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숲길 3구간

 

- 길이 : 16.3km

- 예약 : 인터넷 예약

- 난이도 : 걷는 거리와 시간이 길어 속도 조절과 쉬는 포인터가 필수다.

- 구간 : 소광2리 금강송펜션 > 저진터재 > 너삼밭재 > 너삼밭 > 화전민터 > 금강소나무 군락지 > 오백년 소나무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인근에 사시는 주민분들이 마치 집밥과 같은 정성으로 준비해주신 점심 식사를 든든히 하고 나니

 

이제 금강소나무의 부활을 위한 생태경영림을 둘러보고 특히나 500년 묵었다는 소나무를 만나는 코스가 남은 셈이다.

 

 

이미 왕성하게 형성되어 있는 금강소나무숲에서는 어린 나무들이 새롭게 자라기 쉽지 않은 환경이어서 인근 지역으로 이렇게

 

외연을 넓힐 수 있게 생태림을 조성하고 유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나무들은 특히나 밑둥에 표시를 해두고는 정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때 한반도를 가득 채웠을 토종 소나무들의 기세가 이제 이곳 울진의 끄트머리까지 몰려온 시점,

 

다시 과거의 수준으로 번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인 것 같다.

 

 

 

그렇게 금강소나무들을 위한 일종의 '모판'이라고 할 수 있는-왜 벼를 심기 전에 모판에서 어느 정도 키우고 논에 심듯이-

 

이 곳, 아직 작고 여린, 그래서 더욱 싱싱해 보이는 소나무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다가 문득 눈앞에 나타난 500년 묵은 금강소나무. 반세기가 되었어도 곧고 당당한 자태는 굽힘이 없다.

 

 

 

이렇게 수령이 오랜 나무를 보면 왠지 신비로운 느낌과 함께 상서로운 기운이 막 전달되는 것 같다.

 

다른 탐방객들도 그랬는지 나무의 기를 받고 가겠다며 나무와 함께 사진도 찍고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아직은 본때없이 키만 멀대처럼 자라난 금강소나무들, 이 정도면 몇십년 되지도 않은 꼬꼬마 축에 끼지 않으려나.

 

 

그리고 다시 3코스의 출발점이자 모든 금강소나무숲길의 출발점이기도 한 주차장으로 가는 길, 어디에선가 눈에 밟힌

 

나무의 잔해. 무려 1950년에 발생한 산불로 이렇게 부서지고 그을린 몸뚱이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돌아오는 길에는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 편도로 왔던 길을 되짚어 가는 길이기에 버스를 타고 내려갈 수 있고,

 

아니면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걸어갈 수도 있고. 다시 걸어와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예닐곱 시간만에 다시 도착한 출발점. 미처 몰랐는데 주차장으로 쓰이는 공간은 사실 이전에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쓰이던 곳이었다 하고, 그 앞의 펜션은 사실 이전에 초등학교 교사로 쓰이던 건물이라고 한다.

 

 

조금만 더 가깝다면 사계절을 모두 느껴보고 싶을 만큼 아기자기하면서도 깊은 숲의 위엄이 살아있는 트레킹 코스인 듯 하다.

 

 

 

숲을 보전하기 위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는, 하루 입장객수를 제한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정부 운영 트레킹코스라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걸었다. 아침 9시까지 주차장에 모여서는 가이드 겸 숲해설사와 함께 무리지어 출발하기 직전.

 

 

     입구에서부터 특별한 구간임을 강조하는 표지들이 계속 눈에 띄었다. 탐방은 안내자를 동반한 경우에만 가능하고,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는 내용. 이 곳의 소나무들은 한국의 토종 소나무들로 산림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무척 높다고 한다.

 

 무리지어 움직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산길 숲길이니만치 제법 멀리 벌어져서 움직이게 된다. 그냥 조금 밀도가 낮지 않은

 

등산을 나선 느낌 정도랄까. 아무래도 울진이 서울에서 쉽게 가닿기는 어려운 거리니만치 경상도 분들이 많으신 듯.

 

 

 

 아직 가을볕이 따끔거리는 시간, 단풍이 채 여물지 않은 싱싱한 초록빛 나뭇잎들이 연두빛 햇살을 걸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이드분이 잠시 쉬어가는 길에 보여줬던 화전민들의 생활터. 70년대까지만 해도 산 곳곳에 터를 잡고서는

 

숲에 기대어 생활을 이어갔다는 화전민분들의 삶에도 술은 빠질 수 없었을 거다.

 

굉장히 옛날 디자인처럼 보이는 '금복주'의 깨진 병이 곳곳에 뒹굴고 있는 모습이 신산스럽기도 하고.

 

 

 

 금강소나무숲길은 현재까지는 1코스, 2코스, 그리고 3코스와 3-1코스 정도가 개장된 것 같은데, 난이도는 고만고만해 보인다.

 

대충 아침부터 오후 4시쯤까지면 끝나는 코스인데 점심식사의 경우는 근처 주민분들이 직접 밥차를 챙겨 준비해주신다고.

 

 우리말로 '재'라고 표현하는 언덕배기를 두어개 오르내리고 나니 본격적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진입.

 

일제시기 한국의 곧고 단단한 금강소나무를 거침없이 벌채해가는 바람에 토종 소나무의 수가 확 줄어버렸다고는 해도

 

이곳 울진은 워낙 벽지여서 그런 수탈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금강소나무는 여느 소나무와는 달리 이파리를 뜯었을 때 잎이 두 가닥이고, 송진이 많고 속이 꽉 차 있어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강도와 내구성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는 조선시대 초에 궁궐 건축자재로 쓰였던 금강소나무 기둥을

 

수백년 후에 수리할 때에도 그대로 다시 썼다고 할 정도라고 하니, 시멘트나 콘크리트보다도 더욱 오래 버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을, 가을. 어느덧 부쩍 높아져버린 푸른 하늘과 각자의 색깔로 가을을 맞이하는 나무들의 향연이다.

 

 

 

 

성미급한 나무 하나는 제멋에 겨워 벌써 홀로 새빨갛게 뺨을 붉혔다.  

 

 

 가만히 살펴보면 그렇지만 곳곳에 붉은 기운이 스며든 채 호시탐탐 호루라기 소리만 기다리는 중이다. 준비~ 땅.

 

 

 금강소나무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던 숲해설사님, 저 정도의 굵기로 자라려 해도 금강소나무는 근 이백년 가까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던가. 생장 속도나 나이테 불리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속이 더욱 실한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손길이 함부로 접할 수 없어서일까, 쓰레기 하나 없이 말끔한 자연 속에서는

 

개울물 소리가 더욱 영롱하게 느껴지는가 하면 물빛도 훨씬 깊어보이는 거다.

 

 

 그렇지만 탐방로는 의외로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곳에는 나무 계단이 걸음을 인도했고,

 

빽빽하게 치솟은 소나무숲을 요리조리 꺽어가며 붉은 황토길이 이어지고 있었으니.

 

더러는 이런 징검다리 돌다리도 건너기도 하고.

 

 

 

 

 

구불구불 자연스런 리듬감이 묻어나는 길을 따라 훤칠한 금강소나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하고.

 

 

 금강소나무로 만든 것 같은 곧고 단단한 나무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그렇게 우선 점심 식사를 위한 밥차가 있는 장소까지 걸었다. 대충 세시간 정도 걸린 듯.

 

그러고 보니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의 1코스였던가, 산양 보호지역을 지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3코스에서는 산양을 직접 볼 기회는 없다고 했다. 길 잃은 산양이라도 한 마리 조우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고 마침내 영접한 밥차. 주민분들이 직접 매일매일 준비하는 밥과 국과 반찬들이라는데 맛도 훌륭하고 양도 적지 않아서,

 

오전의 어렵지도 않았지만 또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던 산행으로 출출해진 배를 충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던.

 

다들 식판에 받아들고는 근처에 적당한 나무그늘이나 등걸을 찾아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바람소리 시원하고 어디선가 딱다구리 나무 쪼는 소리까지 들리던, 10월 중순의 녹색 그늘.

 

 

이제 점심을 먹고서는 금강소나무의 보존을 위한 생태경영림을 돌아보는 코스로 이어질 차례.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란 곳에서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을 모집해서 출사 여행도 떠나고 원전 견학도

간다는 제안을 내 블로그 방명록에 남겼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2009년쯤, 조승수 국회의원이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했던 내용이었다. 질의의 요지는, 국민의 세금으로 '에너지' 전체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원자력'만을 홍보하는 게 문제가 있지 않냐는 것. 더구나 풍력이나 태양열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더욱

전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중에 말이다. [국정감사]“원자력문화재단을 에너지문화재단으로 교체하라”


그냥 지나쳐 읽었던 내용이었지만 역시 아직 명칭이 바뀌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새삼 궁금증이 일었다.

후쿠시마의 원전 사태가 터지고 나서 핵융합이 발생하니 어쩌니 여전히 방사능물질이 펄펄 전지구로 퍼지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대체 원자력문화재단이나 원전 측은 얼마나 세련된 반박 논리를 가지고 있을까. 건설적인 대안이나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하려면 우선 서로가 갖고 있는 논리와 근거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겠다, 싶어서 나 역시

어느 한쪽의 논리에 편승해 입장을 전하기 전 우선 들어가 알아보기로 했던 거다. 그게 원자력문화재단에서도

'에너지체험 블로그기자단'에 바랬던 역할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전선이 하늘을 온통 갈라놓고 있는 이곳은 영광 원전. 국내에는 현재 경상도의 고리, 월성, 울진과 전라도의 영광,

이렇게 네 지역에서 21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중이며, 영광에는 총 6기의 발전소가 돌고 있다고 한다. 원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버스가 워낙 빨리 달려 사진을 미처 찍지는 못했지만 몇몇 가옥에 시뻘건 현수막과 굵은 페인트

글씨로 원전 반대, 후쿠시마 사태의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남아있었다.

홍보관까지는 촬영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원전 내부 시설은 청와대와 같은 수준의 국가 안보시설이어서 촬영이

불가하다고 하여 찍을 수가 없었다. 홍보관에 있던 원전 외벽 구조를 설명하는 샘플. 철근과 콘크리트로 단단히

만들어진 5중 방호벽이 방사성 물질을 안전하게 가둬둘 뿐 아니라, '무려'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갖추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버스에서도 틀어줬던 비디오 내용이었다. 원자로 외벽과 동일한 규격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 전투기를 정면으로

충돌시켰는데 고작 5cm만 관통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제법 인상적인 화면이다 싶었는데 여기서 또 발견했다.


이제부터 내 생각이다. 첫날의 원전 견학과 둘째날의 관련학과 교수 특강을 거쳐 현재 도달해 있는 생각이랄까.

간단히 요약하자면, 원자력발전의 강점으로 이야기되는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한 주장은 생각보다도

근거가 허약하며, 결국 최종적으로 기대는 근거는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게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시스템과 전력소비 양태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나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1. 원전의 경제성 : 사고대비 비용 및 사회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특강 때도 지적했던 이야기지만 동일한 전력량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력이나 화력 등 기타 방식에

비해 원자력이 월등히 저렴하다는 계산에 빠진 부분이 있다는 거다. 사고가 났을 때 이를 복구하기 위한 비용이

애초에 반영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 부분이 빠져 있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이듯 일단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 비용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게 될 수 밖에 없다. 단지 경제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남는

인적 피해를 감안한다면 '물이나 불의 피해도 총량으로 치면 원자력만큼 위험하다'는 논리는 말장난일 뿐이다.


그에 더해, 원전과 같은 치명적인 기피시설이 들어서기까지, 또한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지정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당근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적 급부는 물론이고

모두가 기피하는 그런 시설을 들이도록 설득하고 갈등하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비용이다. 물론 다른 수력이나

화력발전소 역시 나름의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겠지만, 특히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화두가 되고 국제 시민단체의 압력까지 이어지는 등 그 차이가 큰 것이다.


▲방사능의 이동 경로. 붉은색이 방사능 위험지역이다. 서북로를 따라 이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위험지역은 반경 30km를 한참 벗어난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Hot Spot). ⓒ장정욱 교수 제공 자료서 캡처. (프레시안에서 재인용)



2. 원전의 안전성 : 세계 제일 수준의 일본조차 천재지변 앞에 무기력했다는 사실.

길게 이야기할 부분도 아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국은 고작 6.5의 내진설계를

갖추고 있을 뿐이다. 일본과 같은 천재지변이 우리나라에는 생기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으며,

더구나 일본과 같이 천재지변을 끼고 살아 예방, 방재에는 훨씬 잘 준비된 나라에서조차 저렇게 걷잡을 수

없이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보다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분에 대한 압축적인 표현은 원전 중앙 통제실 앞에 붙어있던 표어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다름아닌 "100 빼기 1은 0이다"라는 문구. 만의 하나, 수백만의 하나라는 가능성만 있다고

하더라도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이미 체르노빌에서,

미국의 쓰리마일아일랜드에서, 후쿠시마에서, 보았고 보고 있는 일들이다.




3. 가장 중요한 문제 :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훈계'에 숨은 전제를 볼 것.

이제까지의 간소한 논의를 따른다면, 결국 숨겨져 있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전혀 경제적이지도 않고, 사고가 났을 때의

피해는 지구적 차원으로 치명적인 에너지원이 원자력인 셈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반박 논리는,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다, 그런 위험이라도 무릅쓰고 원자력 에너지를 취하지 않으면 인류 문명이 멈춰서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런 주장 앞에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화석연료로 다져진 근대 문명이 차츰 한계에 달하고 있고, 깨끗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대량의 대체 에너지원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과도기 역할을 원자력이 맡아야만 하는 걸까,

숙명처럼 이고 지고 가야 하는 걸까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그런 주장은 'Ceteris Paribus(다른 조건이 현재와 같다면)'이라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경제학의 기본 가정이기도 한 저 전제는, 원자력 발전소를 껴안고 살아야 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근거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 정책과 시스템에 문제는 없을지, 현재와 같은 삶의 방식이 앞으로도 가능할지에

대한 성찰이나 개선 노력을 막고서 그저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살아가려면 역시나 원자력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식이니, 어떻게 듣기엔 '협박'처럼 들리기도 하는 것 같다.



4. '전제'를 바꾸어내는 노력 : 한국의 에너지 정책을 바꾼다면. 에너지 소비패턴을 바꾼다면.

지금 한국이란 나라가 갖추고 있는 전력 수급 시스템이나 경제 구조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까. 한국적인 맥락에서

말하자면 지금 현재의 전력 수요가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보다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산업과 경제가

굴러갈 여지는 없을지 시스템을 정비할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그러하듯, '원자력산업'이라는 부분의 최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전체의 최선이 일그러지는 결과를 손놓고

바라보게 될 위험이 상존한다고 생각한다.


수출기업들을 위한 값싼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력단가를 비현실적으로 유지한 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거나,

에너지 효율적인 전기기기나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인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무책임한 정책 입안의 문제, 혹은

반도체니 철강과 같은 전력 소비가 막대한 부분에 국가경제 대부분이 과잉집중되어 있다는 사실 등. 얼핏 생각해도

이런 부분을 개선하여 증가일로의 에너지 수요를 적잖이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 원전이 이렇게 많아 무려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국이란 건 이런 방만한 에너지 소비와 정책에 따른 막대한 전력 생산으로 인한 결과일 텐데,

이런 부분들을 개선하고 고친다면 최소한 두 기 지을 원전을 하나만 지어도 되지 않을까.

좀더 근본적으로는 인류가 근대에 짧은 순간 누렸던 에너지 압축적인 소비 양태를 앞으로 바꿀 수 밖에 없으리란

전망을 직시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할 때는 아닐까. 이런 이야기가 너무 거창하다면, 최소한 현재 갖고 있는

기술 수준에서 가능한 대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노력에 좀더 힘을 쏟아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대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로부터 인근 도시와 지역을 커버하는 식의 집중화된 발전 말고, 풍력이나 태양열 따위의 새로운

대체 에너지원을 활용해 분산된 형태의 자가발전을 시도하고 있는 유럽의 사례가 단적인 사례다.


최소한, 이것 하나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원자력 발전에 따른 부산물들인 고준위, 중저준위 핵폐기물들이

환경상 무해한 수준으로 자체 정화되기에는 수만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화석연료 시대와

아직 오지 않은 대체에너지의 시대 사이에 한 50년쯤을 원자력 에너지가 주로 감당할 것이라는 게 강의를 했던

관련학과 교수의 전망이었다. 50년을 커버하기 위해 수만년 지속될, 아직 밀폐차폐 말고는 안전한 처리방법조차

개발하지 못한 치명적인 위협을 자초해야 할까의 문제다.



원전이 스스로 말하듯, 100 빼기 1은 99가 아니라 0이다.




* '에너지체험 블로그 기자단'의 일원으로 원전 견학을 보내거나 관련 강의를 듣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꼭

현재 한국정부의 '원전 수출' 정책이나 원자력발전소의 입장을 지지하고 대변할 사람들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닐 거라 이해한다. 애초 불명료했던 근거와 입장을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더 깊이 가다듬고 나름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도록 한 것만으로도 원자력문화재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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