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주기만으로 봤을 때는 울산바위에서 내려오는데 한 열흘 가까이 걸리는 거 같지만, 실제로 내려오는 길은 세시간 정도.

 

내설악과 외설악, 병풍처럼 늘어선 설악산 능선들이 시야를 첩첩이 가로막는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끼인 바윗덩이 하나. 거대한 바위산인 설악산 울산바위 어귀 어드메쯤의 균열에 오도가도 못하고 딱 낑겼다.

 

 

그저 눈앞의 계단만 바라보며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갈 때 보니 살짝 아찔할 만큼의 경사였다.

 

죽어버린 고목 한 그루가 이파리고 줄기고 다 잃어버린 채 뒤틀리고 갈라진 기둥 하나만 남긴 채 가을처럼 서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내달려오던 구름이 어느순간 울산바위 위의 하늘을 꽉 채웠다 싶었는데, 또 저만치 내달리며 파란 하늘을 남겼다.

 

흔들바위까지는 그렇게 금세.

 

사진사 아저씨가 딱 자리잡은 곳에서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가 동시에 이렇게 담기는 것이었다. 살짝 눈치보며 찰칵.

 

내려오는 길에 막걸리 한병과 파전과 전날 사둔 '만석닭강정'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사람들의 소망이 텅빈 나무등걸을 꽉 채우고 흘러넘치던 모퉁이를 돌아나오고.

 

 

제법 형체를 우람하게 갖춘 돌탑이 붉은 단풍을 배경으로 슬쩍 곡선을 그리며 섰는 모습도 눈여겨봐주고.

 

 

신흥사에서 올려다보이는 설악산 바윗덩이들의 우람한 육질도 감상하고.

 

 

손을 꼭 맞잡은 어느 커플이 돌다리를 건너가는 모습을 구경하며 부러워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설악산 입구. 언제나 그렇다지만, 안 가본 길을 처음 갈 때는 무지 멀고 길어보이지만 되돌아오거나

 

다시 한번 밟을 때는 어라, 하면서 생각보다 짧고 쉽게 느껴지는 거다. 이렇게 올해 가을은 끝.

 

 

 

 

 

흔들바위에서 울산바위까지는 '고작' 1킬로미터. 그렇지만 화살표가 바로 하늘로 치솟는 것처럼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도 때문에

 

울산바위까지 가는 길이 그렇게 쉽거나 짧지만은 않았던 듯한 체감도.

 

 

그렇긴 하지만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오르는데 어려움이 딱히 있는 코스는 또 아니다.

 

 

저 위의 하얀 돌덩어리가 울산바위라고 옆에 가던 아저씨가 알려주신다. 금강산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려 울산대표로 나섰던

 

바윗덩이가 그만 이곳의 풍경에 반해 눌러앉아 버렸다던가. 아님 늦어버려서 돌아가는 길에 그냥 여기 눌러앉았다던가.

 

오히려 이런 풍경들을 중간중간 멈춰서 감상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단 게 맞을 수도 있겠다.

 

 

하늘이 너무나도 맑고 파랬던 날. 멀찍이 설악산의 잔근육들이 하나하나 다 매만져지는 느낌이다.

 

중간 전망대에서 온통 폰을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는 등산객들. 그네들의 옷차림에도 단풍이 들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제 단풍이 훨씬 화려해졌다. 색깔도 훨씬 깊고 진해져서는 본격적인 가을 정취.

 

 

 

 

그리고 어느덧 눈아래로 보이는 설악산 아랫도리 풍경. 아마도 저기 어디쯤에 흔들바위가 있을 텐데, 한참 찾아도 못찾겠다.

 

 

사실 해발고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고작 800미터 어간일 텐데, 식생이나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나즈막한 키의 나무들.

 

 

마지막 구간에는 저렇게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계단 코스. 바위에 꽂아 지탱한 철봉들을 보니 바위로 이루어진 악산이란 게 실감난다.

 

 

그리고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바로 아랫쪽 전망대 풍경.

 

정상은 생각보다 비좁고 어리둥절할 만큼 별 게 없지만, 그래도 이런 즉석사진과 음료를 파는 매점도 하나 있다.

 

바다쪽 풍경, 저기 어디쯤 대포항과 속초항과 외옹치항이 있을 텐데.

 

 

울산바위 정상의 사진 포인트 하나. 그 괴목 아래의 의자에 걸터앉아 포즈.

 

그리고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올려다본 울산바위의 정상 모습.

 

일행이 있다면 한명은 전망대, 한명은 정상에서 서로 찍어주는 것도 좋은 포인트.

 

 

 

 

 설악산 주차장으로 가는 편도1차선 길은 이미 차들로 꽉꽉 막힌지 오래. 그보다 한 4킬로미터쯤 아래쪽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

 

그래서 왕복 5시간 정도면 될 울산바위 코스가 왕복 7시간짜리로 늘어났다는 건 함정.

 

 그러고보면 설악산은 초중학교 때 극기훈련이나 스카우트 활동으로 잼버리장 왔던 가물가물한 기억밖에는 없었던 거다.

 

이렇게 산이 이뻤었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울산바위에 오르고 나니 다른 코스 역시 한번 쫙 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입구에서 커다란 불상을 지나쳐 케이블카 승차장을 지나 계속 걷고 있는 참, 아직은 단풍의 냄새만 풍기는 풍경.

 

 

슬슬, 입질이 오기 시작하나.

 

모르는 분이 불쑥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버렸지만, 온통 검정색 옷 덕분에 단풍빛깔이 더 고와보인다.

 

 

중간에 만난 매점, 산에서 끌어내린 시원한 물이 음료수병 가득한 빨간 대야로 쏟아져내린다.

 

 

그리고 흔들바위, 아마도 어렸을 적 내 로그는 여기까지였을 거다.

 

커다란 바위, 흔들바위 옆에 명문을 새긴 자국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그리고 산뜻하게 새로 칠해진 듯한 단청이 새초롬 끄트머리를 끌어올려 웃고 있는 뒤로, 바야흐로 만개한 단풍.

 

흔들바위 옆에는 석굴이 하나 있는데 영험하다나, 현판도 '신통제일나한석굴'이렸다.

 

그나저나 흔들바위가 이렇게 느닷없이 길가에 있었던가 싶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밀어보는 포즈 사진을 찍는 것도

 

왠지 전혀 새로운 느낌이어서, 아무래도 이번에 설악산 오른 걸 처음이라 치는 게 옳겠다.

 

 

 

 

 설악산 울산바위까지의 등정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아직 채 농익지는 않았으나 그대로 또 풋풋한 단풍을 눈에 담았다.

 

왕복 네다섯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해가 뉘엿해질 무렵, 설악산 초입쯔음에서 문득 돌아본 설악산의 석양. 노란빛과 파란빛이

 

적당히 버무려진 신비로운 하늘 아래에는 금빛을 잔뜩 품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에만 해도 사람이 바글거리던 좌불 동상 앞에는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하산객들만이 띄엄띄엄.

 

 

셔터속도를 달리 해서 찍은 사진은 좀더 밝기는 한데, 금빛이 덜 표현된 듯. 이것도 이것대로 좋다만서도.

 

 

 

속초해수욕장 아래 외옹치해수욕장, 그즈음에 잡은 펜션에서 자전거를 빌려 속초를 돌아보기로 했다. 속초해수욕장을 지나고

 

아바이마을을 지나고, 청초호를 지나 영금정까지. 그리고 내친김에 영랑호까지 한바퀴 돌아보고 다음날 설악산 울산바위에 올라

 

점심삼아 먹을 닭강정을 살 닭갈비 시장통을 들르는 코스. 11시쯤부터 타기 시작해 아바이순대로 점심먹고 돌아오니 6시쯤?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수 밖에 없는 새파란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잔뜩 응축시켜 에센스를 풀어낸듯한 짙푸른 바다.

 

 역시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는 기분으로 만끽하려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최고인 거 같다.

 

몇번을 왔던 사랑나무, 이제야 이게 어디에 붙어있는 건지 방향감각이 제대로 잡혔다.

 

 청초호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길목에 가로뉘인 청호대교.

 

 

아주 옛날, 이전에 걸었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그때는 날씨도 엄청 구려서 비를 맞고 걸었던 기억.

 

 다리 위에서 굽어보는 청초호 안쪽의 속초시내 전경. 누군가의 요트가 잔잔한 물결을 일렁이며 진입하는 중이다.

 

 

 그리고 갯배. 탑승료가 200원, 작년엔가 왔을 때는 아저씨가 직접 힘을 쓰시며 줄을 끌었던 거 같은데 이젠 모터가 힘을 쓰나보다.

 

아바이 순대마을에서 막걸리와 아바이순대, 그리고 오징어순대로 넉넉하게 배를 채우곤 가까운 카페로. 카페에서 발견한

 

조그마한 메모지 한장의 글귀가 눈길을 잡아챈다. 속초바다는 하늘이 녹아내린 '파이란 아이스크림'. 파아란이 아니라 파이란.

 

최민식과 장백지의 그 영화, 먹먹해지는 그 영화의 느낌이 바다로 전이되는 느낌.

 

속초에까지 와서, 이렇게 좋은 날씨에 실내에 있을 수는 없다 싶어 이내 일어나 바닷가를 잠시 거닐다가 발견한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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