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더블린 오피스, 유럽의 주요 사업본부들이 모여있는 곳이라서 굉장히 번화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도심에서는 꽤나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몇 동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5동의 건물을 쓰고 있다고.


출입구야 물론 사방에 있지만 그래도 더블린 오피스의 메인 출입구라면 이곳, 구글(Google)의 알파벳 철자를


하나씩 떼어서 형상화해둔 공간들이 택을 찍어야 들어갈 수 있는 출입구 전후에 걸쳐 늘어진 리셉션 공간.

 

 

 

그리고 출입문 옆에 외부인들을 위해 열려있는 다소곳한 미팅공간.


 

거대한 G자의 머리를 지붕삼아 만들어진 리셉션, 대략 천명의 더블린 소재 구글러들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트레이닝을 받은 11층 높이에서 바라본 더블린 전경. 하버를 옆에 둔 건물인지라 배들도 보이고.

 

두어 곳의 카페테리아 중 아침을 먹었던 곳. 아무래도 유럽의 시간대 중에서 가장 늦다 보니 여덟시쯤 되는


이른 시간에도 많은 구글러들이 아침식사를 하느라 북적북적.


 

멀찍이 보이는 축구 스타디움, 그리고 원형 모양의 성같은 건물은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라고.


세 개의 건물은 이런 구름다리로 이어져 있어서 굳이 차도를 건너는 등의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건물 곳곳에 붙어있는 안내 표지판, 몇걸음을 걸어 몇분 정도의 시간이면 원하는 장소에 도달할 수 있는지.

 

 

어느 오피스에서나 마주치는 거지만 참 기발하고 참신한 구글 장식품들을 곳곳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나름의 문화나 지역성까지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장식들.

 

그래피티를 소재로 한 어느 미팅룸의 데코. 

 

 

그리고 아래의 사진들은 차마 건물 내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여행자 냄새를 피울 수 없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슬쩍슬쩍 촬영한 것들 (photo by iPhone6)




계단을 내려가던 중에 문득 낯익은 공간, 구글의 C-Level 임원들이 종종 등장했던 그 미팅 장소.



카페테리아에서 식사를 할 때, 원한다면 이렇게 샛노랑색 컨테이너 박스 안에 들어가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까페 한쪽에 있던 자전거 거치대를 빙자한 테이블.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더블린식 주택들. 기차놀이를 하듯이 줄줄이 늘어선 야트막한 건물들이 종횡중이다.






구글스토어와 화장실, 미팅룸을 알려주는 센스있는 표지판.










중간중간에 있는 마이크로키친, 아무래도 인원이 많으니까 그렇겠지만 훨씬 먹거리 마실거리가 많이 준비되었다.


온갖 디지털 장비들을 충전할 수 있던 충전소. 


재작년이던가, 저걸 메고 히말라야를 트레킹하면 공짜로 지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막상 실물을 보고 직접 살짝 들어보니 무게가 장난없다. 


마침 더블린 오피스를 방문했던 시기는 St.Patrick데이를 한주 앞둔 타이밍, 나중에야 알았지만 시내는


스물스물 축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오피스 내에도 기념하는 디지털 포스터들이 이렇게 잔뜩.






밤에 되면 이렇게 화려한 불빛을 물들인 구름다리. 





* 정신나간 울릉도 2박3일 도보여행.

 

 

KBS중계소부터 울릉도 성인봉 오르는 길, 계획없이 일행없이, 또 정해진 숙소없이 가는 길이었는지라 그냥

 

내키는 대로 걷고 쉬고 걸었다. 초반에 가팔랐던 비탈길은 정말 쉬엄쉬엄 올랐고.

 

 

 

나무데크로 잘 꾸며진 길을 지나 구름다리를 출렁출렁, 그냥 얌전히 지나려다가 괜히 우다다 뛰어서 건너보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 잠시 앉았다가 누웠다가 온몸으로 그 출렁이는 진동을 맛보기도 하고.

 

 

고사리같은 양치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에선 바람이 일일이 그 조그마한 이파리들을 손잡아주는 걸 보았고.

 

 

안개가 슬슬 서리기 시작하는 울릉도 깊은 산속의 흐릿한 풍경.

 

 

 

 

어디선가 숲의 정령이 톡 튀어나올 것만 같은 그런 풍경이 이어졌다.

 

 

그냥 아무 말없이, 가슴속 깊이 숲의 초록향을 들이마시며,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는 길.

 

 

나무들이 드릴처럼 윙윙 뿌리를 맹렬히 땅에다 대고 회전시켜 박아버린 느낌이다. 덕분에 좁다란 숲길마저 같이 휘감긴.

 

 

 

인적조차 없는 등산로. 쓰레기 하나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는 숲길이어서 문득 현실감이 희박해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퍼뜩 현실에 발딛게 해줬던 건 저런 산악회들의 끄나풀, 그리고 살짝 거슬리던 쥐새끼들.

 

 * 울릉도 때아닌 ‘들쥐와의 전쟁’ (2012. 6. 21, 문화일보)

 

 

기사에 여러 차례 다뤄질 만큼 들쥐들이 창궐한 것도 사실인 거 같고, 고양이가 있는 민가나 마을이 아닌 천적이 없는

 

산으로 전부 올라와 사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뭐..피리부는 사나이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다. (하여간 쥐가 문제...)

 

 

그래도, 들쥐 한마리가 길 앞섶에서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유유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울릉도에서 사는 검은비둘기가 푸드덕거리며 머리 위 나뭇가지를 박차고 도망가는 게 더 사람을 놀래킨다.

 

 

 

 

이런 정경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을까. 그저 아슴프레하고 꿈결같던 풍경.

 

촉촉하게 젖은 공기에 오래 묵은 나무 향기와 흙내음이 가득 담겨있던.

 

 

 

 

그리고 성인봉을 900미터 남겨둔 지점. 도동에서 출발하면 성인봉까지 대충 4~5km정도 소요된다고 생각함 될 듯.

 

KBS중계소를 기점으로 해서도 거리가 별반 차이는 없을 듯.

 

 

 

그리고 초록빛 운무를 꿰뚫고 나려든 빛무리.

 

 

오히려 정상에 오르니 구름인지 안개인지 뿌옇던 시야가 말끔해졌다. 성인봉 중턱에 짙게 드리웠던 커튼을 뚫고 올랐다.

 

 

성인봉 정상의 표석.

 

 

울릉도를 에워싼 푸른 바다와 하얀 구름바다. 그리고 희뿌연 하늘.

 

울릉도의 듬성듬성한 봉우리들이 구름바다 위로 섬처럼 솟았다.

 

 

검은 비둘기가 날고, 온갖 산새들이 지저귀고, 그리고 구름은 잠시동안 지켜보는 와중에도 시시각각 물결친다.

 

 

 

 

 

선유도로 넘어가는 구름다리, 양쪽 기슭에서 시작된 둥근 아치형의 다리가 직선의 교각 위로 불쑥 튀어나온

부분이 재미있다. 날씨가 좀 풀렸더니 그 둥근 다리 위를 쌍쌍이 걷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다리를 건너는데 문득 눈에 띄었던 나무 두 그루. 꼭 짝지처럼 바싹 붙어서서 하나는 강가쪽으로, 다른 하나는

선유도쪽으로 촉수를 쭉쭉 뻗은 모습이 미묘하게 서로를 위하는 것 같다. 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상대를 막아주려 발뒤꿈치 들고 앞으로 용을 쓰는 모습이랄까.

애초 정수시설이었던 이곳, 이전의 모습을 허물어버리지 않고 나름의 미감으로 활용한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삭아내린 시멘트벽 너머로 겨울철을 버텨낸 풀떼기들이 앙상하게 하늘거리고 그 머리 위엔 하얀 달이 조각구름처럼 떴다.

날씨가 좀 풀린 덕분인지 사방에서 카메라를 둘러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었다. 이들은 커플 모델인건가

아니면 무슨 웨딩사진이라도 찍는 걸까.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만난 토끼 한 마리, 요새 공원들에는 토끼를 일부러 풀어두는 건지 작년엔 올림픽공원에서

토끼 뒤를 쫓아달리며 기어코 두손으로 번쩍 잡아올리기도 했었는데. 이녀석도 좀만 발품 팔면 잡을 수도 있을 거

같이 토실토실 무겁게 보였지만, 뭐 잡는다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선유도 공원의 중심부랄까, 정수되길 기다리는 물들이 담겨있었을 정수조엔 이제 찰박찰박하게 빗물이 고였고

정수조 사잇길은 연인들의 산책로가 되었다.

문득 발견한 매미 허물. 지난 여름 매미가 오지게 울어대기도 전에 벗어던진 허물일 테니, 어느새 일년 가까이 된 거

아니려나 싶다. 그런 거 치고는 주둥이 앞섶의 솜털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는 게 신기하다. 이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나온 녀석은 이미 신나게 울어제끼다가 어딘가에서 생을 마쳤을 텐데, 매미도 죽어서 허물을 남기는구나.

가로세로 열맞춰 도열한 수십개의 기둥들이 온통 담쟁이 덩굴에 휘감겼다 했는데 유독 저 기둥 하나만 헐벗었다.

제법 두텁게 겨울옷을 입고 버티는 듯한 풍성한 기둥들 사이에서 더욱 선뜻하니 추워보이는 까실한 시멘트 기둥.

이런 식으로 기존 정수시설의 흔적이 폐허처럼 남아있는 게 맘에 든다. 잘 포장되고 덧씌워진, 확실한 마감이 아니라

이 곳의 기억과 용도가 어느 정도 추측가능한 수준으로 보전되어 있는 편안한 폐허 혹은 재활용품인 선유도공원.


중간중간 이렇게 위아래를 오르내릴 수 있는 구름다리나 계단이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땅바닥에서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시시때때로 눈높이를 오르내리며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점, 평면이 아니라 입체를 걷는 재미랄까.

이 곳의 놀이터 역시 재활용의 미감을 담뿍 흘려내고 있었다. 자연스레 녹슨 철제 튜브가 그대로 미끄럼틀이 되었고

마냥 신난 아이들은 미끄럼틀 출구에서 6중 추돌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다들 뒷목 잡고 일어나기 직전의 모습.

보통 저런 곳에는 꼬물꼬물 조그마한 글씨로 알아보기도 쉽지 않게 누구야 사랑해, 를 적어두기 마련인데 내가

여태 본 낙서 중에 가장 대범한 거 같다. 쪼잔한 수백명이 달라붙어 낙서를 할 수 있을 만한 공간에 저렇게

큼지막하고 자유롭게 글자 여섯개를 남기다니. 대범하고 자유로운 발상만큼 이쁜 사랑하시길.

돌아나오려는 길, 다리 두어개 너머로 시선을 던지면 바로 여의도가 보인다. 국회의사당의 파스텔톤 둥근지붕이

살짝 드리운 안개인지 스모그인지 때문에 더 칙칙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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