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형 전투복에 무장을 단디 한 미군이 총을 꼬나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림만 아니었으면, 언뜻 비치는

글자로 추측컨대 아프가니스탄의 미를 대표하는 "MISS AFGHANISTAN" 정도로 기꺼이 오독해낼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지인이 아프가니스탄에 다녀오며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군의 피엑스에서 선물로 사가져온 것이었다. 여전히

산발적인 전투가 진행중인 배틀필드, 실제로 탱크들이 저렇게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기동하고 다니는 게 전혀

낯설거나 드문 풍경은 아닐 거다. 

험비를 타고 경계중인 미군. 모랫빛 황량한 풍경에 건조하게 녹아들어간 사물들이다. 그러고 보니 포장박스도

은근히 모래색의 위장술을 전개 중이다.

태스크포스 로지스틱스. 미군의 로지스틱스, 미군의 피엑스는 아프간에도 이런 맞춤형 머그컵을 팔고 있었다.

드디어 박스 안에서 튀어나온 머그컵, 손잡이가 붙은 모양이 왠지 아프간같은 곳에 딱 어울릴 법한 실용성을

강조하는 것만 같았다. 디자인이나 장식이 지워지고 전적으로 실용성에 포인트가 맞춰진 듯한.


그래도 아프가니스탄 전도와 몇몇 주요 지역이 표시되어 있었다. 많이 익숙한 지명들, Peshwar니 따위도.

작전명은 Enduring Freedom이었구나. 무려 Int'l Security Assistance Force. 그놈의 씨큐리티를 미군들이

지켜내고 있는 건지 헝클어뜨리고 있는 건지, 혹은 보다 정확히는 헝클어뜨리고 다시 쌓고 있다는 게 맞겠지만.

여튼 굉장히 자족적이고 자기애적인 작명이다.

'미스 아프가니스탄'으로 끊겨 읽혔던 문구의 풀 버전은 다음과 같다. 'Mission in Afghanistan'.


어디고 여행을 다녀오면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을 하나쯤 남겨오고 싶은데, 아프가니스탄 정도 되는 곳에

다녀왔다면 미군 피엑스에서 요런 기념품 하나 괜찮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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