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여개의 언덕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샌프란시스코, 십분이 멀다하고 귀를 째는 불쾌하고도 폭력적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빨간 불자동차. 그때마다 불이 난 건 아니고, 한국의 119아저씨들이 그러하듯 온갖 응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또 훈련도 더러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북쪽 해안의 소방서 앞에서 만난 새빨갛고 번쩍번쩍하는 소방차가 신기해 다가가는 내게,

 

이미 언제부터인지 열심히 구경중인 다른 사람을 만났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를 의식하지도 못한 채 요모조모 뜯어보느라 정신이 없는 아저씨.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를 보더니 씩 웃으며,

 

정말 멋지지 않냐. 그런다. 그러게, 진짜 반짝거리는 데다가 굉장히 복잡해 보이네. 저 버튼을 누르면 물이 나가는 건가. 라는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대화를 이어나가며 둘이서 열심히 불자동차 견학중.

 

 

그렇지만 옆면의 저 수많은 버튼과 계기판들, 그리고 팬톤의 색깔조견표에 나와도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선연하고 아름다운 색깔들까지.

 

한국에서도 불자동차를 이렇게 가까이서 뜯어본 적이 없다 보니 잘 모르겠지만, 소방차란 게 이렇게 복잡한 기계였구나 싶다.

 

 

미국의 소방서에는 모두 이런 마크가 붙어있다고 한다. 같이 소방차를 신나게 구경하던 아저씨가 알려줬다.

 

그런데 어디서 왔니. 한국에서 왔어. 노스코리아? 라고 묻고는 피식 먼저 웃어버리는 싱거운 아저씨. 나는, 아이를 무사히

 

버려도 된다는, 마치 재활용품 표시와 같은 저 표시의 섬뜩함에 잠시 경직되었다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복잡한 심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보너스샷. 샌프란 시내를 하릴없이 걷다가 마주친 어느 건물의 방화조. 새빨간 뚜껑 세 개와 맨아래 홀로 튀는 금속제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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