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위드블로그에 종종 앨범이 리뷰대상으로 오르고 있지만, 위블에서 올린 음반 리뷰의 첫대상이었던 '화나'

힙합앨범이 운좋게 당첨된 이후([FANATIC] 생기다만 귀로 듣는 화나의 힙합.)로는, 전혀 당첨의 기회가 없었던지라
 
아쉬워 하던 참이었다. 아마 그때의 리뷰가 맘에 안 들었나보다, 역시 내 귀는 생기다 말아서 누군가의 음악을

평한다는 게 가당치도 않은 소리로 들렸나보다..여러 가지 자책감과 자괴감이 물밀듯 몰려오던 중.


"클래식/크로스오버 뮤직의 센세이션! 본드와 바네사 메이보다 업그레이드된 21세기형 클래식 밴드"라고?

본드는 제임스 본드를 말함인가 했지만, 여튼 바네사 메이는 안다. 그녀의 바이올린 연주를 나름 좋아라 하며

찾아들었던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니, '21세기형 클래식 밴드'란 단어가 와닿는다. 오호...냉큼 신청.

"레드 제플린의 'Kashmir',엔니오 모리꼬네의 'Chi Mai'라니요..이 두곡을 어떤 식으로 재해석해서 연주했는지 꼭 듣고 싶습니다. 비록 제가 바네사 메이밖에 모르고 본드가 누군지, 에스칼라가 누군지 듣도 보도 못했지만 바네사 메이보다 업그레이드되었단 게 대체 어떤 느낌일지 맛보고 싶네요."

라고 알랑방귀 아닌 알랑방귀를 뀌었더니, 뿡, 소식이 왔다. 역시 방구가 잦으면 또...흠, 여튼.

앨범 포장지에도 붙어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최종전까지 진출했던 그녀들인 게다. 하긴 데뷔 앨범에서

'Palladio', 'Kashmir' 두 곡이 동시에 싱글 차트에서 대박을 냈다니 실력은 인정받고도 남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들어보니 2번 트랙 Palladio와 3번 Kashmir, 그리고 7번 Chi Mai와 9번 Serabande가 가장 귀에

꽂힌다. 주로 가사없는 클래식 음악이나 뉴에이지 음악류는 틀어놓고 쭉 BGM으로 쓰는 터라 따로 트랙번호나

곡 이름을 확인하는 일이라곤 좀처럼 없는데, 이렇게 네 곡은 앨범을 들춰 제목을 다시 확인하고 말았다.

특히 Palladio는 그녀들이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들고 나간 곡이라던데, 아마 그 쇼에 나가서 처음 이 곡을

선보이던 순간, 심사위원들은 이런 느낌을 받았지 않을까. 포장지를 쭉 잡아찢어 그녀들의 음악을 좀더

맛보고 싶다, 대체 이 세련되면서도 파워풀한 곡 흐름은 뭐지, 두 대의 바이올린, 한 대의 비올라, 한 대의

첼로로 이렇듯 풍부한 감정을 탄주할 수 있다니. 아마 그랬기에 최종전까지 올라갔었으리라. 다른 재해석된

곡들도 물론 멋졌지만, 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빛나는 곡이 바로 Palladio인 것 같다.


나름 클래식한 우아함, 장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스피디함과 보다 드라마틱한 궤적을 화려하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 잘 모르겠지만, 이 씨디를 아예 차에다 갖다놓고 시간날 때마다 듣게 되는 걸

보면 뭔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는 거다. 아마도 다음 앨범이 나온다면, 한번쯤 살지 말지를 고민하게 될

법하다. (물론 그 전에 리뷰대상으로 나온다면 꼭 뽑아주세요~하고 저요저요 하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기억 속의 흐릿한 바네사 메이보단 파워가 약하면서도 좀더 풍부한 화음이 장점이지 싶다.

아무래도 솔로와 밴드의 차이겠지만. 점수를 주라면 솔직히 바네사 메이에 쏠리겠지만, 데뷔 초의 그녀와 비기는게

공정한 거고, 그렇다면 글쎄. 오십보 백보의 점수를 받지 않을까.

멋진 앨범이었지만, 다만 한 가지. 배송 상태가 왜이렇게 엉망인지 씨디 케이스를 열자마자 나뒹구는 씨디와

옥수수 강냉이 이빨빠지듯 사방으로 튀겨나가는 씨디 케이스 쪼가리들. 에어캡을 좀더 감던가 택배직원에게

좀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청하던가, 씨디를 열 때마다 조심스레 수평맞춰 여는 일이 없도록 다음번에는 신경을

좀 더 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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