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앙상한 건물 외벽. 그것도 정면만 덩그마니 남아있는 모습은 기괴하기조차 하다.

 

그렇지만 1835년 화재로 정면을 제한 나머지가 소실된 이래 계속 저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고 할 부분이고,

 

또 그 전면에 저렇게 많은 은유와 상징들이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운 조각들이 빽빽하다는 것은 역시 아름답다.

 

이왕이면 하늘도 좀 새파랗고 빛도 따뜻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거 같은데, 그렇지만 이렇게 온갖 색깔의 우산이

 

마카오의 거리를 점령해 버린 모습도 꽤나 재미있는 풍경이다.

 

 대부분이 여행객인지라 이렇게 무리해서 꼬맹이한테 우산을 들리고 무등을 태운 아버지의 뒷모습도 보이고.

 

육포와 아몬드 거리로 이어지는 골목은 온통 고기 냄새와 아몬드 가루 냄새로 가득하다. 빗냄새 덕에 더욱 생생했던 듯.

 

실컷 육포도 맛보고 아몬드쿠키도 맛보고 나서는, 북쪽으로 계속 가서 까몽이스 공원까지 걷기로 했다.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대충 골목길을 따라 위로위로 가다보면 나오겠거니 하고선, 재미있어보이는 골목으로 고고싱.

 

스콜처럼 비가 잠시 쏟아질 때는 옆에 있는 아무 상점이나 들어가서 물건들 구경도 하고, 주인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디서 왔냐길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너는 왜 다른 한국인들처럼 shy하지 않냐고 놀라던 주인.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태하항 옆의 해안산책로, 뱅글뱅글 말려올라가는 골뱅이 계단이 전신주에서 뻗어나간 전선들마저 감아돌리려 든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해변마을. 민박집을 겸한 자그마한 슈퍼와 이발소와 음식점들.

 

 

 

태하 등대와 전망대로 가는 모노레일을 타는 길.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운행이나 하려나 싶었는데 그래도 수시 운행중이다.

 

 

몰랐었는데 위에 올라가고야 알게 된 사실. 태하등대까지 올라가는데 꼭 모노레일을 탈 필요는 없다. 살짝 걸어올라가는

 

길이 있다고 하는데 걸어보신 분 말씀으로는 그 길도 제법 가파르지만 이쁘다고 했다.

 

 

모노레일 타고 올라가는 길, 거의 수직 급상승하는 느낌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는 눈높이를 따라 바닷물 수위가 모노레일

 

위로 넘실넘실 차오르기 시작했다.

 

 

모노레일 안에 붙어있던 울릉도 순환버스 시간표. 버스회사 이름이 '우산버스'다.

 

한때 우산국이라는 이름의 나라였던 자취가 이런 식으로나마 남아있었다.

 

 

모노레일은 한 육분 정도, 순식간에 해안가에서 가파른 야산 위로 올라왔다. 태하 등대 가는 길은 한때 굉장했다는 향나무숲.

 

태하 등대와 전망대의 갈림길에서 푯말을 들고 두뺨을 붉힌 오징오징 오징어.

 

 

 

전망대 한가운데에는 밑에서 치받고 올라오는 나무를 위한 공간을 틔워놓았다.

 

 

그리고, 사진작가들이 국내의 10대 비경 중 하나로 손꼽았다는 태하 등대 앞의 푸른 바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동남아 어느 리조트 앞바다에서나 볼 법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저렇게 시시각각 다른 빛깔을 내뿜으며 반짝거리는 푸른 파도의 질감이라거나

 

하얀 포말을 포기할 수 없어서 사진들을 골라내고 버리기를 포기해 버렸다.

 

이쪽 끝으로 가서 내려다보다가, 또 다시 저쪽 끝으로 가서 하염없이 내려다보다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 맑고 부드러운 색감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머물렀다.

 

어찌 바닷물 색깔이 저런 빛을 띌 수 있는 건지. 

 

 

그리고 등대. 태하 등대는 전망대 바로 옆에 붙어 있다시피 하다.

 

거대한 대왕오징어, 괴수 크라켄이 빨판이 그득한 다리를 꿈틀거리며 지상으로 솟아오르는 중.

 

 

다시 모노레일을 타러 내려가는 길, 아까는 조용하던 염소가 갑자기 울어제끼며 사진을 보챈다.

 

역시 이곳도, 도르레가 설치되어 있어 간단한 물품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모노레일이 내려가는 방향의 바다, 방파제가 저렇게 정연하게 차곡차곡 놓인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은데.

 

두 량짜리 모노레일, 어렸을 적 타고 놀던 다람쥐통처럼 동그랗게 생겼다.

 

 

또다시 수직낙하하는 기분으로 가파르게 내려앉는 길, 같이 모노레일을 탔던 분들이 너른 유리창 너머 바다와

 

태하항의 풍경을 바라보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황금조팝. 조팝나무니 뭐니 이름을 들은 적은 있는 거 같지만, 그 발음에 새삼 신경이 쓰인 건

아무래도 '황금'이라는 럭셔리하고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서인거 같다. 넘 이질적이고 우습달까,

황금조팝이란 이름은. 혹시 '조팝'이 어떻게 발음나면 문제인지..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황금조팝이 파릇파릇 자라나던 이곳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광장. 비가

꾸물거리며 오는 날인데도 제법 사람들이 많이 오가고 있었다. 들어오지 마시요, 같이

잔디밭 출입을 엄금하는 표지가 없다는 건 맘에 들었다. 쟤들도 좀 밟혀야 잘 자라지.

근데, 사람 기억이란 게 참 별볼일없지 싶다. 이 '광장'같잖은 광장이 생기기 전에 여기가

어떤 풍경이었더라,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다.

이게 그 해머링맨, 눈에 좀더 잘 띄도록 4.8미터 앞으로 이동하는데 수억이 들어갔다는 예술작품.

비가 내리다 멈추다 하는 와중에 문득 믿겨지지 않을 만큼 맑았던 하늘이 파랗게 찍혔다.

고궁박물관 옆 돌담길, 효자동으로 빠지는 길은 날이 맑으나 흐리나, 걷기 참 좋은 길이다.

앞선 아저씨 둘이 부처님 오신날이라고 꽃을 한 송이 가슴에 단 채 신호등을 기다리는 풍경.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늘어지게 몸을 뉘인 채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파랑 고양이가 한 마리.

어찌나 새침한 표정을 짓고 앉아 있는지, 조금 자세가 표정과는 달리 방만한 걸 제하고 나면

딱 맘에 들도록 고양이스러운 표정이다.


이런 그림, 군대 있을 때 참 많이 봤었다. 사다리타기. 이리저리 종횡하는 저 선들을 따라

희비가 엇갈리던 녀석들과, 어찌됐건 모은 돈으로 배를 채우고 나면 뿌듯했던 기억과.

이리저리 내키는대로 가닿던 발걸음이 종각 앞 신호등에서 잠시 멈췄다. 뇌우, 폭우가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잠잠했던 부처님 오신 날의 저녁. 잠시 비가 그친 틈, 눈치만 보던 태양이 하산할 준비를

마치고 남은 빛을 세상에 마구잡이로 탈탈 털던 타이밍.

촘촘하게 높은 건물이 몰아서 있는 이쪽 동네에 이런 호젓한 골목길이 있었다니 조금 놀랐다.

미술관 가는 길이나 뭐 그런, 정돈된 길이 아니라 그냥 말그대로 골목길. 어느새 투둑투둑 돋기

시작한 빗방울 덕에 펼쳐든 우산이 살짝 찍혀나온 사진이라 더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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