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도동을 둘러보는 건 여태 울릉도의 깊고 짙은 자연 풍광을 벗하며 걸었던 길과는 워낙 다르고, 다소 힘든 길이었다.

 

항구에서 떠나고 들어오는 사람도 많고, 무려 삼사층이나 되는 고층건물들이 수두룩빽빽하게 꽂혀 있었으며,

 

차들도 엄청 많아서 그새 낯설어진 탓이다.

 

그런 사람과 건물과 자동차의 틈새에 이런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가 숨어있기도 하고, 잘 보이진 않지만 눈을 크게 뜨고

 

찾으면 보이는 관광용 지도의 힘을 빌어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약수공원 안의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를 참이었다.

 

 

슬슬 오르막길의 시동이 걸리고 있었고, 가는 길에 '호박막걸리'를 팔길래 울릉도 특산 아니겠는가 싶어 사려고 보니

 

2리터 들이 댓병뿐, 혼자 이걸 다 마실 수 있으려나 잠시 고민하다가 먹을 만큼만 먹고 버릴 생각으로 거금 만원을 질렀다.

 

 

오르면서 '뻥' 글씨가 크게 씌여진 가게를 보며 막걸리 한모금, 약수공원 앞을 지키는 독도대장군과 여장군을 보며

 

또 한모금, 생각보다 호박 맛이나 향이 진하진 않고 덩달아 알콜도수도 약한 편이지 싶어 물처럼 마시기 시작.

 

도량에 있는 관음보살 석상 위로 떠다니는 건 독도전망대를 향해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다소 과격하고 유치한 발상의 비석도 하나 보고. 독도를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한다고 우리도 똑같이 대마도를

 

우리 땅이라고 우기자는 건가. 문제는 그거다. 대마도니 간도니 만주니 이런 소모적인 땅따먹기 논쟁이 우리의

 

'역사강역'-한때 이만큼의 영향권을 가졌다는-을 고치는 수준이라면 좋다, 그치만 근대적 의미에서의 영토분쟁과

 

국토의 확장을 기도하는 차원이니까 문제. 임나 일본부설을 내세우며 조선을 병합한 일본 제국주의와 다를게 뭔지.

 

여하간, 그 앞에 잔디밭도 좋고 너른 돌판도 따끈하길래 잠시 앉아 또 한모금. 어느새 호박막걸리가 저만큼 줄었다.

 

 

약수터가 있어 약수공원이라 했던가, 약수터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잘생긴 돌계단은 그저 한번 눈도장만 찍고.

 

 

그 옆에서 케이블카를 타러 올라왔다. 편도 5분의 왕복 티켓이 어른 7500원.

 

 

 

5분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지상과 멀리 떨어진 높이에서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어서 그렇게 짧게 느껴지진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쇠줄이 출렁거리며 살짝 스릴감을 맛보여주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아늑했다.

 

불자동차처럼 새빨간 케이블카가 농담을 달리하는 온갖 초록빛을 배경으로 팝업되어 있는 모습.

 

 그리고 전망대. 울릉도의 울룩불룩한 구릉들 사이에서 배어나온 것처럼 형성된 도동리의 '번화가' 풍경이다.

 

 케이블카를 내려서 전망대까지 가려면 조금은 더 걸어야 한다. 나무데크로 잘 꾸며진 길을 따라 조금만.

 

 구릉줄기에서 굴러내리는듯한 깍둑썰기 뭉탱이들이 도동항에서 바다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배 한 척.

 

 

독도전망대의 다른 쪽 전망 포인트. 저기서는 맑은 날엔 독도가 보인다던데, 사람들이 그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아

 

일부러 이쪽으로 온 참이었다. 커다란 술병 옆에 차고 덜렁덜렁.

 

 

그러고 나니 제법 너른 전망대 위 공간이 온통 혼자만의 평상이 되어 버렸다. 가방도 던지고, 신발도 벗고,

 

술병과 종이컵도 일단은 바닥에 내려놓고 사면을 두루두루 둘러보기 시작.

 

 

온통 짙푸른 초록으로 성숙해가는 울릉도의 산하. 그 와중에 사방으로 뱅뱅 굽이치는 하얀 길들 중에는

 

어제그제 내가 걸었던 길도 있을 거고, 갈까 하다 말았던 샛길이나 갈랫길도 있을 테고.

 

삼일동안 뒷주머니에 꽂고 다녔던 울릉도 전체지도는 접힌 부분이 닳고 찢어지고 이제 온통 너덜너덜 걸레가 되어 버렸다.

 

핸드폰을 꺼내 노래를 틀어놓고 맨발로 슬쩍슬쩍 거닐며 피로를 풀어주며 홀짝대다보니 어느새 호박막걸리가 바닥을 보였다.

 

 

한 삼사십분 그러고 있었으려나. 마지막 남은 막걸리를 탈탈 털어넣고 일어섰다. 사방의 시야가 탁 트인 이곳에서

 

굽어본 울릉도 동남쪽의 풍경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음직하다. 노래와, 막걸리의 흥취와 함께. 

 

 

 

다시 내려가는 길. 공식명칭으로는, 티켓에 따르자면, '독도전망삭도시설'인 케이블카는 수시로 운행되어서

 

딱히 사람이 차길 기다리거나 그럴 필요는 없어 좋았다. 어디든 대체로 한산한 편, 몰려다니는 관광객 타이밍만 피하면.

 

 

  

 그리고 인제, 사동항으로 걷기 시작. 바야흐로 울릉도에서 내처 걸었던 2박3일의 일정이 끝나가는 참이다.

 

 도동의 버스정류장을 지나고, 울릉터널을 지나고 흑비둘기 서식지를 지나.

 

 

 두둥, 공사가 한창인 사동항에 도착했다. 이제 일이년만 지나도 이 곳의 풍경은 확 바뀌어 있을 거다.

 

 

다섯시 반에 출항하는 배를 타려 줄을 선 사람들, 갑판으로 나가 바람을 쐴 수도 없는 답답한 배 안으로 일찍부터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근처를 서성거리며 바람을 쐬다가, 울릉도를 좀더 바라보다가 거의 마지막에 탑승 완료.

 

묵호까지 세시간 반, 딱 그만큼 소요되어 주차했던 차를 찾으니 아홉시가 살짝 넘은 시각. 열심히 서울로 내달려 귀환하다.1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저동항의 촛대암에서 도동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걷는 산책로가 시작되는 곳, 행남등대까지 약 2km 정도의 구간이다.

 

촛대암에 바싹 붙어선 방파제 위에서 멀찍이 보이는 곶, 그 위의 자그마한 구조물이 바로 행남등대. 그 너머가 도동항.

 

해안산책로, 말 그대로 해안에 바싹 붙어서 슬쩍슬쩍 오르내리며 바람소리 파도소리 귀기울이며 걷는 길이다.

 

 

조금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죽도가 멀찍이 배웅해주고 있기도 하고.

 

 

빨강, 주황, 노랑, 녹색, 무지개 색깔을 빠짐없이 짚어가며 길을 이어가는 구름다리들. 발판 틈새로 퍼런 바다가 넘실넘실.

 

 

그리고 조금씩 크게 나타나는 소라계단. 드릴처럼 비비 꼬인 계단이 해수면에서부터 훌쩍 언덕 위로 치솟는다.

 

 

구름다리를 몇 개 지나고, 이따금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머릿칼을 한껏 나부끼며 산발을 한 즈음.

 

물빛이 참 곱다. 빛깔만 해도 화려한데 쉼없는 물결이 더해져서 몽롱하기까지 하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작은 드라이버 드릴심 같던 소라계단이 석유시추선의 드릴만큼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투명한 청색으로 반짝거리고 있는 울릉도 앞바다.

 

 

무려 57미터의 높이를 커버하는 소라계단. 노약자 및 임산부, 심신장애자는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실 그렇게 어지럽거나 가파르진 않고, 그냥 좀 뱅글뱅글 가는구나 싶다보면 어느새 이만큼 눈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제 바다는 숨고 초록빛 숲 한가운데 길을 걷기 시작. 행남등대로 걷는 길이다.

 

 

 

등대까지 남은 거리는 300미터. 저 귀여운 오징어 캐릭터를 좀더 적극적으로 써도 좋겠다 싶다.

 

 

녹색 장막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울릉도의 풍경. 저동항과 촛대암이 저 멀리 보인다.

 

촛대암, 방파제가 저렇게 항구를 막아서서 이 곳의 어업 환경이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촛대암이 아쉽다.

 

행남등대 도착!

 

 

옥상에 한번 올라가서 굽어 살펴주고, 다시 내려와서 야외 전망대로 향하는 길.

 

 

울릉도, 그리고 북저바위, 오른쪽 끄트머리에는 죽도.

 

저동항에서부터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와 구름다리들, 오는 내내 감탄했던 쪽빛바다의 색감은 그대로다.

 

 

울릉도의 단연 특출한 세가지를 꼽으라면 숲, 공기, 그리고 물이 아닐까 싶다. 섬 내의 모든 물은 수돗물이 아니라

 

울릉도 해양심층수라고 하는데, 정말 물맛이 확연히 다르다. 등대를 떠나 도동항으로 계속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를 다시 밟기 전

 

화장실에서 좀 씻기도 하고 머리도 감고 물통에 물도 다시 채우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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