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과거를 싫어하고 다른 누구의 과거도 싫어한다. 나는 체념, 인내, 직업적 영웅주의, 의무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운 감정을 혐오한다. 나는 또한 장식미술, 민속학, 광고, 발표하는 목소리, 공기 역학, 보이스카우트, 방충제 냄새, 순간의 사건, 술 취한 사람들도 싫어한다."

2월은 진중권의 마그리트 강연회, 그리고 시립미술관에 가서 마그리트를 만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확정.


이번달에 언어교육원에서 3월개강프로그램 홍보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두번이나 했었다. 엊그제에

친한 후배랑 같이 경영대서
301동까지 걸어다니며 200장 가까운 포스터를 붙였는데, 그만 내 실수로 포스터

종이에 그녀석 손을 베어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종이에 손을 많이 베어본지라, 베일 때의 화끈함과 살꺼풀이

쫘악 갈라진 그 선명한 비주얼함, 그리고 그 따꼼따꼼한 느낌같은 것들이 그대로 내게 재현되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문제는,
그리고 나서 학교 곳곳에 우리가 붙인 포스터를 보거나, 그러한 빳빳한 종이로 된

포스터 종류를 볼 때마다 내 손에서 그런 감각이 되살아난다는 것.

종이베임공포증..이랄까. paper-scar phobia.(이런 단어가 있으려나 몰겠다)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더니, 오늘은 어떤 종이를 보던 그 느낌이 생생히 살아난다.

순서도 :

종이를 본다 -> 종이가 칼날처럼 내 손을 가르는 걸 상상한다 -> 화끈한 느낌이 손에서 척추를 타고 올라온다 ->

살이 열린다 -> 빨간피가 스물스물 배어나온다 -> 찌릿찌릿하게 아픈 느낌이 이제야 전해진다 -> 호기심에

상처를 잡고 양쪽으로 벌려본다 -> (휴지로 피를 닦고 나면) 안쪽의 하얀 부위가 보이는데 뼈가 보이는 거라고

내맘대로 생각해버린다 -> 겁먹는다 ->약처바르고 일주일동안 밴드감고 다닌다, 너넨 뼈본적 있냐고 자랑한다

-> 이 상처로 인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가까운 이들이 안타까워하며 울부짖는 모습을 그리며 눈시울이

붉어진다..이상의 사고과정 도합 2초 어간.


흠..빨리 치유해야겠다. 이놈의 종이베임공포증. 일부러 종이 모서리에 슬슬슬 손가락을 비비대고 있다.

공포의 대상과 친숙해지는 것이 효과적일 거라는 나름의 처방.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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