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하면 이제 눈감고 귀막고 입다물고 살려고 해도,

 

이명박근혜의 십년을 각오하고 닥치고 있으려고 해도,

 

이건 아니다. 씨밤바들아.

 

 

오죽하면 새누리당에서까지 현 정부의 입장을 비난할까.

 

이명박과 졸개들이 말하는 '국익'이란 건 Korean interest가 아니라

 

아무래도 U.S. interest인 듯.

 

 

그들에게 '국민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G20같은 허장성세의 말잔치로 가오를 잡으며,

 

권좌에서 물러나기 전 한탕 크게 해치우려는 생각 같은 것들. 무지무지 많다.

 

 

국민의 건강 나부랭이는 후순위도 한참 후순위.

 

정부가 책임져? 까고 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란 곳에서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을 모집해서 출사 여행도 떠나고 원전 견학도

간다는 제안을 내 블로그 방명록에 남겼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2009년쯤, 조승수 국회의원이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했던 내용이었다. 질의의 요지는, 국민의 세금으로 '에너지' 전체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원자력'만을 홍보하는 게 문제가 있지 않냐는 것. 더구나 풍력이나 태양열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더욱

전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에 말이다. [국정감사]“원자력문화재단을 에너지문화재단으로 교체하라”


그냥 지나쳐 읽었던 내용이었지만 역시 아직 명칭이 바뀌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새삼 궁금증이 일었다.

후쿠시마의 원전 사태가 터지고 나서 핵융합이 발생하니 어쩌니 여전히 방사능물질이 펄펄 전지구로 퍼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대체 원자력문화재단이나 원전 측은 얼마나 세련된 반박 논리를 가지고 있을까. 건설적인 대안이나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하려면 우선 서로가 갖고 있는 논리와 근거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겠다, 싶어서 나 역시

어느 한쪽의 논리에 편승해 입장을 전하기 전 우선 들어가 알아보기로 했던 거다. 그게 원자력문화재단에서도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에 바랬던 역할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전선이 하늘을 온통 갈라놓고 있는 이곳은 영광 원전. 국내에는 현재 경상도의 고리, 월성, 울진과 전라도의 영광,

이렇게 네 지역에서 2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중이며, 영광에는 총 6기의 발전소가 돌고 있다고 한다. 원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버스가 워낙 빨리 달려 사진을 미처 찍지는 못했지만 몇몇 가옥에 시뻘건 현수막과 굵은 페인트

글씨로 원전 반대, 후쿠시마 사태의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남아있었다.

홍보관까지는 촬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원전 내부 시설은 청와대와 같은 수준의 국가 안보시설이어서 촬영이

불가하다고 하여 찍을 수가 없었다. 홍보관에 있던 원전 외벽 구조를 설명하는 샘플. 철근과 콘크리트로 단단히

만들어진 5중 방호벽이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가둬둘 뿐 아니라, '무려'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갖추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버스에서도 틀어줬던 비디오 내용이었다. 원자로 외벽과 동일한 규격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전투기를 정면으로

충돌시켰는데 고작 5cm만 관통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제법 인상적인 화면이다 싶었는데 여기서 또 발견했다.


이제부터 내 생각이다. 첫날의 원전 견학과 둘째날의 관련학과 교수 특강을 거쳐 현재 도달해 있는 생각이랄까.

간단히 요약하자면, 원자력발전의 강점으로 이야기되는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한 주장은 생각보다도

근거가 허약하며, 결국 최종적으로 기대는 근거는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시스템과 전력소비 양태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나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1. 원전의 경제성 : 사고대비 비용 및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특강 때도 지적했던 이야기지만 동일한 전력량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력이나 화력 등 기타 방식에

비해 원자력이 월등히 저렴하다는 계산에 빠진 부분이 있다는 거다. 사고가 났을 때 이를 복구하기 위한 비용이

애초에 반영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 부분이 빠져 있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이듯 일단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게 될 수 밖에 없다. 단지 경제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남는

인적 피해를 감안한다면 '물이나 불의 피해도 총량으로 치면 원자력만큼 위험하다'는 논리는 말장난일 뿐이다.


그에 더해, 원전과 같은 치명적인 기피시설이 들어서기까지, 또한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지정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당근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적 급부는 물론이고

모두가 기피하는 그런 시설을 들이도록 설득하고 갈등하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비용이다. 물론 다른 수력이나

화력발전소 역시 나름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겠지만, 특히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화두가 되고 국제 시민단체의 압력까지 이어지는 등 그 차이가 큰 것이다.


▲방사능의 이동 경로. 붉은색이 방사능 위험지역이다. 서북로를 따라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위험지역은 반경 30km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Hot Spot). ⓒ장정욱 교수 제공 자료서 캡처. (프레시안에서 재인용)



2. 원전의 안전성 : 세계 제일 수준의 일본조차 천재지변 앞에 무기력했다는 사실.

길게 이야기할 부분도 아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국은 고작 6.5의 내진설계를

갖추고 있을 뿐이다. 일본과 같은 천재지변이 우리나라에는 생기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으며,

더구나 일본과 같이 천재지변을 끼고 살아 예방, 방재에는 훨씬 잘 준비된 나라에서조차 저렇게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분에 대한 압축적인 표현은 원전 중앙 통제실 앞에 붙어있던 표어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다름아닌 "100 빼기 1은 0이다"라는 문구. 만의 하나, 수백만의 하나라는 가능성만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이미 체르노빌에서,

미국의 쓰리마일아일랜드에서, 후쿠시마에서, 보았고 보고 있는 일들이다.




3. 가장 중요한 문제 :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훈계'에 숨은 전제를 볼 것.

이제까지의 간소한 논의를 따른다면, 결국 숨겨져 있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전혀 경제적이지도 않고, 사고가 났을 때의

피해는 지구적 차원으로 치명적인 에너지원이 원자력인 셈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반박 논리는,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다, 그런 위험이라도 무릅쓰고 원자력 에너지를 취하지 않으면 인류 문명이 멈춰서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장 앞에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화석연료로 다져진 근대 문명이 차츰 한계에 달하고 있고, 깨끗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대량의 대체 에너지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과도기 역할을 원자력이 맡아야만 하는 걸까,

숙명처럼 이고 지고 가야 하는 걸까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그런 주장은 'Ceteris Paribus(다른 조건이 현재와 같다면)'이라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기도 한 저 전제는, 원자력 발전소를 껴안고 살아야 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근거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 정책과 시스템에 문제는 없을지, 현재와 같은 삶의 방식이 앞으로도 가능할지에

대한 성찰이나 개선 노력을 막고서 그저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살아가려면 역시나 원자력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식이니, 어떻게 듣기엔 '협박'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 같다.



4. '전제'를 바꾸어내는 노력 :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바꾼다면. 에너지 소비패턴을 바꾼다면.

지금 한국이란 나라가 갖추고 있는 전력 수급 시스템이나 경제 구조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까. 한국적인 맥락에서

말하자면 지금 현재의 전력 수요가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보다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산업과 경제가

굴러갈 여지는 없을지 시스템을 정비할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그러하듯, '원자력산업'이라는 부분의 최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전체의 최선이 일그러지는 결과를 손놓고

바라보게 될 위험이 상존한다고 생각한다.


수출기업들을 위한 값싼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력단가를 비현실적으로 유지한 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거나,

에너지 효율적인 전기기기나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인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무책임한 정책 입안의 문제, 혹은

반도체니 철강과 같은 전력 소비가 막대한 부분에 국가경제 대부분이 과잉집중되어 있다는 사실 등. 얼핏 생각해도

이런 부분을 개선하여 증가일로의 에너지 수요를 적잖이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 원전이 이렇게 많아 무려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국이란 건 이런 방만한 에너지 소비와 정책에 따른 막대한 전력 생산으로 인한 결과일 텐데,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고 고친다면 최소한 두 기 지을 원전을 하나만 지어도 되지 않을까.

좀더 근본적으로는 인류가 근대에 짧은 순간 누렸던 에너지 압축적인 소비 양태를 앞으로 바꿀 수 밖에 없으리란

전망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할 때는 아닐까. 이런 이야기가 너무 거창하다면, 최소한 현재 갖고 있는

기술 수준에서 가능한 대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노력에 좀더 힘을 쏟아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대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로부터 인근 도시와 지역을 커버하는 식의 집중화된 발전 말고, 풍력이나 태양열 따위의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을 활용해 분산된 형태의 자가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유럽의 사례가 단적인 사례다.


최소한, 이것 하나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원자력 발전에 따른 부산물들인 고준위, 중저준위 핵폐기물들이

환경상 무해한 수준으로 자체 정화되기에는 수만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화석연료 시대와

아직 오지 않은 대체에너지의 시대 사이에 한 50년쯤을 원자력 에너지가 주로 감당할 것이라는 게 강의를 했던

관련학과 교수의 전망이었다. 50년을 커버하기 위해 수만년 지속될, 아직 밀폐차폐 말고는 안전한 처리방법조차

개발하지 못한 치명적인 위협을 자초해야 할까의 문제다.



원전이 스스로 말하듯, 100 빼기 1은 99가 아니라 0이다.




* '에너지체험 블로그 기자단'의 일원으로 원전 견학을 보내거나 관련 강의를 듣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꼭

현재 한국정부의 '원전 수출' 정책이나 원자력발전소의 입장을 지지하고 대변할 사람들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닐 거라 이해한다. 애초 불명료했던 근거와 입장을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더 깊이 가다듬고 나름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도 원자력문화재단에 감사한다.


인천공항세관 세관장과의 인터뷰가 예정된 자리,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아름다운 다리를 가진

아이들 소녀시대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알고 보니 인천공항세관의 홍보대사로 임명장을

받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최근 좀더 대중적으로 친근하고 살갑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 인천공항세관에 딱 맞춤한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녀들이 몰고 다니는

한류열풍을 감안하면 얼마나 자주 일본이니 중국으로, 해외로 들고 나겠는가. 여러모로 딱인 캐스팅.

세계최고의 관세행정, 인천공항세관의 비전

세관장님은-비록 그때 소녀시대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악수를 나눈 분은 아니었지만-그런 문제의식을

뚜렷하게 공유하고 있으신 분이었다.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세관행정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데

막상 홍보가 제대로 안 되어 이해를 잘 받지 못하고 심지어 협조하기를 거부하거나 기분나빠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본인의 짐을 왜 함부로 뒤지고 열어보느냐는 건데, 사실 갈수록

몰래 밀반출하는 범죄가 대형화하고 많아지는 추세거든요. 세관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께 널리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관장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국민들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데는 그만한 자신감이 밑받침된 거다.

올해로 인천공항은 세계공항평가에서 6년째 1위를 고수해왔는데(2006-2010), 평가항목 중 입출국에

소요된 시간이라거나 로지스틱스, 세관업무에 대한 부분들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입출국하려는

승객들은 당연히 빠르고 간편한 절차를 선호할 테니 최대한 편의를 고려하면서도 업무에도 빈틈없이

해왔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인천세관의 비전이라는 '세계최고의 관세행정'이 예사롭지 않다.

열심히 일하는 인천공항세관

회의실 한쪽에 붙어있는 포스터에는 이달의 관세인이 자랑스럽게 내걸려있었다. 북한산 마약을

몰래 들여오려던 사건을 적발해낸 분이 5월의 관세인으로 선정되었는데, 실제로 요새 특히 마약을

밀반입하는 범죄가 대형화하고 있다고 한다.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져서 마른명태의 뱃속이나

만두속에 꼭꼭 채워오기도 한다고. 그보다도 더 놀라웠던 사실은 히로뽕 관련 사건의 60-70%를

세관에서 적발하고 있다는 점. 경찰만 법망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세관 관련해서 여러가지 기사들이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외국에 나갔던 대사가

돌아오며 상아를 들여오려다 걸렸다는 이야기, 금괴 수억원어치나 수백만달러를 지니고 들여오다

걸렸다는 가십성 기사들이 있었는가 하면, 비아그라 수십만정을 들여오려다 걸렸다거나 녹용이니

뱀을 대량으로 들여오려다 걸렸다는 기사들은 이제 너무도 익숙해진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인천공항세관

그리고 하나더, 최근 기사에서 인상깊게 읽었던 내용이었는데, 단속된 가짜상표 상품들을
 
상표를 지우고 외국이나 국내의 다문화가족, 보훈원등에 기증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런

상표법위반 상품들이라 해도 그대로 폐기처분하거나 소각처리하는 건 자원의 낭비인 거 같다

싶어서 참 잘하는구나, 고개끄덕이며 읽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더욱 반갑다.


단속하면서 인간적으로 안타깝거나 곤란했던 적도 적지 않다고 한다. 외환을 밀반출하는 단속

사례중에서 조선족이나 이주노동자분들이 제법 많은데 그분들은 송금했을 때 자칫 다른 사람이

돈을 채가거나 사고가 생길까 싶어 직접 들고 나가신다는 거다. 발각되더라도 7-8% 벌금을

뗄 생각으로 그렇게 들고 나가시는 분들의 사정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

인천공항세관은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과 함께 시작되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여태까지 공항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도 대단하지만 앞으로 인천공항세관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
 
같다는 게 세관장님의 말이다. 2012년에 핵안보정상회의도 있고, 한미/한EU FTA 등의 비준이

가시화되면서 세관 차원에서도 더욱 철저하고 확실한 행정업무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현재 수출화물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2분내외, 수입화물도 1일이내로 소요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앞으로 좀더 단축시키되 확실한 검역 및 관세행정은 기본이란다.

마지막으로 세관장님이 당부한 이야기는 다름아닌 '인터넷이야기'였다. 인터넷에 보면 세관에

걸리지 않고 고가의 의류나 상품들을 들고 오는 법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와 팁들이 있지만

그런 거 전부 엉터리니까 절대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짐들은 전부 엑스레이

스캔을 거치며 몇중의 검색과 비공식적인 검사를 통해 여행자의 정보를 분석하고 그 소지품을

체크하게 되므로, 괜히 박스버리고 택떼고 영수증버리고 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굳이 스스로 시험에 들게 하려거나 인천공항세관을 시험해보려는 게 아니라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법의 테두리 내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소지하는 게 좋겠다. 면세범위는 미화400불

이내, 구매범위는 미화 3000불 이내라고 하니까 참고하면 좋을 듯.

인천공항세관, 다리부터 눈에 띄는 소녀시대를 홍보대사로 삼은 건 정말 잘한 일이지 싶다.

여태까지도 그러했듯 참 열심히 일하고 계시구나 싶고, 앞으로도 더욱 할 일이 많으실테니

그런 이쁘고 튼튼한 다리, 건각(建脚)으로 건승하시길 바란다.









 

어느 회사에나 적용되는 표준질문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딱히 훌륭한 질문들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표준질문지와 평가요소가 적시되어 면접관에게 배포되는 경우도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자료. (2010년 상반기 모 회사 홍보대사 면접)



0. 면접 평가요소

- 인성/태도 요소 : 자세/복장, 외모 및 인상/적극성과 열의

- 표현력 요소 : 의사표현능력/논리성/창의성



1. 회사 관련 일반질문 (공기업/공공기관의 경우)

ㅇ 우리 회사의 주요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ㅇ 우리 회사를 알게 된 경로는 무엇인가?


2. 대학생 홍보대사 관련

ㅇ 올 한해 인생계획은?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활동지속 불능자 탈락)

ㅇ 회사를 홍보하는데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ㅇ 나이가 적은데(많은데)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어려움이 있지는 않겠는가?

ㅇ 팀원 중 한두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ㅇ (예산에 상관없이)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라는 미션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

ㅇ 대학생 홍보대사에 합격했다고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홍보대사를 어떻게 소개할 건가?

ㅇ 홍보대사 활동을 수료하지 않고 어학연수를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ㅇ 홍보대사 활동과 학교강의시간이 겹쳤다. 회사에서 협조문을 발행해주지 않는다면

홍보대사 활동에 참여할 수 있나?

ㅇ 대학생 홍보대사 활동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3. 인생관/일상생활

ㅇ 본인의 향후 진로는 무엇이며, 우리 회사와는 어떤 상관이 있는가?

ㅇ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공부, 경험, 연애 등)

ㅇ 다른 활동과 홍보대사 활동이 중복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ㅇ 가장 친한 친구가 본인을 소개한다면 뭐라고 할 것 같은가?

ㅇ 대학생에게 꼭 스펙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ㅇ (지방학생) 교통비도 주지 않는데 자꾸 서울로 모이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허수아비춤 - 10점
조정래 지음/문학의문학

#0.

올해도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후보로 대두되었다가 끝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하루가 지나'

버렸다며 언론에서 아쉬워하는 투의 기사를 많이 봤다. 한편 페루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은 페루의

광부들이 애송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꽤나 크다며, 우리도 노벨문학상을 탔으면 국내는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널리 읽히게 되었을 거라는 식의 기사도 있었다. 으응? 뭔가 이상하다. 노벨문학상을 타서 사랑받는 게 아니라

널리 사랑받는 좋은 작품이라 노벨문학상을 타는 거 아닌가.


너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노벨문학상도 여느 다른 상들처럼 세속의 일들에서 자유로운 채 그야말로

'순수한 판단'의 결과만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수상을 둘러싸고 정치적 고려나 호감도나 금전적인 로비까지도

왔다갔다 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면 너무 음험한 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노벨문학상을 타고 나면 실제로

꽤나 그럴듯한 후광을 덧붙이게 되는 셈이고 그건 곧바로 책의 판매부수와 직결되어 '사랑'받게 될 거다.

(어쩌면 그때쯤엔 나도 고은 시인의 '만인보'라거나 다른 시들을 비로소 찾아서 읽게 될지도.)


#1.

전세계의 작품들을 두고 그해의 가장 걸출한 작품을 선정하는 노벨문학상 이외에, 작품에 덕지덕지 붙여줄

수 있는 조금은 가볍지만 효과는 못지않은 '후광'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뭔가 소란스런 이슈를 만들어내는

노이즈 마케팅이 후광을 만들기 위한 비교적 최신 유행의 '광원'이라면, 워낙 익숙해져 버려서 새삼 이야기하기도

진부하게 느껴지는 강력한 광원은 역시 광고일 거다. 약간의 변종으로는 리뷰기사나 인터뷰기사 따위의 형태를

빙자해 책을 홍보하는 광고성 기사들이 있을 거고.


'삼성을 생각하다'라는 책이 광고시장에서 무식하게 밀쳐지면서 도리어 예기치 못한 광고없는 광고효과,

후광을 얻었던 사실 이외에는 딱히 그로부터 예외라 할 만한 사례를 들기가 어려운 거 같다. 대부분은, 광고가

많이 되고 노출이 많이 되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는 책들이다. 어줍잖은 고만고만한 소설들, 변주를

거듭하는 자기계발서 나부랭이들, 여행블로그보다 못하기 십상인 허술한 여행서적들..정말이지 그 책을

만들겠다며 벌목된 나무들에 미안할 지경인 책들이 범람하고 있으니 광고의 효력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2.

조정래는 어떤가. 그의 전작들,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은 어땠던가. 피식민 시기, 한국전쟁기, 산업화의 시기를

예민하고 날카로운 시각으로 소설화했던 그의 작품들은 늘 어김없이 누군가로부터 '위험물'의 딱지가 붙었고

소설의 형태를 빌어 '좌경화', 혹은 '의식화'를 꾀한다는 일부의 비난마저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딱히

광고를 안 한 것도 아니지만, 시대착오적인 '금서' 목록에 올라있다더라 식의 노이즈 마케팅에 엮이기도 하면서

그 책들은 그나마도 꾸준히 팔려나갔다고 알고 있다.


허수아비춤은 어떤가, 비로소 묻는다. 조정래 정도의 작가가 꽤나 오랜만에 써낸 소설인데 너무 조용해서 하는

말이다. 그가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 드디어 2010년 현재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셈이니 그 의미도 심상하진

않을 테니 하는 말이다. 그의 신작 발표회에 불편한 얼굴로 왔다갔다는 찌라시 언론의 문화부 기자들이 작정한 듯

침묵을 지키거나 딴지를 걸어 그의 소설에 대해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해버리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너무

과잉반응인 걸까. 의도적인 무시 속에 그의 소설이 조용히 묻혀버리고 마는 건 아닌가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들은 점점 '지금 여기'의 '살아있는 권력'이 날뛰는 시대로 조여들어온 건 아닐까 싶다.

조금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비판할 수 있는 친일파 문제에서부터 그는 조금씩 난이도가 높은 세력, 여전히

힘을 갖고 있는 세력들로 초점을 옮겨왔고, 그런 비판정신은 곧 한국 현대사의 핵심 모순들을 관통하며 오늘날에

와닿는다. 그래서일까, 소설은 참 쉽게 읽힌다. 이미 너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인 거다. 기업을 자기 개인의

커다란 지갑처럼 생각하는 기업의 총수, 정관계에 고루 뿌려지는 떡밥 혹은 보험료의 용의주도한 전달 방법,

기업군을 가능한 세금을 물지 않고 통째로 세습하려는 철저한 사전 준비, 결국, 민주화되었다는 시대에 여전히

북조선스럽고 중세적인 '왕'을 모시는 기업을 고수하려 사회 시스템 곳곳에 돈지랄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


소설을 쓰기 참 쉬웠겠다, 고 읽던 중간에 생각했었다. 이건 뭐, 소재에서 뭔가 극적이고 흥미로울 만한 걸 더 더할

것도 없으니. 건물 깊숙히 감춰져 회장실 바닥에 깔린 커다란 금고, 골프가방과 사과박스에 차곡히 쟁여진 돈다발,

어느새 대기업 앞에서 몽창 썩어버린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들, 집요한 노조파괴공작과 김일성 일가에 버금가는

부자세습의 욕망, 그저 요 몇 년간, 누구 말마따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그 이래의 몇 년간의 사건들을 슬쩍

일별하기만 하면 그냥 그대로가 드라마틱하고 숨가쁜 소설 하나가 될 거 같은 거다.


그치만 끝장을 넘길 때쯤, 돌이켜 생각하니 조정래가 더하려 한 건, 그리고 실제로 이 소설이 쓰여지는 의미를

다하기 위해 더해져야 할 건 자극이 아니라 각성이었다. 누가 모르나. 지금 재벌들이 세상에 두려울 거 없이 나대며

전횡을 부리고 있어서 상식이 벌떡 뒤집어져 버렸다는 거. 말도 안 되고 어이도 없는 이야기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뉴스에서 흘러나오며 건전하게 사는 사람들만 병신 만들고 있다는 거. 울컥울컥, 뉴스 헤드라인만 보고도 혈압이

솟을만큼의 자극은 넘쳐 나는 세상인 거다. 그래서, 혹여 왜 더 소설적으로 매만지고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냐고

작가를 추궁한다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고 말하겠다. 이미 현실속에서 그들의 전횡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고.


그의 책은, 그런 점에서 차라리 오늘의 기록이다. 책의 띠지에 둘려있듯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그 청사진이 요구되는 오늘의 문제적 상황을 응집해 보여주고 있다. 선정적이고 더러는 의도적인

곁가지치기와 물흐리기의 이야기들은 말고, 그들의 언론과 그들의 권력이 찌끄려대는 '광고'는 말고, 무엇을

대면하고 무엇을 바꿔야 할지 보여주는 있는 거 같다. 그게 현대사 100년을 숨가쁘게 달려온 그의 소설에서 

정면으로 대결했던 시대의 모순들이 켜켜이 누적된 바로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끝판왕.


#3.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처럼, 이 책도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야 할 정당한 관심과

추천사들을 받지 못한 채 적대적인 시선과 의도적인 무시에 직면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그건 도리어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겨눈 칼 끝이 제대로 그들의 심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 [삼성을 생각한다] 망각되길 거부하는 범죄자의 최후고백.



P.S. 끝판왕인 줄 알고 해치우고 나면 쓰러진 괴물의 비대한 몸뚱이 속에서 뭔가 새롭게 진화한, 더 쎈 녀석이 톡

튀어나와 다음 판으로 도망가곤 하는 게 온갖 게임들의 법칙이다. 끝판왕인 줄 알았지만 늘 속아 넘어간 채

다음 판에서의 승리를 기약하는, 마치 치토스의 '언젠간 먹고 말 거야'라는 멘트처럼, '지금 여기'의 끝판왕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일 거다.


얼마전 회사의 홍보대사를 뽑는다는 자리에 면접관으로 갔었다. 88, 89년생이 대부분인 대학교 2,3학년. 남자는

그래도 군대도 다녀오고 이러저러하여 85년생까지도 보이던 자리.


대학생들인지라 자기소개서는 꽤나 '신선'했다. 반말투로 적은 자기소개서, '성별 : 남'이 아니라 '성별 : 건장한

남', 느낌표와 말줄임표와 이모티콘이 난무하던 자기소개서까지. 아, 볼에 바람 불어넣은 셀카사진을 첨부한

여학생도 빼놓을 수 없겠다. 나쁘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사진과 실물이 다르니 '실망'이라 부를 만한 감정이

불끈, 오른 건 사실이었고, 그보다 자기소개서 같은 공식적인 글은 조금은 형식을 갖추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면접 자리에서도 꽤나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정식 직원이 아니라 홍보대사를 뽑으려는 거라 본인의 적극성과

사교성을 보여주려는 응시자들이 많았다. 대입 면접을 대비하며 지하철 객차 안에서 했다던 인사말을 정말 큰

소리로 다시 해보이는 학생, GEE 가사를 개사해서 개다리춤과 함께 노래하는 학생, 본인의 계획과 의지를

스케치북에 적어서는 발표해보겠다는 학생, 핸드폰을 팔아보이겠다는 학생도 있었으니, 반나절 내내 백 명

가까이 보면서 심심하진 않았다.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왔다는 학생은 그랬다. "여기까지 오는데 한시간 반밖에 안 걸립니다. 제주라고 넘

멀다고만 생각지 마시고, 그런 선입견 없이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멋진 멘트, 멋진 학생이었다. 지방은

확실히 서울 근교에 비해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스펙 업'할 기회도, 경력도 적어 보였다. 이력서에 적힌 온갖

인턴, 홍보대사, 봉사활동이니 단체활동이니, 절대적인 양에서 차이가 엄연하지만, 그래도 이런 배짱이라면.


GEE를 부르며 개다리춤을 춘 학생은 정말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었다. 옆자리의 차장님이 부끄러워 하시며

그만하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난 끝까지 듣고 나선 다시 한번 앵콜을 청했을지도. 그리고 나선 아마도

무한재생 버튼을 눌렀겠지. 그치만 정말 가사를 적절히 개사하고 외워서 면접관들 앞에서 흔들림없이 춤과

함께 노래할 수 있단 건 굉장한 일이다.


둘이 맞춰서 보핍보핍~을 재연해보려던 학생들은 합이 전혀 맞지 않아 왠지 캥거루 권투시합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뭔가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해보였다. 아무리 기회를 주려고 해도,
 
잔뜩 옹송그린 채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지원자들도 적지 않았기에 그 권투시합이 좋게 보였던 게다. 더구나

이건 '조용히 중간만 가도 되는' 그런 거라기보다는, 아무래도 본인이 홍보대사에 적합함을 어필하는 게 나은

전략일 텐데 묻어가려는 지원자들이 의외로 많았다.(어쩜 정말 되면 좋고 아님 말고, 그런 식이었는지도.)


혹시 '소'수염을 굳이 깍으라 한다면 어쩔 건지, 란 질문에 그건 오히려 학생들에게 우리 회사의 자유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일 수 있는 데다가 본인의 개성이라 말하던 학생도 있었다. 내가 인턴 면접보러 가서

귀걸이 못 빼겠다고 뻔뻔히 이야기하고 합격했던 게 생각나서 만점을 줘버렸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직원

채용과 홍보대사/인턴 채용이 엄연히 다른데 그정도의 유연함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실 이런 면접 경험이라곤 대입 때나 알바 구하는 첫자리 정도였을 미숙함에 더해서, 게다가 요새 여기저기

공공기관과 사기업에서 온갖 인턴이다 홍보대사다 '스펙 업'하라며 숙제만 잔뜩 내어주는 터라 나름 긴장도

적지 않았나 보다. 생각보다 많은 응시자들이 확연히 떨고 있었다. 별 것도 아닌 홍보대사인데, 안쓰러워서

농담도 해주고 기회도 두번세번 주고 했지만 끝내 버벅이고 움츠러드는 게 넘 마음이 안 좋았다. 그만큼 정말

부담이 커지기도 한 게 사실이니까. 괜히 개나소나 다 인턴이니 뭐니 뽑겠다며 대학생들을 괴롭히니 원.


이왕 뽑는 거면 좀 잘 썼으면 좋겠다. 인턴 뽑는 거야 내가 함께 일하며 가르쳐주고 잘해주고 하면 되지만

홍보 대사는 직접 함께 상시적으로 일하는 것도 아니어서. UCC니 블로그니 활용할 줄 아는 능력자도 많고

말잘하고 열정적인 사람도 많았는데, 회사나 뽑힌 사람이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관건인 듯 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