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육로와 해로를 넘나들며 도시를 둘러볼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은 역시, 수륙양용선을 타고 돌아보는 덕 투어.

 

베트남전에 실전 배치되었던 수륙양용선을 타고 1시간을 꽉 채워 싱가포르의 올드 시티 등 중심가를 달리기도 하고

 

바닷길을 따라 마리나 베이 샌즈와 멀라이온 공원 등을 모두 돌아보는 코스에 더해 박식하고 유쾌한 가이드 아저씨의 설명이 얹혔다.

 

 시청 앞 잔디밭을 지날 즈음, 싱가포르에서 대중적으로 즐기는 스포츠라는 크리켓 경기가 열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시청이나 과거 관공서로 쓰였던 건물들은 2014년 현재 모두 공사중이고 미술관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라고.

 

 

 육로를 따라 가는 길에 마주친 플래턴 호텔과 그 너머 한뭉텅이의 빌딩숲.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의 위풍당당한 모습.

 

 

아무래도 근 50년전 전장에 참전했던 노병인지라 엔진 소리가 위태위태하다 싶더니, 슬슬 육로를 벗어나는 느낌이다.

 

싱가포르 플라이어와 F1 트랙이 있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와 맞은편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향해 내닫는 차.

 

 이제 저 아래 바다로 이어진 길을 내달리면 차가 배가 되는 순간, 생각보다 큰 충격과 물결이 일더니 배 안쪽으로 파도가 왈칵.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보이고, 앞의 건물은 F1 레이스 대회 때 차량들을 정비하고 준비시키는 서킷 관리동.

 

 

 털털거리며 달리던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물 위에서는 제법 아늑하게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 엔진 소리도 크지 않고.

 

플라이어를 정면에 둔 시점에 놓치지 않고 다시 한 장.

 

 무려 8천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관객석, 그 앞에는 수상 경기장이 있는데 각종 구기종목을 커버할 수 있어 보였다.

 

두리안 두 덩이. 그러고 보니 동남아에 갈 때마다 두리안을 만끽하고 돌아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두리안 빙수,

 

두리안 아이스크림, 그리고 아직은 철이른 생 두리안까지.

 

 

싱가포르의 상징이랄 수 있는 멀라이온 분수대. 사자와 인어를 섞어둔 이 기묘한 생물체는 사실 사자와 생선을 섞어둔 느낌.

 

 

그리고 크게 한바퀴 선회하며 싱가포르의 핵심부인 고층 빌딩숲 세덩이를 일별하고.

 

 건너편 해안가에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수면위로 육박해들어오는 마리나 베이 샌즈.

 

 

다시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야자수 나무 키를 훌쩍 넘어선 야외 정원의 슈퍼트리들.

 

 

 그리고 싱가포르 부동산 경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화려한 아파트 건물. 5년 전에 비해 가격이 열배가 뛰었다나.

 

가이드 아저씨가 자못 억울하다는 표정과 말투로 자신이 놓친 부동산 투기의 기회를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더라.

 

 

 

그렇게 슬쩍 싱가포르 외항까지 나갔다가 들어온 배는 다시 차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이번에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큰 충격이나 흔들림없이 지상으로 귀환하다.

 

 타고 나서 새삼 다시 돌아보게 된 수륙양용차의 위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간다는 싱가포르의 마천루 풍경, 그 한쪽 어귀를 책임지고 있는 싱가포르 플라이어.

 

특히나 야경에는 빼놓을 수 없는 그 크고 아름다운 동그라미, 물경 지상 165미터에 이르러 근 42층 건물 높이에 육박한다는

 

그 대관람차에 탑승, 어둠이 내려앉는 마법의 시간대를 노렸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3월 현재 싱가포르의 저녁은 8시에야 시작.

 

 

총 28개의 커다란 캡슐로 구성되어 28분에 한바퀴를 완전히 돌게 되는 싱가포르 플라이어. 캡슐은 각기 특색이 있어

 

모엣샹동 와인을 제공한다거나 애프터눈티를 제공한다거나, 심지어 결혼식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내가 탄 건 일반 캡슐,

 

중국과 일본과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들과 여덟 좌석을 넉넉히 채웠다.

 

탑승시에도 절대 멈추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차분하게 돌아가는 캡슐.

 

슬슬 고도가 올라가기 시작, 플라이어의 앞마당이 내려다 보이기 시작했다.

 

F1 트랙으로 쓰이는 플라이어 옆의 도로들이 보이고는, 바다 너머 가든 바이 더 베이의 실루엣이 움찔움찔.

 

 

계속된 간척사업으로 지금의 사이즈를 이루어낸 싱가포르, 더이상의 간척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이제는 재개발이란다.

 

도시 곳곳에서 낡고 낮은 건물들이 부서지고 하늘을 찌르는 건물들이 솟아나는 중이다. 마치 장마철 우산이끼들처럼.

 

가든 바이 더 베이. 이 이름을 그대로 쓰긴 하지만, 고유명사라기엔 뭣할 정도로 네이밍의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만 옆에 있는 정원'이라, 이건 거의 위치에 대한 설명일 뿐 저 아름다운 야외정원과 실내 식물원을 묘사하지 않는다.

 

사실 플라이어 위에서 저 야외정원의 야경을 굽어보고 싶었는데, 싱가포르의 길고 긴 해를 원망할 뿐.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세 동으로 이루어진 호텔 건물 위에 척하니 수영장을 얹어 놓은 그 희대의 건축학적 상상력이라니.

 

그 너머 크레인이 촘촘하게 늘어선 곳은 수년 내로 또다른 빌딩숲을 세워올릴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 두리안. 에스플러네이드라는 길고 파란만장해보이는 (왠지 환타지 소설을 연상케 하는) 이름 대신에 쉽고 간편한 이름을

 

가진 콘서트홀이자 전시공간이 두 덩이 웅크리고 있는 너머, 희뿌옇게 슬금슬금 석양을 준비중인 하늘을 배경으로 조밀한 빌딩들.

 

그 와중에 왼쪽 귀퉁이에서 물을 토해내고 있는 멀라이언은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바야흐로 캡슐의 높이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즈음, 살짝 앞엣 캡슐의 유리창 둘레에 조명이 켜졌다. 아쉽게나마 노란 햇살도 나리는 참.

 

 

클래식한 풍채의 넓데데한 플래턴 호텔, 과거에는 저 건물에서부터 우편배달선이 왕래했다는 우정청이었다던가.

 

그리고 마리나 베이 샌즈에 피어난 연꽃모양 박물관, 연꽃..이 맞겠지? 동남아에 지천인 두툼하고 아름다운 다른 꽃일지도 모르겠다.

 

캡슐이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기 직전, DNA의 나선구조를 따서 만들었다는 헬릭스 브리지를 바닥에 깔고,

 

그처럼 중국과 말레이시아와 일본과 서양의 문화가 온통 비틀린 채 뒤섞인 싱가포르의 건물들이 눈앞에 우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