었다.


글쎄, 굳이 I love Hosun이란 센세이셔널한 주소를 달았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개인의 판단이다.

마치 내가 이 포스팅의 제목을 뭘로 하던 내 마음이듯이,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고자 하는 화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일종의 후크(hook)랄까. 그리고 카페지기는 설명한다. 그 러브란,

범죄자 강호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나 지지가 아니라, '자비에 기인한 사랑'을 의미한댄다. 호의적으로

생각하자면 종교적인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 사람이어서 사랑하는 휴머니즘.

게다가 그 까페는 모방범죄를 독려한다거나 연쇄살인범에 대한 동경 내지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게 아니라,

체포 후의 그를 대하는 언론과 사회의 드잡이식 행태로 인해 침해받는 인권에 대해 지지하고 싶었다고 한다.

나아가 사형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까지, 조금은 깊고 진지한 이야기까지 끌어나가고 싶었던 것 같다.


아래는 까페 가입 후에야 읽어 보게 된 까페지기의 규탄 글.

 

그리고 현재, 까페지기는 '카페 향방에 대한 중대결단'을 공지한 상태. 이 사람의 편을 100% 들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촛불시위때부터 갑자기 집단지성의 화신으로 떠받들리기도 하는 소위 '네티즌'이란 정체불명의 집단이

때론(여전히) 얼마나 흉폭하고 잔인한 말들을 던지고 있는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인터넷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접하고 있는 이상, 네티즌이란 단어가 얼마나 무의미한 단어인지도 생각해봐야 할 거다.

사실 '네티즌'이란 단어 대신 '사람들'이란 단어를 바꿔써도 의미상 별 차이가 없는 게 대부분이다. 아직 네티즌에

특화된 의미가 부여될 맥락이야 남아있지만, 갈수록 '네티즌'이란 단어는 무의미해 지지 않을까.


어쨌든, 이 사람의 말할 권리, 생각할 권리를 싹수부터 짓밟아 버리고 욕하고 침을 뱉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사실 그다지 틀린 내용이 아닐 뿐더러, 상식을 얘기하고 있을 뿐 아닌가 싶다. 강호순과 같은 범죄자의 인권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범죄자를 대하는 사람들의,..'이상한' 태도에 대해서 이미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강호순의 목청큰 갤러리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더구나 내용도 자세히, 최소한 객관적으로라도 알릴 노력은 없이 그저 신나서 갈굴 거리, 욕할 거리만 찾아 바치는
 
언론들은 또 뭔가.(용산참사와 정부의 실책들을 가리려는 건 아닌가..라는 식의 음모론은 사양이지만, 대체 왜?)




아래는 공지글 전문.

*                                     *                                     *

백기를 들까하고 생각도 했었습니다.

카페의 향방에 대한 중대결단을 공지하는 바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쪽지와 메일, 게시물을 통해 '인권'에 대한 고견을 피력해주셨고 또 현재까지도 계속 그러하시고 계십니다. 비록 며칠 되지 않는 기간이지만 지금껏 수많은 분들께서 인권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며 연쇄살인범 인간이 아니고 고로 그의 인권은 부정함이 마땅하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때문에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범죄자의 '인권'을 논한다는 것.

 본 카페가 만들어 진지 약 나흘이 지났습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범죄자의 인권 또한 존중 받아 마땅하다는, 그저 지극히 원론적인 주장이 이토록 많은 '돌팔매질'을 불러올 줄 몰랐습니다. 한 성인(聖人)인 말씀하셨듯이 죄가 없으시어 그리도 쏟아 부으신 돌팔매인 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치 그 돌이 내던져지는 이 사회의 범죄자인권의식인 것만 같이 느껴져 참으로 씁쓸하고 괴로웠습니다.

 수많은 욕설과 비난의 여론으로 인해 무척이나 혼란스럽기도 하였고, 많은 분들의 조언, 혹은 협박과 같이 차라리 이쯤에서 카페를 폐쇄를 하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적어도 그러는 편이 마치 짙게 내리깔린 안개 속을 홀로 걷는 듯 한 막막함과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 십분 도움을 줄 것이 명백해 보였습니다. 때문에 대문에 중대결정 발표시안을 내걸고 몇 시간 동안 홀로 모니터 앞에 앉아 그동안 보내주신 쪽지며, 메일들을 통해 소통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고서도 '혹여나 또 받아들이시는 면과 글의 내용에 있어 오해가 있지는 않을까'하여 몇 번이고 다시 검토를 하며 고심하였습니다.

 그렇게 결코 짧지 않은 나흘,

그리고 카페의 향방을 결정짓기 위해 가진 몇 시간을 보내면서 결국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은,
 여러분 말대로 범죄자에 대한 '인권'은 없다는 것입니다.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이라고는 너무도 황당한가요?

'인권'
타인의 인권을 유린한 자에게서 박탈되는 것.
고로 짐승과 같은 범죄자에게는 없어도 되는 것.

 많은 분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이 사회에서의 통용되는 '인권'의 정의란 위와 같은 것이라는 것을 저는 금방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략 1600건의 쪽지와 50여 통의 메일, 수백 개의 게시물과 수천 개의 댓글들은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인권'의 의미를 예습, 복습하기에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여러분이 백번 옳습니다.

  그러나, 저는 또 하나의 인권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괴상한 따옴표 조차 지니지 않은 보편적이며 절대적이고, 자고로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영원히 가져야할 진정한 의미의 인권 말입니다. 설사 어떤 이가 짐승과 같은 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 사람 역시 인권을 존중 받아야할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비록, 강호순씨가 7명의 부녀를 연쇄 살해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사실조차 천부된 권리를 박탈 할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강 씨를 비롯한 범죄인 및 소수자 아울러 만인의 인권은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바입니다. 

 더불어 예로부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죄가 미워 형벌로써 다스릴지언정 사람이 미워 가족사항이나 얼굴 등 개인신상정보를 유포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태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국가권력과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닌 사력(私力)에 의한 방임적인 형태의 응징을 한다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임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 가령 강 씨의 신상정보의 유포로 인한 피해로부터 그 누가 강 씨의 범죄와 전혀 관련 없는 그의 가족들과 지인들을 보호, 보상해줄 수 있겠습니까?

  옛 독재정권시절 국보법위반으로 잡혀갔다 나온 이가 그 소문이 동네에 번져 자신의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빨갱이의 아들이라고 놀림 받고 "빨갱이 잡았다"며 목줄에 매어 끌려 다니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슬퍼하였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대가 많이 변했다지만, 강 씨의 아들이 단지 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이유로 형태는 달라도 어떤 부당한 대우나 사회적 차별 받게 될지 모른다면 이것은 분명 현대적인 관점에서 명백히 부조리하고 안타까운 일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범죄인의 인권에 대한 여론이 나날이 극단화되어가고, 이에 대해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며 바람직한 여론을 제시해야할 언론이 앞장서서 팔걷고 나서며 얼굴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등 오히려 대중적 분위기에 영합해 마치 진화(鎭火) 커녕 부채질하고 기름을 붓고 있는 것만 같은 최근의 형상을 보이는 것도 저는 진심으로 우려스럽습니다. (물론 일부 언론 행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께서 오해하고 계신 부분에 대해서 짚고자 합니다. 범죄자의 인권조차 존중한다는 본 카페 모토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확장하여 마치 우리가 피해자의 인권은 하등의 위함도 없이 여긴다고 오해 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본 카페 측에 있어서 피해자에 대한 인권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여 구태여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결코 희생자의 인명과 인권에 대해 경(輕)하게 여기고 있지 않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러나 애초 그러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하지 않아 발생한 군중과 카페 상호간의 입은 불측의 손해에 대해서는 일부 잘못을 시인하고 잔혹한 범죄의 희생양이 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또한, 이미 GreatKiller라는 매니저 본인의 닉네임과 '팬 카페' 라는 명칭에 대해서 이전의 공지를 통해 해명하였음에도, 그 어감으로 인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회원님들의 의견에 공감하여 닉네임은 즉시 다른 것으로 바꾸고 '팬 카페'를 '모임'으로 대체하려 하였으나, 네이버 정책상 6개월 동안 카페 명을 수정 할 수 없어 네이버 측에 꾸준히 별도의 문의를 하는 한편 후임 스텝에게도 이에 대한 책임을 유보할 생각입니다.

  백기 대신 바톤을 드는 이유.

 강호순씨를 비롯한 범죄인들의 인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여지를 두어 편향된 여론이 균형을 이루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이 카페는 존치되어야 합니다. 일부는 온라인이라는 활동범위의 제약을 근거로 본 카페의 역할론을 부정하며 '소용없는 짓'으로 규정하지만, 모종의 '잔상효과'를 통해 앞으로 범죄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그 이슈를 접하는 일반 대중에게 두고두고 범죄자의 인권이 상기되게 함이 본 카페 최대목적이며, 우리는 그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본인의 자질상의 미숙으로 인해 카페개설 초기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온라인상에서 일대 논란을 촉발하고 고의 아닌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그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기해 후임 매니저에게 조만간 운영권을 이양하고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장문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사회적인 논란을 촉발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 진심어린 사과를 드리며,
 더불어 다시한번,
범죄의 희생양이 된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는 바입니다.


장면 #1.

강호순이 현장검증을 다니며 여기저기 야산에서 살인과 매장을 재연할 때마다 벌떼처럼 사람들이 몰렸다.

'동네주민'이라고 소개되는 이들은 한결같이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느냐, 사형시켜야 한다 등등 극한 언사와

폭언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저게 인간이야?!", "저 XX한테 인권이 어딨어?!", "마스크를 왜 씌우냐고!!"

수백명의 강호순'갤러리'들이 그의 범죄 현장을 따라다니며 혀를 끌끌 차대고 고래고래 욕해대기에 바빴다.


마치 팬클럽처럼 졸졸졸. 스트레스 제대로 풀 화풀이감 하나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장면 #2.

대중을 끊임없이 자극시켜, 행여나 그 날선 분노와 눈먼 증오가 무뎌질까봐 두려운 기자들은 오늘도 이런 기사를

쓴다. 강호순, 유치장서 코까지 골며 잘 자고 잘 먹고…(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2/02/2009020200054.html)

현장검증을 하는 강호순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방송멘트는 으레 이렇게 시작된다. 희대의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살인행각을 별다른 동요없이 태연히 재연했습니다, 이틀째인 오늘도 태연히 재연했습니다, 대체로

무덤덤한 표정으로...망설임없이...(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278278_2687.html)


대체 강호순이 어떤 표정과 태도를 보이면 만족할지 궁금하다. 직접 손으로 찢어발기지 못해서 아쉬운가.


장면 #3.(고백)

어렸을 적 나를 놀래키고 겁먹게 했던 배가 빨간 독개구리, 셀수없이 많은 발을 꼬물딱대던 지네, 그리고

새까맣고 반들거리는 눈에 분홍색꼬리를 가진 쥐를 '말살'시키면서 어떠한 쾌감을 느꼈는지 고백한다.

*                          *                          *

마스크를 벗겨야 하네 어쩌네 말이 많았다. 그 와중에 법질서 수호를 걸핏하면 핏대높여 외치던 조선과 중앙이

가장 먼저 '공익'을 위한답시고 마스크를 벗겨냈다. 그리고 사람들의 흥분한 욕지거리와 삿대질, 고성이 오가는

와중에 느껴지는 광기는 점점 짙어지는 것 같다. 집단적인 폭행을 가하고, 멸시하며, 침을 뱉고 돌을 던진다.

그리고 언론은 그런 비이성적인 흥분과 감정과잉의 상태를 부추기고 보도하며 보도하고 부추긴다.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홀로코스트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가"라는 탄식. 그건 위선일지 모른다. 사람이 이럴 수도 있구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라고

자신은 어떤지 돌아보지는 않더라도-'너희 중 죄없는 사람만이 돌을 던지라'는 가르침을 주는 어느 종교가

성행하고 있으니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하지만-굳이 사이코패스니 뭐니 나와는 다르다는 부적들로 덕지덕지

분리시키고 격리시키는 건 왜라고 생각하는가.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다면, 지금 이렇게 사냥감의 목덜미를 한번 물면 놓을줄 모르는 충성스런 사냥견같이

강호순에 극악스럽게 달려들고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당신들은. 피냄새를 맡고 온 건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들이 발가벗겨진 그보다 훨씬 선하며 인간답다는 도덕적 우월감, 그리고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는

마치 말못하는 못생긴 짐승과도 같은 그에 비해 압도적인 힘의 쾌감을 은근히 만끽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어쩌면 그건 강호순이 다른 여자들을 죽이면서 얻었던 쾌감과도 같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건 내가 어렸을 적

혐오스런 생명들을 짓밟으면서 느꼈던 잔인한 희열과는 분명히 닮아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원탁대화가 30일에 있었댄다. 관심도 없었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 나 같은 사람이 많았나보다.

시청률이 4.9%밖에 안 나왔다나, 시청자들이 냉담했다는 기사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런데 그가 쏟아낸 말들에

살짝 눈이 간다. 또다시 '오해다'라는
표현을 동원해 그가 틀림없이 저걸 유행어로 밀고 있는 거라는 확신을 갖기도

했지만, 그보다 '소명'이라는 단어가 너무너무 거슬린다.



#1. 우선 이번 원탁대화 관련 기사부터 보자.


- 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1/31/2009013100058.html)
이 대통령은 이어 올해 경제전망에 대해 “송구스럽지만 금년 한해도 못지않게 어렵다”고 전망하면서도 “저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가운데 대통령에 취임했기 때문에 경제살리기. 위기극복이라는
소명이 주어진 것 아니냐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위기극복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 경향신문.(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mode=view&code=910203&artid=200901310030505)
이 대통령은 <원탁 대화> 모두에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을 거론하곤 “국민들이 불안하고 걱정됐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제위기 극복 문제를 하나님이 소명을 준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힘을 다 쏟겠다”고 다짐했다.

- 중앙일보.(http://news.joins.com/article/3475913.html?ctg=1003)
(1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 “어려운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송구하지만 올 한 해도 어려울 거다.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가운데 취임했는데 어쩌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하나님의 소명이 주어진 게 아닌가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 세계일보.(http://www.segye.com/Articles/News/Politics/Article.asp?aid=20090131000189&ctg1=02&ctg2=00&subctg1=02&subctg2=00&cid=0101010200000)
경제 위기와 관련, 이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 속에 대통령에 취임한 것은 경제살리기와 위기극복이란 하나님의 소명이 주어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 SBS.(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0537280)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믿는다면서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YTN 돌발영상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에게 송구스럽지만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게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며 경제 살리기와 위기극복이라는 소명이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해 위기극복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 대체 이명박은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말한 건지 단순히 "소명"이라고만 말한 건지 모르겠다. 궁금해져서


동영상을 새삼스레 들쳐보려 했으나 좀체 해당부분이 나오지가 않기로 패스. 아마 그의 말에 설명을 더해서 기사를

썼다면 괄호를 쳐서 표시했을 테니,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말했던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이미 이전에도
소명이라는 단어를 남발한다 싶을 정도로 많이 써왔다.


- 09/01/09, 매일경제.(http://news.mk.co.kr/newsRead.php?sc=30000021&cm=%EC%A0%95%EC%B9%98%20%EC%A3%BC%EC%9A%94%EA%B8%B0%EC%82%AC&year=2009&no=17574&selFlag=&relatedcode=&wonNo=&sID=302)
이 대통령은 "어려울 때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소명이라고 여기고 있다"면서..

- 09/01/09, 광남일보.(http://www.gwangnam.co.kr/read.php?idxno=2009010916145787302)
李대통령 "어려울 때 대통령된 것은 소명"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어려울 때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소명이라 여기고 있다"고 경제위기 극복을 강조했다.


- 08/06/23, YTN(http://www.mgoon.com/view.htm?id=1585420)
이명박 대통령은 공식 임명된 청와대 2기 비서진에게 시대적 소명의식을 갖고 열심히, 열정을 갖고 일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 08/06/10, 폴리뉴스(http://polinews.co.kr/viewnews.html?PageKey=0101&num=83274)
金 통일, “남북의 상생,공영이 이명박 정부 소명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이날 오전 청사 2층 현관 앞에서 진행된 현판식에 참여해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상생.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받았다”며...

- 08/05/15, YTN(http://www.mgoon.com/view.htm?id=15297)
[녹취:이명박, 대통령]
"국민과 역사 앞에서 교만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서 더 낮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경제를 다시 살리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서민의 근심과 어려움을 덜어내는 것이 내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07/08/30, 한나라당 다음 공식블로그(http://blog.daum.net/lovehannara/8187055)
[연찬회]이명박 후보, 정권교체의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금일(30일)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 참석해 진정한 화합은 정치적인 과시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마음이 흘러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진정한 화합을 강조하고,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 그가 말하는 소명이란, 신의 부름을 뜻하는 Calling, 召命이다. 다음 포털에서는 그 뜻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네이버에 물어보았다.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 일이라는 게 네이버
국어사전의

설명이다. 그것도 '부름'이라는 말로 순화될 수 있다고 나온다.

그리고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그리스도교일반 파트에 아래와 같이 설명되어 있다. 주로 종교적인 단어랜다.



#4. 물론 '소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자신이 자각하고 있는 의무나 헌신의 대상이라는 식의 용례로 확장되어


쓰일 수 있다는 건 안다. 그렇지만 애초 '하나님의 소명'이라는 식으로 쓰였듯 이명박의 '소명'은 지극히

종교적인 단어이다. 그런 의심은 그간 그가 보여온 언행에 비추어 더욱 강화되며, 아래와 같은 검색결과로도

쉽게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이명박은 그가 원하던 원치 않던 교회 세력의 간판스타로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시련을 극복하고 소명에 따르고자 노력하는 정치인'인 거다.



#5. 그렇다면 이명박은 그의 혀를 굴려 '소명'이란 단어를 발음할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색무취하고

일반적인 차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기독교에서는 '소명'이란

단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하나님의 선물 그자체로 여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참고 : "소명이란 무엇인가, http://www.clm.or.kr/technote/readr.cgi?board=study&y_number=33&nnew=2)



#6. 그의 특정종교에 대한 편파적인 태도는 이미 숱한 논란과 대립을 불러 일으킨 바 있고, 종교분쟁이 거의 없는

모범적인 다종교국가로 인식되던 한국의 풍토를 급변시켰다. 교회 집사로서 익숙해져있을 어휘와 단어들, 그런

것들에 계속 둔감한 채 생각없이 발언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문제점들이 야기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그에 더해 저간의 여러 설화(舌禍)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원탁대화에서처럼 "하나님의 소명"이라고 꼭 집어

말하고 있다는 점은, 역시 그는 여러모로 감탄할 만한 저력과 한결같은 뚝심을 갖고 있음을 반증한다. 뭐랄까,

은근과 끈기의 한국인스럽다.


교회의 전도 활동을 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 테니 부디 대통령직을 내놓은 후에 했으면 좋겠다. 그게 실제로는

얻는 것 없이 이미지만 끊임없이 나빠질 교회를 위해서나, 괜히 빈정상하고 감정만 나빠질 여타 종교를 위해서나,

쓸데없이 당면해야 할 전선만 또 하나 넓혀버리고 마는 이명박 자신을 위해서나,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재미로 구분해보고 따져보는 거지, 누가 그걸 진지하게 고려하나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이라며 특정혈액형(특히 B형남자나 AB형여자..)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죠."


아침에 다니는 영어학원에서 각자 주제를 정해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해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한 친구가 ABO식

혈액형 분류법이 한국과 일본에서 어떻게 사람의 성격, 직업, 애정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있는지를

이야기하고는, 그게 얼마나 근거가 없고 우스꽝스러운 미신인지 역설하며 프리젠테이션을 끝냈다. 질문시간,

애초 혈액형에 따른 성격차라거나 적성 같은 것들을 들을 때 재미있게 듣던 사람들이 조금 말이 없어졌다.

싸이월드에 매일같이 뜨는 글들이 그런 것들이고,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익히 듣던 것들임에도 새삼 흥미롭고

말랑말랑하게 다가오던 것들에 대해 누군가 정색하며 그건 멍청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니 뜨악했던 걸까.


난 평소 혈액형에 따른 성향차나 성격차에 대해 믿고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그 표현이 갖는 실용성에 대해서는

꽤나 호의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예컨대 "저사람은 O형같아"라고 하는 말 한마디로 말한 사람과 듣는 사람은

얼마나 쉽게 많은 뉘앙스와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게 맞아떨어지건 아니건 간에 말이다.

그래서 너무 정색하고 트집잡으려는 게 아닌가 싶어 저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거 재미로 하는 거잖냐."


그치만 사실 어떤 답이 돌아올지도 알고 던진 답이었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혈액형에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데었다며 손사래를 치거나, 어떤 혈액형은 분명 일정한 특징을 공유한다고 (과학적 근거없이) 나름의

경험칙에 근거해서 완강히 믿고 있는 거다. 나도 어쩌면 그런 사람들 중 하나로 느슨하게 끼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예상했던 대답이 고스란히 내게 돌아왔을 때보다, 영국에서 온 원어민선생님이 내게 반격했을 때 쵸큼

과장섞어 말하자면 한대 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이라크에서 미군들이 총갖고 장난하는 거나, 혈액형과 관련된 미신으로 장난하는 거나 차이가 뭐죠?

당신은 인종주의자(Racist)군요."


인.종.주.의.자. 그래도 이주노동자에 대해 관심도 없지 않고 누군가를 배제시키는 시스템에 대해 민감한 편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다. 몇가지 항변을 하고 싶었다. 하루종일 생각해 본 결과 나온

그나마 유효한 항변.


=> 선생님의 비판은 혈액형에 대한 미신이 각 혈액형의 우열을 확실히 가르고 있을 때에야 적절한 것 같습니다.

예컨대 O>A>B>AB라는 식의 우열구조가 확고하다면, 혹은 최소한 (O≒A≒AB)>B라는 식의 우열구조라도 있다면

가장 '열등'하다고 믿어지는 혈액형에 대한 인종주의적 차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최근 "B형 남자친구"어쩌구 하는 영화로써 특정 혈액형에 대한..일종의 공식적 '경계경보'가 극적으로 나타나기

이전에는 그다지 혈액형간 위계가 존재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어렸을 적 다른 혈액형이 아닌 O형이라는 사실에 꽤나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그 큰 이유 중 하나가

다른 혈액형의 피가 모자랄 때 누구에게든 줄 수 있다는 '통큰' 혈액형이라는 사실에 있었다는 유치한 사실은

숨기기로 하고- 솔직히 그게 그저 무작정한 자기애의 발로인지 특정 혈액형에 대한 선호인지 따져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답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한국에서 사람을 처음 만나 혈액형을 묻듯이, 외국에서는 별자리를 묻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장점과 단점이

고르게 배치된 성향에 따라 사람들을 범주화하고 구분짓는 것은 인간이 타자를 이해하기 위해 피치못할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MBTI니, 별자리니, 사주팔자니, 관상이니, 그런 것들은 새로운 인격을 만나고 조금이라도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항변에 선생이 어떤 식으로 반격해 올지 익히 예상된다. 네가지 혈액형에 따른 분류는

다른 12개, 16개, 혹은 그 이상의 그룹으로 나뉘는 것들과는 달리 너무 단순하고 무딘데다가, 이미 그 우열구조가

확고히 세워진 게 보이는 거 같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우열구조에 기대어 사람을 판단하고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게 일반화된다는 말 자체는 "인종주의"라는 일견 거창하고 무시무시해보이는 말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히틀러가 아리안족의 인종적 우수성을 강변할 때 동원되었던 여러 사이비과학, 혹은 과학적

미신이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가 ABO식 혈액형을 두고 이러네저러네 가르는 방식과 닮았다.


오바마가 백악관에 들어갔다. 아무리 미국이 부도덕하다거나 무능력하다고 비판할 지라도 인정할 건 해야 한다.

그들의 저력은 그렇게 환히 드러난 넓은 치부에 있다. 지난한 인종갈등의 시기를 거쳐 '인종주의'에 대해 이만큼

민감하고 섬세한 감각을 키워왔으며, 결국 흑인을 대통령으로 맞이하는 나라. 한국은 어떤가. 강건너 불구경하듯

미국내 인종주의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바라보며 내심 '우리는 한민족'임에 그런 시험에 들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덕분에' 우리는 전혀 그런 감수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혈액형 가지고 장난은 그만 쳐야 한다고 말할 때가 된 것 같다. 장난이 갈수록 심해져서는 어느새 누군가들은

가슴에 '다윗의 별'을 달았고, 그들 집단은 위축되고 있고 열등감을 강요받고 있으니 그만하자, 라고 어른스럽게

말할 때가 되었다.


장기판의 졸처럼 투입되고 귀한 생명을 잃은 경찰, 그리고 양보할 수 없는 인간의 생존권을 지키려다 죽임당한

철거민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책임자 처벌과 이명박의 사과를 바랍니다.


MB를 따라 권력을 좇겠다는 건 개인의 선택이니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권력따라 해바라기하다가 다른 사람들을 밀어버리지는 않아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MB식 스탠더드에 따른 불도저식 진압, 그건 시민과 경찰 모두를 사지로 모는 살인행위이자

그가 고집하고 추구하는 미친 한국호에서 치여나갈 대규모 학살의 시작이다.


철거민들이 건물을 점거하고 옥상에서 고공투쟁을 시작했다. 불과 25시간이 지나 해도 뜨기 전 캄캄한 어둠.

경찰은 8차선대로를 몇백미터나 막아놓고는 살수차와 기중기, 특공대를 동원해서 '침투'하기 시작했다.

옥상 천막 안에 인화성물질이 가득 있다는 것, 그리고 이들에겐 퇴로가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불도저식 진압에 나선 거다.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어청수 경찰청장 후임내정자)는 이미 악명이 높았다. 그리고 바로 그 악명을 높이 산

이명박은 그를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했다. 다시 김석기 그는 악명에 걸맞는 행동을 위해, 혹은 더욱 높은

자리를 위한 더욱 악랄한 명성을 얻기 위해 '오버'했다. 그리고 수 명의 사람들이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내놓은 청와대의 일성은, 과격시위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자동응답 메시지.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청와대의 오만방자한 태도에 곰살맞게 부응할 만큼 사람들을 길들이기엔, 사람들도, 이
 
정권의 사람들도 그다지 참을성이 많이 남지 않았다. 3월에 폭동이 일어날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학살의 전조다.


여기가 내전과 쿠데타가 빈발하고 시체썩는 악취가 진동한다는 아프리카 어느 국가인가. 아니면, 몇십명, 몇백명의

목숨 따위 감흥조차 사라진 가자지구인가. 아니..지금 여긴 이명박의 대한민국이다.



[칼라 TV] 용산철거민 경찰진압 영상 (http://flvs.daum.net/flvPlayer.swf?vid=TIXeKcg8pi8$)


어제그제 스키장에서 분투했던 노곤함을 떨치려고 찜질방에 갔다. 마지막 코스로 목욕탕에서 때를 밀고 나오기로

했는데, 아빠가 목욕탕의 자욱한 증기 사이로 사라져서는 좀체 안 보이는 거다. 안경을 벗고서야 눈에 뵈는 게 없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어서..여기저기 아빠~ 아빠~ 하면서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부르면서도 왠지 낯간지럽고,

이게 무슨 놀이공원서 아빠손 잃어버린 아이도 아닌 것이.


알고 보니 이미 때밀이 아저씨의 긴 침대에 누워계셨다. 


그렇게 아빠 다음으로 내가 누워서 때를 밀었는데, 아저씨는 아빠랑 같이 일요일 저녁에 나왔으면 외식이라도

하자 그러라고 자꾸 꼬신다. 그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등장한 비유라는 것이, 왜 결혼한 남자들이 바람피는지 

아냐고. 밥만 먹고 살 수 없어서 그렇다고 운운.


역시, 난 이제 아저씨들이 저런 이야기를 거침없이 던져도 되리라 생각할 만큼 '아저씨'인 게다.

무려 방화역에서 삼성역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는 터라, 아침저녁으로 실감나는 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작년이던가 어느 신문에서 지하철 인구밀집도와 공기청정도 등을 검사하고 꼽았던 최악의 지하철역들, 신도림,

신림, 사당, 교대, 강남..을 오롯이 지나 삼성역에 도착할 때가 되면 상쾌했던 아침 기운이란 온데간데없이 날아가

버리고 온통 넝마같이 헤집어진 육체와 지쳐빠진 피로감만 남을 뿐이다.


그나마 위로라면 퇴근길 지하철에 자리를 못잡고 서서 가며 무릎을 똑, 똑 꺽으며 졸다가 도가니에 심한 고통을

느끼는 것과는 달리, 출근길에는 그렇게 몸이 순간적으로 휘청할 여지도 없이 빼곡히 꼽혀있어서 한결 편하게

잘 수 있다는 것 정도? 그치만 숨쉬기 힘든데다가 옆에 네가지 없는 아저씨라도 있을라치면 계속 팔꿈치로 쿡쿡

찌르고 못 살게 굴어서..드디어 찾아낸 해방공간.


지하철 차량과 차량 사이를 이어주는 잿빛 자바라 비닐팩공간. 그 안에 들어가 양쪽 문을 꽉 닫고 흔들리는 바닥판

진동에 맞추어 몸을 흔들다 보면..왠지 어딘가 산꼭대기같은 데서 사고사라도 당해서 비닐팩안에 담긴 채

헬기로 흔들흔들 끄집어 내려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옆사람의 몸에 가방이나 이어폰 줄이 낑기거나

원치않는 신체적 접촉과 그로 인한 통제불가능한 육신의 변화랄까..그런 것들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넓찍한 데다가

그 싱싱한 율동감이 (조금 어지럽긴 해도) 재미있을 때가 있다.



2009년 기축년(己丑年)을 맞아,

티스토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분들을

다섯분 선착순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부디 신청하시어 티스토리를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 일시 : 2009년 1월 11일(일) 13:00부터

장소 : 異彩가 꿈꾸는 경험적세계의 유토피아적 가능성
                 (http://ytzsche.tistory.com)

주최 : yztsche(이채, 異彩)

제공 : 초대권 5장


In Honor of

the hopeful bloggers of the Tistory


Y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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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Sunday January 11, 2009



R.S.V.P
ytzsche.tistory.com



우리 학교에서 취직한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서면 인터뷰를 했다. 이런 시도는 처음이었어서, 다소

딱딱하고 도식적인 질문들이 나열되는 피피티 자료의 빈 칸들을 채워넣기란 쉽지 않았지만, 오늘 추가로 대면

인터뷰를 하면서 그 거칠고 둔한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좀더 자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미 피피티 자료는 근 한 달 전쯤..? 협회와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질문들에도 꾸역꾸역 답을 하고, 이게 무슨

제대로 된 질문이냐 싶은 것들에도 열심히 동문서답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던 얘기랍시고 담았었는데, 막상 오늘

대면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어가 쥐고 있던 자료가 분명 내가 썼던 그것임에도 왜 이렇게 낯설던지. 나로부터

나왔지만 이미 나와는 너무 멀어져 버린 듯한 느낌, 혹은 애초부터 내가 어느정도 가식이랄까 포장을 섞었던

것일까. 추가 질문들에 이리저리 대답을 하면서, 과연 내가 일년간 다녔던 이 협회란 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내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공간일까 외려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질문들만 차곡차곡 쟁여져버렸다.


무지하게 유니크한 공간. 사기업도 아니지만 공기업이라기엔 그보다 훨씬 다이나믹하고 서비스지향적으로
 
굴러가고, 그러면서 조직 수장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좀 느슨하고 안정지향적이기 쉬운 조직. 게다가 어쨌든

자체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국가의 무역이라는 '대의' 내지 '공익'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돈을

매년 소비하는 조직..


그 공간에 흔적을 내라면, 지금보다 조금은 더 중소 무역업체들의 이해와 목소리를 섬세하게 반영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대외적 생색내기나 핵심정치인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이벤트성 행사만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조금은 더 무역업체들의 최대 이익단체로서 수출업체 뿐 아니라 수입업체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협회의 이름을 보다 협소하게 바꿀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은 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민간 차원의 액터로서 협회의 근간인 회원사들을 위한 판단과 결정을 하고 있다는 평가

(정부기관의 건방짐과 막대먹음이 지금 협회의 포지셔닝의 어정쩡함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지금보다 조금 더 협회의 지명도를 높이고 네임 밸류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이야기, 협회의

조직문화가 좀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성숙하는데 일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달까. 그리고 무역 자체가

단순히 몇조니 몇천억이니 하는 숫자놀음으로 환원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발전에 어떠한 질적 기여를 해야 할지..

까지 근본적인 차원에서 고민하는 조직으로 바꾸고 싶다. 그러한 조직원들의 고민 위에서, 협회가 외부적으로도

훨씬 성숙하고 근본적인 철학의 문제까지 던질 수 있는 멋진 조직이었으면 좋겠다.


......


내가 이곳에 몸담으면서 이런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 지금의 내게 직장이란 단지 내가 좇는 삶의

물질적인 기반(시간과 자금, 체력)과 정신적 여백(여유)을 남겨주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회가 내게

무엇인지, 어떤 직장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늘 내가 이 직장이 제공하는 것들로 지금 현재 빚고 있는 삶이 어떤

것인지,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과 같아져버리고 만다.


지금의 직장에서 늙어죽을 때까지, 아니 늙었다고 짤리기 전까지 다닐지는 모르겠다. 직장의 선배님들이 다니고

있는 걸 보면..난 절대 저 분들처럼 남아있을 거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대안이 보이는 건 아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직장을 제한 나머지 삶의 부분들을 상당히 보장해주고 있으며, 그건 일종의 독묻은 사탕과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이년만에 만난 후배 하나는, 마냥 분방하고 날 것의 이미지가 나던 예전의 나에 비해

왠지 지금은 뭔가 포장이 잘 되어 있다거나, 세련된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었다.


정말 그렇게 되고 있나, 맘이 덜컹 내려앉았다. 난 그렇게 '교정'되거나 '포장'되고 싶진 않은데. 디즈니 만화에선가

허름한 시골집에 묵게 된 자칭 공주가 진짜인지 알아보기 위해 침대 시트 밑에 콩 한알을 넣어두는 장면을 봤었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침대 밑에 무슨 커다란 돌이 있는지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이야기하고, 주위 사람들이 시트를

몇개씩 더올려 가며 며칠 밤을 시험해보아도 이미 연약하고 민감해져버린 그녀는 작은 콩알 하나가 커다란 돌처럼

등에 배긴다고 불평하는 장면. 이 곳에 들어오고 나서, 난 저런 공주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공주처럼 자잘한 것들에 무지하게 민감해진 채, 더군다나 큰 그림을 보는 노력조차 제대로 기울이고 있지 않다면,

그렇다면 정말 추해질 거다. 마치 군대에서의 어느 때처럼, 배가 부르면 좋고 졸리면 자고 머리아픈 건 귀찮고.


하루 단위로 살며 콩알 하나를 돌인 양 설레발치는 돼지 하루살이가 되고 있는 걸까. 직장에 들어오고 나서 확실히

많이 해이해진 거 같다. 그리고 많은 걸 타협하고 그러려니 항복해 버리는데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난 1981년 1월생이다. 소위 말하듯 '생일이 빠른' 셈이다.


사실 "생일이 빠르다"라는 표현은 좀 적절하지는 않다고 늘 생각했다. 생일이 빨라서 학교를 일찍 갔어, 라거나

생일이 빨라서 동기들보다 나이가 한살 적어, 라는 표현은 뭔가 전달하려는 의미와 액면그대로의 표현이 딱

들어맞지 않는 두개의 톱니바퀴가 어기적거리는듯한 느낌을 남기곤 했다.


1월, 내지 2월, 혹은 약간의 편법을 동원한 3월생까지는 그보다 한해 전 태어난 아이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별일 없는 한 같은 학번으로 대학까지 쭉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생일이 늦지만

학교를 일찍 가게 된 거라고 말하거나, 생일이 늦어서 동기들보다 나이가 한살 적어, 라고 말하는 게 맞지

않을까. 사실 이거나 저거나 두 가지 표현 모두 이해할 수 있고 의미가 통하기엔 별 문제없는 말들이지만

말이다. 일년 중 생일이 빨라서, 그니까 앞쪽에 있는 1, 2, 3월달에 있어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다른

학교 동기들보다 생일이 늦지만 학교를 같이 들어가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적지 않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이런 '생일빠른' 자들은 자기 맘내키는 대로, 상황에 따라 나이를 둘 중

하나로 내세워서 얄밉다는 거다. 81년 1월에 태어난 나 같은 경우엔, 나이가 조금이라도 더 들어보이고

싶을 때는 80년생과 다름없음을 주장했고, 반면 나이가 어리고 따라서 조금 철딱서니없는 행동을 해도

된다고 강변하고 싶을 때엔 엄연히 81년생이라고 바득바득 우겨대서 주위의 지탄을 받아왔다.


그리고 2009년이 왔다.


나와 함께 87년에 국민학교를 들어가고, 93년에 중학교를 들어가고, 96년에 고등학교를 들어가 별탈없이

1999년에 대학교를 들어간 친구들은 서른이 되었다. 서른. 대학교 다니면서 광석이형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면서 왠지 처량하고, 그야말로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허무감이 가득할 거 같은 나이라고 막연히는

생각했지만, 실제로 나와 함께 술먹고 뒹굴고 망나니짓하던 친구들이 서른살이 될 줄은 몰랐다.

어렸을 적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해 가졌던 환상, 그니까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뭔가 어른스러워진다거나,

뭔가 세상의 비밀을 깨우친다거나, 뭔가 그럴듯한 걸 얻게 될 거라는 환상 따위 접은 지 오래인 스물여덟,

스물아홉살을 지나 서른이 되었다.


그리고 난 스물아홉이라고, 엄연히 81년생인 나는 스물아홉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2008년 12월 31일

23시 59분 59초까지 반말하고 막말하던 친구들한테 갑작스레 '형님', '누님' 칭호를 깍듯이 붙이고 있다.

장난삼은 일이지만, 올해 친구들이 서른살이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취사선택할 수 있는 두 개의

나이 중 하나는 빼도박도 못하고 서른이라는 사실은 때로 적잖은 울림이 된다.


올해는 새해맞이 (작심삼일용)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 겨울방학을 맞아 살짝 들뜨고 설레어있던 학생으로

맞이했던 새해와, 별다른 일정상의 변동없이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반복되는 직장인으로

맞이하는 새해는 느낌이 달랐다. 그렇기도 했고, 돌이켜보건대 딱히 난 새해맞이 목표를 진지하게 세웠던

적이 없었던 거 같기도 하다. 서른살이 반쯤은 되어서인지 기억력이...ㅡㅡㆀ


나이먹는 데에 두려움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나이란 시간이 지난다고 거저 먹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스물아홉과 서른, 나이를 발음하는데 드는 에너지는 이분의 일로 줄어버린 대신

그 압박감은 두배쯤 늘어난 것 같다. 왠지 그간 애써 외면하고 모른척하며 미뤄왔던, 스무살부터 스물

아홉살까지의 철을 올 한해동안 밀린 숙제하듯 한꺼번에 들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랄까.


그치만 역시 아직 스물아홉과 서른 사이에 걸려있는 존재니까, 다른 친구들이 어느새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빼도박도 못하는 '어른', 혹은 '아저씨/아줌마(?)'가 되어 가고 있지만 난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년 정도...그들이 어떻게 서른살을 꽉 살아가는지를 보면서 준비할 시간을 번 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서른 즈음의 나이다.

남자의 색 파란색, 남자화장실에 그려진 기저귀 찬 쪼꼬만 애기. 올 11월 일본 큐슈에 갔을 때 하카다 역 안의

화장실에서 발견했던 왠지 기분 좋아지는 화장실 표시. 이제 남자가 애기 기저귀 갈아주는 게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정도로는 세상이 변하는 있는 게다.

그림만 봐서는 카이로 쿠푸왕 대피라밋 정도에 있어야 할 것 같은 화장실 표시이지만, 사실은 일본 하카다 역 근처

자그마한 비즈니스급 호텔 로비의 화장실. 대체 왜...?

하카다 근교 다자이후에서 마주친 화장실 표시. 일본색이 풀풀 나는 선남, 선녀의 그림이랄까.

이수영이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큐슈 유센테이코헨의 화장실 표시. 손발을 쫙 펼친 적극적인 남성의 큰대(大)자

모습과는 달리 손발을 곱게 모으고 노란색 끈으로 동여매인 듯한 여성의 모습이 대비된다.

11월 말, 남북간 육상 교류가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지기 직전쯤 다녀온 개성에서 손꼽히는 '고급'음식점에서 만난

화장실 표시. 남한의 고위 공직자들, 정치인들이 숱하게 다녀갈만큼 유명한 곳이지만 조각조각난 '위생실'도

모자라 앞에 빨간 펜으로 '남'이라고 써놓은 게 엉성엉성하다.

화장실 내부를 잠시 볼작시면, 딸랑 하나 있는 '편의시설' 그리고 세면대도 따로 없이 초등학교 때 걸레빨던 곳처럼

대충 만들어놓은 개수대에서 알아서 일보라는 듯. 당연히 핸드 드라이기나 심지어 휴지조차 없었다.

10월, 사우디-카타르-쿠웨이트 출장을 다녀오면서 마주쳤던 남녀 화장실 표시. 턱수염 콧수염이 덥수룩한 아랍의

남자가 반짝반짝 불빛에 반사된 채 왠지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반면, 우연찮게 조명도 어두컴컴하게 받아버린

여성이 검은 히잡을 쓰고 검은 망사로 얼굴에 격자무늬 빗금이 둘러쳐진 건 아랍 지역에서 상대적 열위가 두드러진

여성의 위상을 반영하는 걸까. 그러고 보면 표정도 살짝 입을 앙다문채 새침해 보인다.

사우디였던가, 공동화장실의 남성용 편의시설. 왜 저렇게 길게 쭉 턱을 내뻗고 있는지 얼핏 보면 '큰 것'을 위한

시설로 보일 정도지만, 엄연히 저건 '작은 것'을 위함이다.

카타르의 쇼핑센터에 있던 화장실, 한 켠에는 앉아서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꼭지가 늘어서 있다. 무슬림들이 사는

세상에선 당연시되는 것들, 이집트나 카타르를 막론하고 모스크 입구에 꼭 설치되어 있는 발씻는 곳.

쿠웨이트 국제공항 내의 화장실. 살짝 당당한 포즈로 양허리춤에 손을 괸 남자와는 달리, 손발이 경직된 여성의

치마가 뾰족하다. 그러고 보니 두 발 사이의 간격도 다르다. 살짝 쩍벌남의 기운이 느껴지는 남성.

아랍 삼국의 호텔을 돌면서 계속 마주쳤던 룸 내의 화장실. 욕조와 편의시설 사이에 놓인 저 제3의 편의시설은

뭘까, 생각하다가 비데의 일종임을 알고 무지 신기해했었다. 그렇지만 얼마전 송년회삼아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 룸에서 일박을 하면서 똑같은 시설물을 마주하곤, 이건 왠지 글로벌 스탠다드인가..하는 깨달음이 번뜩.

8월 파리 여행에서 숙소삼았던 유학생 친구의 집에서 만난 화장실. 세면대와 욕조는 다른 공간에 있고

덩그러니 지저분한 편의시설 하나만 비치되어 있는 조그마한 공간.

퐁피두센터 옆에서 만난 공중화장실. 뭔가 쌔끈한 메탈 튜브가 떠오르는 외관이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항상

내부에서 모종의 거사가 진행중이었거나 심각한 냄새의 원천이 되고 있어서 차마 발들일 수 없거나 했다.

어느 여름, 가족들과 함께 삼청각 찻집에 갔다가 예기치 않게 마주쳤던 한국식 화장실 표시. 국내에서 내가 본 것

중에 이만큼 세심하고 이뿌게 한국의 미를 살리려고 애쓴 화장실 표시는 없었던 것 같다. 아주 사소하고 하찮을 수

있는 화장실 표시 하나에도 생각보다 많은 걸 담을 수 있지 않을까. 또 나처럼, 누군가는 그 표시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찾아내려 애쓰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싶다.


6월 26일, 주저주저하며 이 공간에 창을 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다가 내 한 단면을 깎아나가고 싶었다. 난 사람이나 다이아몬드나, 잘 연마되어

온갖 각도에서 내리쬐이는 빛에 조응하는 절단면이 많을수록 반짝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의 연장이 아닌, 온라인으로부터 뻗어나가는 관계를 쌓고도 싶었다. 싸이월드같은 다른 공간에서의

글쓰기, 혹은 사진올리기라는 게 조금씩 고인 물 같다고 느끼는 시점이기도 했다.

어쩌면 일상에서 블로그라는 단어가 자꾸 걸리적거려서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파워블로거라며 티비에

나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블로그의 글 하나로 주목을 받았다. 마이크를 쥐는 건, 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건 생각보다 '민주적'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선 싸이 미니홈피의 글들부터 조금씩 옮겼다. 그러면서 여행이야기 쪽으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미

여행을 다녀온 곳, 그곳에서의 사진, 일기, 그리고 기억들은 충분히 쟁여놓았던 터였다. 급작스럽게 결정된

여름휴가, 출장, 짧은 체류 등 바쁘게 돌아간 하반기는 나름 쉼없이 포스팅을 하게 한 원동력이었고, 계절에

관계없이 이전 여행들을 정리하는 데만 반년쯤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더욱 많은 곳을 돌아보고, 그곳과

나 자신이 어떤 화학작용을 거쳐 어떤 감정과 사고를 배출할지 더욱 많은 이야기들을 쌓아나가고 싶다.


최근 느끼는 건, 크리스마스 혹은 연말이라 그런지 '여행 이야기'만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모으기란 힘들구나.

많은 사람이 오지 않아도, 그야말로 나 스스로 기억을 정리하고 추억하는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존재가치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쿨한 곳으로 가꾸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여행 이외의 일상적인 내 모습을

드러낼 필요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애초 이곳에는 엄격히 여행과 관련된 이야기만 올리겠다고 제한했던 건

돌이켜보건대 그다지 별다른 이유는 없는 단순한 고집이었던 것 같다. 조금은 더 전면적으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블로그를 가꾸어보겠다는 게 2009년을 맞는 다짐이랄까.


p.s. 친구 하나가 들어오자마자 블로그 이름이 너무 어렵다고 타박을 했던 게 계속 맘에 걸린다. 가뜩이나 필명도

쉽지 않다고 구박듣는 판이다. 칸트의 책 한구절을 빌린 저 제목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황량한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0.1%의 유토피아적 가능성이라도 놓치지 말자는 나름의 각오인 건데...'적'이 두번이나 있어 별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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