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주.

오늘 새벽 문득 발동된 금주령. 기자질한답시고 그간 쉼없이 술마시며 돌아다닌 게 많이 맘에 안드셨던 게다.

내 8년간의 생활..대학이나 군대나..에서 술 때매 버린 시간이 대체 얼마나 되냐고, 너처럼 술 많이 먹는 녀석

첨봤단 얘기에 불끈 금주 선언. 결국 금주령이 아니라 자체 금주선언인 셈인가..얼굴이 좀 많이 부어버린 걸로

봐서, 함 쉬어가줄 타이밍이긴 하다.



#2. 인턴.

굳이 정리라고 할 건 아직 모르겠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기자에 대한 열정이나 동경없이 들어간 탓일까. 훨씬

강하게 하고 싶은 말들 찍찍 해대고, 부사장이랑도 티격태격하고..고시공부하느라 한쪽으로 잔뜩 휘였던 가지를

반대쪽으로 홀딱 급꺾음하는 시늉인지도 모르겠고, 내 속내를 정련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고. 어쨌거나 부질없이

강성좌파 이미지만 바람이 들어가버렸다. 조만간 펑..할지도.


그렇지만 인턴기자질이 끝나고 났더니 또다시 레테르가 휘발되어 버렸다. 뭔가 손에 쥔듯한 안락감이 날아가

버리고, 태엽조차 미처 다 감기지 않은 어정쩡한 장난감처럼, 비실비실대고 있다. 레닌식으로, "What is To Be

Done?"이라는 호기로운 외침은 이제 이물감이 느껴진다. 그 기반이랄 "What Should I Do?"를 되돌이켜 보고

있다.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즐겁지도 않은 되먹임.



#3. 글.

이미지겜을 이토록 집요하게 줄구장창 했던 적이 처음이라 그럴까. 내 이미지란 거, 그보다 말과 글이란 거,

무기력하기도 하지만 치명적이기도 한 거 같다. 말의 주술력. 난 소설쓰기엔 그다지 관심도 없지만 재능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의 감정을 단도리하기에도 버거운데, 뜬금없이 펄떡이는 글을 써대고 싶지는 않았다. 글은..

아무때고 뱉어질 수는 없는거다.



#4. 사람.

다들 어학연수던, 교환학생이던 다녀온 재원, 재자들.ㅋㅋ 날카로움과 둔중함을 고루 갖추고 있는데다가,

풀어내는 말과 글에 자유로이 악센트, 크레센도, 피아니시모 등을 붙여가며 조이고 풀고, 그렇게 흐름을 통제할

줄 아는 사람들. 사람을 끄는 매력이란 게 이런 거구나, 라고 일깨워준 사람이 있었고, 내게 부족한 것들이 이런

거구나..라고 내 머리를 두드려 주기도 했고. 졸지에 친구들이 잔뜩 늘어버렸다. 멋진 사람들.




#5. 지리산.

용케도 지리산을 향한 마음은 살그머니 간직해두고 있었는데, 정말..가야겠단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안다. 단지 거기까지 가는 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궤적에 우겨넣을 사념과 시간이

필요하단 건 알고 있다. 화욜..가면 목욜쯤 올 수 있겠지 싶다.



..납작하고 까만 작은 돌로 수제비를 뜰 때의 느낌. 어디론가 향하지 않으면 가라앉아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조바심. 수면을 위태롭게 가로지르는 돌 중 하나, 제일 무겁고 뚱뚱한 거 하나는 '마음'이란 건지도 모르겠다.

뭐, 그냥 맥락없는 잡념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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