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도동을 둘러보는 건 여태 울릉도의 깊고 짙은 자연 풍광을 벗하며 걸었던 길과는 워낙 다르고, 다소 힘든 길이었다.

 

항구에서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도 많고, 무려 삼사층이나 되는 고층건물들이 수두룩빽빽하게 꽂혀 있었으며,

 

차들도 엄청 많아서 그새 낯설어진 탓이다.

 

그런 사람과 건물과 자동차의 틈새에 이런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가 숨어있기도 하고, 잘 보이진 않지만 눈을 크게 뜨고

 

찾으면 보이는 관광용 지도의 힘을 빌어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약수공원 안의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를 참이었다.

 

 

슬슬 오르막길의 시동이 걸리고 있었고, 가는 길에 '호박막걸리'를 팔길래 울릉도 특산 아니겠는가 싶어 사려고 보니

 

2리터 들이 댓병뿐, 혼자 이걸 다 마실 수 있으려나 잠시 고민하다가 먹을 만큼만 먹고 버릴 생각으로 거금 만원을 질렀다.

 

 

오르면서 '뻥' 글씨가 크게 씌여진 가게를 보며 막걸리 한모금, 약수공원 앞을 지키는 독도대장군과 여장군을 보며

 

또 한모금, 생각보다 호박 맛이나 향이 진하진 않고 덩달아 알콜도수도 약한 편이지 싶어 물처럼 마시기 시작.

 

도량에 있는 관음보살 석상 위로 떠다니는 건 독도전망대를 향해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다소 과격하고 유치한 발상의 비석도 하나 보고. 독도를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한다고 우리도 똑같이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우기자는 건가. 문제는 그거다. 대마도니 간도니 만주니 이런 소모적인 땅따먹기 논쟁이 우리의

 

'역사강역'-한때 이만큼의 영향권을 가졌다는-을 고치는 수준이라면 좋다, 그치만 근대적 의미에서의 영토분쟁과

 

국토의 확장을 기도하는 차원이니까 문제. 임나 일본부설을 내세우며 조선을 병합한 일본 제국주의와 다를게 뭔지.

 

여하간, 그 앞에 잔디밭도 좋고 너른 돌판도 따끈하길래 잠시 앉아 또 한모금. 어느새 호박막걸리가 저만큼 줄었다.

 

 

약수터가 있어 약수공원이라 했던가, 약수터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잘생긴 돌계단은 그저 한번 눈도장만 찍고.

 

 

그 옆에서 케이블카를 타러 올라왔다. 편도 5분의 왕복 티켓이 어른 7500원.

 

 

 

5분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지상과 멀리 떨어진 높이에서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어서 그렇게 짧게 느껴지진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쇠줄이 출렁거리며 살짝 스릴감을 맛보여주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아늑했다.

 

불자동차처럼 새빨간 케이블카가 농담을 달리하는 온갖 초록빛을 배경으로 팝업되어 있는 모습.

 

 그리고 전망대. 울릉도의 울룩불룩한 구릉들 사이에서 배어나온 것처럼 형성된 도동리의 '번화가' 풍경이다.

 

 케이블카를 내려서 전망대까지 가려면 조금은 더 걸어야 한다. 나무데크로 잘 꾸며진 길을 따라 조금만.

 

 구릉줄기에서 굴러내리는듯한 깍둑썰기 뭉탱이들이 도동항에서 바다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배 한 척.

 

 

독도전망대의 다른 쪽 전망 포인트. 저기서는 맑은 날엔 독도가 보인다던데, 사람들이 그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아

 

일부러 이쪽으로 온 참이었다. 커다란 술병 옆에 차고 덜렁덜렁.

 

 

그러고 나니 제법 너른 전망대 위 공간이 온통 혼자만의 평상이 되어 버렸다. 가방도 던지고, 신발도 벗고,

 

술병과 종이컵도 일단은 바닥에 내려놓고 사면을 두루두루 둘러보기 시작.

 

 

온통 짙푸른 초록으로 성숙해가는 울릉도의 산하. 그 와중에 사방으로 뱅뱅 굽이치는 하얀 길들 중에는

 

어제그제 내가 걸었던 길도 있을 거고, 갈까 하다 말았던 샛길이나 갈랫길도 있을 테고.

 

삼일동안 뒷주머니에 꽂고 다녔던 울릉도 전체지도는 접힌 부분이 닳고 찢어지고 이제 온통 너덜너덜 걸레가 되어 버렸다.

 

핸드폰을 꺼내 노래를 틀어놓고 맨발로 슬쩍슬쩍 거닐며 피로를 풀어주며 홀짝대다보니 어느새 호박막걸리가 바닥을 보였다.

 

 

한 삼사십분 그러고 있었으려나. 마지막 남은 막걸리를 탈탈 털어넣고 일어섰다. 사방의 시야가 탁 트인 이곳에서

 

굽어본 울릉도 동남쪽의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음직하다. 노래와, 막걸리의 흥취와 함께. 

 

 

 

다시 내려가는 길. 공식명칭으로는, 티켓에 따르자면, '독도전망삭도시설'인 케이블카는 수시로 운행되어서

 

딱히 사람이 차길 기다리거나 그럴 필요는 없어 좋았다. 어디든 대체로 한산한 편, 몰려다니는 관광객 타이밍만 피하면.

 

 

  

 그리고 인제, 사동항으로 걷기 시작. 바야흐로 울릉도에서 내처 걸었던 2박3일의 일정이 끝나가는 참이다.

 

 도동의 버스정류장을 지나고, 울릉터널을 지나고 흑비둘기 서식지를 지나.

 

 

 두둥, 공사가 한창인 사동항에 도착했다. 이제 일이년만 지나도 이 곳의 풍경은 확 바뀌어 있을 거다.

 

 

다섯시 반에 출항하는 배를 타려 줄을 선 사람들, 갑판으로 나가 바람을 쐴 수도 없는 답답한 배 안으로 일찍부터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근처를 서성거리며 바람을 쐬다가, 울릉도를 좀더 바라보다가 거의 마지막에 탑승 완료.

 

묵호까지 세시간 반, 딱 그만큼 소요되어 주차했던 차를 찾으니 아홉시가 살짝 넘은 시각. 열심히 서울로 내달려 귀환하다.1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행남등대에서 도동 여객터미널로 향하는 길, 섬 곳곳에서 보이던 검정 염소들이 여기서도 심술궂은 눈빛을 하고 대기중.

 

 

등대에서 도동항까지는 약 1.8km, 그렇게 길지 않은 거리지만 작정하고 한걸음 한걸음 음미하며 걷기로 했다.

 

참고로 이 코스는 '1박2일'에서 울릉도를 다녀가며 꼭 짚고 갔던 바로 그 코스. 도동항~행남등대~촛대암 구간이다.

 

 

그래서 글보다는 사진 위주로 포스팅~* 슝슝 넘겨보시다 보면 바다와 함께 걷는 분위기가 1g이라도 풍기길 바라며.

 

 

 

 

 

높은 곳에 선 등대에서 내려와, 아까 소라계단으로 불쑥 올라선 높이만큼을 내려선 즈음 다시 바다가 보인다.

 

 

묵호에서 들어가는 배는 더이상 도동항을 쓰지 않고 그 아래쪽 사동항에서 입출항하게 되었다. 상인들의 반대가

 

없지 않다고는 하는데, 그런 점에서 산책로에 대한 접근성은 과거보다 좋지는 않을 듯.

 

 

쉼없이 철썩이는 파도 앞에서 굳이 꿋꿋하게 높다란 돌탑을 쌓아올린 인간들의 집요하고 무모한 소망들.

 

저 방송이 천년만년 갈 것도 아니고, 촬영지란 게 뭔 커다란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여하튼 페인트칠 지대로.

 

 

 

 

저렇게 기묘하게 돌을 세워둔 건 또 뭐지 싶어서 눈여겨 보게 되던 돌탑 하나. 본드로 붙였으려나.

 

짠기 다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꿋꿋이 꽃을 피워냈다. 꽃잎이 찌글찌글해졌을지언정 빛깔은 굽힘이 없다.

 

 

 

 

 

 

제법 오르내림이 크던 산책로. 두사람이 함께 지나기에도 부담스런 좁은 길, 바싹 몸을 당겨서 철퍽 앉아 쉬었다.

 

 

 

 

 

제법 가파른 계단에서 삼일째 혹사 중인 발에 급기야 경련이 살짝. 절룩거리며 걷다가 제멋대로 눌린 셔터에 한장.

 

 

 

멀찍이 보이기 시작한 도동항의 뱃전들.

 

 

 

 

 

이게 뭐라더라, 육손이였던가. 티비에 나왔던 그거라고 옆엣 어른들이 말씀하시던데, 뭔가 좋은 건가 싶어 일단 찍고 보기.

 

 

그리고 도동항 도착 전에 하나 나타나는 쉼터. 끊길 듯 이어지는 꼬불꼬불한 산책로길이 재미있다.

 

 

 

 

 

 

 

 

 

 

 

 

바닷물을 잔뜩 머금고 시뻘겋게 녹이 슬어버린 구름다리 하나가, 그저 살짝 시멘트더미 위에 얹힌 느낌으로 떠 있다.

 

잠시 앉아서, 1.8리터짜리 물통을 내려놓고, 삼각대와 옷가지로 꽉 찬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쉬는 참.

 

 

아이들이 쏟아내는 새우깡 부스럭지를 향해 엄청시리 달려드는 갈매기떼들.

 

 

 

 

 

 

 

바닷물에 삭아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군데군데 암석이 얇아지다가 녹아내린 듯한 풍경의 해안가 돌벼락.

 

 

 

거대한 돌과 돌 사이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산책로를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구멍을 희롱하는 바람을 따라.

 

 

 

 

 

저런 빛깔은 파란색 타일로 바닥이 덮여있는 실내 수영장에서나 봤던 거 같은데. 연신 산책로에 포말을 뱉어대는 바다의 빛깔.

 

 

 

 

 

 

 도동항이 가까워질 무렵, 해산물을 파는 노점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걸어놓은 게 틀림없는 울릉도산 오징어.

 

 

 그리고 도동항으로 내려서는 입구. 오징어 그림이 푹 파인 그림을 좇아 계단을 내려가면 해안산책로의 종점이다.

 

그렇게 울릉도에서 가장 번성한 항구이자 가장 번화한, 도동 도착.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남양리에서 맞는 울릉도 세번째 날, 그대로 섬의 아랫도리를 따라 걸을까 하다가, 아무래도 동선이 애매하여

 

울릉도 입항한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중교통을 한번 타기로 했다.

 

 

3일차, 오후 5시반 배를 타고 나가기로 했으니 저동에까지 일단 버스를 타고 가서, 내수전을 거쳐 저동항,

 

촛대암, 행남등대를 지나는 해안산책로를 따라 도동으로 들어가 사동항으로 가는 코스를 잡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삼사십분 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안되겠다 싶어 정류장 앞의 따개비칼국수집에서

 

한그릇 말아먹고, 해군사령부에서 붙여준 간첩선 식별 스티커도 숙지하고.

 

 

저 멀리 보이는 옆구리 구멍 빵빵 나있는 터널도 구경하고, 남양리 앞바다도 굽어보고.

 

WARP~! 한 이십분 타고 나서 촛대암이 우뚝한 저동항에서 내렸다. 내수전은 이번에 못 가본 울릉도 동북쪽과 더불어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고, 저동항부터 한바퀴 둘러보고 해안산책로 따라 도동쪽으로 넘어가는 걸로.

 

저동항 앞에 길게 방파제를 박정희 대통령때 만드는 바람에 촛대암이 그 이전과 같은 위엄은 상실했다지만.

 

저동항에 죽 늘어선 해산물시장, 이층짜리 회집타운에 올라가는 계단에서 아래를 향해 부리부리한 눈알을

 

굴리며 마치 천하대장군처럼 당당히 서 있는 오징어 한마리.

 

울릉도스럽다, 라고 해야 하려나. 오징어잡이 집어등을 따로 모으는 수거함이 항구 한쪽에 있고.

 

저동항 한 쪽에 있는 이 커다란 갈매기같은 기묘한 건물은..아마 배에 뭔가를 싣거나 부릴 때 쓰는 구조물이려나.

 

 

 

 

 

저동항을 거의 감싸다시피한 방파제 안의 차분한 바다에서 다닥다닥 주차된 배들이 곰실곰실 움직이고 있었다.

 

 

 

 

방파제를 따라 걸어서 촛대암 근접 촬영. 제법 크고 굵직한 게 위에 갈매기 둥지 여남은개는 품고도 남겠다.

 

 

울릉도 동쪽의 커다란 북저바위, 그너머로 보이는 한 가구가 살고 있다는 죽도. 이게 일본어로는 제대로 '다께시마'가

 

되겠다. 생긴 건 살짝 종합운동장처럼 생겼고, 왠지 위로 솟을수록 풍성해지는 모양새가 사람 살기 좋을 듯한.

 

 

보통 울릉도에서 배를 타고 나가서 돌아보는 코스로는 크게 독도 왕복, 아니면 죽도 왕복, 이렇게 두개 코스가 있다고

 

하니 다음에 또 울릉도를 오게 되면 나머지 울릉도를 돌아보고, 죽도랑 독도를 가봐야겠다.

 

 

 

방파제 안전난간에 자리를 잡고 저동항을 바라보는 갈매기 녀석의 매서운 눈빛.

 

 

그리고 저동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도동쪽, 해안도로가 저 바윗덩이 중간중간에 숨어있다.

 

그리고 저동에서 도동으로 이어지는 해안산책로 입구. 뭔가 두터운 콘크리트 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풍경이 확 덤벼들 거 같은 느낌의 출입문이다.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KBS중계소부터 울릉도 성인봉 오르는 길, 계획없이 일행없이, 또 정해진 숙소없이 가는 길이었는지라 그냥

 

내키는 대로 걷고 쉬고 걸었다. 초반에 가팔랐던 비탈길은 정말 쉬엄쉬엄 올랐고.

 

 

 

나무데크로 잘 꾸며진 길을 지나 구름다리를 출렁출렁, 그냥 얌전히 지나려다가 괜히 우다다 뛰어서 건너보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 잠시 앉았다가 누웠다가 온몸으로 그 출렁이는 진동을 맛보기도 하고.

 

 

고사리같은 양치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에선 바람이 일일이 그 조그마한 이파리들을 손잡아주는 걸 보았고.

 

 

안개가 슬슬 서리기 시작하는 울릉도 깊은 산속의 흐릿한 풍경.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톡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그런 풍경이 이어졌다.

 

 

그냥 아무 말없이, 가슴속 깊이 숲의 초록향을 들이마시며,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

 

 

나무들이 드릴처럼 윙윙 뿌리를 맹렬히 땅에다 대고 회전시켜 박아버린 느낌이다. 덕분에 좁다란 숲길마저 같이 휘감긴.

 

 

 

인적조차 없는 등산로.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는 숲길이어서 문득 현실감이 희박해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퍼뜩 현실에 발딛게 해줬던 건 저런 산악회들의 끄나풀, 그리고 살짝 거슬리던 쥐새끼들.

 

 * 울릉도 때아닌 ‘들쥐와의 전쟁’ (2012. 6. 21, 문화일보)

 

 

기사에 여러 차례 다뤄질 만큼 들쥐들이 창궐한 것도 사실인 거 같고, 고양이가 있는 민가나 마을이 아닌 천적이 없는

 

산으로 전부 올라와 사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뭐..피리부는 사나이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하여간 쥐가 문제...)

 

 

그래도, 들쥐 한마리가 길 앞섶에서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울릉도에서 사는 검은비둘기가 푸드덕거리며 머리 위 나뭇가지를 박차고 도망가는 게 더 사람을 놀래킨다.

 

 

 

 

이런 정경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까. 그저 아슴프레하고 꿈결같던 풍경.

 

촉촉하게 젖은 공기에 오래 묵은 나무 향기와 흙내음이 가득 담겨있던.

 

 

 

 

그리고 성인봉을 900미터 남겨둔 지점. 도동에서 출발하면 성인봉까지 대충 4~5km정도 소요된다고 생각함 될 듯.

 

KBS중계소를 기점으로 해서도 거리가 별반 차이는 없을 듯.

 

 

 

그리고 초록빛 운무를 꿰뚫고 나려든 빛무리.

 

 

오히려 정상에 오르니 구름인지 안개인지 뿌옇던 시야가 말끔해졌다. 성인봉 중턱에 짙게 드리웠던 커튼을 뚫고 올랐다.

 

 

성인봉 정상의 표석.

 

 

울릉도를 에워싼 푸른 바다와 하얀 구름바다. 그리고 희뿌연 하늘.

 

울릉도의 듬성듬성한 봉우리들이 구름바다 위로 섬처럼 솟았다.

 

 

검은 비둘기가 날고, 온갖 산새들이 지저귀고, 그리고 구름은 잠시동안 지켜보는 와중에도 시시각각 물결친다.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사동항 앞의 몽돌해변. 돌들이 파도에 쓸려 뒤척이며 내는 소리가 하나하나 포개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하모니.

 

 

초록빛 무성한 잡초사이로 점점이 붉은 꽃이 인상적으로 콕콕 박혀 있었다.

 

원래 울릉도의 전통가옥은 너와지붕을 얼기설기 엮은 투막집이었던가, 강원도 동부쪽에도 비슷했던 거 같은데

 

그 현대적인 형태랄까. 함석조각을 얼기설기 이어붙인 해변가의 집들. 사실 울릉도의 외딴 집들은 대개 이런 모습이었다.

 

 

도동으로 걷는 길, 어느 초등학교 앞을 지나는데 왠지 눈에 익은 풍경인 거 같기도 하고. 1박2일에 나왔던가.

 

울릉군의 상징은 오징어, 그리고 호박꽃.

 

 

해안선을 따라 드문드문 박혀있는 간첩잡는 건물. 그냥 하얀색 콘크리트 건물인데, 살짝 벙커처럼 생긴 채 낡아가는 중.

 

 

 

 

도동에 도착해서 본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함석 집들. 도로시와 함께 다녔다는 양철 나뭇꾼을 연상시키곤 하는 함석판.

 

생각보다 울릉도의 도로는 경사가 오르락내리락 가파르다. 아무래도 섬이란 게 바다 밖으로 삐쭉 튀어나온 산봉우리

 

같은 거니까 그렇겠지만, 걸어다니기에 편한 길은 분명 아니다.

 

울릉도 내에서 돌아다니는 차들, 특히 택시들은 전부 SUV라는 게 그런 이유일 거다. 워낙 꼬불꼬불한 길에다가

 

경사도 솔찮은, 포장이 되지 않은 길도 드문드문 있는 소금섞인 해풍이 심한 섬, 울릉도.

 

 

그런 탓에 곳곳에서 이런 케이블이 보인다. 가파른 언덕 위와 아래를 연결해서 새참이던 뭐던 자그마한 것들을

 

이동시킬 수 있는 케이블카. 사람이 타면 아마..기둥 뿌리가 뽑혀 나뒹굴지 싶지만 왠만한 무게는 견딜 거 같다.

 

 

이제 울릉중계소 푯말이 보인다. KBS중계소 등산로입구 안내판이 나왔으니, 그간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길을 혼자

 

걸어오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조금은 불안했던 마음이 씻겨내렸다.

 

 

충혼탑을 지나.

 

직사광선이 내리쬐이는 붉은 열매 한웅큼을 지나.

 

짙고 끈적한 구름이 산을 허리춤까지 집어삼킨 길을 향해 계속 걷는 길.

 

 

 그리고 '언론 자유 보장하라!' 라고 누군가 써놓은 KBS 울릉중계소. 저거 누가 썼을까. 누굴까ㅋㅋㅋ

 

 여기가 바로 'KBS 중계소' 구간의 기점, 성인봉 등산로의 공식 출발지점이다. 할머니가 약술과 얼음물을 팔고 계신.

 

 

 지금부터 '공식적으로' 성인봉 등산을 시작하려는데 옆에서는 아저씨가 흔치 않은 나무 전봇대를 등산하고 계시고.

 

 

여기서 천부까지..음..5시간 40분은 굉장히 넉넉하게 잡은 시간인 거다. 여행용 짐을 전부 챙기고, DSLR과

 

삼각대를 바리바리 싸짊어지고 밤새 운전하고 세시간반 배를 타고 이미 두세시간 걸었던 성인 남자가 걸린 시간.

 

이미 중계소 기점으로 내려다보이는 울릉도 도동쪽의 풍경. 울퉁불퉁 돋아난 근육질 산맥 사이로 폭 파묻힌 마을이다.

 

 

 지쳐서 나가떨어질 때까지 한없이 걷고 싶은데 어디까지 얼마나 걸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는, 섬이 답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한뼘만한 땅덩이, 울릉도에서 2박 3일동안 정신나간 도보여행을 하고 싶을 때 추천하는 일정.

 

눈뜨면 걷고, 어두워지면 멈췄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건 삼일차, 남양에서 저동까지 움직이는 데까지만 한 번.

 

 

제주도 올레길이 조금은 편하고 아기자기한 코스라면, 울릉도 도보여행길은 좀더 거칠고 날것의 느낌.

 

대부분 성인봉 등반만 하고 마는 단체 등산객이거나 버스로 찍고 찍고 다니는 단체 여행객들만 찾는 곳이니만치

 

하루종일 걸어도 만나는 사람들은 손 꼽을 만큼인 곳. '둘레길'도 말만 둘레길이지 그냥 버려진 옛길이랄까.

 

 

미친 짓 한번 하고 싶을 때, 러닝-하이가 아닌 워킹-하이(Walking-high)를 맛보고 싶을 때 한번쯤,

 

내키는 대로 한없이 걷다가 바다가 나오면 발길을 틀면 그뿐이었다. 딱히 정해진 일정도 계획도 없었던 코스.

 

그렇게 3일동안 한걸음씩 꾹꾹 내딛었던 발걸음들을 잇고 나니 저런 길들이 그려졌다. 시속 4km의 세상.

 

 

 

ㅇ 1일차 : 사동항 - 성인봉(KBS중계소 코스) - 천부

 

 

(03:00 서울 출발, 05:30 추암 촛대바위 도착)

 

07:00 묵호여객선터미널 도착

 

07:00~08:00 아침식사

 

09:00 묵호항 출발 (by 씨플라워호)

 

12:30 사동항 도착

 

14:30 KBS중계소(성인봉 등산코스 출발지) 도착

 

17:00 성인봉 도착

 

18:30 나리분지 도착(성인봉 등산코스 도착지)

 

20:00 천부리 도착

 

20:00~21:00 저녁식사 (울릉도식 백반정식)

 

 

 

 

 

 

 

 

ㅇ 2일차 : 천부 - 현포 - 태하 - 둘레길2코스 - 구암 - 남양

 

 

10:00 숙소 출발

 

10:30~12:00 예림원(문자조각공원) 체류

 

13:00 현포 도착

 

13:00~14:00 점심식사 (울릉도식 백반정식)

 

15:00 태하항 도착

 

15:30~16:20 태하등대(모노레일) 체류

 

16:40 태하삼거리(울릉둘레길 2코스 시작점) 도착

 

18:30 구암 도착

 

19:00 남양 일몰전망대 도착

 

19:30~20:30 저녁식사 (약소숯불구이)

 

 

 

 

 

 

 

 

 

ㅇ 3일차 : 저동항 - 행남등대 -  도동항 - 독도전망대 - 사동항

 

 

10:00~10:30 아침식사 (따개비 칼국수)

 

10:40~11:20  저동항 도착 (by BUS)

 

12:00 소라계단 도착

 

12:30 행남등대 도착, 행남해안산책로 시작

 

14:00 도동항 도착 (행남해안산책로)

 

14:30 도동약수공원 도착

 

15:00 독도전망대 도착 (케이블카 왕복)

 

17:00 사동항 도착

 

17:30 사동항 출발 (by 씨플라워호)

 

21:00 묵호항 도착 

 

23:40 서울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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