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인근을 지날 때마다 늘 맘속 한켠에 머물던 산, 인왕산. 온통 바윗덩이로 이루어진 듯한 험준한 산세 때문에

 

주저하곤 했었지만 이 짧디짧은 봄철의 산을 놓칠 수 없다 싶어 전격 트레킹.

 

 

대체 철쭉과 진달래는 어떻게 구분하는 건지, 늘 이맘때면 헷갈리고 다시 찾아서 익히고, 그리고 다시 내년엔 까먹고.

 

생각보다 훨씬 금방 올랐던 인왕산 정상머리쯤. 광화문과 서촌, 북촌은 물론이고 효자동 윗자락의 청와대까지도 환히

 

보인다. 슬쩍 카메라를 그쪽으로 돌리니 어디선가 휘리릭 나타난 의경 아저씨가 '사진 찍으시면 안됩니다'라고.

 

국내지도의 해외반출이 안되는 거나 청와대 사진찍으면 안된다는 거나 참 웃기기는 마찬가지다. 백악관 사진 찍으면

 

안된다거나 다른 나라 정부수반이 위치한 공간에 대해서 사진찍지 말란 이야기는 듣도보도 못한 일이다.

 

그래도 물리력을 갖춘 의경아저씨가 있으니, 얌전하고도 순순하게 카메라를 돌려서 이번엔 인왕산 자락 반대편,

 

독립문쪽이랑 아마도 신촌 근방이려나. 애꿎게 사진 한장.

 

 

광화문이랑 경복궁 궁궐들이 내려다 보인다. 아마 조선시대에 인왕산에서 내려다본 한양의 전경은 꽤나 멋졌겠지 싶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 시계가 맑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아늑한 느낌으로 자리잡은 서울의 구도심이라니.

 

내려가는 길에 줄곧 함께한 북한산 성곽.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벽이 제법 운치가 있다.

 

그렇지만 코앞에 들이댄 풍경은 또 다르다. 키치와 오리지널이 각기 보여주는 깊이와 색감의 차이.

 

 

벚꽃잎을 풍성하게 매달았던 벚가지 끄트머리에도 비로소 새순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봄이 지난다.

 

 

 

어렸을 적 무주구천동에 놀러가서 텐트치고 엄마아빠랑 '곰발바닥 닭발바닥~'하면서 놀았던 기억으로만 남았던 곳.

 

꽃구경을 하겠다며 나섰던 4월 마지막주의 무주 봄 풍경.

 

출발하기 위해 모였던 양재역 옆의 새순들. 새싹들이 새살처럼 돋아나고 있었다.

 

 

훌쩍 무주. 점심을 먹었던 식당 옆의 한적한 시골풍경 역시 연둣빛이다.

 

풍성하게 피어나다못해 보도블럭 아래로까지 흘러넘치던 잘디잘은 꽃송이들.

 

올려다 본 하늘에는 내려꽂힌 벼락처럼 우왁스럽고 거침없는 나뭇가지에 여린 이파리가 돋았다.

 

 

 

땅 위에 살포시 놓인 노란 물음표 하나.

 

 

봄철을 맞아 온몸에 영양제 주사를 맞고 있는 나무 한 그루. 피가 되고 살이 되길 바랄 뿐.

 

 

 

 

 

버들강아지도 아니고 뭔지는 몰라도, 오동통하게 살이 불은 솜털보숭이들.

 

 

언제든 그대로 조심스레 파내어 쓰시라며, 땅에 동그랗게 화관을 만들어둔 노랑꽃들.

 

 

 

 

무주구천동로, 두갈래 갈랫길이 쪼개지는 어간에 서서 연둣빛 행진을 사열하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바람조차 숨을 죽였는지 꽃눈이 그쳐버렸다.

 

그래서 슬쩍 자리를 이동하면 그 사이로 놀리듯 지나버리는 바람 한 줄기.

 

 

바야흐로 벚꽃잎을 우수수 밀어내며 연둣빛봄이 남도에 피어나는 중이다.

 

 

 

그나마 비로소 담아낸 한 컷. 벚꽃비가 나풀대며 '초속 5센티미터'로 날아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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