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는 '고작' 1킬로미터. 그렇지만 화살표가 바로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울산바위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쉽거나 짧지만은 않았던 듯한 체감도.

 

 

그렇긴 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르는데 어려움이 딱히 있는 코스는 또 아니다.

 

 

저 위의 하얀 돌덩어리가 울산바위라고 옆에 가던 아저씨가 알려주신다. 금강산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려 울산대표로 나섰던

 

바윗덩이가 그만 이곳의 풍경에 반해 눌러앉아 버렸다던가. 아님 늦어버려서 돌아가는 길에 그냥 여기 눌러앉았다던가.

 

오히려 이런 풍경들을 중간중간 멈춰서 감상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단 게 맞을 수도 있겠다.

 

 

하늘이 너무나도 맑고 파랬던 날. 멀찍이 설악산의 잔근육들이 하나하나 다 매만져지는 느낌이다.

 

중간 전망대에서 온통 폰을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 그네들의 옷차림에도 단풍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 단풍이 훨씬 화려해졌다. 색깔도 훨씬 깊고 진해져서는 본격적인 가을 정취.

 

 

 

 

그리고 어느덧 눈아래로 보이는 설악산 아랫도리 풍경. 아마도 저기 어디쯤에 흔들바위가 있을 텐데, 한참 찾아도 못찾겠다.

 

 

사실 해발고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고작 800미터 어간일 텐데, 식생이나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나즈막한 키의 나무들.

 

 

마지막 구간에는 저렇게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 코스. 바위에 꽂아 지탱한 철봉들을 보니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이란 게 실감난다.

 

 

그리고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바로 아랫쪽 전망대 풍경.

 

정상은 생각보다 비좁고 어리둥절할 만큼 별 게 없지만, 그래도 이런 즉석사진과 음료를 파는 매점도 하나 있다.

 

바다쪽 풍경, 저기 어디쯤 대포항과 속초항과 외옹치항이 있을 텐데.

 

 

울산바위 정상의 사진 포인트 하나. 그 괴목 아래의 의자에 걸터앉아 포즈.

 

그리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올려다본 울산바위의 정상 모습.

 

일행이 있다면 한명은 전망대, 한명은 정상에서 서로 찍어주는 것도 좋은 포인트.

 

 

 

 

어딘가와의 송년회 다음다음날, 그날 입었던 옷 주머니 안에서 소주잔과 종이쪼가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이번에는 저번의 중국산 와인과는 달리 또렷한 맨정신으로 주머니에 슬쩍 넣었었는데, 어찌저찌 하다보니까

며칠 지나서야 주머니 안에서 꺼내놓게 된 거다. 왜 들고 왔는지는, 뭐, 그냥 재밌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 소주잔과 종이쪼가리는 바로, 이효리와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한 준비물. '효리주'를 불러내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인 거다. 소주병 뒤엣 라벨에 축축한 물수건을 대고 적당히 불린 후에 효리가 웃고 있는 상반신을 정교하게

오려내야 한다. 가능한 효리의 모습이 최대한 들어가서 소주잔 바닥사이즈에 꽉 차도록, 그리고 효리의 저

나부끼는 머릿결 웨이브 한올한올이 잘리지 않고 생생하도록.

(위 포스터 파일은 '고양이처럼'을 만드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퍼왔음을 알리며, 문제 발생시 자진삭제하죠 모)

참고로 효리 사진이 있는 소주 라벨지는 위의 '고양이처럼'의 뒷켠을 보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 완성품. 극도로 숙련된 손놀림으로 글자 세 개 역시 절묘하게 효리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흔들" "더".

유리잔 바닥 아래에 붙어 환히 웃어주고 있는 효리. 비록 나와 그대가 소주잔 바닥의 두꺼운 유리벽을 격하고는

있으나, 그대가 권하는 술 한잔 내 어찌 마다하리요. 뭐, 그런 효과가 있어 따라주는 족족 술을 원샷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이게 바로 "효리주"랜다.

책상에 앉아 다시 효리주를 재연해보면서 시험삼아 다시 일순배를 해 보았다. 효리가 흔들, 더~, 흔들, 더~ 를

외치며 저 너머에서 머리칼을 나부끼며 웃고 있다. 뭐, 맨정신으로도 참 흐뭇해지는 술잔인 건 틀림없다.

# 응용편. 사실 굳이 '효리'여야 할 이유, '효리주'라 불려야 할 이유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연예인이던 일반인이던 군인이던, 일단 사진만 구할 수 있으면 된다. 소주잔 아랫바닥의 지름은 실측 결과

3.4mm, 그 마법의 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얼굴이면 된다. 혹은, 얼굴이 아니라 특정 신체 부위도 가능할 법

하지만 나는 도무지 순진해서 더이상은 모르겠다.

술에 엔간히 쩔었을 때의 시야는 이렇지 않을까. 앞에 있는 게 효리인지 사람인지 술잔인지도 구분이 안 되고,

흔들흔들, 더더, 이런 식의 추임새만 귀에 들어오는 타이밍. 효리주도 좋지만 술은 적당히 기분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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