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약간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스포일러는 뭐니뭐니해도 "손수건을 준비하라"는 팁..이 아닐지.
사랑하는 열 살짜리 아들이 한순간 눈앞에서 스러져 버렸다. 그것은, 처음에는 사고였다.
나름의 방식으로 슬픔을 가누어가는 남은 세 가족, 에단, 그레이스, 그리고 딸-여동생이 있다.
에단은 아들의 죽음에 대해 비난할 사람을 찾고 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아들의 부재, 그런 당혹스럽고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누구인지, 누가 그의 아들을 치고 도망갔는지 밝히고야 말겠다며 광기에 가까운
집념과 증오심을 불태운다. 어쩌면 그건 그의 아내 그레이스가 자칫 자책감을 갖지 않을까 염려해서, 혹은
자신조차 아내에게 원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에 억지로 몰고 나간 감정인지도 모른다.
한편 그레이스는 이미 떠난 그녀의 아들을 정리하고 남은 가족들을 잘 추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며, 핸드헬드로 촬영되어 연신 경련하듯 흔들리는 화면은 그녀의 바스라질 듯한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더이상 아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 소재니 법적 절차니 운운하며 떠난 아이의
아픈 기억을 들추는 건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가 아픔을 참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맛살을 한껏 찌푸리고 입술에 힘을 주며,
그 슬프고 힘겨운 바람이 멎기만을 조용히 기다리는 느낌. 보고 있는 것조차 너무 아팠다.
사이좋던 오빠를 잃은 여동생은, 영문모르고 분위기에 휩쓸려 비명을 지르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꼬맹이지만
또 하늘에 있을 오빠를 위해 피아노 연주를 바칠 줄도 아는 녀석이다. 어쩌면 죽음 앞에서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라는 식의 당위 없이 있는 그대로 슬픔을 받아들이고 또 보낼 줄 아는 게 아이들 아닐까.
그 사고로 인한 슬픔을 가누어가는 또다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사고를 살인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고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었던 그였는지라, 실수로 쏟아버린 물처럼
의도치 않게 벌이고 만 사고는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과 후회, 괴로움을 안기고 만다. 그렇게 그가
괴로워하면서 시간을 끌고, 거의 반사적으로 증거를 은폐하고, 또 겨우 짜낸 용기도 무성의한 경찰들 앞에서
사그라들어 버리면서 타이밍을 놓치는 사이, 그 사고는 살인으로 바뀌어 간다.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그의 압박감과 죄책감, 그리고 어느새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모든 걸 둔감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끼도록 바꿔버리는 시간의 강력한
산화력에 대항해서, 그와 에단은 계속해서 마주치게 된다. 마주치면서 조금씩 높아지는 가슴의 떨림, 그리고
그 진동을 상대가 눈치채면서 이야기는 폭발하듯 터져오르는 순간으로 급속히 달려나간다.
비극이란 건, 단순히 이야기가 슬퍼서 비극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그 인간의 숙명같은 것..뭐랄까, 어찌어찌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뒤얽히고 결국은 옴쭉달싹 못하게 되는 그런 '통발'같은 스토리를 이른다고 했다.
어느 한편을 들어서 쉽게 다른 한 편을 손가락질하고 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더욱 가슴이 답답하고 꽉 메이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드는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의 비극.
모두가 아픔을 나누어 갖는 것이 사고라면, 누군가에게 아픔을 적극적으로 떠넘기는 게 살인 아닐까.
결국 한 아이의 사고는 남은 가족들이나, 그 죽음을 직접 초래하고 만 당사자, 그리고 그의 남은 가족들에게 모두
견디기 어려운 아픔과 고통을 남긴다. 어쩌면 그들 모두가 그 사고, ACCIDENT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걸 다른 단어가 아닌 '사고'라는 단어로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고와 살인을 구분짓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남은 자들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모두 전가해버리려는 의지를 갖고 행하는 건 범죄, 살인.
그리고 남은 자들의 아픔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모르쇠하려는 게 아니라 기꺼이 내 몫을 나누어 받겠다는 자세라면
실수, 사고.
사고를 낸 드와이트, 죽은 아들의 부모인 에단과 그레이스가 모두 '인간'이어서 다행이다. 그들은 삶을 살아나가다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맞닥뜨렸으며, 그들 모두 그 사고의 피해자였던 것 아닐까..
사랑하는 열 살짜리 아들이 한순간 눈앞에서 스러져 버렸다. 그것은, 처음에는 사고였다.
나름의 방식으로 슬픔을 가누어가는 남은 세 가족, 에단, 그레이스, 그리고 딸-여동생이 있다.
에단은 아들의 죽음에 대해 비난할 사람을 찾고 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아들의 부재, 그런 당혹스럽고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누구인지, 누가 그의 아들을 치고 도망갔는지 밝히고야 말겠다며 광기에 가까운
집념과 증오심을 불태운다. 어쩌면 그건 그의 아내 그레이스가 자칫 자책감을 갖지 않을까 염려해서, 혹은
자신조차 아내에게 원망을 갖게 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에 억지로 몰고 나간 감정인지도 모른다.
한편 그레이스는 이미 떠난 그녀의 아들을 정리하고 남은 가족들을 잘 추스르려고 안간힘을 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며, 핸드헬드로 촬영되어 연신 경련하듯 흔들리는 화면은 그녀의 바스라질 듯한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하지만 더이상 아들의 죽음에 대한 책임 소재니 법적 절차니 운운하며 떠난 아이의
아픈 기억을 들추는 건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다.
그녀가 아픔을 참고 있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맛살을 한껏 찌푸리고 입술에 힘을 주며,
그 슬프고 힘겨운 바람이 멎기만을 조용히 기다리는 느낌. 보고 있는 것조차 너무 아팠다.
사이좋던 오빠를 잃은 여동생은, 영문모르고 분위기에 휩쓸려 비명을 지르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꼬맹이지만
또 하늘에 있을 오빠를 위해 피아노 연주를 바칠 줄도 아는 녀석이다. 어쩌면 죽음 앞에서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라는 식의 당위 없이 있는 그대로 슬픔을 받아들이고 또 보낼 줄 아는 게 아이들 아닐까.
그 사고로 인한 슬픔을 가누어가는 또다른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사고를 살인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있었고 난생 처음으로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었던 그였는지라, 실수로 쏟아버린 물처럼
의도치 않게 벌이고 만 사고는 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과 후회, 괴로움을 안기고 만다. 그렇게 그가
괴로워하면서 시간을 끌고, 거의 반사적으로 증거를 은폐하고, 또 겨우 짜낸 용기도 무성의한 경찰들 앞에서
사그라들어 버리면서 타이밍을 놓치는 사이, 그 사고는 살인으로 바뀌어 간다.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그의 압박감과 죄책감, 그리고 어느새 돌아가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모든 걸 둔감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끼도록 바꿔버리는 시간의 강력한
산화력에 대항해서, 그와 에단은 계속해서 마주치게 된다. 마주치면서 조금씩 높아지는 가슴의 떨림, 그리고
그 진동을 상대가 눈치채면서 이야기는 폭발하듯 터져오르는 순간으로 급속히 달려나간다.
비극이란 건, 단순히 이야기가 슬퍼서 비극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그 인간의 숙명같은 것..뭐랄까, 어찌어찌
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뒤얽히고 결국은 옴쭉달싹 못하게 되는 그런 '통발'같은 스토리를 이른다고 했다.
어느 한편을 들어서 쉽게 다른 한 편을 손가락질하고 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더욱 가슴이 답답하고 꽉 메이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드는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의 비극.
모두가 아픔을 나누어 갖는 것이 사고라면, 누군가에게 아픔을 적극적으로 떠넘기는 게 살인 아닐까.
결국 한 아이의 사고는 남은 가족들이나, 그 죽음을 직접 초래하고 만 당사자, 그리고 그의 남은 가족들에게 모두
견디기 어려운 아픔과 고통을 남긴다. 어쩌면 그들 모두가 그 사고, ACCIDENT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걸 다른 단어가 아닌 '사고'라는 단어로 지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고와 살인을 구분짓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남은 자들의 아픔을 누군가에게 모두 전가해버리려는 의지를 갖고 행하는 건 범죄, 살인.
그리고 남은 자들의 아픔을 타인에게 떠넘기고 모르쇠하려는 게 아니라 기꺼이 내 몫을 나누어 받겠다는 자세라면
실수, 사고.
사고를 낸 드와이트, 죽은 아들의 부모인 에단과 그레이스가 모두 '인간'이어서 다행이다. 그들은 삶을 살아나가다
예기치 않은 사고를 맞닥뜨렸으며, 그들 모두 그 사고의 피해자였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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