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녹색식물에 잡아먹힌 듯한 건물, 시멘트의 날빛깔이 그대로 드러난 벽면에서는 녹슨 쇳물이 눈물자국을

남겼고 무시무시하게 자라난 덩굴식물과 잡초들은 건물을 안팎에서 온통 포위했다.


그 와중에도 허름한 창문으로 빗겨내는 풍경은 용케도 푸르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

비단 그 한 구획만이 아니다. 건물 전체가 온통 위아래에서 진격해 들어오는 초록빛 전사들에 포위되고, 포획되고

포승줄을 이고지고 말았다. 그야말로 폐허.

저 정도면 엔간한 사람은 저 뭄을 삐걱, 여는 동작 하나에도 적잖은 부담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무섭도록

싱싱한 저 초록빛 대궁과 줄가리들을 갈갈이 찢어놓아야 비로소 열릴 법한 저 초록빛 매듭으로 꽁꽁 옹쳐매진

듯한 문 앞에서. 에라, 짓기는 인간의 손을 빌어 지어졌으되 이제 니네꺼 해라. 이러면서.

그런 폐허였다. 저렇게 유리창 안쪽에 소담하고 복스러운 꽃덩이를 뭉클뭉클 품고 있던 곳은 그런 폐허였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저건 인간의 손으로 섣불리 되어질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 눈감고 있던 공간에도

엄연히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무언가 움트고 자라고 피고 지는 그런 생동감이 가득 차 있음을 항변하는 듯한

그런 포스를 내뿜고 있는 무엇이었다.

꽉 찬 공간을 밑에서 차곡차곡 채워나가는 듯 했다. 초록빛 잎사귀들은 도도하게 건물 내 공간을 잠식하고

온통 차지한 채 창밖으로 그 부피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언젠가 저 문을 열면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얌체공들처럼

덩굴손들이 사방으로 뻗쳐나갈지도. 혹은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해 어느 순간 문짝을 온몸으로 밀며 바깥세상을

채워나가기 위해 후퇴없는 전진을 계속할지도. 겨울이 오기 전까지.





@ 헤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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