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풍물대축제는 부평역에서부터 뻗는 8차선 대로를 거의 블럭 하나 통째로 잡아두고는,

풍물마당, 경연대회장, 시민참여마당 , 체험장 등등으로 구획을 나누어 여기저기서 시끌벅적

축제가 벌어지는 그런 모양새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에서 풍물이 물론 주된 테마이긴 하지만,

'인천부평지역의 문화 예술 역량을 집결하여 시민들의 열정과 예술적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표현의 장'을 마련하는 게 축제의 또다른 목표이기도 하다니 더욱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끌어내는 게 축제의 성공을 가늠하는 열쇠말일 듯.


ㅇ 시민참여마당



아이들의 벨리댄스, 어쩜 이렇게 동작 하나하나가 이쁜데다가 고개도 확확 젖혀지는지

아마추어들의 공연이라곤 믿기지 않는 호응과 집중도를 끌어냈던 무대였다.

원래 아이들에게 저런 공연시키면 괜히 화장 짙게 하고 아이답지 않은 애매한 섹시동작이나

시킨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워낙 방긋방긋 웃으며 땡볕아래서도 열심히 하니까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더라는. 공연을 마치고 나니 꽉 찬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장난아녔다.

그 외에도 다양하게 펼쳐진 인천부평시민들의 공연들. 오카리나 공연도 있었고, 전통북 공연도

있었고, 최신 노래에 맞춘 격정적인 안무를 선보인 공연도 있었고, 꼬맹이들의 태권도시범까지.


ㅇ 체험마당



 

공연장의 떠들썩한 소리를 뒤로 하고 부스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놀랐던 사실 하나는,

확실히 부평풍물축제에는 체험하고 참여하는 내용이 많다는 거였다. 풍물을 직접

배워보고 상모를 돌려보는 체험장에서 모자를 집어들고는 뱅글뱅글 해드뱅잉을

격하게 해대며 해맑게 웃는 꼬마가 너무 귀여웠다.

상모를 돌리는 꼬맹이의 개구진 표정도 표정이었지만, 커다란 천막을 가득 메운 채 이쁘장한

아이에게 풍물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해맑고 설레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후끈하게

달아오른 공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찾지 못해 모두의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는 천막 안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채를 두드려대는 모습이라니.

그리고 부평대로의 팔차선, 평소에는 차들이 씽씽 내달려서 사고도 적잖이 발생했다는

그 곳에서 엄마와 할머니 손을 붙잡고 종이로 된 꼬깔모자를 접어쓴 꼬맹이가 산보를 하는가

하면, 굴렁쇠를 굴리고 투호를 하고 제기를 차는 아이들이 온통 내달리는 모습이 참 좋았다.

이런 게 그야말로 축제의 공간, 잠시나마 일상의 답답함을 벗어제낄 해방구의 분위기.

' 2011 부평평생학습축제'라는 이름으로 평생학습 체험장이 8차선 양쪽으로 쭉 늘어서있던 것도

꽤나 흥미로운 볼거리, 해볼꺼리들을 품고 있었다. 부평과 인천의 각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각종 문화학습이라거나 평생대학 같은 곳에서 배우는 치료법들 같은 것들을 소개하고 있었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조금씩 말라붙어가며 지친 사람들에게 귀맛사지도 해주고 어르신들

수지침도 놓아주며 또다른 놀거리들, 즐길거리들로 안내해주고 있었다. 


말하자면, 잠시 쉬며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며 원두커피를 홀짝이다가 저쪽에 가서 네일도 받고

귀 아로마맛사지 받으며 피로를 풀고, 조금 발걸음을 옮겨서는 부채에 그림도 그리고 자잘한

악세사리도 따라 만들어보고. 그리고 기네스북에 도전한다는 길다란 김밥만드는데 동참도 하고.

 

축제 한켠에선 아무래도 울긋불긋한 메뉴판을 풍물패 옷차림 바람에 나부끼듯 내걸고 있는

노천식당들이 점심 장사 준비를 하고 있고, 왠지 이런 축제에는 빠질 수 없는 각설이들도

등장해서는 가위질에, 만담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눈이 꽂히던 건 어렸을 적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동전을 쓸어가던 조그마한 바이킹.

지역의 축제들도 그렇고, 하다못해 대학교 축제때만 해도 항상 문제가 되는 건 화장실,

남자와 여자를 위한 화장실을 동수로 두는 것도 참 무신경하고 배려없어보이지만, 장애인

화장실을 별도로 넉넉히 준비해두는 건 아예 생각도 못할 일이었는데 여긴 달랐다.

장애인 전용 간이 화장실을 이렇게 준비해둘 만큼 세심한 준비라니, 주최측에 감탄했다.



ㅇ 거리미술전




부평풍물축제가 벌어지는 주된 거리는 부평대로의 8차선, 그렇지만 그 8차선을 대동맥으로

해서 실핏줄처럼 인근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곳곳에도 축제의 기운은 가득 스며들어있었다.

풍물소리가 이제 충분히 심장을 쥐고 흔들었다 싶을 무렵, 적당히 쉬어가며 호흡 좀 가다듬고

지글거리는 아스팔트의 복사열도 피하고 싶다 할 무렵, 문화의 거리로 슬쩍 빠져들었다.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설치미술 작품들. 동글동글한 알을 품고 있는 바다거북들이 거리 가운데

정원석 위에 조용히 은신하고 있는가 하면, 역시나 풍물축제의 분위기를 이어 풍물패의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누워있기도 했던 거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던 실로폰, 캐스터네츠, 탬버린

그리고 트라이앵글 따위의 악기들을 설치해 두었던 작품. 유난히도 작렬하던 햇살이 하늘을

온통 눈부신 하얀빛으로 덮어버린 아래 투명한 초록 그늘을 겨우 드리운 나무, 그 아래

꿈결처럼 열려있는 악기들의 이미지가 꽤나 초현실적이었다.

그 밖에도 몇몇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재기발랄하던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환풍기인지 뭔지

커다란 금속박스를 거울로 덮어버리고는 독특한 표정의 가면을 늘어세우는가 하면,

나무 아래 (이번에는) 반짝거리는 포장지로 잘 포장된 사탕들을 매달아둔 풍경 너머로

꼬맹이가 들고 다니는 노랑색 피카츄 헬륨풍선이 잘 어울렸다.


부평풍물축제 기간에 맞추어 진행되는 2011 거리설치미술전, 풍물과 설치미술은 얼핏

좀 뜬금없어보이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개방된

전통문화공연장은 풍물축제를 찾은 아이들의 즉석 장기자랑 공연장이 되었고, 그 주변에

요모조모 설치된 미술작품들은 잠시 아픈 다리를 쉬어가는 멋진 휴식공간도 되어주기도

하고 자전거를 묶어두는 실용적인 보관대의 역할까지도 맡았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여기, 부평 '문화의 거리'는 이미 설치미술전시회 이전에도 나름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심심치 않고 띄는 곳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슴 두마리가 볼을 부비는

저 모양새의 차량통행 금지석이라거나, 푸근한 아주머니의 미소를 닮은 돼지 분수라거나.

그리고 색색으로 나부끼는 저 메뉴들은 정말 풍물놀이패의 그 날쌔고 현란한 몸놀림을

연상케 하는 거다.

골목이 끝나는 곳, 이런 예감이랄까 연상이 결코 뜬금없는 것만은 아니란 확신이 들게 해준

풍물놀이패들의 흥겨운 몸놀림들이 묘사된 조각상. 골목이 적잖이 길었으니 여기까지 저쪽

부평대로의 거침없는 풍물소리가 들릴 리는 만무한데도 귓가에는 여전히 꽹과리와 장구소리가

투닥거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리는 북소리에 맞춰 심장도 같이 맥놀이하는 기분, 이내

몸을 돌려서 다시 풍물놀이가 벌어지고 있을 그곳으로 향했다.





Beat!

풍물을 처음 접했던 건 중학교 때, 축구 응원을 하며 어설프게 잡았던 북채였던 거 같다.

두툼한 가죽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심장 깊숙이부터 울려대는 듯하던 그 북소리는 이후

군대에서 체육대회 응원을 할 때 손가락이 까지고 피가 흐르도록 때려대던 북소리로 이어졌고,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체육대회 때 난타 공연을 연습하며 또다시 되살아났었더랬다.


인천부평풍물축제는 어느새 15년째를 맞고 있는 대표적인 풍물축제라고 한다. 예전부터

부평 삼산동 일대에서 두레형태로 유지되어 오던 풍물을 1997년부터 축제 형태로 되살려

이제는 연인원 8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규모에 이르렀다니, 올해 "아시아 문화중심을

꿈꾸다"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야심차고 자부심넘쳐 보일만한 거다.  


올해는 특히 부평풍물고유제를 시작으로 인천 K-아트 초이스, 부평평생학습축제 등이 처음

함께 열리기도 하고, 주민들이나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마당이나 전국 각지의

풍물패들이 솜씨를 겨루는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여느 지역축제처럼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거나 잠깐 즐기다 뜨는 그런 행사가 아니라, 풍물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것저것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명품 축제랄까.

일년에 딱 한번, 부평역 앞의 팔차선 대로를 온통 막고서는 곳곳에서 쉼없이 주고 받듯

이어지는 풍물의 가슴뜨거운 맥박소리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인 것 같다. 올해 5월의 마지막 5일동안 벌어졌던 부평풍물축제 기간 중에서도 이틀,

28일(토)부터 29일(일)까지의 기간동안 이런 해방구가 열렸고 뜨거운 뙤약볕도 아랑곳없이

풍물꾼들의 상모돌림에 넋을 잃고 말았다.



팔차선 대로를 꽉 채우고 양쪽의 인도로, 그리고 인도 너머 실핏줄같은 골목골목으로

넘쳐흐르는 풍물, 꽹과리, 장구, 북, 징의 어우러진 소리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가슴을 직접 때리는 듯한 소리에 홀려 불러모아진 사람들은 이내 그네들의 눈까지

빼앗기게 되는 거다. 물흐르듯 쉼없이 흘러가며 휘감기고 더러는 휙휙 꺽이고 나풀거리는

저 상모꼬리를 보고 있자니 눈까지 빙글빙글 돌 지경이다.


Play!

그러던 와중에, 이 사람들이 갑자기 냅다 내달리며 원을 그리더니 점점 속도를 높이며

나는 듯 달리다가 펄쩍펄쩍 몸을 비틀며 돌기 시작했다. 빨강노랑파랑의 끈을 바람에

찢어질 듯 펄럭거리는 동시에 머리 위 상모가 빙빙 돌아가는 정신을 쏙 빼놓는 광경.

동영상이라도 찍어서 온통 원을 그리는 그들의 옷자락과 상모, 온몸의 팽팽한 실루엣과

그 에너자이틱한 역동성을 공유하고 싶지만, 이렇게 올리는 사진에서 그 일단의 느낌이라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쩌면 부평풍물축제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이런 곳에 있는 것 아닐까. 과거엔 농사일의

고단함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되었을 풍물놀이가 시꺼먼 도시의 아스팔트 위에서

재현되면서, 다시금 사람들의 심장을 두드리고 피를 휘몰이치게 만드는 그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마력을 확인하는 것. 지켜보는 사람들이 절로 흥분하며 움직임과 소리에 쫑긋

신경을 세우고 함께 몰입하고 녹아드는 과정이 바로 축제의 본령 아닐까 싶은 거다.


슬, 정리모드로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하는 풍물패의 가락과 춤사위. 그네들의 꽹과리와 장구

소리가 조금씩 잦아지면서 술렁대며 방방 떴던 주위 공기부터 차츰 무겁게 내려앉았고,

소리와 몸사위에 흠뻑 몰입했던 마취상태에서 벗어나 주위를 조금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문득 눈에 띈 저 꼬맹이는, 공연을 펼치는 사람들과 꼭 같이 옷을 차려입고서는 심정

상모까지 쉼없이 돌리며 박자를 맞추고 있는 저 꼬맹이 녀석은 풍물천재?!


어려서부터 저런 국악, 우리 소리의 재미와 흥겨움을 체득하고 있는 아이라면 앞으로

어떤 음감과 감성을 가지고 커나갈지 모르지만 최소한 이런 축제에서 남들보다 한결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 전통의 문화라고는 하지만 축제때나

드문드문 접하며 생소함과 낯섦으로부터 슬슬 몸을 푸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제대로

문화의 정수를 즐기고 이어받은 아이들의 세대엔 이 풍물축제가 얼마나 발전해 있으려나.


Fun! 

그렇다고 우리 풍물이 꼭 뭔가 남다른 감각을 갖춰야 한다거나 훈련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단건

절대로 아니다. 게다가 풍물축제라면야, 잘 몰라도 나름의 재미를 찾고 깨알같이 소소한 것들을

발견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축제를 만끽하면 그만인 거다. 아마도 그런 축제의 여유로움과

다양한 면모야말로 부평풍물축제를 세계인의 축제로 발전시킬 거대한 잠재력이기도 할 거다.

그 중에서도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만난 아리따운 분들을 찾는 재미도 작은 건 아니다.

풍물을 하는 분들은 모두 나이 좀 있는 얼굴 까만 아저씨들일 거라는 선입견을 보기좋게

깨주신 이분께 감사를 드리며, 공연을 보면서도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라는.


부평풍물축제의 홍보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부평풍물단의 '삼신두레농악 판굿',

'웃다리농악' 공연 내내 사방에서 터져나오던 셔터소리의 대부분은 이 분의 활짝 핀 웃음을

향하진 않았을까. 정말 진정 흥이 돋아서 꽹과리를 두드리고 즐기는 게 오롯이 느껴졌다.

한켠에서 벌어지고 있던 온갖 경연대회나 청소년공연들도 풍물을 즐기는 또다른 방식의

체험이었다. 상모를 쓰고 복장을 갖춘 아이들이 관객석에 앉아 올망졸망 머리를 모으고

무대에 열중해 있는 장면이나,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앉으신 할아버지가 ENG카메라와

DSLR을 챙겨들고선 공연을 챙기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았다.

전국의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서 활동중일 풍물패들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걸고

경연을 펼친다지만, 풍물의 신기한 마력은 역시 여지없이 발현되어 공연에 나선 아이들의

표정이나 관객석에 앉은 관중들의 표정은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악기를 두드리고

박자를 만들고, 화음을 만들어내며 심장 고동소리처럼 꽉 찬 맥박을 부평의 8차선 도로위에

메워내며 눈빛을 교환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이뻐보였다.

무대 위에 오른 공연팀이나 무대 옆에서 연습중인 팀들이나. 풍물의 마력이 이런 거구나,

어렴풋이 깨닫게 해주었다. 아무리 인상을 쓰고 기분이 안 좋던 상황이라고 해도 북소리

몇번, 꽹과리 소리 몇 번에 이내 심장이 두근거려 표정을 풀고 몰입하게 될 그런 마력.

그런 마력에 빠져든 아이들이 자신들의 솜씨를 보이며 부평대로 8차선의 공기를

두근두근 두들겨대기 직전, 다소곳이 서로의 머리띠를 묶어주고 있었다.


"만드는 사람이 즐거워야 보는 사람이 즐겁다고 합니다.

일년에 딱 한 번 8차선 대로를 밟을 수 있는 일탈의 기회를 함께 어우러져 도시 구석구석을

채우며, 흘러넘치는 풍물에 몸을 맡기고 흥에 취할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인천부평풍물대축제위원장의 말 中)



작년도 올해도, 그리고 내년도 마찬가지다. 풍물은 무엇보다 하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그래서 보는 사람들도 절로 흥겹게 즐기도록 만드는 마력을 가진 것 같다. 내년에도

꼭 다시 부평에 돌아와 몸을 가볍게 날리며 겅중겅중 원을 그리는 그네들의 몸동작과,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두드리는 타악의 울림을 함께 하고 싶어졌다.




 

갑자기 날씨가 이상저온현상을 보이면서 강원도 동쪽산간지역은 냉해 피해까지 입고 있다하고,

제주도로 떠야 하는 출장 비행기는 해무와 기상악화로 인해 수십분씩 딜레이되고 심지어는

캔슬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우울해하면서도. 지난 주말 부평문화거리에서 만났던 꼬맹이들의

물장난은 그저 시원해보이기만 하는 거다.

한걸음씩 멈칫거리며 내뿜는 물길로 다가서더니 어느순간 흠뻑 젖어버리고는 까르르 웃으며

이내 텀벙, 쏘아올려지는 물줄기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던 꼬마 아가씨가 너무 이뻤다.

한참을 바라보던 나도 나지만, 저렇게나 젖고도 한참을 질리지도 않고 뛰놀던 꼬마 아가씨도

대단하달까. 그러던 와중에 가장 인상적이던 포즈는, 저 물줄기를 막고 잡고 꺽고 희롱하던

그녀가 불쑥 물줄기와 껴안으려 시도하던 순간.

물줄기는 (당연히도) 그녀의 가느다란 두 팔을 휘감아 넘고는 산산이 부서진 채 지상으로

낙하하고 말았지만, 그녀는 그런 허망한 허깅이 꽤나 맘에 들었던 모양인 듯 몇 번이고

거푸 시도하며 가망없는 구애를 하고 있었다.


@ 부평, 문화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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