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항 앞에 있는 어부의 동상, 손에 실제로 두꺼운 줄이 감긴 채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마치 바다를 끌어당기는 것만 같다.

 

온통 빼곡하게 들어선 채 후끈한 김을 퍼올리고 있는 대게 음식점들. 가게마다 대게 한마리씩 간판에 올렸다.

 

 

구룡포항을 굽어보는 근대문화역사거리에서의 탁 트인 구룡포항 풍경. 어슴푸레한 어둠이 깔리는 시점, 항구 앞 노점들이 발갛다.

 

한쪽에서는 품바 '예술공연단'이 쉼없는 깨방정으로 장터의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지만 늦은 시간 탓인지 한적하기만 하다.

 

삽시간에 까만 어둠이 내려앉은 장터, 과메기와 대게를 파는 노점들은 한산하고 주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서 한담중이던.

 

풍어를 기원하며 배에 꽂아둔 나뭇가지들.

 

 

게섰거라~ 찜통에서 쉼없이 뿜어나오는 하얀 연기엔 촉촉하고 탱글거리는 대게의 바다내음이 섞였다.

 

 

구룡포 앞바다, 파도에 지쳤는지 잠시 항구에 어깨를 뉘인 채 어깨숨을 쉬고 있던 어선의 돛대 위에서 나부끼던 산대.

 

인간이 한발 내딛고 설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며 저런 징표 하나쯤 만들어 달아도 좋으리라.

 

 

 

 

 

포항 죽도어시장을 돌아다니며 찍었던 사진 중에 가장 맘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을 꼽으라면.

 

과메기 축제중인 시장통을 구경하다가 문득 시선을 돌린 한쪽에는 생선을 파느라 열심인 어느 청년이 보였다.

 

대담하도록 치켜올라간 점퍼와 내려뜨려진 츄리닝 바지를 위아래 입술삼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포항은 역시 과메기와 대게의 고장. 시장통 골목 곳곳에서 짙고 풍만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참돔배기라고 불리기도 하는 상어 녀석. 경북 지방의 제수용 생선으로 널리 쓰인다던가. 세모꼴 이빨이 원통하다.

 

원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던 게 원조라고 하는데, 요새는 거의 이런 꽁치로 만든단다. 살가죽이 말라비틀어질 지경.

 

흔치는 않지만 이렇게 청어로 만들어진 과메기도 곧잘 내걸려 있었다. 아쉽게도 이 녀석들은 시식용이 없더란.

 

 좌판마다, 상점마다 맛보기로 내건 (꽁치) 과메기 시식을 하나씩 하며 시장을 걷다보니 배가 부를 지경이다.

 

입으로는 시식을 권하며 쉼없이 과메기의 껍데기를 벗기고 꼬리를 떼어내던 그네들의 손놀림은 가히 생활의 달인급.

 

 아무래도 살짝 찝찝한 건 없지 않았다. 과메기 클러스터, 형님 예산, 만사형통 따위의 단어들이다.

 

포항까지 내려와서 네놈의 이름 석자를 들을 줄은, 그래도 몰랐다.

 

에라이,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하얗게 성에가 내려앉은 동태의 썩은 눈깔같은. 

 

성황이다. 주말이라 그랬는지 서울같은 먼 곳 말고도 인근 지역에서도 총출동한 듯 하다.

 

 꼬리에 철사를 꿰고는 물구나무선 채 해풍에 노닐던 생선들도 있었고.

 

 보기만 해도 묵직하고 맛깔스런 핑크빛의 몸뚱이를 가진, 지느러미가 촘촘한 생선도 있었다.

 

 그런 생선들의 장막 뒤로 손만 바쁘게 움직이고 계신 아주머니들.

 

 그리고 마치 커튼처럼, 시장통의 어느 예기치 않게 한적한 모퉁이에서 건너편 풍경을 미묘하게 가리는 생선들의 버티컬.

 

붉은 대게 한마리가 붉은 벽돌 건물벽을 기어오르다 잠시 쉬어가는 중.

 

그리고, 오랜 세월 사람들의 질척한 발길과 무수한 생선비늘로 갈고 닦인 이곳 죽도시장의 분위기만큼이나

 

운치있고 정감어린 돼지국밥집의 모자이크 창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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