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남해대교,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같은 현수교이자 붉은 색감이


인상적인 다리이기도 하다. 충북 괴산이나 전북 무주보다 더욱 접근성이 떨어지는 남해에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오지이니만치 한번 가서 제대로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작년 가을에 갔을 때와는 달리, 한여름 뙤약볕 아래 금문교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전과는 다른 뷰포인트를 찾기 위해

 

꽤나 경사진 오르막길을 오르느라 자전거 페달을 죽도록 밟긴 했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각도와 높이.

 

피셔맨스워프에서 금문교를 향해 달리는 길.

 

 

금문교의 상판, 번듯하고 미끈한 외양을 주목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아래에서 이렇게 튼튼하고 촘촘하게 받쳐든 기둥들은 잊지 말 일.

 

금문교 위에서 태평양 쪽으로 내다본 풍경.

 

 

그리고 소살리토로 향하는 길, 중간에 고개를 뒤로 빼고 금문교를 바라보면 이런 뷰가 잡힌다.

 

그리고 이건, 금문교를 내려다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고개 위로 올라가서 바라본 금문교의 끄트머리.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를 건넌 반대편은 사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렇게 군사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혹여 미국의 내륙으로 접근해올 항공기나 함선을 막기 위한 시설이었다는데 이젠 쓰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이곳에서는 금문교의 높다란 첨단으로부터 내리긋는 강철줄들로 저너머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투망질할 수가 있다.

 

 

혹은 아예 이렇게, 짙푸른 바다 위의 한조각 하얀 돛단배를 금문교의 강철줄로 낚시질해볼 수도 있는 위치.

 

이건 금문교를 다시 건너 돌아와서 샌프란시스코 서안의 태평양을 만나러 가는 길에 뒤돌아보고 발견한 풍경.

 

 

 

 

자전거를 타고 피어39에서 금문교를 지나, 그만큼의 거리를 또 달리고 나면 소살리토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처음 도착한 여행지에 들렀을 때 으레 그러하듯 다짜고짜 여행안내소로. 여기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요?

 

왠지 현지에서 사시는 분들의 추천은 가이드북과는 달랐던 경험에서 나온 건데, 역시나 새하얀 백발이 눈부신 할머니의

 

카랑카랑하고도 자부심 넘치는 한 마디. 꼭 봐야 하는 건 없지만, 한나절 여유롭게 거닐기엔 딱 좋은 사이즈와 분위기가 있답니다.

 

소살리토 초입에 들어서자 바다넘어 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마천루.

 

 

 

그리고 해변의 돌들을 가지고 아주아주 미묘하게 균형을 잡아 세우는 예술작업중이신 예술가 아저씨.

 

 

샌프란시스코의 도로변에도 비슷한 표지가 있었는데, 소살리토의 표지는 생선 모양으로 조금 다르다.

 

그리고 소살리토를 돌아볼 때 일종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분수. 삐에로처럼 고리눈을 한 채 활짝 웃는 표정이 괴랄하다.

 

미국의 소도시, 작은 마을에서 왠지 인도 냄새가 나는 코끼리상을 볼 줄은 몰랐는데.

 

샌프란시스코나 여기나, 시끌벅적하게 공기를 찢으며 내달리는 소방차의 위용은 마찬가지.

 

 

그런데 참 번쩍번쩍, 얼핏 보기에도 관리도 잘 되어 있고 굉장히 신형인 차들이다. 새빨간 도색은 말할 것도 없고.

 

 

소살리토의 샵들, 레스토랑들, 까페들과 자그마한 갤러리들을 휘적휘적 둘러보고 나니 두어시간.

 

 

자전거 주차는 아무데나 하지 말라고 경고판이 사방에 붙어있지만, 사실 또 그렇다고 유료로 주차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진의 포인트가 저 자전거 주차금지 표지판인 건 아니랄까.

 

 

화단이 잘 정돈된 모양새나, 천박하지 않은 간판들이 차분하게 늘어선 모양새나. 제각기 개성있는 건물들하며.

 

 그 와중에 소살리토의 메인로드로부터 샛길로 빠지는 왼갖 골목길들이 호시탐탐 여행객들을 노리고 있다.

 

 금문교를 건너 자전거로 여기까지 온 여행자들은 대개 페리를 이용해서 샌프란 시내로 돌아가는데, 대충 두어시간이면

 

돌아갈 수 있는 길이니 그냥 사람들 배타는 것만 조금 구경하다가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비지터 센터의 호호백발 할머니 말씀이 맞았던 거 같다. 뭔가 특별히 볼 게 있다거나 즐길 게 있는 곳은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맞이하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의 풍경과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소살리토란.

 

 

 

금문교의 붉은 실루엣을 옆에 치워둔 채, 세찬 바닷바람에 긴치마를 펄럭거리며 갈매기를 불러들이던 그녀.

 

하늘로 쭉 뻗어올린 그녀의 손에 화답하듯 주위에 내려앉은 갈매기들은 과자 부스러기보다 그녀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의 북쪽끝에 위치한 항구지역, 피셔맨스 워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자전거 대여점, 시간당 8달러였던가에

 

일단 세시간을 약정하고 빌려서는 저멀리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붉은 금문교를 향해 출발.

 

금문교 반대쪽을 찍고 돌아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대여점 아저씨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문제는 금문교로 향하는 길에 계속 밟히던 풍경들. 오른쪽으로 끼고 향하는 샌프란시스코 만에서는 악명높은 수용소

 

알카트라즈섬 내부의 건물과 시설물들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고.

 

 

 이리저리 휘영청 종횡하는 부두 시설들이 보여주는 리드미컬한 곡선들과 시퍼런 바닷물 역시.

 

 

 

중간에 잠시 녹색빛 가득한 공원을 가로질러 달리기도 하고. 알고 보니 샌프란시스코는 공원 투어가 있을 정도로 공원이 많다고.

 

 수백척의 요트가 대규모 공용주차장의 차들처럼 빽빽히 열맞춰 주차되어 있는 정박장을 지나고.

 

 

 어느새 이만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야외전시물들이 놓인 새초록 잔디밭 너머로는 붉은 금문교가, 앞으로는 개장수 아저씨가.

 

 

자전거 전용도로의 방향을 일러주는 표지판, 바닷바람에 지친 듯한 피로한 낯빛이 맘에 들었다. 

 

 돌아보면 생각보다 먼 거리처럼 보이기도 하고, 금문교까지 닿는 길이 제법 오르막과 내리막이 랜덤으로 이어지는 편이다.

 

 그래도 중간중간 이런 사진찍기 딱 좋은 명당들을 마주치는 재미. 그리고 조금씩 금문교가 육박해들어오는 생생한 실감까지.

 

 

 

 시간대에 따라 금문교 위의 통행로를 자전거에 교차해서 오픈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표지판이 이만치 닳았을만큼 오랜 룰인 듯.

 

 

그리고 사진찍기 좋겠다 싶은 포인트에는 어김없이 바글거리는 사람들. 저 꼬맹이들은 무슨 수학여행이라도 나온 듯 시끌벅적.

 

 바야흐로 금문교 진입 직전. 360도로 크게 회전하는 길 중턱에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는 금문교와 함께 한 장.

 

 다리 양쪽으로 나 있는 인도 겸 자전거 도로는 생각보다 좁아서인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온갖 규정들이 입구부터 빼곡했다.

 

 

 금문교를 건너다가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풍경. 꽤나 멀어 보이는 게, 자전거로 쉬지 않고 달려도 삼십분은 걸리겠다.

 

 조금 땡겨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시내.

 

No U Turn. 자전거나 보행자를 위한 표지판은 아니고 실은 자동차들 보라는 표지라지만 왠지. 뭔가 계시를 받는 느낌.

 

 굉장히 고풍스럽고 우아한 금문교의 준공기념패랄까나. 청동덩어리를 양각한 듯한 모양새하며 그 클래식한 글씨체까지.

 

 

 

 뭐라더라, 선진시민은 우측통행이라던 어느 정부의 강변과는 상관없이 좌측통행을 하되 대체로 내키는 대로 보행중인 미국시민들.

 

 

 금문교 저너머로 보이는 건물들의 군집이 바로 소살리토. 시간만 괜찮으면 저기까지 내달려도 좋을 듯 해서 고민고민하던 중.

 

보통은 저기까지 내달리고는 페리에 자전거째 싣고 피셔맨스워프로 돌아오는 코스를 많이들 탄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금문교 건너편에 도착. 이쪽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또 다른 맛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내려다보기 좋은 트윈픽스 발치, F라인 전차의 서쪽 종점이기도 한 이쪽 미션Mission 지구 곳곳에는

 

성적소수자의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는 중이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의 전향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이 곳,

 

특히나 돌로레스 대성당 어간에서부터 시작되는 발미 앨리Balmy Alley에는 1970년대 이래 진보적 아티스트들이 그렸다는

 

그래피티들이 골목들을 온통 점령하고 있는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평온한 일상이 흘러다니는 깔끔하고 단정한 큰길, 어느 길모퉁이에서 예기치 않게 나타난 전복의 순간.

 

 그리고 골목 담벼락을 온통 활용한 화려하고 입체감 넘치는 벽화.

 

 

비록 살짝 지린내도 나고 인적도 드물어 조금은 염려스럽기도 한 구간도 있긴 하지만, 차들이 늘어선 큰길가에도 그래피티의 축복이.

 

1776년에 지어져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오랜 건물이라는 돌로레스 대성당의 종탑. 이 위에서라면 울긋불긋하게 단풍처럼

 

번져나간 발미 앨리 지역의 그래피티들의 물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말에는 세 차례씩, 2시간 동안 이 곳에 그려진 60-70여개의 벽화를 감상하는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고도 하는데,

 

혼자 돌아다니기보다는 아무래도 대낮 시간에 단체로 가이드를 따라 움직이는 게 안전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혼자 이 구역을 돌아다니는 게 위험하다고 느꼈다거나 곤란을 겪었던 건 아니고, 워낙 골목마다 숨어있는 그림들이

 

많아서, 잘 아는 사람의 안내가 있었다면 더욱 알차게 돌아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정도랄까. 요런 귀여운 토끼도 놓칠 뻔 했다.

 

 

성긴 철창이 가로막은 건물 외벽에도 누군가의 손길은 여지없이 거쳐갔다. 거대한 연꽃을 타고 있는 부처가 샌프란시스코에 현현했다.

 

 

 

정교하고 잘 안배된 기하학적 무늬가 차고 하나를 통째로 감싸버린 풍경이라니, 작업했던 모습을 상상해보게 만드는 풍경이다.

 

 조던의 드리블 장면이 붉게 두드러진 농구 골대에 내리쬐던 햇살, 좁다란 골목 양켠에서 형형색색의 색채를 밝힌 그래피티들.

 

 

 

 이름 모를 성당-혹은 교회-옆구리에도 그래피티의 가차없는 스프레이는 비켜가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성당의 위신을 고려했는지 만화체로 그려지긴 했지만 예수와 성모..인 듯한 캐릭터들이 독특한 수인을 맺고 있다.

 

 

 사실 벽화보다는 이런 그래피티가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좀더 본격적이고 멋진 그래피티를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가 하면 작정하고 캔버스로 벽돌담 벽면을 활용한 듯한, 무려 호랑이와 상어 간의 일촉즉발 격돌 장면.

 

 사실 발미 앨리 아니어도 샌프란시스코의 곳곳에서 숨어있는 벽화, 혹은 그래피티들을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아마도, 카센터의 내려진 셔터에 그려진 그래피티. 이 정도면 나름 상업적인 목적에도 충실하면서 미적인 기능까지 놓치지 않은 수작. 

 

 

 혹은, 뜬금없지만서도 파라오의 토실한 입술이 센스넘치게 가리키고 있는 소화전의 붉은 주둥이.

 

 이 건물은 GLBT 역사 박물관, 그러니까 게이(Gay), 레즈비언(Lesbian),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의

 

역사와 투쟁을 담고 있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당당하게 펄럭이는 무지개 깃발만으로도 뭔가 상쾌하다.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래피티, 혹은 좀더 포멀한 차원의 벽화들. 아래는 작년인가

 

금문교를 배경으로 치뤄졌던 세계 요트대회의 한 장면을 건물 벽면에 재현해 둔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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