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란 온통 깜깜할 뿐이어서, 대체 어디서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또 해안가인지 전혀 알 도리가 없는 거다.

그건 온갖 네온사인이니 간접조명으로 흐트러진 도심의 어둠에 익숙해던 눈과 마음에 대한 일종의 테러와도

같았는지라 저렇게 뜬금없이 동그마니 놓인 자판기에서 흘러나오는 뿌연 유백색의 불빛조차 위로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내, 까맣게 타버린 어둠 속에서 홀로 저렇게 불을 밝히고 선 허여멀끔한 녀석의 철판 껍데기라거나

차갑다 못해 시린 느낌으로 번지는 불빛이라거나, 채 몇걸음 내닫기도 전에 바닥에 하릴없이 달라붙고 말아선

고작 발끝에만 뭉쳐있는 허약하고 맥아리없는 빛그림자들이라거나. 왠지 월-E의 첫장면이 생각났다.






블로그에 다녀가신 누군가 그랬다. 투르크에 다녀오면 온갖 혹평과 비판, 그리고 이쁜 사진들이 남더라는.

아쉬하바드의 호텔에서 내려다보이던 풍경들이 그랬다. 사진 한장으로 담기지 않던 그 묘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거리들, 자연 풍광들. 특히나 낮에는 낮대로 하얗게 비산되는 햇살 아래서, 밤에는 밤대로 무수한 간접조명을

받으며 반짝이던 하얀 대리석 건물들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뿌연 황사가 사막으로부터 불어와 찌뿌둥한 하늘을 연출하고 있었지만 잠시 변덕이라도 부릴라 치면

굉장히 맑고 파란 하늘을 드문드문 볼 수 있던 곳. 온통 황량하게 마른 땅 위에서 폭폭 솟아난듯한 건물들이

어색하기도 하고, 뜬금없다 싶기도 하고 그랬지만.


밤에는 온갖 각도에서 실루엣과 음영을 잘 잡아주는 간접조명과 가로등 불빛들 덕에 이 황량하고 기묘한, 아직

생성중인 도시의 휑뎅그레함이 많이 감추어지는 거다. 어둠 속에서 둥실둥실 떠오른 하얀 건물들의 윤곽들,

그리고 쉼없는 말줄임표처럼 느껴지는 가로등불빛의 궤적은 왠지 사람을 망연케 하는 별빛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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