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파밸리와 쌍벽을 이룬다는 미국 서부의 와이너리 마을, 소노마밸리. 오늘 아침 갑작스런 강진 소식에 깜짝 놀라서

 

새삼 작년 11월경의 사진들을 되찾아보게 되었다. 소노마밸리를 상징한다는 일곱개의 깃발 의미부터 되새기기.

 

 

 

 

나파 밸리나 소노마 밸리의 여느 와이너리들이 그렇듯 이 곳 역시 초창기 시절의 허름하고 낡은 착즙기라거나 기타 와인 제조에

 

필요한 장비들을 한켠에 전시해 두고 있었다. 먼지 내려앉고 허름한 그 자체로 이 와이너리들의 전통이 숙성되는 모습이다.

 

 

오크통에 저렇게 새겨넣는 와이너리들만의 문양과 브랜드 네임들,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통들은 여전히 반질반질하다.

 

 

 

 

제법 서늘한 냉기가 감돌던 와이너리의 와인 저장고이자 시음장, 맛을 음미하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최대한 많이 마실 수 있도록

 

몇 잔을 마시고 나니 오전에 들렀던 나파밸리에서 축적한 취기와 맞물려 더욱 기분이 업되는 느낌.

 

와이너리를 이끌게 될 젊은 피 중 한 방울의 와이너리 소개와 더불어 포도 품종에 대한 설명도 듣고.

 

 

마치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열주문을 연상케 하는 대리석 빠방한 공간들을 둘러보며 얼콰한 술기운을 즐기다 보니,

 

와인 익는 냄새만으로 어느결에 만취해 버린 듯한 단풍나무를 마주하기도 하고.

 

건물 안에서는 또다른 팀이 와인을 시음하며 느긋해진 매무새로 즐기는 중이다.

 

 

 

'세바스차니'였던가, 와이너리의 이름. 이름이 뭐였던간에, 내겐 나파와 소노마에 산재한 수많은 와이너리는 비슷한 이미지로 남았다.

 

 

붉은 단풍빛 와이너리, 바싹 마른 채 바람에 나뒹구는 포도잎들, 그리고 한층 더 짙고 무거워진 와인의 맛과 향.

 

꼭 같은 와인이었대도, 이런 날씨와 이런 햇살이 아니었다면 좀더 맛이 가볍고 연했을 거 같다. 아무래도 신세계 와인이다보니.

 

지진 피해에서 모두 무사하시기를. 더이상의 피해는 없길 바라며.

 

샌프란시스코의 11월초, 짙푸른 청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하늘 아래 높다란 나무 전봇대들이 사이좋게 서로를 지켜선 나파 밸리.

 

보통 샌프란시스코 북쪽의 나파 밸리, 소노마 밸리는 당일치기 와이너리 투어로 많이들 간다는데, 그 편이 시간도 절약하고

 

비용 면에서도 나쁘지 않으며, 게다가 운전 걱정없이 와인을 맘껏 '테이스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참가했던 투어는

 

아침 9시 출발해서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두 곳, 소노마 밸리의 와이너리 한 곳을 돌아보고 오후 6시에 돌아오는 코스.

 

 10월말에 막 수확을 마쳤다는 야트막한 포도나무 줄기들이 홀가분해 보인다.

 

 

첫 와이너리는 가족들만으로 4대째 운영하고 있다는 소규모지만 착실한 와이너리였다. 4대째면 근 백년에 가까운 시간을 버틴 셈이다.

 

 

 

 주로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와이너리의 향긋한 내음 가득한 창고 안에서 입맛을 다시며 설명을 듣고는.

 

 

 거침없는 시음. 가이드 아저씨는 적당히 세네 잔 마시도록 권유했으나 품종별로 네댓잔을 마셔버린 듯. 벌써부터 보람찬 투어다.

 

 

 와이너리 바깥을 둘러보다가, 조금만 더 일찍 와서 수확 전의 포도밭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짙게 남기고.

 

 

 건물 외벽에 농담처럼 붙어있는 표지판을 발견하고 웃어주기도 하고,

 

 시뻘겋게 익어가는 담쟁이 덩굴 잎사귀에 렌즈를 이렇게 들이댔던 걸 보니 벌써 취했던 거 같기도 하다.

 

잠시 차를 달려서 도착한 두번째 와이너리. 이번에는 좀더 대량생산을 하는 커다란 와이너리였다. 미국의 슈퍼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브랜드이기도 한, SUTTER Home 와이너리.

 

 

 

 아무래도 좀더 규모가 커서 그런지, 이전에 쓰였을 법한 장비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와인병들도 이쁘게 전시되어 있고.

 

좀더 전문적인 와이너리 혹은 시음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가오잡고 일렬로 늘어놓은 와인잔의 그럴듯함과 테이스팅을 권하는 아저씨의 박식하고 전문적인 설명까지.

 

 시음했던 건 이렇게 세 가지. 레드와 화이트, 그리고 로제 와인이었는데 역시나 거침없는-무제한에 가까운-테이스팅의 향연.

 

 

 

  이 곳 역시도 그리 만만한 역사를 가진 곳은 아니어서, 곳곳에서 오랜 세월의 향기가 배어나오는 듯 하다.

 

  

 그리고 이 곳의 장점은 시음장과 매장 밖으로 나가면 이렇게 이쁜 정원과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다는 점.

 

급하게 마신 와인에 잠시 혼몽스러워질라 치면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 한모금 마시고 다시 들어가서 다시 시음을.

 

그 정도로 테이스팅을 위한 시간이나 배려가 여유로워서,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편안했던 거 같다.

 

 

어느 와이너리나 자체의 기념품샵 혹은 매장을 갖추고 있는 것 같은데, 이날 돌아본 세 곳의 와이너리 중에서

 

가장 큰 매장을 갖추고 있었던 SUTTER 와이너리. 색색의 병들도 이뻤고, 와인과 함께 할 스낵류나 안주 시식도 넉넉했다.

 

 

그리고 기념품점에서 마주쳤던 와인에 대한 온갖 상찬의 문구들이나 그림들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끌었던 셔츠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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