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를 떠나 지중해와 '나무 위의 집'-허클베리 핀이 살았을 법한-이 기다리는 올림포스로 향했다.

지중해의 유명한 휴양도시라는 안탈랴(Antalya)에서 머물 생각이었으나, 올림포스에 있다는 나무위의 집과

오렌지밭이 궁금했다. 카파도키아에서 올림푸스까지는 11시간, 버스비만 무려 25,000bin. 밤새도록 달리는

버스에서 친구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마치 이스탄불까지 오는 비행기 안에서 비야누님과 그랬듯.

그리고 이어폰을 나눠낀 채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니 새벽 6시. 안탈랴에서 잠시 버벅대다가 올림포스행 차로

갈아타고 드디어 오렌지 펜션으로.

오렌지 펜션의 나무위의 집. 첫인상은 머..신기하고 색다르기도 하고 그런데, 좀 거리를 두고 보면 가건물같기도

하다. 통나무집 짓고 쓰고 남은 자재로 얼기설기 지은 게 아닌가 하고. 중간층의 더블룸을 잡고 나서는 올림포스

유적과 해변 쪽으로 나가보았다. 해변 들어갈 때 입장료를 받는다고 들었고, 실제로 옆에선 입장티켓을 끊던데...

난 걍 들어갈 수 있었다. 절대 꼼수를 쓰거나 비비적대며 사람들 틈에 묻어 들어간 건 아니다.

지중해. 정말 파란 바다와 물밑 자갈들의 반짝거림. 잠시 갈등하다 이내 팬티만 남기고 바다로 입수.

어찌나 좋던지.

걍 암 생각없이 멍하니 파도만 바라보다 바닷가에 누워 낮잠을 즐겼다.

노느라 정작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던 건...최소한 지중해의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건 아쉽기 짝이 없다는..

점심 때 수박하고 빵을 양껏 먹었는지라 별로 배는 안 고팠고, 맛난 요구르트를 후식삼아 한끼를 해결하고는

친구와 맥주 한병씩. 지치도록 바닷가를 거닐며 이야기하고 '가건물'로 돌아왔다. 아침, 점심, 저녁...빵에

고등어를 집어넣거나, 양고기를 넣거나, 혹은 치킨을 넣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게 삼시세끼를 해치웠더랬다.

머 먹는 거라면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튼튼한 위와 비위좋은 미감을 감사할 뿐. 터키의 수도물과

이집트의 수도물 역시 내 위장을 비틀어대지는 못했으니.ㅋ


다음날 눈뜨자마자 샤워를 하고, 역시나 전통적인 터키의 아침. 걍 과일과 빵. 늘 그렇듯 맛있게 먹고 설탕 듬뿍한

애플티를 석잔. 오전에 좀더 거닐다가 안탈랴로 다시 빽.


지중해의 풍토란 건 그전에 보았던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랑은 영 다른, 그런 햇빛과 분위기가 있었다.

휴양도시라서 그런지 유로화가 많이 쓰이고, 물어물어 찾은 Lase Pension에 4$짜리 돔베드를 잡고 바로 나서선

골목골목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목걸이, 팔찌, 귀걸이 같은 온갖 장신구에, 장식품에, 특이한 문양의 헤나며

타투까지 아이쇼핑하기 너무도 좋았던 그 뒷골목들. 생오렌지를 갈아만든 주스도 사마시며 올림푸스와 비슷하게

휴양하는 기분으로 다니는 게 조금 처지는 건 아닌지 싶기도 했지만, 카라알리올루 공원서 본 퍼어런 바다색과 그

율동감을 넋놓고 바라보면서...그냥 맘을 놓아버렸다.


코에 피어싱을 고민하는 친구를 부추기기도 하고, 오렌지주스맛을 못 잊어 다시 大자로 사먹으며 케밥먹고, 저녁

해가 어슴푸레해진 안탈랴의 구시가를 거닐었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철푸덕 자리잡았던 카리알리공원 명당자리서

돈계산을 한번 해보곤, 딱 액수가 맞음을 핑계로 쐈던 Efes Dark 두어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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