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부기스 스트리트와 아랍 스트리트, 말레이시아로부터 연원한 싱가포르 무슬림들이 모여 사는 아랍 문화 지역이다.

 

독특한 색감의 그래피티도 보이고, 틈새 하나 없이 벽면을 공유하는 건물들이 양쪽으로 길게 어깨를 겯고 있다.

 

 

 아직 때이른 오전시간, 간간히 열린 까페에는 외국에서 온 배낭여행객들이 잠시 쉬어가며 아직은 따뜻한 해바라기중.

 

 

 이쪽은 사실 이슬람 문화가 물씬 배어나는 특색보다도 마치 한국의 남대문 시장과 같이 깨알같은 쇼핑이 가능한 곳으로 유명하다나.

 

곳곳에서 아기자기하게 정돈되어 있는 쇼핑 거리의 간단치 않은 공력이 묻어나온다.

 

나처럼 너무 일찍 도착한 걸까, 일요일 오전 시간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아가씨가 한참을 서성였다.

 

그런가 하면 마치 한국의 삼청동이나 북촌 같은 분위기에서처럼 온라인 쇼핑몰 모델들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술탄 모스크, 모스크 안의 아늑한 분위기야 언제나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당장 여기만 봐도 한쪽에선 느긋이 기대앉아 신문을 보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바지런히 오체투지의 자세로 기도를 하는 모습.

 

2층의 회랑으로 올라가니 영어와 아랍어로 된 코란이 가득. 전세계에서 메카를 향해 정렬해 있을 그 방향을 향했다.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를 따라 늘어선 고층빌딩들이 그려내던 스카이라인과는 영 딴판의 야트막한 건물들,

 

잰 발걸음으로 그 골목통을 돌아나가는 무슬림 아가씨 한 명.

 

 

그림자가 조금씩 짧아지고 짙어지면서, 가게들이 하나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골목통의 끽해야 이층짜리 건물들이 어깨를 다닥다닥 붙이고는, 이렇게 외벽에 송풍기로 또 하나의 벽을 만들어두었다.

 

어느 현관 지붕위, 조그마한 창문턱위에서 삼엄하게 깨져있는 유리조각들 사이로 비죽이 고개를 내민 다육식물 무리.

 

 

이슬람 전통의상이나 카펫 판매상들 사이에서 보이는 술탄 모스크의 울타리. 노란 별과 달이 아스라해졌다.

 

 

가게 한쪽 벽면으로는 아랍 스타일의 타일과 조명기구들로 한껏 아라빅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그리고 보기만해도 땀날정도로 폭신하고 따뜻하던 카펫들.

 

홍콩이나 도쿄를 떠올리게 할 법한 빼곡한 고층건물숲으로만 싱가포르를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

 

이 곳에서 살아가는 무슬림들이나 다른 인종, 다른 종교의 사람들의 속살거리는 일상을 보고 싶다면 가보기를 추천.

 

 

 

투르크메니스탄의 카페트는 그 미적인 아름다움과 질적인 우수성, 두 측면에서 모두 특출해서 세계적으로도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고 한다. 모직, 실크, 면화 등을 사용해 만들며 대부분 집에서 여인들이 손으로 제작한다고

하는데, 그 작업은 고되기도 하겠지만 투르크를 대표하는 예술품을 만든다는 긍지와 자부심 또한 높다고.

심지어는 투르크 정부 부처 중에는 카페트를 담당하는 '카페트'부도 있다고 한다. 이 독특한 건물이 바로

투르크의 '카페트'부라고 하는데, 건물 중앙에 장식된 다섯 개의 문양이 바로 투르크 다섯개 주의 다섯개 부족을

상징하는 카페트 대표 문양이라고 한다. 그들의 국기에도 들어가 있는 이 복잡하고 아름다운 문양들은 이제 

한 덩어리가 되어 다섯개 부족을 묶는 투르크의 정체성을 응집한 이미지로 자리굳힘하고 있는 듯 사방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o 왼쪽 문양은 전통과 문화를 상징
o 밑의 월계수는 유엔을 상징
o 초승달은 이슬람 국가 상징
o 五星은 5개州를 상징




기네스 인증을 받은 세계 최대 규모의 카페트가 전시되어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카페트 박물관. 카페트 사이즈가

무려 301제곱미터, 무게는 1.2톤이나 나간다고 한다. 3층에서 벽면을 가득 채우고 내려뜨려져 지하 1층에까지

널려있는 카페트의 크기도 크기지만 기계가 짠 듯 정교하고 규칙적인 그 문양을 어떻게 새겨나갔을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설명을 들으니 10명의 여자와 1명의 남자가 6개월인가에 걸쳐 해치웠다고.

투르크의 다른 공공건물들, 과시형 건물들이 대개 그렇지만 건물만 딱 떨어뜨려놓고 보면 참, 국민소득이

몇만불은 되는 굉장히 잘 사는 나라에서 번듯하게 지어놓은 육중하고 세련된 건물같다. 그런 건물들만

띄엄띄엄 휑하게 황량한 벌판에 놓여져 있으니 이 곳의 주변 풍광과 함께 한눈에 보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거다.



건물 벽면에 하나씩 새겨져 있던 투르크의 대표적인 전통 카페트 도안들, 건물 안에는 온통 오래된 골동품

카페트와 비교적 신품의 카페트가 3층인가에 걸쳐 빼곡히 전시되어 있었다. 입장료는 무려 65.55마나트, 대략

23 USD나 되는데 여기도 다른 제3세계의 국가들처럼 내국인 금액과 외국인 금액이 구분되어 있었다는 사실.

물론 무려 23달러에 이르는 금액은 외국인용 입장료, 내국인은 고작 2마나트 정도니까 대략 1달러.

거의 23배에 달하는 금액차이다.


억울하달까, 그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서도 사진은 한 장도 찍을 수 없었다. 사진을 찍다가 걸리면

과태료가 꽤나 많이 부과된다고 입장 전부터 어찌나 겁을 주던지, 카페트의 아름다운 색깔과 복잡한 형상들,

그리고 실제 카페트를 만드는 과정을 시연해주던 아리따운 아가씨의 몸짓은 그저 눈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는.

처음에 입장할 때만 해도 입장료가 뭐 이렇게 비싸냐며 조금 곤혹스럽긴 했지만, 막상 들어갔다 나오니 낯설고

그저 완성품 형태로만 기억되고 있던 '카페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와 스토리들이 생겨났다. 앞으로 카페트를

볼 때마다 저게 어떻게 실을 나염하고 만들어내서 어떤 손짓으로 문양을 새겨나갔을지 상상할 수 있을 거 같다.

게다가 마냥 눈을 어지럽히던 그 문양들이 조금은 구석구석 차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여유까지도 생긴 거 같아서

입장료 값은 톡톡히 뽑아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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