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브루클린과 맨하탄을 잇는 현수교, 브루클린 브리지의 브루클린 쪽 시작점이다.

 

맨하탄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길과 자전거가 오가는 길이 마치 차선처럼 분명히 그려져 있었는데

 

다리를 지나는 자전거들이 워낙 맹렬한 속도로 달리는 탓에 자연스레 차선을 신경쓰게 된다.

 

차들은 도보로 지날 수 있는 길 양쪽으로 쌩쌩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고. 건너에는 그라운드 제로에 새롭게

 

지어지는 WTC 건물 공사현장이 눈에 띈다.

 

그리고 맨하탄 브리지. 브루클린 브리지보다 북쪽에 위치한 현수교인데, 이 정도 거리를 두고 보니 외관이 한눈에 잡힌다.

 

 

다리를 넘어 맨하탄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제법 길고,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들도 많다. 사진도 팔고, 그림도 팔고,

 

악기도 연주하는가 하면 온갖 뉴욕의 기념품들도 파는 사람들이 많다.

 

 

브루클린 브리지의 중간 지점. 아낌없이 건물마다 나부끼는 성조기들에 이미 질려있었지만, 이 다리에도 역시.

 

다리 위로 멀찍이 아마도 JFK 공항을 떠나거나 들어서고 있는 듯한 비행기 한 대가 보인다.

 

 

그리고 온통 주위를 칭칭 감아버리는 듯한 튼튼하고 두꺼운 밧줄들. 밧줄로 지탱되는 현수교인 브루클린 브리지는

 

애초 건설을 맡았던 사람과 그 뒤를 이은 아들이 각각 사고사로 유명을 달리하고 난 후 아들의 와이프, 그러니까

 

며느리가 뒤를 이어 완공시킨 다리라고 한다.

 

 

맨하탄 브리지 너머로 유난히 우뚝 솟아있는 건 바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그리고 브루클린 브리지 왼쪽으로 보이는 조그마한 섬은 스테이튼 아일랜드, 거기 손들고 선 건 자유의 여신상이다.

 

 

브루클린 브리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새겨놓은 동판이 있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은 글자와 그림을 훑었다.

 

맨하탄의 다운타운, 월가와 9.11의 자취인 그라운드제로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미드타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는 코리아타운이 있을 텐데.

 

 

 

 

중간중간 벤치도 있어서 앉아서 쉬는 사람도 보이고, 맨하탄 방향과 브루클린 방향으로 자유로이 오가는 사람들 틈새를

 

문득 가로지르고 내달리는 자전거족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고.

 

 

 

어쩌다 시작된 걸까, 다리의 곳곳에 걸쇠가 있는 곳이면 이렇게 주렁주렁 포도처럼 영근 자물쇠들의 향연.

 

누가 왔었다느니, 사랑한다느니, 아니면 그저 단순하게 이름만 적어놓고 가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

 

 

 

그리고 어느덧 다리는 맨하탄 위로 뻗어올라오기 시작, 웰컴 투 맨하탄~!의 표지가 보이고, 브루클린 브리지 중앙에서부터

 

양쪽 다리 끝까지 뻗어나간 굵고 튼튼한 밧줄들이 어느결엔가 속도를 잃고 툭툭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루클린 브리지 도보 산책은 끝. 생각보다 길다면 길 수도 있고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브루클린쪽에서부터

 

걸어오며 점점 눈앞으로 육박해 들어오는 맨하탄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커다랗다. 그저 하나의 스카이라인으로 존재했던

 

건물들이 하나씩 둘씩 무더기지어지며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을 만들고, 이내 건물 하나하나의 디테일까지 살아나는 풍경.

 

 

아, 다만 이 다리 위에 있는 한 NYPD가 CCTV로 감시하고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할 일이다.

 

 

 

 

* 사실 이 사진들을 굳이 '19금'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고(노출의 측면에서나 연출 의도의 측면에서나),

 

사진을 찍을 당시에도 주위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였을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단 '19금'이란 표지를 넣긴 하였지만 사실 이건 '전체관람가'에 해당한다고 보임.

 

 

ALERT.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란 어쩌구로 태클거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뒤로 돌아나가길 권유함.

 

 

 

문득 보였다. 타임스퀘어 티켓오피스에서 뮤지컬 티켓을 구매하려고 줄을 서 있는 와중에 문득 울긋불긋한 색채가 요란한

 

사람이 하나 보였고, 그 뒤를 좇아 카메라를 들이대는 전문가스러운 사람이 몇 보였으며, 그 외곽에서 핸드폰을 꺼내들고

 

슬며시 사진을 찍으려드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옷인지, 어디가 맨몸인지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온몸을 두텁게 칠해버렸다. 제법 더운 날씨여서

 

땀이 흘러 바디페인팅이 지워질 법도 한데, 온몸에 덩쿨처럼 엮인 파란색 띠는 선명하기만 하다.

 

 

타임스퀘어를 유쾌하게 맨발로 거닐며, 가로등을 휘감고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함께 동행하는 포토그래퍼들과 뭔가를

 

의논하며 장소를 물색하고 있는 듯 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카메라폰을 겨누고 있었고.

 

 

그리고 문득, 타임스퀘어의 경찰서 앞으로 가서 경찰차를 상대로 포즈를 취하기 시작한 그녀. 아프로 스타일의 헤어도

 

멋지지만 웃을 때 활짝 드러나는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가 현란한 바디 페인팅과 뚜렷이 대비를 이룬다. 

 

 

 

타임스퀘어를 지키고 있는지 혹은 그들의 공권력으로 점유하고 있는지도 모를 NYPD와 마침 거꾸로 성조기를 휘날리며

 

지나가는 레미콘 차, 그 사이에서 저런 도발적이고 과감한 색감의 육체를 과시하는 아티스트의 자유로움이란.

 

정복에 배지까지 차고 있는 뉴욕 경찰들은 정작 신호등 저 건너에서 이 상황을 손놓고 보고만 있다. 사실 딱히 손쓸 일도 아니다.

 

 

그녀의 촬영도 끝나간다 싶어서 자리를 뜨고 다른 곳을 둘러보느라 시간이 조금 흐른 후, 그녀가 바디페인팅을 새롭게

 

다시 단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림은 좀더 복잡해졌고 색깔도 좀더 다양해졌다.

 

 온갖 색깔의 물감이 담겨있는 반찬통같은 물감통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간이 테이블 위에는 그 만큼이나 많은

 

코카콜라 캔들이 보였다.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이 마신 걸까 아니면 그림판이 된 사람이 마신 걸까.

 

 

그림판이 되어준 그녀의 아프로 헤어만큼이나 북실거리는 털을 가진 그의 손이 거침없이 그녀의 몸 곳곳에 새로이

 

선을 긋고 점을 찍고 색을 채워넣고 있었다. 그리는 사람이나 그려지는 사람이나 자못 열중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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