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어시장을 돌아다니며 찍었던 사진 중에 가장 맘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을 꼽으라면.

 

과메기 축제중인 시장통을 구경하다가 문득 시선을 돌린 한쪽에는 생선을 파느라 열심인 어느 청년이 보였다.

 

대담하도록 치켜올라간 점퍼와 내려뜨려진 츄리닝 바지를 위아래 입술삼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포항은 역시 과메기와 대게의 고장. 시장통 골목 곳곳에서 짙고 풍만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참돔배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상어 녀석. 경북 지방의 제수용 생선으로 널리 쓰인다던가. 세모꼴 이빨이 원통하다.

 

원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던 게 원조라고 하는데, 요새는 거의 이런 꽁치로 만든단다. 살가죽이 말라비틀어질 지경.

 

흔치는 않지만 이렇게 청어로 만들어진 과메기도 곧잘 내걸려 있었다. 아쉽게도 이 녀석들은 시식용이 없더란.

 

 좌판마다, 상점마다 맛보기로 내건 (꽁치) 과메기 시식을 하나씩 하며 시장을 걷다보니 배가 부를 지경이다.

 

입으로는 시식을 권하며 쉼없이 과메기의 껍데기를 벗기고 꼬리를 떼어내던 그네들의 손놀림은 가히 생활의 달인급.

 

 아무래도 살짝 찝찝한 건 없지 않았다. 과메기 클러스터, 형님 예산, 만사형통 따위의 단어들이다.

 

포항까지 내려와서 네놈의 이름 석자를 들을 줄은, 그래도 몰랐다.

 

에라이,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하얗게 성에가 내려앉은 동태의 썩은 눈깔같은. 

 

성황이다. 주말이라 그랬는지 서울같은 먼 곳 말고도 인근 지역에서도 총출동한 듯 하다.

 

 꼬리에 철사를 꿰고는 물구나무선 채 해풍에 노닐던 생선들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묵직하고 맛깔스런 핑크빛의 몸뚱이를 가진, 지느러미가 촘촘한 생선도 있었다.

 

 그런 생선들의 장막 뒤로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계신 아주머니들.

 

 그리고 마치 커튼처럼, 시장통의 어느 예기치 않게 한적한 모퉁이에서 건너편 풍경을 미묘하게 가리는 생선들의 버티컬.

 

붉은 대게 한마리가 붉은 벽돌 건물벽을 기어오르다 잠시 쉬어가는 중.

 

그리고, 오랜 세월 사람들의 질척한 발길과 무수한 생선비늘로 갈고 닦인 이곳 죽도시장의 분위기만큼이나

 

운치있고 정감어린 돼지국밥집의 모자이크 창문 하나.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저동항의 촛대암에서 도동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걷는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 행남등대까지 약 2km 정도의 구간이다.

 

촛대암에 바싹 붙어선 방파제 위에서 멀찍이 보이는 곶, 그 위의 자그마한 구조물이 바로 행남등대. 그 너머가 도동항.

 

해안산책로, 말 그대로 해안에 바싹 붙어서 슬쩍슬쩍 오르내리며 바람소리 파도소리 귀기울이며 걷는 길이다.

 

 

조금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죽도가 멀찍이 배웅해주고 있기도 하고.

 

 

빨강, 주황, 노랑, 녹색, 무지개 색깔을 빠짐없이 짚어가며 길을 이어가는 구름다리들. 발판 틈새로 퍼런 바다가 넘실넘실.

 

 

그리고 조금씩 크게 나타나는 소라계단. 드릴처럼 비비 꼬인 계단이 해수면에서부터 훌쩍 언덕 위로 치솟는다.

 

 

구름다리를 몇 개 지나고, 이따금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머릿칼을 한껏 나부끼며 산발을 한 즈음.

 

물빛이 참 곱다. 빛깔만 해도 화려한데 쉼없는 물결이 더해져서 몽롱하기까지 하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작은 드라이버 드릴심 같던 소라계단이 석유시추선의 드릴만큼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투명한 청색으로 반짝거리고 있는 울릉도 앞바다.

 

 

무려 57미터의 높이를 커버하는 소라계단. 노약자 및 임산부, 심신장애자는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실 그렇게 어지럽거나 가파르진 않고, 그냥 좀 뱅글뱅글 가는구나 싶다보면 어느새 이만큼 눈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제 바다는 숨고 초록빛 숲 한가운데 길을 걷기 시작. 행남등대로 걷는 길이다.

 

 

 

등대까지 남은 거리는 300미터. 저 귀여운 오징어 캐릭터를 좀더 적극적으로 써도 좋겠다 싶다.

 

 

녹색 장막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울릉도의 풍경. 저동항과 촛대암이 저 멀리 보인다.

 

촛대암, 방파제가 저렇게 항구를 막아서서 이 곳의 어업 환경이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촛대암이 아쉽다.

 

행남등대 도착!

 

 

옥상에 한번 올라가서 굽어 살펴주고, 다시 내려와서 야외 전망대로 향하는 길.

 

 

울릉도, 그리고 북저바위, 오른쪽 끄트머리에는 죽도.

 

저동항에서부터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와 구름다리들, 오는 내내 감탄했던 쪽빛바다의 색감은 그대로다.

 

 

울릉도의 단연 특출한 세가지를 꼽으라면 숲, 공기, 그리고 물이 아닐까 싶다. 섬 내의 모든 물은 수돗물이 아니라

 

울릉도 해양심층수라고 하는데, 정말 물맛이 확연히 다르다. 등대를 떠나 도동항으로 계속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를 다시 밟기 전

 

화장실에서 좀 씻기도 하고 머리도 감고 물통에 물도 다시 채우고 출발.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남양리에서 맞는 울릉도 세번째 날, 그대로 섬의 아랫도리를 따라 걸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동선이 애매하여

 

울릉도 입항한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중교통을 한번 타기로 했다.

 

 

3일차, 오후 5시반 배를 타고 나가기로 했으니 저동에까지 일단 버스를 타고 가서, 내수전을 거쳐 저동항,

 

촛대암, 행남등대를 지나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도동으로 들어가 사동항으로 가는 코스를 잡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삼사십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어 정류장 앞의 따개비칼국수집에서

 

한그릇 말아먹고, 해군사령부에서 붙여준 간첩선 식별 스티커도 숙지하고.

 

 

저 멀리 보이는 옆구리 구멍 빵빵 나있는 터널도 구경하고, 남양리 앞바다도 굽어보고.

 

WARP~! 한 이십분 타고 나서 촛대암이 우뚝한 저동항에서 내렸다. 내수전은 이번에 못 가본 울릉도 동북쪽과 더불어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고, 저동항부터 한바퀴 둘러보고 해안산책로 따라 도동쪽으로 넘어가는 걸로.

 

저동항 앞에 길게 방파제를 박정희 대통령때 만드는 바람에 촛대암이 그 이전과 같은 위엄은 상실했다지만.

 

저동항에 죽 늘어선 해산물시장, 이층짜리 회집타운에 올라가는 계단에서 아래를 향해 부리부리한 눈알을

 

굴리며 마치 천하대장군처럼 당당히 서 있는 오징어 한마리.

 

울릉도스럽다, 라고 해야 하려나. 오징어잡이 집어등을 따로 모으는 수거함이 항구 한쪽에 있고.

 

저동항 한 쪽에 있는 이 커다란 갈매기같은 기묘한 건물은..아마 배에 뭔가를 싣거나 부릴 때 쓰는 구조물이려나.

 

 

 

 

 

저동항을 거의 감싸다시피한 방파제 안의 차분한 바다에서 다닥다닥 주차된 배들이 곰실곰실 움직이고 있었다.

 

 

 

 

방파제를 따라 걸어서 촛대암 근접 촬영. 제법 크고 굵직한 게 위에 갈매기 둥지 여남은개는 품고도 남겠다.

 

 

울릉도 동쪽의 커다란 북저바위, 그너머로 보이는 한 가구가 살고 있다는 죽도. 이게 일본어로는 제대로 '다께시마'가

 

되겠다. 생긴 건 살짝 종합운동장처럼 생겼고, 왠지 위로 솟을수록 풍성해지는 모양새가 사람 살기 좋을 듯한.

 

 

보통 울릉도에서 배를 타고 나가서 돌아보는 코스로는 크게 독도 왕복, 아니면 죽도 왕복, 이렇게 두개 코스가 있다고

 

하니 다음에 또 울릉도를 오게 되면 나머지 울릉도를 돌아보고, 죽도랑 독도를 가봐야겠다.

 

 

 

방파제 안전난간에 자리를 잡고 저동항을 바라보는 갈매기 녀석의 매서운 눈빛.

 

 

그리고 저동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도동쪽, 해안도로가 저 바윗덩이 중간중간에 숨어있다.

 

그리고 저동에서 도동으로 이어지는 해안산책로 입구. 뭔가 두터운 콘크리트 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풍경이 확 덤벼들 거 같은 느낌의 출입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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