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립영화협회와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개최하는 “아시아 독립영화의 오늘” 기획전 티켓을 받게 되었다.

3월 13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에 나온 14편의 작품 중에는 '똥파리', '농민가', '개종자', '유토피아' 등

투박하고 날것의 느낌이 풀풀 풍기는 제목도 있었고, '리버 피플'이니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나 조금은 더 제목에

신경을 쓴 듯한 영화도 있었다.


그 중 시놉시스로나 제목으로나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것은 양익준감독의 '똥파리'란 작품이었다. 오늘 아침 신문에

이 작품이 프랑스 도빌 영화제에서 대상과 국제평론가 협회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났던데..아쉬운 일이다. 

내가 보았던 "멘탈"이란 영화는 너무 길었고, 너무 난해했달까. 무려 두시간 십오분동안 영화를 보고 나니 완전히

지쳐버렸댔다.


멘탈. MENTAL. 精神. 정신질환자들이 겪고 있는 두 가지 질병에 대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들이 '정상인'과 달리 앓고 있는 특정한 질환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들이나 다른 '정상인'를 막론하고

잠복해있는 '정신질환자' 혹은 정신병자 혹은 (막나가자면) 미친사람, 또라이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 당장 내가

모종의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고 하면 영화 속 그들이 보여줬듯 사회로부터 완전히 밀려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주변인의 시각에서 굳이 냉랭함과 두려움을 읽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화는 2시간 내내 그들이 사실 그렇게 두렵지 않으며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음을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병원에서나, 가정 도우미가 드나드는 집에서나,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카메라를 따르다 보면

그들의 앙상하고 낯선 이미지에 살이 붙고 피가 돌면서, 그들도 별반 유별난 구석 없는 사람이라는..그런 식의

진부한 결론을 향해 치닫는 듯 하다.


그렇지만, 마지막 15분쯤 카메라는 한 정신질환 노인이 복지시설 내로 들어와 자신의 일을 보는 것을 실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 15분간 솔직히 그 노인이 어떻게 그렇게 막 나갈 수 있는지, 주위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대로 하는 태도를 보며 복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런 거였을까? 쉽사리 '그들과 우리는

다르지 않은 같은 사람'이라며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 것과, 직접 그들의 복지와 생활을 챙겨야 하는 입장에서

맞닥뜨리는 건 역시 다르다고? 고작 15분여 그 노인의 언행과 태도를 마주했을 뿐인데도 참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의 의도인 걸까, 아님 나만 그렇게 느낀 걸까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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