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벤츠껍데기 버스를 타고 도착한 카파도키아. 제대로 잠을 못 자서 온통 뻣뻣해진

몸뚱이를 끌며 펜션에 들어섰지만, 테라스 쪽에서 보이는 풍경이 날 다시 분기시키기에 충분했다. HP +100.

온통 뾰족뾰족하게 갈아진 듯한 바위산에 자그마한 구멍이 난 채 옆의 구멍에선 연기가 뻐끔뻐끔 올라오는 천혜의

펜션인 거다. 바위집..이라는 표현도 부족하고, 토굴, 아니 바위굴...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저런 투어 중에 고민하던 참이었던지라, 우선 혼자 러브밸리라는 펜션 뒤쪽의 협곡을 트레킹하고 돌아오니

1시반, 왜 이름이 러브밸리인지는...ㅋㅋㅋ

잠시 쉬었다가 이곳에서 새로 만나게 된 휴학생 아가씨와 장기여행중인 아저씨하고 넷이 로즈밸리 하이킹을 시작.

기암괴석군들을 뚫고 다니며 자연의 낯선 풍광에 감탄하기도 하고, 그런 거칠고 황량한 곳에서 주거지를 파내고

종교를 고수하는 인간의 신념에 또한 경의를 표하면서 밧줄도 타고 기어오르기도 하고, 더러는 미끄러지고 그런

재미있는 코스였다. 저 너머 노출된 불그스름한 사면이 장밋빛이라 하여 로즈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여기서의 해지는 장면이 정말 멋지다고 하는데, 담에 직접 차몰고 다님서나-아마도 신혼여행쯤에ㅋ-볼 수 있을까.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색색으로 염색한 시루떡이 각각 만들어진 제조일자가 달라 굳은 정도에 차이가 나는

거라. 해서 비나 바람에 씻길 때 말랑말랑한 것부터 떨어져나가다 보니 야리꾸리한 형태의 바위들이 남게 된 것.

사진으로 보니까 별반 실감이 덜하다만은..

비록 풍경이 워낙 압도적이고 광활해서 바싹 붙어선 상태에선 그림에 채 담기지 않는다는 치명적이고 안타까운

면을 계속해서 한탄할 수 밖에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그길을 지난 후에야 내가 어떤 코스를 지났었는지 조망할

수 있다는 상식의 울림을 크게 해 준 것에 감사할 뿐.

아저씨가 사진을 좀 찍을 줄 아는 듯하여 먼저 내가 모델 역할을 해주고 그것과 똑같이 아저씨를 찍어주며 카메라
 
찍는 법 실습하는 식으로 많이 찍었다. 암만 생각해도 내가 가져간 필름이 많이 부족할 듯 하여 그 아저씨와 그런 

일종의 '공조'를 했던 건데, 결과적으로는 그 아저씨는 사진을 꼭 이메일로 보내주겠노라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내가 담긴 사진들을 전부 들고 날라버렸다. 난 그의 약속만 믿고 내 필카를 최대한 아끼고 있었기에

이곳의 사진들이 많이 남지 않는 비극이 벌어졌다는...


아마도 직장을 관두고 마음을 정리하러 세계여행을 다니는 중이라 했으니, 디카의 용량이 부족했으려니...

하지만. 그 아저씨는 내가 만난 대표적인 여행 '속물'이었다. 어디를 가던, 무슨 풍경을 보고 무엇을 먹던

꼭 한 마디. 이건 어디어디보다 못하네, 어디어디랑 똑같네.


많이 다녀봤다고 자랑하는 건지. 아니 다녀봤다는 일정을 들어보니 파리서 삼일, 런던서 삼일..머 그런

식이던데...내가 파리에서만 일주일 넘게 있었어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판에, 인증샷만 찍고 다니셨나.


아저씨, 그런 식의 싹둑 자르는 말은 속으로만 하시던가. 아니...속으로만이라 해도 그렇다. 돈을 싸짊어지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으나, 기껏 마음 정리하러 세계를 돌고 있다면서 여기와 저기를 꼭 그렇게 평가하고 비교해야

속이 시원하시겠수. 그냥 그곳을 느끼고 즐기면 되는 거 아니냔 말입니다.

그리고, 만사 제쳐놓고 여행이야 알아서 자기 느낌대로 떠나고 배우고 즐기는 거니까 터치 안 한다 치면..

했던 약속은 지켜야 할 거 아니냐구요. 당신 때문에 군대 휴가때마다 나와서 노가다 하며 번 돈으로 떠난

한달여의 귀한 여행 중 며칠간의 기록이 완전히 증발해 버리다시피 했단 말입니다.


어쨌든, 여행 다니시며 마음 좀 정리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난 참 기분이 그랬던 냥반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선입견'이 있었던 내게, 그런 다소 눈먼 호감은 위험하다고 알려준 사람 중 하나.

여기저기 다녀봤다고 자랑하듯 말하는 사람이나 이런 식으로 뭘 느끼는지 모르게 여행을 다니는 사람

(물론 전적으로 내 기준이지만), 혹은 심지어 게임기를 들고 다니며 이동 중에,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하는

사람까지. 난 그런 여행 속물이 아닌 채 여행을 계속하고 싶었다.




톱카프 궁전...이 지독히도 눈을 괴롭히는 궁전 기본 입장료가 15000, 보석관이 별도 10000, 하렘(여성전용 궁전

칸이라 해야하나;)이 별도 15000쯤 되던가. 안력을 만땅으로 돋구고, 쉴새없이 전후좌우위아래를 탐색해도

여전히 볼 것이 남던 그곳, 무지하게 화려한 온갖 치장과 혹시 한군데라도 빼놓을까 편집증적으로 치장된 기둥

-대들보-천장.
 
금남의 구역이던 하렘의 웬지모를 폐쇄적인 분위기와 화사한 장식들, 그리고 보석관에서 전시된 84캐럿 다이아를

위시한 보물들은 별도의 비용을 내고 들어갈 값어치가 충분히 있었다.

톱카프 궁전의 내실에서 발견한 절라 편해보이는 긴쿠션을 가진 의자, 게다가 어딜 가나 놓여있는 저 '향로'..?

온통 흰색과 파란색을 쓴 이즈니크 타일들과 천장 가득 조각된 문양들, 그리고 아낌없이 쓰여진 금색의 화려함은

곳곳에 놓인 보물류와 비싸보이는 도자기류들과 더불어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머...정신없이 보고 나왔는데,

대략 사람 살 곳은 못 되는 듯.ㅋㅋ

톱카프 궁전에서 어찌나 지쳤던지..하렘 입장표 끊고 난입직전 잠시 쉬는 중에 한 장. 아, 내 앞의 그 프랑스

아줌마 어찌나 싸가지 없던지...마구 허공을 찔러대는 손가락과 함께 blurblur..so be quiet, 이 지랄.--+ 하렘은

그 자체로 완결된 구조를 지녔다는 느낌과 더불어, 왠지모를 여성의 향기가 은은히 남은듯한 환상..마치 여행내내

차도르를 쓴 여성들의 눈을 보며 얼마나 이쁘실지를 상상하며 즐거워했듯.

톱카프 궁전의 뒷뜰에서 함께 하루를 빡시게 돌았던 누님들과 함께.

여행의 둘째날, 의욕에 불타던 나는 누님들을 독려해가며 오전, 오후를 상당히 밀도있는 스케줄로 함께했었다.

제대한지 기껏 5일 지난 군바리에게나 가능할 그런 스케줄을 소화해내느라 급기야, 한 누님은 터키식아이스크림

돈두르마를 먹고서 갑작스레 더위도 같이 먹었단 걸 깨닫고...담날 카파도키아로 가는 껍데기만 벤츠였던 잔뜩

구린 버스를 결국 다른 누나랑 나만 타야했던...그래도 이땐 마냥 좋았는데^^; 톱카프 궁전의 뒤뜰서 이스탄불의

시가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많은 모스크와 미나렛들에 감탄했었는데, 이집트 가보니 여긴 장난이었던 셈이다.ㅋ


보스포러스 해협에선 아시아와 유럽과 아프리카가 만난다고 한다. 한강둔치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던 그곳...

이 바다를 따라가면 한켠엔 흑해가, 한켠엔 지중해가. 그리고 지구는 둥그니까 언젠간 동해까지도 닿지 않을까

따위 망상에 잠시 젖기도 했었다. 흑해의 바닷물이란 어찌나 시퍼러둥둥하던지.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팔던 고등어케밥,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내가 이곳을 여행했던 2004년만

해도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던 듯...바닷가에 정박해둔 배에서 고등어를 쉴새없이 구우며, 바게트빵사이에

토마토나 양배추와 함께 꼽아서 1,500,000터키쉬리라에 팔았던 듯. 말하자면 고등어샌드위치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 애초엔 엄청 비리지 않을까, 좀체 빵 사이에 생선을 끼워먹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 싶었지만..

먹어보니 무지 맛있었다. 터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맛보고 오겠다고 다짐할 만큼, 유니크하고도 맛났던

샌드위치.


아, 1,500,000터키쉬리라였다곤 하지만 0 세개 떼고 생각하면 대략 한국돈으로는 1,500원쯤? 이란 이야기. 이걸

하루종일 빨빨거리며 다닐 때 점심으로 먹었었던가..그러고 보면 여전히 군바리 마인드가 강했었더랬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끼고 선 예니 사원을 뒤로 하고. 나중에 이곳에선 왠 '미친 할배' 하나와 손짓발짓으로 싸우고

말았다는.




아침 6시부터 움직이기로 누나들과 약속했었는데, 암만해도 의욕이 지나쳤었던 것 같다. 전날 이스탄불을

떠난다는 여행자로부터 론리플래넷 흥정하고 정보도 얻고 하느라 늦게 잤던 탓도 있고, 아무리 그래도 6시는

너무 이르다는 이야기도 있고 해서 밥먹고 8시 넘어서야 여행 시작.


히포드롬이라 해서 원형극장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다 허물어지고 남은 건 카르낙신전에서 들고 온 오벨리스크와

몇 개 벽돌찌끄러기들. 이 누님들 사진찍기를 얼마나 좋아하던지, 1000장 찍기가 목표라 했건만 이 속도라면

며칠도 안가 1000장쯤은 우습겠다 싶다. 디카를 사들고 왔어야 했는데 그럴려면 노가다를 몇주쯤 더 해야

했을 테니 여행 자체가 틀어졌을지도 모를 일, 어쩔 수 없었던 셈이다.

블루모스크는 안쪽의 거대한 돔과 타일로 이루어진 벽면이 인상적이었다. 전혀 이슬람 문화와 접촉이 없었던 내가

처음 밟은 모스크였다. 독특한 건물 모양, 그리고 파스텔풍의 색감이 참 부드럽다는 느낌..그 옆에 서 있는

아야소피아는 오백년전부터 계속 개축된 건물이라는데, 천장의 화려한 당초무늬라거나 꼬불하게 이어지는

그림같은 글씨들이 워낙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어서...목이 아픈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바라보게 만들었다.

회칠이 벗겨지면 다시 덧칠하는 정도에서 끝내며 계속 '현재'에 소용되는 건물로 쓰이던 그 건물들이, 이제는

모두 볼썽 사나운 파이프 따위로 얼길설기 엮인 스피커와 감시카메라, 조명같은 것들로 포박당한 채 그저

과거의 유물로 고정되어 있었다. 더이상 생명이 이어지지는 않는 '관광지'의 느낌.

바로 옆에 붙어있던 아야소피아..하기야 소피아..라고도 하고, 소피아 대성당이라고도 하고, 그 다양한 명칭은

보르포러스해협에 자리해 아프리카와 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요충을 잇는 이곳 이스탄불의 종교적 위세의 격변과

성쇠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애초 모스크였다가, 잠시 교회로 개축되었다가, 다시 회칠되어 모스크로 쓰였던

그곳은, 이제는 활짝 무장해제된 채 각국의 다양한 종교인들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상숭배가 금지된 이슬람 교리에 따라 모스크 내에는 아무런 조각상이나 상징물이 없다. 다만 이슬람 세계의 중심인

메카의 카바 신전을 지시하는 구조물이 있으니, 사진의 조형물이 바로 그 방향을 나타낸다. 이슬람교도들이 기도를

할 때는 모두 이 곳을 향해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며, 메카의 방향을 정확히 잡기 위해 고대 이슬람의 수리지리학이

발달한 것이라고도 한다.


터키 물가는..그럭저럭 한국과 비슷한데, 숙박비가 싼편이다. 5~7$이면 하루밤 묵을 수 있으니..근데 입장료가

열라 비싸다.(지금은 아마 화폐개혁을 했다고 알고 있지만..) 아야소피아 입장료도 15,000,000 터키쉬리라(혹은

15,000bin). 오전의 지하궁전은 10,000터키쉬리라(혹은 10,000bin). 거기서 000을 빼면 대략 한국의 가격으로

환산이 가능했다. 그치만 예산 빠듯한 갓 군필자에겐 너무 혹독한 느낌을 안겨주던 그곳의 화폐 단위.

지하궁전의 온전함과 메두사의 뒤집어진 머리는 과거에도 그런 단절이 없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악의로던, 혹은 무의도적이던. 마치 거대한 연못을 지하에 파놓은 듯, 으슥하면서도 살짝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그곳에서 수백수천년동안 물에 찰박거리며 씻기우고 있던 메두사의 뒤집어진 머리조각이라니.

마침 지하의 그곳에는 우리 일행밖에 없이 한산했던 터라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도 더욱 큰 반향을 가지고

사방에서 메아리쳤고, 지하 특유의 냉기가 목덜미의 땀을 앗아갔던, 그런 특별했던 기억.





공항까지 가는 길이 어찌나 덥고 등짐은 무겁던지, 여기서 벌써 이렇게 진한 육수가 흐르는데 터키나 이집트에선

괜찮을지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공항서 기어코 무료 인터넷컴을 찾아 숙제처럼 친구에게 인사를 남기고, 터키항공

비행기를 타고 창가쪽 자리에 앉았다. 앉고 나서 보니 창가쪽 자리란 초짜를 위한 자리구나 싶은 게, '우익'에 가려

잔뜩 갑갑한 창 너머 시야에 더해 옆좌석에 타자마자 담요를 머리까지 덮어쓴 채 뒤척이며 잠을 청하는 아주머니를

보며 후회하고 있을 때였다.


왠지, 이 담백한-꾀죄죄한-아줌마가 어디선가 낯이 많이 익다는 신호가 마구 쏴지는 거다. 이미 그녀가 신문을

활짝 펼쳐서 읽는 것을 보며 살짝 빈정이 상하기는 했지만, 아님 말자는 심으로 '혹시 누구 닮았단 이야기 들어보지

않으셨나요?'라 말을 걸었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누구를 닮았을까요?'라고 되물음으로 답하길래 에라, 모르겠다

싶어 '한비야씨 많이 닮으셨어요.'라 했더니 답이 돌아왔다. '제가 한비야에요'ㅋㅋ


그렇게 트인 말문은 이스탄불에 도착할 떄까지, 구호활동, 여행, 종교, 국가관, 역사, 외교부, 김선일 사건 그리고

이라크전, 민주노동당에 이르기까지 참 많이도 이야기하고 술마시고 건배하고 그렇게 이어졌다. 저마다의 쓰임이

있고, 영역이 있고, 세상일이란 어느 한명이 다 맡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소신에 투철한 '누님'이었다. 그녀의

겸손함은 어쩌면 종교의 힘일지도 모르겠지만, 결국 신념과 열의는 사람에 기대어 분출된다. 누님과의 이야기중에

잡은 화두 하나, 내가 효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것. 인삼같은 만병통치약이 아닌 바에야.


누님은 이라크 국경에서 민간구호활동을 하러 가신다며 이스탄불 공항에서 아쉽게 헤어졌다. 이제 다시 혼자

시작하는 여행이구나, 싶었는데 공항서 왠 아가씨 둘이 환전하느라 낑낑대고 있는 것을 돕다가 합류하게 되었다.

친절한 터키인의 도움으로 메트로와 트램을 거쳐 '동양호텔'에 체크인, 야경이 어찌나 멋지던지 한시정도까지

밖에서 아야소피아와 블루모스크를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Efes 한 캔을 홀짝홀짝.


지금까지의 1/4에서 3/4까지가 올해 찍은 사진들로만 고른 거라면, 마지막 4/4는 지금까지 곱게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채 빛을 못 보고 있던 사진들 중 그나마 인물이 소거되어 있거나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진. 사실은

조만간..아마도 조만간 내 블로그에 전부 글과 함께 올리려고 하는 사진들인데, 어느새 사진공모에 몹시 몰입한

터라 우선 몇 장 올려본달까. 6월이 좋겠다 싶은 사진들. (자꾸 머릿속에서 '6월은 호국보훈의 달' 어쩌구 음산한

목소리가 맴돌지만, 꿋꿋이 거부하는 중..)

#1. 태국 농눅 빌리지의 프렌치 가든.

#2. 태국 농눅 빌리지의 프렌치가든2.

#3. 태국 아유타야사원의 어느 길.

#4. 방콕 인근 어딘가의 높은 사원.

#5. 그 태국 방콕 인근 높은 사원에서 내려다본 아랫풍경.

#6. 태국 농눅 빌리지 안의 어느 정원길.

#7. 태국 어딘가의 수상 시장.

#8. 태국 아유타야 근처던가..코끼리와 사이좋은 아저씨.

#9. 태국 꾸란섬 가는 길의 해변가.

#10. 태국 수상 시장위 벌려진 좌판대들.

#11. 6월엔 아마도 부처님오신날. 태국의 어느 사원.

#12. 태국 아유타야 사원의 부처상.

#13. 태국 위만멕궁전의 처마.

#14. 터키의 파묵칼레. 하얀 수반에 담긴 하늘빛 물결.

#15. 터키 파묵칼레 위로 쏟아지는 햇살.

#16. 터키 에페스의 원형극장.

#17. 터키 카파도키아, 땅에서 솟아난듯한 버섯마을.

#18. 터키 카파도키아, 러브 밸리란 이름의 유래는..?

#19. 터키 카파도키아. 뒷편의 장미빛 고운 로즈 밸리.


오늘 예약했놨던 항공권을 예매하면서 여행 준비가 끝났다.

국제학생증도 만들었고, 여행자보험도 들었고, 티켓팅도 했고 여비도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는 모아서 환전했구.

짐싸야 할 것들 목록도 챙겨봤고, 여행수첩도 마련했고.


음...이제 떠나기만 함 되는군^^*

그래도 연초에 삘받아서 계획했던 거, 글구 최대한 내힘만으로 가보려 한 거 대략 성공한 거 같아서 뿌듯하네.ㅋ

첨엔 동유럽을 가볼까 했다가 중동쪽으로 선회해서 4개국 정도 욕심부렸지만, 머, 터키 열흘, 이집트 열이레쯤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누군가 유격훈련가냐고 걱정하길래...ㅡ.ㅡㆀ


이제야 살짝 긴장도 되지만 그보다는 역시 흥분흥분.ㅋㅋ

오늘은 홍대입구 쪽서 일을 했는데, 용접봉에서 뿜어나오는 빨간 쇳물방울이 머리위서 폭격하는 와중에 4층높이로

100키로짜리 ㄷ자 프레임을 200개 올리는 졸라리 빡센데다가 사실 '일당잡부'가 해서는 안될 일을 하고 말았다.

어찌나 짱나던지.--++

게다가 인력소 측에선지 아님 그 현장 측에선지 내 일당 5천원이 새고 있었단 말이다. 밥값 만원 포함해서 칠만원,

소개료 오천원 빼고 오만오천원을 받아왔다던데, 현장서 하는 말은 총 칠만오천원, 밥값빼고 육만오천원에서

소개료를 10%빼는 게 아니냔 얘기.


거기서 쭈욱 일하던 용역아저씨들 살벌히 욕해가며 열받은 모습도 볼만했지만, 용역업체 소장이랑 현장 책임자를

통화시켜 누가 거짓말하는지 확인해보자는 내 말에 걍 우물우물 넘기려는 모습이 참...할아버지뻘 되는

아저씨들한테까지 농을 건네며 하대하는 소장의 위세란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또한 '경험'삼은 알바생의 입장과 선택의 여지없이 '밥줄'삼은 직장인의 입장..그런 차이.


이제 며칠만 더함 아마 앞으로 내가 '알바'삼아, '경험'삼아 노가다를 뛸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묘한

자유스러움으로 먼지와 흙이 범벅된 차림으로 돌아다니거나(용산역 만남의광장), 묘한 기분으로

근처 유흥가를 돌아다니는 커플을 보거나(한양대, 홍대입구), 혹은 체력이 바닥에 떨어진 걸 절감하면서 그저

시간만 기다리며 헐떡이기도 하고, 아저씨나 나같은 알바생들이랑 무지막지한 스킨십을 거쳐 친해지기도 하는

그런 일이었던지라...재미있었다.ㅋ
제대 전날까지도 작업 절라게 시키는 이넘의 부대인지라 나역시도 원래는 오늘부터 쭈욱 작업이 있었던 게다.

콘크리트 비벼서 흡연장 다시 만들고-저번 외박때 경력을 쌓아놔서 다행이다..그땐 칠만원이었는데..ㅠ.ㅠ-

내무실 건물 도색 다시 싹 하고..젠장, 더이상 말하기도 짱나는군. 그나마 직전에 나간 녀석들처럼 위험한

제초작업이 아닌게 다행인가.


어쨌거나, 시간이 해결해 줄테고, 여행 계획 다 짰다.

터키 11일, 그리고 이집트 17일.

애초에 생각했던 터키-시리아-요르단-이집트가 무리였다 싶어서, 일단 글케 경로를 축소하고 깜냥을 줄여낸담

계획을 짜다 보니까 처음 생각했던 것보단 덜 아쉽네. 내 첨 계획을 본 누군가 그랬듯 유격훈련 가냐는 식의

일정이 아니라, 터키-이집트를 좀더 여유롭게 '즐기는' 데 충분할 거 같기도 하고.


뭐랄까, 못가본 길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가게 될 길에 대한 기대나 설렘..이 역시 훨씬 크다. 단순해서 그런건지,

아님 '현실적'인 틀지워짐을 납득한 탓인지 간에, 의외성과 불확정성이 점차 줄어가고 일종의 '정향'이 가다듬어

질수록 일말의 안도감이 드는걸 스스로 느끼고 있다. 흠...글타고...내가 무슨 계획만능주의자라거나

짜여진 대로 안가면 클나는줄 아는 넘일 턱도 없고, 여전히 이집트 쪽의 일정은 닫혀 있지 않으니...


여행 계획 '대략' 다 짰다고 얘기해야 할라나.
티켓을 예약했다.

이스탄불 in, 카이로 out. 일정을 짜다보니 계속 질문이 생긴다.

뭘 보려 하는건지. 무얼 기대하며 가는 건지.


구체적으로는, 섭렵하는 나라수로 치면 자그마치 4개국을 한달만에 주파한다는 걸 내 자신에게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국경에 개의치 않고, 걍 북회귀선을 넘어 적도로 달리는 그 코스의 몇개 지점들을 꾹꾹 눌러 밟으며..예컨대

터키의 안탈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어디의...이런 게 아니라 걍 사람 사는 곳, 글케 둘러보려한다.


여행, 몇 군데의 꼭 보고 싶은 장면들..터키의 카파도키아라거나,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요르단의 와디럼 사막,

아님 이집트의 피라밋과 나일강위를 미끄러지는 펠루카...그런 것들을 꾹꾹 눌러 밟으며 나머지는 최단경로상에서

해결해 봐야겠다. 자꾸 스케줄 잡다보니까 시간이 참...모자르단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어.ㅋ


어느새 이럭저럭 쌓아놓은 자료가 A4 한권(250장)이 넘어버렸다. 그걸...짱날 때 담배를 입에 무는 대신

눈에 물고 있다.
예순이 넘은 아저씨하고 같이 일하면서 참 많이도 이야기했던 날이었다. 울 집이 둔촌동이었던 시절..날 '도시'와

연결시켜줬던 2호선 성내역 옆에 자리잡은 '노동현장(절라 뻘쭘함..이단어는 내 취향이 아냐..ㅋㅋ)'이 그간의

작업공간과는 어찌나 판이한 질적 퀄리티를 갖고 있던지.


일거리를 맡기면 대략 될 만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 알아서 하게 냅두고..괜히 이일저일 못시켜서 안달인 나쁜넘이

없다. 화장실에 똥피라미드 군락이 형성되어 나로 하여금 뚜껑을 덮고 그위로 올라가게 하는 일도 없었으며..

저번 때와는 달리 콧물딱을 일없는 따스한 봄볕에 마음이 쾌청하였던 터에..무엇보다도 일거리자체가 그다지

힘들거나 오염스럽지 않았던 거다. 덕분에 일하다 쉬는 타이밍에 문자도 여기저기 날려보고 했던 거구.ㅋ


그냥, 날 자게 냅두지 않는 모종의 일로 말미암아 3시반에야 잠들고 5시에 인나야 했던 거...그 피로함에 맞물려

내게 다시금 '현실'을 들이대고 만 사건...어쩜, 오늘처럼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새롭게 하늘을

바라보는 것 그자체로...내 여행은 이미 애초 생각했던 때부터 시작되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라며 물러서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오늘처럼, 작업을 위한 먼지구덩이의 남루한 작업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내가 뽑아든 나의 작업복, 새로

빨아진 채 작업날을 다시 기다린 째진 청바지, 이번에 부대에서 업어온 얼룩무늬 잠바, 그 색깔이 왜 그리 선명하고

화사하던지 스스로 눈치가 보일 지경이었다. 그 위화감을 의식하고 있다가..몇분 지나지 않은 횟가루 풀풀

날리는 작업에 금세 '낡아버린' 모습에 맘이 편해졌다.


오늘은 같이 일했던 사람들도, 나하고 같이 금방 '낡아버린' 거 같아서...봄볕을 즐기기에 별다른 애로가 없었달까..
엊그제, 둘째날 갔던 현대산업개발 오피스텔 현장 갔다가...잠시 옥상서 시멘트푸대 나르던 중 코엑스에 한눈을

팔았는지 못을 '삽입'해 버리고 말았다. 발바닥에다가. 푸욱.

자재에 박혀있는 못이 각목을 받침삼아 하늘로 솟은 자태가 워낙 공공연하기로 항시 주의깊게 발딛을 곳을

마련하고 있었으나, 벌써 몇번씩 운동화 바닥이 못을 맞이했다가 내 발바닥의 눈부신 반사신경에 기대어

소박놓기를 거듭했던 터였다. 그치만 푸대의 무게가 어깨에 실리고, 고개의 움직임이 180도로 제약되어 버린

상황에서 더구나 뒷걸음까지 쳐버렸으니.


무언가 쑤욱 피부조직을 날카롭게 헤집고 들어오는게 꼭 주사맞는 느낌이 들었다. 절라 큰 콘크리트 못.

10센치는 되려나..쫌 깊게 박혔는지 발을 들고 휘둘러도 각목이 발바닥에 붙어있다, 달랑달랑 딸려서 말이지..쳇.

어느새 땀에 흠뻑 젖은 채 신발과 양말을 벗고 주저앉아 피를 빼내고 있었더니 작업반장님이 '연장'을 들고 쪼그려

앉는다. 망치로 발바닥을 치니까 그 리듬에 맞추어 피가 뽁,뽁,뽁 뿜어나왔다. 제길, 한두대는 아프더니 그담엔

발바닥이 얼얼한게 마비된 느낌이다, 내발같지가 않은..--ㆀ


대충 피가 다 나왔다 싶으니까 반장님 얘기가, 파상풍걸릴 수도 있으니 집에 가서 약 사 먹으란다. 소염제.

그리고는...계속 나르랬다.-.ㅡ^


오후에, 콘크리트국물이 14층부터 비산되어 마침 옆에 있던 주차장 차들에 잔뜩 튀었단다, 튀었다고 닦으랜다.

갑자기 세차요원으로 변신해서, 차를 한 스무대 닦았다. 그러고 나니 또 딴 쪽으로 가자고, 그쪽이 더 급하다고

델꼬 간다. 크라이슬러 한대랑 엑센트가 완전히 점박이가 되어있었다. 자재반장도 나오고 호스까지 동원되서

-걸레질 잘못하면 상처난다고-차를 닦기 시작했다. 크라이슬러만. 비싼 차니까 조심하라고 잔뜩 호령해대며

이것저것 반말로 시키는 게 절라 맘에 안들었는데, 30분동안 그 차 한대에 네명이 달라붙어 완전 새차를 만들어

버렸다.


그리곤 어디서 비니루 갖고 와선 차를 아예 포장을 해버린다. 마른 걸레로 물기까지 싹 제거하고는 비니루로 차를

감싸고 청테이프로 고정시켜 버렸다. 그 사이, 옆에 있는 액센트는 머...가끔 호스의 물길이 엇나가면 잠시

씻겨지고 옆차에 달라붙은 사람들이 몸으로 뭉개면 그때서야 잠시 닦여지고. 

걸레질 함 대충 하고, 대충 비닐로 덮어놓고 치웠다.


처음엔 외제차랍시고 절라 알아서 '기어주는' 분위기에 맘이 안 들었는데, 차닦다가 5시반이 넘어버리니 나중에 걍
 
세차하는 일 자체가 맘에 안 들었던 거 같다. 아님 나흘만에 첨으로 반말지꺼리하는 씹탱을 드뎌 만나서였는지.

결국 왜 기분이 드러워져 버렸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채 5시 40분이 되어서야 일을 끝냈지..


물론 공사장측서 차를 닦아줘야 하는 게 맞을 텐데, 그 닦아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조차 상대와 자신간의 거리..

재정상태..혹은 그 상징에 따라 절라 편파적이라는 게 맘에 걸린다. 그게 실제로 편의적이어선지-돈많음 목소리도

클테니 나중에 골치아플수있겠지-아님 합리적이어선지-비싼 차니까 여차해서 보상들어감 부담되겠지-모르겠지만

액센트 타는 사람이 얼마나 불만 갖겠어, 외제차 타고 다니는 사람이나 권력있다는 사람들, 그리고 그에 따라

이렇게 다른 대접을 받는다는 게..
오늘은 창동, 북한산 인수봉이 희뿌연 스모그 사이로 희끗거리는 아파트 신축공사장에 갔었다. 완죤 전국구로

돌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침에 5시에 인나서, 창동역 앞서 바리바리 작업복을 가방에 담은 아저씨들 만나 북한산

I'PARK 공사장으로 갔었지...여긴, 얼마전 내무실서 후임들이 서울 여긴 얼마짜리고 저긴 얼마짜리고-마치 서울

사는 사람은 그 모든 집값과 노른자위를 다 꿰차고 있는 양-물어보는 와중에 내게 들이대졌던 신문광고에

나왔었기 땜시 기분이 묘하더군.ㅋ


첫날은 비록 17층짜리였다 하나 지하4층서 일했고, 어젠 15층짜리 건물 15, 14층서 일했고..오늘은 24층짜리 옥상,

그니까 25층서 눈 치웠다, 오전 작업. 눈치우는 거야 워낙 '단련'된 일여서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했으되, 워낙

꽁꽁 얼어붙어서 마치갖다 깨가면서 모닥불에 지져감서 진행해야 했어서 생각보다 오래 지체..


공사장용 엘리베이터-일명 호이스트카-가 강풍에 휘청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사방이 뚫린 그곳은 어제보다도

삼엄하던 것. 오늘 간 곳은 특이하게도 아주머니들이 '오야지(작업반장)'로 있어서 아저씨들이 꼼짝못하고

아줌마들의 호령을 따라야 했는데, 머...유독 '어린' 나야 원래 아줌마들이 하도 좋아해줘서 잼나게 일할 수 있었다.

마치 아들내미처럼 잘 챙겨주시고 살갑게 대해 주시더라구.ㅋㅋ 첫날 같이 일했던 아저씨들을 다시 만났더니

무진장 반가워해주시며 마스크도 챙겨주시고, 잘 따라 다니라고 신경도 써주시고. 으레 그렇듯 담배 한까치의

휴식시간엔 군인 '무용담'이 왕래하고.ㅋ


일은 오늘도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문제는 추위였다. 어찌나 춥던지..사무실서 줏은 전투복내피(일명 깔깔이..)를
 
외투삼고 옷을 몇개씩 껴입어도 무진장 춥더라. 이넘의 노가다판에는 거개가 군용물품이다. 아예 전투복 일체를

빼입고-줄까지 칼같이 잡힌..-오는가 하면, 귀마개에 깔깔이, 워커까지..-.ㅡ^


삽을 쥐고 굴신운동을 오전 내내 해서인지 배가 무진장 아팠다. 가건물로 지어진 화장실이지만 칸이 여섯개나

있다..왼쪽부터 까면 정상이고 가운데부터 까면 변태, 오른쪽부터 까면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이란 이야기가

기억나서 왼쪽부터 까기 시작했다. 무데기무데기무데기...변기가 양변기면 뭐하노...그대로 앉음 찔릴 판이다,

뾰족한 산을 이루고 있더군...절라 충격. 제길.


어쩐지~ 화장실이 이러니 아파트 집집마다 구석탱이엔 그게 얼어있던 거였구나..아까도 정체를 모르고 손으로

집고서야 알아차렸더랬다. 몇번이나 예기치 못한 조우를 했던 것인지. 정말이지 거기 아주머니 말씀대로 아파트

전체가 똥천지다. 어쩔 수 없이...이미 갈데까지 가버린 그 높이를 더욱 융기시킬 수 없어, 걍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쪼그릴 수 밖에 없더군..쿨럭.


내일은 또다시 삼성역이다. 일단 낼까지 하면 대략 터키서 이집트가는 비행기 값정도 마련하는군.ㅋㅋㅋㅋㅋ
아침 6시에 만난 오늘의 동료는 서른여덟의 아찌 하나, 서른셋의 총각 하나, 그리고 마흔셋의 애아부지 하나.

삼성역이라 해서 설마 코엑스를 드가랴 했는데, 역시 코엑스는 안 드가고 큰길 맞은편의 15층짜리

신축공사현장으로 갔다.


아직 벽도 안 선 채 그저 기둥 몇개로 콘크리트 판때기 몇개 층층 받혀놓은 형상인 그 곳은, 정말 바람이 무진장

씨게 불었다. 14층에서 왼갖 잡일들을 하면서 안전도구 하나 달랑 쓰고..플라스틱하이바..몸의 무게중심이

간당간당하게 건물 내부에 심긴 채 고개와 몸을 빼든 장면이 첨엔 보기만 해도 섬찟거리며 똥꼬..했으나, 대략

점심먹고 참먹을 때 쯤엔 유유히 길 건너 코엑스와 아셈타워를 바라보며 몸을 살짝 뺄 정도로 익숙해졌더랬다.

여전히 근처 든든해 보이는 무언가를 한손에 잔뜩 우겨넣은 상태였지만.ㅋ


사실 '잡부'라는 거, 특별한 기술도 필요없고, 다만 약간의 딴딴한 비위와 약간의 체력만 있음 걍 된다. 군대랑

상당히 비슷한 게 사람들의 스타일, 말투, 일처리하는 방식, 점심 먹고 난 후의 '오침', 적당히 담배 한대 피운다며

10분을 띵기는 식의 '유도리'. 아, 나 짐 한달째 금연 성공 중이다.ㅋㅋㅋ 덕택에 아저씨들 다 담배물 때 난

하이바깔고 앉아 손에 입김불고 있지만.--;


어쨌거나 인건비가 상당히 쎄다는 것에 자체적으로 대략 공감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하이바에 눌려 잔뜩 떡진

머리와 흙덩이진 옷차림으로 삼성동의 그럴듯한 식당서 쿠폰내고 밥먹긴 좀 글타. 게다가 사람들은 왜 이리

공사장을 종횡하며 다니는지. 그래도 솔찮은 재미가 있는 게, 이럴 때가 아님 공사장의 그 부실한 '엘레베이터'

언제 실컷 타보겠어..중간에 고장나서 결국 점심하고 참은 15층서 걸어내려왔다 올라가야 했다지만.


여튼지간 오늘은 몸이 고된 것보단, 정신적으로 상당히 쫄았단 게다. 친한 선배 말이 예리한게, 내가 의외로 겁이

많단 말야..ㅡ.ㅡㆀ 말만 드럽게 한다지.ㅋ


낼은 창동이다, 아주 걍 서울 투어를 하는구먼. 몸이 살~ 삐그덕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워낙 추워서리.
왠만함 이번엔 나와서도 죽은 척 갈라 그랬는데 결국 우려하던대로 세인들의 분노가 폭발해 버렸구나...-.ㅡ^

아무리 휴가가 많다느니 언제 다녀왔다고 또 나오느니 그래도 어쩌겠어, 공군은 휴가(연가)와 외박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니깐. 외박주로는 11월초에 나왔던 거 이후로 두달이 넘었단 말이다.


어쨌거나, 이번 외박부터는 자중하며 '생산적인' 시간을 갖기로 맘먹었다. 제대하고 바로 배낭을 꾸려볼까 하고.

제대할 때까지 여행갈 자금이나 '생산'해서리, 집에 손벌리기도 민망하고 더이상 환대도 못받는 상황도 타개하고자

하는게 내 아이디어.


해서, 현대 해상에 들어갔다.

현대 해상 사옥이 어디 있는지 아나?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을 축으로 등거리상에 교보빌딩을 마주 보고 있는 곳의

초현대적인-메탈과 유리가 두드러진-건물이 바로 그곳, 지금 보수 공사중이다.

오늘 4시50분에 인나서 인력회사 나가서는 방금, 집에 들어왔지...지하 4층에 있는 보일러실을 손봐주고 왔다.

일당 55,000원. 사실 60,000원인데 소개비조로 인력회사서 5,000원을 가져가더라구.


그나마 일거리도 거진 없는 겨울에, 경력이라고는 고2때 장난처럼 두 주 했던 거 말고 그저 군바리일 뿐인

(그것도 펜대굴리며 문서나 도장범벅 만들어놓는) 나로서는 굉장히 감지덕지지. 일은 머, 말그대로 인력, 군대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게 없을 정도고, 힘든 정도는 글쎄...일병, 이병때보다는 쉽고 상병 떄보다는 어려운 편..

병장으로서는 쫌...측정불능. 요새 작업 나간지 하도 오래 되어서...대조군이 없군.ㅋ


그래도 시설담당 나대리나 같이 용역나간 아저씨들이 다들 군바리라고 일잘한다고 인정해 주는 거 보니 나쁘진

않은 듯하다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여태 월급 받은 건 외박 나올때마다 족족 다 뽑아 먹었으니 이제부터

군에서 받는 월급/보너스, 일케 일해서 버는 돈, 그런 것들 열심히 다 합침 대략 여행경비나올꺼같아서, 계속

열심히 살아 볼 생각이다. 일자리가 안정적이면 좋겠다만...어쩔 수 없지. 국가에 매인 이 한 몸, 무엇을 할 수 있다

말이오. 노동일 혹 노가다, 이건 뭐랄까...경험삼아라기보다는 지금 내가 돈을 모을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하는 게지. 싫단 건 아니고, 어쩜 이런 자세가 제대로 된 '현장활동' 아닐까 싶어서. 호호호.


내일은 삼성역, 어디서 일할진 몰겠다만 기대만발이다.


이번 외박은 폰을 안 살리기로 했다.

생일에 맞춰 나오긴 했지만, 굳이 머..생일을 여기서 맞으면 죽어버릴거 같단 극단적인 생각때문이 아니라 걍,

이왕 나올 꺼 생일쯤 해서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생각으로.

솔직히 이제 병장단지 다섯달 되는 시점에서, 주위의 사람들이 '미쳐' 가는 걸 보고 있다.


일이병 때의 절실했던 온갖 개인적인 욕구들, 꿈들..그런 것들이 객관적으로 손에 닿거나 이미 충족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어느새 피한다던 똥에 딩굴어버린건지, 그저 제대날만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제대날이 된다고

마법에 걸린다거나 무언가 살 방법이 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닌 건데.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다시 만들어가얄 건데..나 역시 위험하다.


요새 아침점호에 살짝살짝 빠지며 8시까지 늦잠자는데 습관을 슬~ 들이고 있는데다가 일욜이면 잔다고 피씨방도

안 나온다--; 머..나름대로 1시까지 책보니까 피곤하단 핑계를 대긴 하지만, 또 점호따위 안 나가고 잠자는게

차라리 생산적이라고 핑계대지만, 그래도 이미 부대서 '거칠 것 없어진' 터에 자기규제마저 풀려버리면 끝갈줄

모르고 방만해질 게다.


해서, 이제 외박 나와서 스트레스 푼다고 소비적인 생활로 풀어버리는 건 쫌...민망한 노릇이지 싶다. 물론 여전히

여기에 속박되어 있고, 아무리 편해졌대도 여전히 내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 공간인지라 거기서 거기겠지만, 어쨌건

더이상 줄구장창 한 풀듯이 마시고 노는 건 좀 아닌 거 같단 얘기.


저번 휴가 때부터 구체적으로 살살 다듬어가는 여행 계획이 있다.

원래 제대하고 바로 유럽 여행이나 가 볼까..하는 수준이었는데, 여기저기 디비다 보니까 중동 쪽이 정말 가고

싶어졌다. 여기서 착취당하며 그나마 손에 쥐어진 돈 몇 푼과 외박 때, 그리고 제대쯤에 '수금(정말 맘에 안드는

단어지만, 솔직히 아무런 생산을 해내지 못하고 있는 나로선 상당한 자금원이다, 전적으로 금전적인 면에서

이야기해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중요한 건 외박 때마다 돈을 벌어볼라구.


아무튼 그런 post-ㅈㅔㄷㅐ의 기획으로, 절라리 지루해지고 병장 12호봉까지 가야하는 조또 공군의 최대 심적

난관을 극복, 해피하고 "섹쉬~하게", 활기넘치게 살고자 하는데.

일단 여행 계획 짜며, 이런저런 구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자체 즐거움이 되더군. 그렇게 '말년병장'의 매너리즘과

방만함을 떨쳐볼라고 겸사겸사 생각중이다. 내 의지가 힘을 쓰는 시공간을 디자인한다는 건, 해서 내가 행함에

따라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일을 한단 건 꽤나 오랜만인 듯 시프다.


쩝...근데 머하고 돈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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