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줄요약)

1. 난 굳이 전철에 시사인을 놓고 내린다.

2. 시사인을 보니 구 서울역사에서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을 한다더라.

3. 오르세 미술관보다 매력적인 공간이 생겨난 게 아닐까. 가보련다.



조금 안 좋은 습관인지 모르겠지만, 출퇴근길 오며가며 시사주간지를 읽고 나서는 꼭 머리 위 짐칸에 그 잡지를

얌전히 놓고 내리곤 한다.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고, 5호선처럼 종점에서 차고에 들어갔다가

한번 싹 쓰레기를 치우고 다시 나오는 데 말고 2호선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만약 운이 좋다면) 최대한 수거하시는

분들 눈에 안 띌 수 있는 데로 나름 신경도 쓰고 있다.


조금은 사람들이 내가 보는 잡지를 함께 봐줬으면 하고, 그로부터 조금은 더 색다른 시각과 생각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어서 굳이 그러고 있다. 그래서 내가 잡지를 위에 올려놓자마자 누군가 덥썩 집어갈 때 참 기분이 좋다.


저번주 시사인 69호(09. 1. 5일 발행)에 나왔던 기사 중에, 구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에

대한 내용을 읽고선 꼭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관련기사 : 옛기차역에 걸린 인간이 만든 풍경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80)



벽지가 너덜거리고 파이프 배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으면서도, 세월의 더께가 입혀져서 뭔가 미묘한 느낌과

함께 따뜻한 운치가 느껴지는 서울역사 건물은 굳이 뭔가 더 손대고 이뿌게 꾸밀 필요 없이 독특한 미술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옛 역사가 미술관으로 변신한 사례는 이미 파리에서 오르세미술관을

둘러봤기 때문에 별로 낯설거나 생뚱맞지는 않았다. 외려 무지 반갑기도 하고, 우리나라에도 저런 시도가

가능하다니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꼭 가보고 싶어졌다.


오르세미술관처럼 구 서울역사도 이전에 특징적이던 전면의 커다란 시계를 여전히 작동시키고 있을까. 그리고

오르세미술관처럼 그곳의 높은 천장을 그대로 살린 채 정말 탁 트인 느낌으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을까. 어쩌면

금빛으로 번쩍거리며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의 오르세미술관 보다는, 약간 쇠락한 듯 하면서도 온기가 여전한,

서울역사의 때묻고 살짝 꾸질하기까지한 외관이 더욱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

([파리여행] '오흐세미술관'이라고 읽어야 파리지앵?(http://ytzsche.tistory.com/174)




새롭게 메탈과 유리로 치장한 초현대식 서울역사가 생겨나기 전까지, 드문드문 기차를 타던 기억이나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누군가를 마중갔던 기억, 그리고 그 역사 앞에서부터 깃발든 단체들이 모이기 시작해 집회를 하고는

소공동 쪽이나 종로쪽으로 거리 행진을 함께 했던 기억들. 공식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원래 1월 15일까지 하기로

했던 "서울국제사진페스티벌"을 2월 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단다. 아마 생각보다 찾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그건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탓일 수도 있고, 또 이런저런 기억이 서려있을 서울역사에서 새로운 기억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설렘과 기대 탓일지도 모른다.


다만..계속 쓰면서 불편한 건데, 구 서울역사 구 서울역사 라고 되뇌이는 거 좀 바보같다. 뭔가 이뿌고 그럴듯한

이름이 있으면 좋겠고, 그전에 그 공간이 계속 예술과 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동대문운동장이나 서울시청 별관(..이던가)처럼 오래고 낡았다고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능사는 아닐 테니까.


꼭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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