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위쪽으로 있는 제법 커다란 호수, 영랑호. 그 주변길에는 왠지 80년대 정권의 핵심층이 '안가'로 썼을 법한 고풍스런 리조트가

 

열지어 늘어서있기도 하지만, 가을인지라 단풍이 곱게 든 자전거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 거다. 혹시나 하고 찔러본 길이 대박.

 

 중간에 마주치는 연못에선 활짝 핀 연꽃도 구경하고, 범바위였던가 온갖 형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커다란 바위도.

 

 그리고 속초 닭강정시장통으로 가서 만석닭강정과 중앙닭강정과 시장닭강정집이던가, 3대 닭강정집을 둘러보며 시장조사.ㅋ

 

 마침 설악문화제던가, 축제기간이었는지라 시끌벅적하던 시장통을 한발 빗겨나오니 막 공연을 마치신 듯한 아주머니들이 길가에서

 

쉬고 계시길래 한 컷. 하와이에서 훌라춤을 전승받고 막 동남아 순회공연에서 돌아와 속초의 축제를 평정하신 아줌마들 되시겠다.

 

(물론 사진 촬영에 대한 허락은 자못 공손한 인사말로 얻어낼 수 있었음)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속초의 맛집 봉포머구리집. 가게가 휑뎅그레하길래 깜짝 놀랬는데,

 

최근에 건물을 새로 올려서 훨씬 번듯하게 장사를 하고 계시더라는. 물회와 성게알비빔밥 모두 맛은 그대로였다.

 

 

 

 

 

남도의 끝, 완도에서도 배를 타고 한시간 못 미처 바다를 달려나가야 도착하는 호젓한 섬 청산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선정된

 

섬에서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대를 담아내려면 왠지 필름카메라가 땡기는 거다. 77년생 소련제 카메라 Zorki 4K.

 

 섬을 종으로 횡으로 이어주는 청산도 슬로길을 설렁설렁 내딛는 걸음 따라 서편제의 풍경이 지나가고 누런 황소의 울음이 맺힌다.

 

 

 섬까지 물자를 실어나르기 쉽지 않아서였을까, 야트막한 단층 가옥을 짓고는 창문은 음료수병꽂이로 대신했다.

 

 

 양귀비가 시뻘겋게 피어난 붉은 밭, 그너머로 다랭이논들처럼 켜켜이 지붕을 잇고 덧붙인 마을의 울긋불긋한 슬레이트 지붕.

 

 구불구불 끊길 듯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음도 출렁출렁.

 

 

범의 머리 모양을 닮아 범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청산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뷰포인트 지점.

 

자성이 강해 나침반이 오작동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스캐너가 좀 문제가 있는지 사진들이 좀더 흐릿하고 어둡게 스캔된 게 틀림없지만, 그래도 뭐 일단은 Zorki와의 조우 이후

 

어떤 풍경들을 담고 있는지 남겨두기 위해서라도 몇 장 골라서 올려두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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