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정보

주요 여행지

○ 카이로(Cairo)

- 이집트의 수도,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도시로 오랜 역사와 다양한 볼거리로 세계 최고의 관광지 중 하나로 손꼽힘.

- 이집트 박물관 : 다수의 최고수준 이집트 고고학적 유물 보유.

- 카이로 타워 : 게지라선 남쪽의 나일강변에 위치.

- 모하메드 알리 사원 : 화려한 내부 장식과 거대한 돔이 특징.

○ 기자(Gizeh)

- 이집트 북동부에 위치한 카이로 교외 도시.

- 쿠푸왕 피라미드, 카프레왕 피라미드, 스핑크스 등이 위치함.

○ 룩소르(Luxor)

- 고대 이집트 신 왕국 시대 수도 테베의 남쪽 교외에 위치함.

- 왕가의 계곡 : 이집트 신왕국시대의 왕릉이 집중된 좁고 긴 골짜기로 왕들의 무덤 62개소가 발굴됨.

- 투탕카멘의 묘 : 세계 고고학적 발굴 중 가장 위대한 발견의 하나로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함.

- 카르나크 : 이집트 상부 나일강 동쪽 강가에 있는 신전유적지.

- 라메세움 : 이집트 람세스 2세의 신전.

비자

○ 여행자의 경우 이집트 도착 시 공항 또는 항구에서 별도 구비서류 없이 30일 유효 비자를 받을 수 있으며, 수수료는 미화 15불임. 또한 사전에 주한 이집트 대사관에서도 받을 수 있음.(60불 상당)

출입국 심사

○ 여행 중 여권의 신원정보란(사진부착과 인적사항이 기록된 페이 지)이 훼손될 경우 입출국시 입출국 심사관으로부터 위․변조 여 권으로 오인 받아 입출국이 불허되거나, 대사관과의 확인과정에서 장시간 소요되는 등 어려움을 당할 수 있음. 따라서 여행 전에는 반드시 여권의 훼손여부를 확인하고 훼손된 경우 새 여권을 발급 받아야 함.

- 이집트 여행 중 부득이하게 훼손되었을 경우 사전에 대사관을 방 문하여 영사 서한을 발급받아 이집트 출국시 제출하거나 여행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이 안전함.

- 훼손 여권을 소지한 상태에서 이집트 여행 후 터키 등 제3국으로 입국하고자 할 경우, 그 곳 공항 당국에 의해 입국이 불허될 수도 있음.

비즈니스 참고사항

비즈니스 에티켓

○ 상대방을 부를 때는 존칭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닥터, 엔지니어 의 호칭을 붙이고 전직 관리출신이라면 퇴직 당시 직명을 불러주 면 좋아함. 경제적 이해관계에 매우 민감하지만 인간관계나 정서 적인 면도 비즈니스 진행에 많은 영향을 주므로 가급적 상대방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에티켓이나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좋음.

○ 약속잡기

- 일반적으로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편임. 통상 약속시간 보다 30 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임.

- 문서보다는 전화를 통한 약속을 하는 편이고 확실히 약속을 정해 야 하는 경우, 이메일이나 전화보다는 팩스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음.

○ 식사

- 인구의 90%가 무슬림이므로 돼지고기, 술 및 이슬람식으로 도살 되지 않은 고기는 먹지 않음. 양고기 전문점이나 고급 음식점으로 인식되고 있는 생선요리 전문점이 식사하기 무난한 장소임.

- 이집트인은 한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며 일부 독실한 무슬림의 경우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에 가지 않는 경향이 있으니, 이슬람식 고급 음식점이 무난함.

- 식사할 때 왼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 에티켓임.

○ 선물

- 이집트인들은 선물을 매우 좋아하며 따라서 선물을 통해 상대방의 호감을 사고 상담에 임하면 그만큼 비즈니스가 성사될 확률이 높아짐. 그러나 여성에게만 따로 선물하는 행동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가급적 삼가야 함.

- 선호되는 선물은 보석, 시계 등 화려한 것이 좋고, 상류계층은 인삼의 우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삼제품이면 무난함. 젊은 층 의 경우 한국산 MP3와 같은 소형 전자제품을 선호함.

○ 인사

- 처음 보는 경우는 일반적인 악수가 무난함.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 볼 키스(서로 양쪽 볼을 살짝 터치하는 키스)를 함.

- 알라신 이외에 머리를 숙이지 않는 것이 종교적 관례이므로 한국 식의 머리를 숙이는 인사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으므로 눈을 마주 보며 가볍게 잡는 악수면 무난함.

○ 복장

- 일반 양복에 넥타이 정도면 무난함. 이집트 비즈니스맨의 경우 형식에 얽매이는 복장 보다는 노타이 차림의 복장을 선호하지만 고위직의 경우는 넥타이를 매는 경향이 있음. 상담 시에도 다른 중동국가에 비해 전통적인 이슬람 복장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음.

- 만일 바이어가 집에 초대하는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노출이 심한 복장을 피해야 함.

상관습

○ 유력바이어는 L/C 개설 등 대금결제 조건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며 자기 품목의 세부 사항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경쟁국의 가격, 품질, 시장 점유율 등 시장에 대한 전반적 지식이 깊음.

○ 대부분의 수입상은 수집 가능한 모든 가격 및 품질조건을 비교한 후에야 주문하며 계약체결 물량보다 적은 양을 수입함으로써 가격 할인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주의를 요하며 계약 체결 시 신용장에 커버해야 할 내용을 상세히 삽입하는 것이 좋음.

○ 고 관세 품목인 경우 관세회피를 목적으로 대금 중 일부는 T/T로 하자고 제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반드시 T/T 대금을 먼저 수령하고 나머지 대금에 대해서는 L/C를 개설하도록 해야 함.

○ 일부 악덕 수입상은 L/C만 개설하여 생산개시 또는 선적하도록 한 후 T/T 대금은 후에 지불하겠다고 하고, 후에 각종 이유로 트집을 잡아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T/T로 대금을 받았다 하더라도 잔액 분을 L/C개설된 후에 생산 또는 선적하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외상거래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함.

○ 무역대금 결제방식은 금액이 클 경우에는 L/C 100%가 대부분이 며 금액이 적을 경우에는 L/C 60%, T/T 등이 40%임.

- L/C의 경우 제3국 은행의 보증요청에 대해 현지 바이어나 은행은 협조하려고 하고 있으나 지방 중소은행에서 발행되는 L/C는 종종서류 하자를 빌미로 대금 지불을 안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에 대비하여 반드시 제3국 유명은행을 통해 보증받도록 수입상을 종용해야 함.

- 현지은행의 신용도는 규모가 작은 은행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괜찮은 편임.

○ 이집트인들은 남을 믿지 못하는 습성이 강해 하부위임이 미약한 편이므로 보통 최종 결정을 할 때, 정부는 장관이, 회사에서는 사 장이 직접 시행하는 경우가 빈번함. 따라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는 고위인사를 만나는 것이 바람직함.

○ 일단 상담을 시작한 후에는 성급함이나 조급함을 상대방에게 보이 지 않도록 해야 함. 모든 결정이 최고위층에서 이루어지므로 상담 이나 계약의 이행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상 대방을 의심하게 되고 나중에는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 전체 계 약을 망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남.

현지 주요 연락처

대사관 정보

○ 주 이집트 한국 대사관

- 주소 : 3 Boulos Hanna St., Dokki, Cairo, A.R.E

- 전화 : 20-2-3761-1234∼7, 팩스 : 20-2-3761-1238

- E-mail : egypt@mofat.go.kr

- 홈페이지 : http://egy.mofat.go.kr

- 근무시간외 비상연락처: 20-12-211-4809, 20-12-227-5053,7

○ 근무시간

- 일∼목 : 08:30∼15:30(점심시간 : 12:00∼13:00)

- 금, 토 : 휴무

○ 영사협력원 연락처

- 김태엽 (룩소르 거주) : 20-10-550-7258(휴대전화)

- 이메일 : cears@hanmail.net



* 위의 자료는 외교통상부, KOTRA, 수출입은행, 한국무역협회, CIA 등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17시간여, 수많은 체크포인트(검문소)와 검표원에게 여권을 티켓을 보여줘 가면서 도착한 다합(Dahab).

룩소에서 다합까지 장장 17시간에 걸쳐 가장 큰 소원은, 의자를 한뼘만 뒤로 젖혔으면 하는 거. 하필 내 자리는

젖히는 레버가 고장난데다가, 90도, 딱 그 각도에서 움직일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거다. 어찌나 답답하고

불편하던지, 열일곱시간 내내 이리뒤척 저리뒤척. 온몸의 근육이 다 뒤엉키고 뒤틀리는 느낌이었다.

짐부터 숙소에 부려놓고 이제 허기가 뭔지조차 잊어버린 배를 달래주러 밖으로. 확실히 홍해 건너 사우디가

바라보이는 바닷가 휴양도시라 물가가 비싸다. 해변 한번 쭉 돌아보고, 제일 사람이 적어보이고 평온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이집션 아침먹고 이제 모르겠다. 눈앞에 바로 펼쳐진 파도, 머리위의 파라솔, 늘어지는

긴 의자, 배는 부르고 파도소리 황홀하고 바람도 시원하고. 그래, 쉬더라도 눈앞에 뭔가 그럴듯한 걸 병풍처럼

둘러놓고 쉬어야지, 그냥 호텔 방안에서 디굴대는 건 아니다. 남들 다 바쁘게 움직이는데서 혼자 늘어져있는

것도 그다지 내 스타일은 아닌 거 같고. 그래서 푸욱 쉬었다.

그렇게 세네시간 바다보면서, 또 바다를 들으면서, 그림자가 방향이 꺽여 내가 앉던 자리를 두번인가 바꾼 거

빼고는 정말 아무 것도 안 했다. 저녁때가 되고 해가 뉘엿뉘엿 해질때까지도 그럴 수 있겠던데, 세시 좀

넘어서는 일단 인나서 샤워하고 다시 나워서 바다에 들어가기로 작정했다. 여태 breaking the ice는 할 만큼

한 셈이니까, 본격적으로 친해져 봐야지 하고. 숙소에서 나오는 물은 약간 짭짤한 게 아마도 바닷물을 어찌

바꿔서 수도로 끌어들이는 듯하다.


생각보다 파도가 높았고, 물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맑고 깨끗하길래 그냥 맘놓고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출렁출렁.

한시간도 채 안 있었는데 체온이 뚝 떨어졌다. 태양은 여전히 이글이글 모드지만, 아마 여기가 40도를 오르내리던

아스완이나 룩소보다 훨씬 북쪽이라 그런지 아님 그 동네서 워낙 단련이 된 건지 사실 다합은 그다지 덥단 느낌은

없었다. 바다라는 거대한 온도조절장치가 효과를 발휘한 건지도 모르겠다.

다합엔 유적이나 기타 입장료 낼 게 하나도 없고, 그저 바다다. 바다랑 긴 의자/파라솔 세트. 아무 레스토랑이나

카페 들어가서 제대로 갈린 망고쉐이크가 서비스로 나오는 초콜렛 핫케잌같은 음식 시키고 걍 한나절 개기면서

딩굴딩굴, 물담배도 피고, 마약해보지 않겠냐고 은근히 물어오는 사람들이랑 수작을 부려주고. 천국이다.

삼일정도 아무것도 안 하고 걍 눈뜨면 바다나와서 아무 긴의자에 철푸덕 앉았다. 홍해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국서 해가 기어코 탈출하는 걸 보고 나면, 다시 들어가서 씻고, 잠시 나른함을 즐기다가 다시 나와서 하루종일

걍 해변가에 바로 붙은 긴의자, 혹은 양탄자바닥, 혹은 모래사장에 왠종일 누워 바다소리를 듣고, 바다빛깔을

보고, 지나다니는 고양이랑 놀기도 하고. 배고프면 전과는 다른 메뉴 시켜서 맛나게 먹고, 더워지면 바다에

뛰어들어 잠시 놀아주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쓰고 싶어지면 노트를 꺼내 일기도 적어보고, 적어놓은 거 읽어

보기도 하고. 혹은 론리가이드북을 내키는 대로 펴놓고 읽기도 하고. 삐끼 아저씨들이랑 야한 농담같은 것도

주고받고,ㅋㅋ

그렇게 삼일동안 바다만 끼고 살았다. 정말 이게 릴랙스...라는 느낌이 들면서, 해지는 거 봐주며 물담배도

피워올려보고, 밤바다에 주저앉아 생각나는 노래 전부 불러보기도 하고.(난 이러면서 왠지 상실의 시대에서

나오코에게 바치는 그 멋진 장례신이 생각났다ㅋ) 24, 23, 21, 나이를 거슬러가 보기도 하고, 바다조차 흐른다.


문득 바다랑 피라밋이랑 닮았단 생각이 들었다. 파도를 예측할 수 있을까. 태양의 위치, 바다면의 굴곡, 재질의

차이로 인한 온도의 차, 자잘한 돌들의 방해, 해수 자체의 온도차와 그로 인한 별도의 작은 흐름..해수 표면에

떠있는 온갖 부유물들과 바람이 뒤흔들고 지나는 힘. 드문드문 새들의 날갯짓이나 부릿짓, 배가 만드는 파문에

물고기들이 튀어오르는 소소한 파문까지. 이 모든 걸 다 고려하고 파도의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왜 일부러 더 어질러 볼라면 어딘가 어색하듯이, 혹은 아무리 멋지게 꾸며보려 해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움이나 부담스러움이 꼭 느껴지기 마련인데, 바다는 그런 게 없다. 피라밋, 오천년의 시간으로

씻겨내어진 피라밋도 그랬다.


인간과 자연의 타협점이랄까, 여행와서 숱한 건축물과 유적, 풍경이나 자연들을 봐왔지만 결국은 자연스러움의

지향, 사막..바다..산..조금은 거릴 두고 보는 게 좋고 직접 그안에 들어가게 되면 잘 보이지가 않는다. 그걸

닮아가는 피라밋, 이슬라믹카이로, 터키 셀축의 유적들.


생각해보면 제대 휴가나와서까지 노가다를 뛰어 모은 돈으로 나온 여행이었다. 그것도 제대한지 사흘만에

비행기 잡아타고 나선 길, 사람이 늘어짐을 넘어서 마치 잔뜩 허물어진 벽이 마침내 더이상 무너져내릴 데가

없을 때까지 무너져 내리듯, 그렇듯 무너져 내려 쉬었더랬다.




이집트는 묘한 나라다. 피씨방에서도 코란 독경소리를 엠피쓰리로 듣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아침식사를 하러

들어간 식당에서는 자신의 휴대폰에 담긴 야한 동영상을 어깨동무하고 같이 보자는 점원도 있다. 즐감해 주고, 몇마디

농담을 나누다가 카르낙 신전으로 향했다.

몇 대의 왕에 걸쳐 계속 확장되고 보수되고 고쳤다는 카르낙 신전. 전날 왕의 계곡을 자전거로 도느라 완전히 지쳤어서

오늘은 좀 여유있게 다니려 했는데, 이 신전 하나만 돌아보는데도 두세시간은 걸릴 듯 했다. 룩소에 도착해서 알게 된

친구 칼리드가 말한 대로 세 시간 정도는 할애해야 그 사이즈에 대한 느낌을 온전히 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둥이 수백개는 되는 듯 했다. 아마 최근 트랜스포머2에서 나왔던 이집트의 신전이 여기가 아닐까, 보면서 혼자

생각했는데 영화 속에서는 카이로 기자의 피라밋 옆에 딱 붙어있는 신전처럼 나왔던 거 같다. 영화적상상력이란 건가.

그나마 다합으로 떠나기 전 룩소에서의 마지막 방문지를 칼리드와 함께 다닐 수 있어서 사진이 좀 남았다.

그래서,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 한국인누나들이 그랬듯, 아스완서 렌이 그랬듯, 룩소르에선 칼리드가 출발할

때 배웅해 주었다. 머, 앞길을 선명한 비전으로 가다듬고 오겠다거나, 세상에 다시없을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오겠다거나, 그런 거창한 걸 바라고 온 여행은 아니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다니며 자유로움을

만끽했다는 게 제일 큰 뿌듯함인거 같다.

내가 무언가를 왜 하고 싶냐, 고 스스로 자문했을 때 왜냐믄 내가 그걸 하고 싶으니까. 라는 대답으로 충분하다는
 
것. 아마도 대뇌피질쯤에 각인되었을 그 무수한 해돋이와 석양의 풍경, 매혹적인 온갖 자연의 풍광들과 인간이
 
이루어놓은 호방하고 때론 우악스러운 유적..건축물들은 덤, 쯤 되겠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마주치고 말을 섞고 혹은 잠시나마 여행을 함께 한 사람, 사람들.. 언제나 난 사람들에
 
기대를 덜 걸었고, 그래서 언제나 사람들은 내게 선물과도 같이 주어지곤 한다.


* 비분강개하게도, 인물이 사진 주제를 많이 훼손시킨 사진들.

알고 보니 거기서 왕의 계곡 입구까지가 또 500미터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왠 모노레일같은-에버랜드에서 본 듯한-차를

타고서야 제대로 도착해서, 람세스 6세가 묻혀있는 무덤부터. 아직도 그 색이 그토록 선명하게 남아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루트모스3세나 람세스2세 모두 공사중이어서 세크메트랑 람세스9세의 무덤을 들어가봤는데, 이제서야 좀

히에로글리프랑 그림들이랑 친해진 느낌이다. 왠지 소화가 좀 되는 듯 하달까. 여태까진 그 압도적으로 수다스런

그림들에 다소 질렸거나 소화불량에 걸린 것 같았다.

내려와 돌아오는 길은 쉬웠다. 그 모노레일같은 차에 일단의 여행객들을 태우고 출발하려던 가이드 하나가 나를

자신 옆자리에 끌어앉혀주는 덕분에 난 공짜로 그 웃긴 차를 타고 내려왔고, 그 아저씨의 '안녕히 가세요'란 인사를

받으며 신나게 자전거를 달려 내리막을 주파했다. 그대로 Tombs of Nobles로.

뜻밖에도, 그 무덤군이 소재한 구릉들 위에 그대로 왠 판자촌 같은 마을이 세워져있다. 경찰할아버지가 굳이

붙여주려던 가이드를 사양하고 올라가다가, '야방'이라는 이름의 꼬마애한테 잡혀서 길안내를 받게 되었는데,

이녀석 상당히 착실하고 눈치도 빠르다. 일본인 여행자들이 야방, JAPAN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했다.

7개나 되는 띄엄띄엄 떨어진 무덤들을 도는 동안 별 얘기없이 밖에서 계속 기다려주고, 열쇠를 가진 무덤지기

아저씨들도 열심히 불러다 준다. 애초 가이드가 없이는 잠긴 문 너머 무덤들을 들어갈 수가 없었던 거였다.

막판에 혹시나 하고 물병을 건네니 몹시 목이 말랐던 듯 순식간에 다 마셔버리는 걸 보고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워낙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긴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Senifer의 무덤이다. 천장이 온통 싱그런 보랏빛깔

포도덩굴과 포도그림이었다. 그린지 몇년 되지 않았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보존된 데다가, 워낙에

색감이 이뿌게 잘 표현되어있었다. 어찌나 멋지던지 무덤밖으로 나오기가 싫을 정도였다. 나머지도 모두 멋졌다.

정형화되고 위엄을 부리려다 다소 딱딱해진 느낌의 왕들보다 훨씬 자유로워보이는 그림 스타일에, 풍경화같이

그려진 일부 이색적인, 실험적인 그림들, 카르투쉬와 히에로글리프가 아예 없거나 적당히 감해져 있어서 더욱

그 참신함이 돋보였던 것 같다.

그 무덤 중 하나였던 듯 한데, 사실 이집트의 Hieroglyph란 거, 저런 식으로 모두가 채색되어 있었다는 거다.

왠지 예기치 못한 색깔의 선택,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운 색감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림을 상상할라치면...

이집트 외딴 오아시스 마을에까지 수다떨 준비가 되어있는 그들의 넘쳐나는 유산들을 본다면, 거기가 아마도

상상력의 경계쯤 되지 않을까.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자전거에 실었던 2리터들이 물통 세개가 반나절만에 비어버렸다. 너무 지쳐서 중간에

기념품점에 들어가서 콜라 한병 마시며 구경하다가, 무덤에 가서도 지하에 위치한 덕에 품고 있는 냉기에

감사하며 한참이나 쉬고, 그렇게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끝내 람세스3세의 신전...메디나 하부까지 돌아봤다.


그가 여느 왕들보다 훨씬 깊이, 그리고 강박적이다 싶을 만큼 많이 파놓은 왕의 상징, 그의 카르투쉬를 보고

있자니 왠지 비감함이랄까 안쓰러움마저 들었다. 보통 남들은 1센티정도의 깊이로 카르투쉬를 조각해 놓는데,
 
그의 것은 무려 4-5센티? 그 정도 깊이로 조각해 놓았댔다. 애비에 대한 자격지심이었을까, 아니면 잊혀지는

게 그토록 두려웠던 걸까. 왠지 군대 갈 즈음의 내가 떠올랐다.


* 왕의 계곡 입장권 퍼레이드.









이집트 룩소에서 만난 Hassan에게 소개를 받아 직접 공장까지 가서 만들어온 카르투쉬 반지.

그에 따르면 이런 상형문자를 새긴 반지는 과거 파라오들이 왕의 상징으로 들고 있던 왕의 홀(인장)과 같은 의미를

띄고 있다고 했다. 엷은 웃음과 함께, 그는 그랬다. 넌 왕이 될 거야.


공장이라지만, 비어있는 은색 반지에 알파벳에 해당하는 그림들을 하나씩 녹여붙이는 작업을 손수 하는 조그마한

가내수공업 현장같은 느낌이었달까. 여덟 혹은 아홉 글자를 집어넣을 수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이리저리 내 이름을

짜맞추어도 딱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저기엔 y, t, z, s, c, h, e 그리고 앞뒤로는 '호루스의 눈' 그림과

또다른 수호상의 상징이 들어갔다. 그게 2004년 8월에 있었던 일.


그 이후로는 잠을 잘 때 빼고는 한번도 빼지 않았던 반지였다. 아, 저 오돌토돌한 문양 사이로 비누가 끼곤 했어서

씻을 때도 빼기는 했다. 반지를 끼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이집트의 풍경들이 떠올랐으며, 그때 내가 했던

생각들을 계속 쥐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집트에서 발에 채이던 수다스런 옛사람들의 말풍선들..이 다시 그리워지는 날이다.

이집트에서 해온 카르투쉬 반지를 해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 The Hieroglyphic Alpha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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