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올림픽공원,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집 바로 옆에 있었어도 한번을 제발로 갔던 적이 없던 곳인데,

막상 멀어지고 나니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평화의 문...


사실 올림픽공원도 내가 변해온 만큼이나 계속 변해왔다. 몽촌토성의 자취를 따라 그럴듯한 산책로가 차례로

정비되었고, 변변한 구멍가게 하나 찾기 쉽지 않던 곳에 디초콜렛이니 스타벅스니 많이 생겼다. 이런 곳 근처에

살고 있는 건 정말 꽤나 멋진 장점을 안고 있는 셈인데, 사실 지금도 선릉공원이 멀지 않은 곳이면서도 거의

본체만체 중이니 할 말이 없다. 

회사 동기들과 갔던 길이었다. 두툼한 것들이 시야를 가리고, 어둠이 내려앉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선명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무슨 그림자극같기도 하다.

우아하게 커피를 꼬나쥔 녀석, 그리고 다소 소심한 듯 조용한 몸짓으로 고요를 지키고 있는 녀석, 길이와 굵기로

다른 사람들을 압도하는 녀석, 그리고 긴머리 여자사람 하나까지. 이제 뒷모습만 보아도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이 쌓이고 있다.

뭔가 부조화스러우면서도 그럭저럭 뒷태가 괜찮은 건, 이들이 남자사람 둘과 여자사람 하나로 묶여서가 아니라

그냥 친구들이어서다. 워낙 개(성)스럽고 확실한 성깔들을 가진 분들이라 쉽진 않지만, 그래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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