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워진 테입에 덧씌워진 '새롭고 오랜 기억'.
제리(잭 블랙)이 사고로 자석인간이 되고 나서 친구 마이크(모스 데프)가 일하는 비디오 가게의 비디오 테입이
전부 지워진다. 그렇게 아무 내용이나 기억도 없는 상태로 돌아간 채 허망한 타이틀과 앙상한 시놉시스만 걸치고
남아있는 테입들이지만, 그들의 필사적이고도 기발한 재창조 과정을 거쳐 다시 새롭지만 익숙한 무엇들을
품게 된다.
옛 영화들과 닮아 있으면서도 묘하게 코믹하고, 또 묘하게 감탄하게 만드는 그들의 새 영화들은, 마치 자신의
실수로던 어떤 이유로던 서둘러-예기치 않게-지워버린 과거의 사랑을 다시금 기를 쓰고 기억하고 각인해낸..
그런 결과물과 유사한 것 같기도 하다. 큰 얼개와 스토리 전개는 비슷하다 해도, 자신의 입맛과 현재 상황에 맞춰
이리저리 각색되고 힘을 덜 빼고 더 넣은 장면들.
그들의 '새롭고도 낡은' 영화는 대박이 났다. 사랑이 지난 후의 '새롭고도 낡은' 기억 역시 대개 대박이 되던가..?
그건 잘 모르겠다. 어쩜 평생 품을 가슴시린 추억이 될 수도 있겠지만.
#2. 지워지는 '파사익의 팻츠'에 덧씌워지는 '새롭고 오랜 기억'
비디오 가게 주인 플레처(대니 글로버)는 이 마을, 파사익(Passaic)과 자신의 가게가 있는 건물에 얽힌 '팻츠'란
재즈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하곤 했다. 사람들이 그 뮤지션을 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비감한 마음을 갖고
있던 그였지만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라곤 마이크와 제리 뿐이었던 듯 하다. 건물을 철거하려는 당국의 시도에
끈질기게 저항해 보았지만 끝내 일주일 후 건물이 해체되기로 통보를 받은 날, 그는 사실 '팻츠'와 그 건물, 그리고
그 마을을 묶어주던 자신의 이야기가 거짓임을 고백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이야기의 재구성. 신부님, 독실한 교인,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마을 사람들이 풀어내는 '구라'들이
희미해지다가 급기야 펑, 소리내어 부정당할 뻔 했던 '팻츠'와의 이야기끈을 더욱 딴딴하고 풍요롭게 비끄러
매어주는 동앗줄이 되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곤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을 불러낼 만큼 힘있는 '사실'이 된다.
그렇게 가게 주인 플레처가 지워 버리려던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던 이야기는 다시금 생명력을
얻고 또다시 '새롭고도 낡은' 기억으로 화한다. 그건 더이상 플레처가 말했던 그 내용과도 다르지만, 또 예전과
같이 얄팍하고 의미박약한 이야기도 아니다.
#3. 시간에 씻겨나가는 기억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실 'Be Kind, Rewind' 이 영화 코미디라고 분류되어 있다. 그냥 배우들의 재기발랄한 표정과 연기를 즐겨주고,
또 노골적으로 조악한 특수효과, 그렇지만 그 통통 튀는 상상력과 표현력에 탄복하며 살짝 마지막에서 감동해
주면 그만일 영화인데, 괜히 심각한 척 다른 데를 보며 되도 않는 의미를 부여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비카인드 리와인드', 되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도로 의역될 수 있을까. 비디오 가게에 크게 적혀
있기도 한 이 제목은 그렇지만 괜히 이런저런 다른 생각으로 나를 계속 몰고 간다.
"종종 짜증나고 싫던 기억들, 다시 되감아 조금 더 여유롭고 아름답게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만의 기억이라 여겨지던 것, 다시 되감아 우리의 기억으로 만들어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만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완전히 잊혀지기 전에 말입니다...
나만 가슴이 살짝 아프게 본 걸까. 모르겠다.
덧댐. 참, 영화를 다 보고 이 영화 출연진들을 일별하는데 깜짝 놀랬다. 시고니 위버가 나왔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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